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워서 사업 시작했습니다, 음대 출신들이여 화이팅.

Madmic.2010.03.25
조회52,982

안녕하세요.

평소 네이트 판을 즐겨보는 올해 갓 서른, 열혈청년 입니다.

제목을 보시고 "얘 뭐지?" 싶으신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목 그대로 이래저래 지극히 주관적 판단으로 더럽고 치사해서 작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와 배경을 지금부터 없는 글 재주로 시작하려 합니다.

 

저는 일찍이 음악(클래식)에 많은 관심을 가졌드랬습니다.

국민학, 아니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수업시간에 들은 비발디 '사계' 中 겨울 을 듣고 반해 어찌어찌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 중학교, 서울의 모 예술고, 서울의 모 음악대학을 거쳐 나름 굴곡없이 무난하게

[연주자]의 삶을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나쁘지 않은 성적과 악기 실력으로 차근 차근 미래를 준비하던 어느날,

악기 연주자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손가락을 심하게 다친 후

제가 계획해 오던 '연주자'의 꿈은 조금씩 말 그대로 '꿈'으로 변해가게 되죠.

엎친데 덮친격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에 집안 경제도 추락하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예술관련 학과는 돈이 많이 들기에 어느정도 집에서 후원이 절실했고

학점을 포기하면서 뛰어든 아르바이트론 유학 자금을 충당하기엔 부족했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7년.

무리를해서 유학을 가느냐 아님 다른길을 찾느냐 라는 고민에 빠져 있을 즈음

다행히 전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본의 클래식 기업 한국지사에 취업하게 됩니다.

 

집안의 장남이었고 아버지의 은퇴로 '가장 아닌 가장'이 되버렸기에 약 15년간 해오던 악기를 내려놓게 되지요.

여담이지만 취업 전 졸업 연주를(음대생은 4학년에 졸업 연주를 필수로 해야 졸업이 됩니다.)하고 집에 돌아와 악기를 부여잡고 많이 울었답니다.

 

대망의 첫 출근!

제가 살아온 나이의 절반 이상을 소위 '딴따라'로 살다가 정규직으로 근무를 함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근성 하나로 죽어라 일했습니다.

주6일 근무는 기본, 주일에도 본사(일본) 당일치기 출장을 밥먹듯 다녔습니다.

친구들은 일본에 자주 간다고 부러워 했지만,

매주 한 번씩 비행기를 타는것. 그것도 당일치기로 스케쥴을 소화한다는건

아무리 건장한 남자라도 견디기 힘든 일 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황폐해져 간 어느날, 정신차리고 보니 함께 일하던 선배들이 모두 퇴사했더군요.

퇴사하면서 하나같이 "6개월 버티면 넌 인간도 아니다" 라고 말합디다.

그때 당시 전 입사한지 3개월차.

알고보니 그 회사에 입사해 6개월을 버틴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유?

혹독한 업무도 업무지만,,

지사장님 성격이,,,참,,,(더이상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ㅋ)

전 2년 버텼습니다.

 

입사당시 6명 이었던 직원이 시간이 흐르면서 저 혼자로 남았을때

그들의 일까지 혼자 도맡아 했기에 이런식으로 일하다간 죽을것 같았고 지사장님 성격 또한...

과감하게 퇴사를 했습니다.

 

나름 외국계 기업에 경력도 어느정도 인정을 받아 본격적인 구직 작업에 돌입합니다.

 

제가 졸업한 학교가 그리 나쁘지 않았고,

삼성, LG, 한화 등 대기업에서 많이 뽑아가는 것을 알았고,

졸업 성적 또한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어 및 제2외국어 또한 그들(기업)이 정해놓은 기준에 적합하게 다 해놓았습니다.

 

재수없으시겠지만 저 나름 모범생이었습니다 ㅋ

 

하지만 정말 제가 너무나 사랑했던 음악 때문에 모든게 다 꼬이고 말았습니다.

학교, 성적, 자격증은 전부 기준치 이상이지만

단지 [음악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전부 떨어졌습니다.

뭐 아주 틀린건 아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음대 나와서 뭐 할줄 알겠냐?" 라는 반응이더군요.

2년간 X 빠지게 일한 경력도 인정 해주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음악대학 출신들이 그렇 듯

유학 혹은 빵빵한 서포트를 바탕으로 연주활동을 하는게 아닌 이상

아무리 학벌이 좋아도 취업할 수 있는 곳은 제한되 있습니다.

심지어 저처럼 경력직이어도 말이죠.

 

결국 전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아주 작은 신문사 기자로 들어갑니다.

 

기자.

어떻게 생각들 하실런지 모르겠지만

일주일에 수면 시간이 10시간 정도일 정도로 혹독하게 마감과 싸우며 일했습니다.

뺀질거리지 않고 죽어라 일했습니다.

하지만 박봉에 나이는 점점 차고 5년후의 제 모습을 생각했을때 솔직히 조금 끔찍했습니다.

 

온라인에선 여성들이 생각하는 [남성의 평균]이라며

연봉이 3600 이상, 부동산이 몇 억, 자동차는 뭐뭐 이상 등등등

 

점점 사람을 작아지게 만드는 뭣같은 기사들이 난리블루스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전 신경쓰지 않고 제 사명이라 생각하고 일했습니다.

