<디스트릭트9>

한재웅2009.10.21
조회723

 

용산 CGV는 들어가는 동선이 복잡해요. 영화시간이 다 되서 좀 서둘렀어야 됐는데 짜증나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쨌든 겨우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보기 전의 짜증과는 별개로 좀 많이 재밌었습니다.

 

<디스트릭트9>의 감독이 피터잭슨인줄 알았어요. 하도 포스터에 큰 글씨로 박아놔서 그렇게 착시했던 것이죠. 예전에 <택시>가 뤽베송인 줄 알았던 뭐 그런겁니다. 우리나라의 영화 마케팅은 뭘 어떻게하든 맘에 안들어요. 정공법을 쓰는 경우를 한번도 못봤습니다. 조금이라도 비비꼬아 변형해야지 독창적이라고 믿는 사람들 같아요.

 

그에 반해 <디스트릭트9>은 충분히 독창적입니다. 문제는 인종차별이라는 메세지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느냐이겠지..라고 원론적으로 지레짐작하는 관객의 뒷통수를 칩니다. 그런 문제따위 <디스트릭트9>에서는 우습게 토스해버립니다. <디스트릭트9>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을 직접 보고 겪으며 자란 백인남성감독의 가장 리버럴한 형태입니다.

그 증거로 이 영화의 외계인이 실제의 흑인이라면 흑인은 몇몇 지도층을 제외하고는 거의 벌레 수준으로 묘사돼요. 그건 실제 감독이 느꼈던 이미지에 정비례하는 거겠죠. 이것뿐만이 아니라 인종차별의 윤리적 메세지를 위해 장치들을 정형화하는 곳은 눈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습니다. 이쯤되면 닐 브룸캄프에게 영화감독으로서의 사명감따위는 없는거지요. 플레이어로 즐기는 겁니다.

 

그리고 또 영화의 때라는 것이 있겠지요. 오바마가 미국대통령이 되는 마당에 인종차별은 이제 농담거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현실은 또 어떨지 모르지만요.

 

이제 이 방식은 하나의 장르가 될 것 같습니다. <블레어윗치><클로버필드>의 계보를 이어서 또 모큐멘터리방식으로 촬영되었는데요. 형식의 톤이라는 측면에서 <디스트릭트9>은 훨씬 더 자유롭습니다. 모큐멘터리였다가 그냥 스튜디오방식이었다가 왔다갔다 하거든요. 이런 방식이 전혀 어지럽지 않은 것은 앞의 영화들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역시 영화의 때라는 것은 있습니다.

 

주인공이 진짜 대박입니다. 감독 인터뷰를 보니 연기경력이 전혀 없는 단지 감독의 친구랍니다.

감독도 그렇고 배우도 그렇고 이 정도 데뷔작이라니..참 근사하군요.

Ps; 무엇보다 주인공이 찐따에서 자기분열증을 거쳐 메카닉히어로, 급기야 예술가가 되는 과정이야말로 이 영화의 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