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토요일 집 청소를 하고 시험문제 출제 내는 일도 하면서 토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는 지수. 교사 연수에 가 있는 준혁과는 일요일에 등산을 가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뒤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는데 전화가 울린다.
“ 여보세요? ”
“ 김지수씨 핸드폰 맞습니까? 하하하”
“ 그..그런데.. 누구시죠? ”
“ 박찬영 알죠? ”
“그.. 저희 반 학생인데 왜 그러세요? ”
기분 나쁜 목소리였다. 당장 끊어 버리고 싶었지만 찬영이가 연관된 일이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전화기를 받는 지수.
“이 자식이 나한테 돈을 꾸고는 안 갚아서 지금 내가 반쯤 죽여 놨는데.. 어쩌나.. 더 맞으면 죽을지도 모르겠고...하하 하 ”
“무..무슨 말이에요? 찬영이가 맞아요? 돈 때문에..? 거기..거기 어디에요? 제가 지금 갈게요.. 더 이상 그 앤 건드리지 말아요.. 네? 돈.. 돈도 가지고 갈게요.. ”
“이야~ 말이 잘 통해서 좋네.. 그럼.. 이리로 오슈~ 기다릴테니. 하하하하하. ”
이내 전화기 저편에서 끊기는 소리가 들렸고 지수의 온 몸에는 힘이 다 빠져 나가는 느낌이 든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생각보다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전화기를 들어 준혁에서 전화를 걸어보지만 받지 않고 두려움과 걱정 속에 지갑과 옷을 들고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탄다.
“아저씨. 철산동으로 가주세요. ”
택시 안에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다시 택시를 돌려 민준의 클럽으로 향하는 지수. 택시에서 내려 클럽으로 가보지만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았다. 한참을 서성이다가 시간을 지체하면 찬영이 더 위험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려고 하는데.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 한명이 뒷문으로 향하는 것을 발견한다.
“ 저기요. ~~ 저기. 여기 차민준씨 계시나요? ”
“ 우리 형님 아십니까? 지금은 안 계시는데 ”
“아.. 그래요.. 저..저기 혹시.. 그럼 연락처라도 알려주시겠어요? ”
“내가 당신이 누군지 알고 우리 형님 번호를 함부로 알려준답니까 ?”
“ 급..급해서 그래요. 저.. 기억 안 나세요? 저번에 고등학생 알바 시키는 것 때문에 여기 왔었었는데.. ”
“아~~~ 기억나긴 하는데.. 그래도.. 무슨 일로? ”
“ 그 아이가 지금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한테 잡혀있는 거 같은데.. 여기 아시는 분계시면.. 좀 도와달라고..”
“어참~~ 어의가 없네. 당신이 그날 그렇게 깽판 쳐서 우리 형님 앞에서 낯짝 완전 망가졌는디. 그런 말이 나옵니까?”
“철산동에 공사장에 잡혀 있대요.. 누구라도 좀 도와주실 분 없으세요?”
“ 없으니까 그만 가보세요. 참.. ”
매몰차게 지수를 뿌리치고 뒷문으로 들어가 버리는 직원. 한숨을 쉬고는 다시 택시를 타고 철산동 공사장으로 향한다.
# 철산동 공사장 공터
택시에서 내려 두려운 마음으로 공사장 안으로 들어간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고 시멘트와 강목들로 가득하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지갑과 봉투를 손에 꼭 쥐고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보이고 이내 지수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킨다.
#클럽 사무실 안
“오늘은 아무 일 없었나? ”
“ 예. 요즘 장사가 잘 돼서 좋으시죠? 이렇게만 가준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아..! 형님.. ”
“음..? ”
“그게.. 아까 클럽 오픈하기 전에 말입니다. 저번에 그 여자 학교 선생 말이죠. 그 여자가 와서는 형님을 찾았습니다. ”
“ 그래? 그래서? ”
“ 안계시다고 했더니 연락처라도 달라고.. 해서 안 된다고 단번에 거절 했죠~ ”
“아! 그래.. 다른 말은 없었고? ”
“근데 그게.. 엄청 다급하게 도와달라고.. 그러던디요? 그 우리한테 나이 속이고 했던 녀석이 위험하다면서 좀 도와달라 고.”
“뭐? 그게 무슨 소리야?”
“ 저도 잘은 모르는데.. 잡혀 있다고.. ”
“그래서? 도와줬어? 어디 있는데 지금 그 여자! ”
“ 아니.. 잘 알지도 못해서 딱 잘라버렸습니다. 철산동 공사장에 간다고.. 근데.. 거긴.. 동네 깡패들이 노는 곳이 아니고 가오리...”