남들이 뭐라하건 전 [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습죠.

또한 이곳에서의 경험을 디딤돌 삼아 나중에 더 큰 무언가를 위해 일했습니다.

 

음악을 내려놓고 약 3년을 정신없이 일만 하다보니 문득 제 삶에 있어서 [연애]는 결여된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기대도 하지 않았고 그 당시 제게 가장 필요했던건 [안정적인 직장]이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보니 나름 회사에서 인정받는 위치까지 올라갔고

아.주.조.금. 여유가 생겼던 어느날,(모 여대생이 180cm 이하는 루저 라는 발언을 했던...)

생각지도 않게 제게 사랑이 찾아 왔습니다.

기대도, 노력도 하지 않았던 지라 마치 10대시절에야 하는 첫사랑 마냥 푹 빠져 버렸습니다.

상대방도 제가 싫진 않았던 듯 나름 데이트로 알콩달콩 하면서 만남을 지속했죠.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제게 "더이상 만나지 말자" 라고 문자로 통보를 합니다.

 

이유는 뭐뭐 한마디로 말해 "넌 우리집과 내가 생각하는 그런 상대가 아니야. 아웃" 정도?

 

황당했습니다.

 

인터넷에선 180cm가 안넘으면 루져라며 떠들어 대는 그런 상황속에

전 186cm라는 신장을 가지고도 [大루져] 가 되버리죠.

소위 '능력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모진일과 열악환 근무 환경 그리고 타인의 비웃음을 다 참아가며 미래를 위해

그 전부를 견뎌온 저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음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좋은 회사에서도 거부.

[음대 나와 다니는 회사)는 사람이 거부.

 

물론 모든 여성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 [대한민국 평균남]으로 살아가려 노력한 것도 아니지만

그당시 제 모습과 심정은 [평균이하]의 남자가 된 것 같았기에 괴로웠습니다.

정말 열심히 성실히 살았는데 말이죠.

 

어딜가도 [음대]출신이란 꼬리표는 사라지지 않고

대체, 왜?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음대] 나왔다는 이유 하나로

사람을 돈많고, 싸가지 없고 등등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저 혼자 열심히 일한다고 해결됨이 아님을 느꼈을 무렵,

2009년의 마지막 날이 왔습니다.

 

 

뭔가에 홀린듯

전 퇴사를 하고 말았습니다.

 

한... 일주일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쉬었습니다.

그리고 어릴적 막연하게 '만약 내가 연주자가 될 수 없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생각했던 일 - 사업 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결론 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저는 작지만 제 회사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엔 컴퓨터 2대, 함께 일하는(정확하게 도움주는) 후배 몇명.

 

정말 다행히 미비 하지만 어찌 어찌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돈을 벌지도 높은 명성을 얻지도 않았지만

참 얄궂게도 사람들을 만날때 저희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도 모르면서

일단 [대표]라는 제 직책에 사람들 반응이 달라집니다.

회사 설립하는데 들어간 돈,, 거의 없었는대도 말이죠.

 

있던 컴퓨터, 친구가 준 컴퓨터, 30만원짜리 FAX 복합기, 전화,,

5년째 나가지 않았던 어머님 소유의 작은 상가를 무상으로 빌린 정도 입니다.

(저희집 절대 부자가 아닙니다. 10년전 잘 살았을때 혹시나 싶어 어머님께서 구입..)

 

 

보통 사람들이 사업을 시작한다 - 라고 하면 엄청 어려울 것이라 생각할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1인 기업이 일반화 되고 있다고 알고 있고, 알고보면 저도 약간 변형된 1인 기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이 [성공]을 위해 사업을 시작하지만

저의 경우는 정말 [더럽고 치사해서] 시작했습니다.

물론...시작하고 난 후 현재는 [성공]이 목표지만요.

 

 

 

88만원 세대, 청년 실업률 증가 등등

사회가 흉흉한 가운데 특히 저와 같이 음악대학 출신의 청년들에게

일종의 [선구자]같은 사람이 되고자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은 날씨 덕분인지 일이 없네요 :)

 

청년분들, 음대 나오신 분들, 현재 고된 직장생활 하고 있는 많은 분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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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써놓고 잊고 있었는데 깜짝 놀랬습니다.

마시던 커피가 코로 나왔다는.... -_-;;

머리에 핏줄 돋는 악플도 간간히 있지만 그래도 제 두서 없는 글에 공감해주시는, 혹은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

그리고 오랜시간 오직 한 길을 걷다 노선을 갈아탄 것에 대한 솔직 담백한 비판(?)을 해주신 분들.

뭐랄까..

간단합니다.

줏대 없어 보이겠지만 자.존.심 버리고 현실과 타.협 한 겁니다.

사람마다 상황과 사정은 제각각 이기에

철저하게 [저의 경우]는 그럴수 밖에 없었던거 입니다.

 

지금 제가 쓴 글 다시 읽어보니 손발이 오그라들고(그떄 무슨 정신으로 쓴건지?????)

다이어리 쓰 듯 그냥 쓴건데,, 조금 당황스럽네요 :)

여튼 모두 화이팅 입니다(음?)

 

p.s 글자체 바꿨습니다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