“ 이런!!!!!!! 당장 애들 불러 모아. ! ”
그 때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 어이~ 차민준이~ 잘 지내나? ”
민준의 미간의 심하게 주름이 가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 무슨 일입니까? ”
“ 아니 요즘 얼굴 본지도 뜸 한 것 같아서.. 내가 파티 하나 준비 했는데. 어때 초대 하면 올라나? ”
“ 무슨....!! ”
“요즘.. 차민준이 연애 하대? 얼음장 같은 심장에도 사랑 꽃이 피었나 보재? 근데 말야... 나는 해피엔딩을 별로 안 좋아해서 말이지~ 내가 선물 하나 줄게. ”
“그게... 무슨!!! 무슨 말입니까 ? ”
“이야~~ 차민준이 이렇게 다급한 목소리 처음 들어 보네~ 듣기가 아주 좋아. 김지수~김지수라는 여자 알지? 이 여자가 지금 내한테 있거든. 찾고 싶으면 너 혼자 와서 데리꼬 가~ 기다린다. 너 혼자 와라! ”
이내 전화가 끊어지고 심한 분노에 책상을 내려치는 민준.
“ 애들 부를 거 없다. 나 혼자 해결한다.”
“ 형... 형님.. 아무리 형님이라도.. 거길 혼자가시는 건..위험.. ”
“ 내가 말 번복 하는 거 봤나? ”
“ 아닙니다. ”
“ 나 혼자 간다. ! ”
# 강원도 교사 연수 센터
연수를 마치고 룸으로 돌아온 준혁은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지수에게 전화를 거는데. 몇 번을 해도 받지 않는다. 느낌이 이상하다. 웬지 불안하다. 지수가 걱정되어 예정보다 빨리 서울로 돌아가는 차에 탑승하는 준혁.
‘지수야.! ’
# 철산동 공사장 공터
희미하게 어두운 그림자가 보이고 눈을 서서히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의자에 온 몸이 꽁꽁 묶여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정신을 잃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맞다! 찬영. 자신은 찬영을 찾으러 여기까지 왔었는데 말이다.
“ 정신이 좀 드나? ”
“ 누구세요? ”
“ 너한테 전화 한 사람! ”
“ 찬영이.. 찬영이는 어딨어요.? ”
“ 아~~ 박찬영? 그런 자식은 애초에 없었는데. ”
“ 그게 무슨~! ”
“ 애인을 차민준으로 둔 걸 후회해라 ”
“ 차민준? ”
지수는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찬영이 잡혀 있는 줄 알고 여기까지 두려움을 참고 왔는데 그게 아니라니. 자신이 차민준의 애인이라고? 하. 하. 하.
민준의 차가 공터 앞에 도착하고 문 앞을 지키던 가오리파 깡패들과 싸움이 벌어진다. 민준의 주먹에, 발에 나가떨어지고 결국 안까지 들어온다.
“ 김광진!!! 김광진!!! 나와!!!!! 나오라고!!!!!!! ”
민준의 주변에는 가오리 파 깡패들이 둘러싼다. 그리고 지수를 데리고 가오리 파 두목인 김광진이 나온다. 밧줄에 묶이고 수건으로 입이 막혀있는 지수를 보자 민준의 주먹이 거칠어진다. 또 한 번 싸움이 벌어지고 민준이 가오리 파 깡패들과의 승부에서 이기려는 찰나.
“ 차민준! 네 여자 목소리를 들려주지! ”
광진이 지수의 입에 물려 있던 수건을 풀어주고 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물만 흘린다.
“ 그 여잔 내 여자가 아니야! 아무 상관없는 사람 건드리지 말고 나랑 해결해! 김광진!!!!!!! ”
“ 그래? 정말 네 여자가 아닌지는 실험 해 보면 알테고.. ”
광진이 속주머니에서 칼을 꺼낸다. 지수의 얼굴에 칼을 가까이 하고.
“ 안돼!!!!!! 그만둬!!! ”
“ 하하하하하하. 네 여자 아니라고? 이렇게 흥분한 네 모습을 본적이 처음인데도 말인가? 하하하하하 ”
“ 민준.....씨.........흐흑...”
“ 기다려요... 아무 일 없을 겁니다. 괜찮아요. 헉.......아!! ”
민준을 공격하는 가오리 파. 잡혀 있는 지수를 위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맞기만 하는 민준. 그런 모습을 보고 가슴아픈 지수. 또 즐거워하는 한 남자. 김광진.
“ 저렇게 시시하게 끝낼 순 없지... 차민준의 여자를 내가 이대로 보내 줄 순 없지 않나? 내가 한 번 품어보기라도 할까? ”
“ 김! 광 ! 진!!!!!!!!! ”
소파 위에 지수를 눕히고 단추를 풀러 지수를 농락한다.
“ 싫어.. 싫어..안돼.. 놔요!!! 싫어~~~ ”
그 때 민준의 백호 파에서 쳐들어 와 민준을 돕는다. 당황한 광진은 지수를 끌고 다른 길로 도망간다. 힘겹게 끌려가는 지수를 구하려 있는 힘껏 달려 쫒아가는 민준. 자신을 끌고 가는 광진의 손목을 이로 깨물어 광진의 손이 힘이 빠지고 지수를 놓친다. 민준에게 달려오던 지수가 헛걸음질로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계단에서 구른다.
“안돼~!! 지수야!!!”
떨어져 정신을 잃은 지수를 안고 정신없이 이름을 부른다. 지수의 이름을. 계단에서 구르면서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은 지수.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병원 응급실 안
피투성이 된 모습으로 지수를 안고 다급하게 달려온 민준은 수술실에서 눈을 감은 채 기다리고 있다. 순전히 자신 때문에 지수가 그렇게 된 것이다. 그 여자에게 관심만 갖지 않았더라면, 자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를 가진 지수에게 그런 일은 평생 생기지도 않을 일이었다. 후회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연락을 받고 달려온 준혁은 수술실 앞에 앉아 있는 민준을 발견하고 원망 섞인 표정으로 묻는다.
“대체.. 이게.. 무슨... 이런 일이............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
화를 내고 있는 준혁 앞에서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는 준수는 고개만 떨 굴 뿐이다.
“ 왜.. 왜 지수가 그런 곳에... 그리고 이 남자들은 뭡니까? 당신 도대체 누구냔 말이야? ”
멱살을 잡고 화를 내고 있는 준혁 앞에 멍한 표정인 민준. 아직도 자책하고 있었다. 제발. 일어나서 아무 일 없기를.
얼마 뒤 수술이 끝나고 의사가 나온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는 두 남자.
“ 보호자 되십니까? ”
“네.. 어떻게 됐습니까? 선생님 ?”
“ 머리에 큰 충격이 있어서...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 석 주저앉아 버리는 민준. 그런 민준을 부축하는 백호 파.
“형님. 괜찮으십니까? ”
“형님? 뭐야? 당신 깡패야? 지금 깡패가 지수한테 접근 한 거야? ”
‘깡패’라는 준혁의 말 한 마디의 백호파 일원들은 표정이 험악해지면서 준혁에게 다가간다.
“ 그만... 그만둬~! 가자! ”
# 지수의 병실 안
머리에 붕대를 감고 힘없이 누워 있는 지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혼잣말을 하는 준혁. 한 손은 지수의 가녀린 손을 꼭 잡고 있다. 그리고 얼마 뒤 서서히 의식을 찾아 눈을 뜨는 지수를 발견한다.
“ 지. 지수야.. 정신이 들어? ”
“ 준혁..아.. 준혁이구나. ”
“ 그래... 괜찮아? 아픈 데는?”
“ 아악~!!!!”
고통을 호소하는 지수를 보고 당황하는 준혁.
“ 지수야! 왜 그래. 아파? ”
“ 괜찮아... 근데... 그 사람은? 그 사람은 무사해? ”
지수의 입에서 ‘그 사람 ’ 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준혁의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화가 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처음 깨어나서 한다는 말이 그 남자의 안부라서 지수에게 서운함마저 든다.
“누..누구? ”
“ 나랑 같이 있던 사람.. 저..저번에 나 집까지 테워 다 준 사람 말야.. 어딨어? 괜찮아 ?”
애타게 찾는 지수의 표정을 보는 순간 준혁은 질투심마저 생겼고 거짓말을 한다.
“ 놀라지 마.. 지수야.. 그 사람은 죽었어.! ”
눈이 동공이 커지고 순간 아무 말도 잊지 못한다. 이내 고개를 양쪽으로 흔든다.
“ 아니야.. 아닐 거야. 다시 한 번 알아봐. 그 사람 그럴 리가 없어. 나 기억나.. 얼굴 봤어.. 그 사람. ”
눈물을 흘리는 지수를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안고 위로한다.
“ 지수야. 잊어버리자. 아 주 아 주 나쁜 꿈을 꾼 거야. 그래서 네가 잠시 힘든 거야. 잊어버리자. ”
“ 아니야~ 아니라고~ 아닐 거야. 아니라구~!!!!!!!!하... ”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지수를 붙잡고 비상벨을 눌러 의사에게 호출한다. 의사가 와서 지수의 상태를 살피고 안정제를 투여 한 다음에서야 편안한 미소 속에서 잠들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 준혁은 병실을 나와 민준에게 전화를 건다.
“ 네.. 차민준입니다. ”
“ 지수가 깨어났습니다. ”
“ 그렇습니까? 금방 가겠습니다. ”
“ 아니요. 오지 마세요. 지수에겐 당신이 독약입니다. 지수를 다시는 만나지 말아주세요. ”
# 민준의 사무실 안.
가슴이 아프다. 자신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처럼. 어쩌면 그 때 보다 더. 몰랐었다. 김지수라는 여자가 자신에게 이렇게 큰 존재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도 못했었지만 감히 말할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 더 김지수를 사랑할 수 있다고. 그런데. 그 여자가 자신 때문에 크게 다치고 많은 상처를 입었다. 차민준이라는 못난 남자 때문에. 그리고 이젠 그 여자를 다시는 볼 수 없단다. 무슨 염치도 보겠냐마는 만나서 사랑하게 된 것 같다고. 최소한 미안했다고는 말하고 싶었으나 이젠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단다. 이대로 지수와 민준은 기약없는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지금 김지수씨의 상태는 뇌손상이 있는 상태입니다. 수술 후 강한 충격을 받은 적이 또 있었습니까? 아..그렇군요. 수술 후 더 안정을 취해야 하는 환자의 심신의 상태가 매우 약하고 충격으로 인해 뇌의 이상이 생겼습니다. 일종의 단기 기억상실증이라고들 하죠. 환자의 따라 다르지만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은 각각 천차만별이라 단정 지어 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 일부의 기억만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겠지요.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일들만 기억할 수도 있구요. 보호자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어야 합니다. 많은 도움이 못 되어 저희도 죄송합니다. ]
연애소설-사랑더하기(5)
#지수의 집안
주말은 토요일 집 청소를 하고 시험문제 출제 내는 일도 하면서 토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는 지수. 교사 연수에 가 있는 준혁과는 일요일에 등산을 가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뒤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는데 전화가 울린다.
“ 여보세요? ”
“ 김지수씨 핸드폰 맞습니까? 하하하”
“ 그..그런데.. 누구시죠? ”
“ 박찬영 알죠? ”
“그.. 저희 반 학생인데 왜 그러세요? ”
기분 나쁜 목소리였다. 당장 끊어 버리고 싶었지만 찬영이가 연관된 일이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전화기를 받는 지수.
“이 자식이 나한테 돈을 꾸고는 안 갚아서 지금 내가 반쯤 죽여 놨는데.. 어쩌나.. 더 맞으면 죽을지도 모르겠고...하하 하 ”
“무..무슨 말이에요? 찬영이가 맞아요? 돈 때문에..? 거기..거기 어디에요? 제가 지금 갈게요.. 더 이상 그 앤 건드리지 말아요.. 네? 돈.. 돈도 가지고 갈게요.. ”
“이야~ 말이 잘 통해서 좋네.. 그럼.. 이리로 오슈~ 기다릴테니. 하하하하하. ”
이내 전화기 저편에서 끊기는 소리가 들렸고 지수의 온 몸에는 힘이 다 빠져 나가는 느낌이 든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생각보다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전화기를 들어 준혁에서 전화를 걸어보지만 받지 않고 두려움과 걱정 속에 지갑과 옷을 들고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탄다.
“아저씨. 철산동으로 가주세요. ”
택시 안에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다시 택시를 돌려 민준의 클럽으로 향하는 지수. 택시에서 내려 클럽으로 가보지만 아직 문이 열리지 않았다. 한참을 서성이다가 시간을 지체하면 찬영이 더 위험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려고 하는데.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 한명이 뒷문으로 향하는 것을 발견한다.
“ 저기요. ~~ 저기. 여기 차민준씨 계시나요? ”
“ 우리 형님 아십니까? 지금은 안 계시는데 ”
“아.. 그래요.. 저..저기 혹시.. 그럼 연락처라도 알려주시겠어요? ”
“내가 당신이 누군지 알고 우리 형님 번호를 함부로 알려준답니까 ?”
“ 급..급해서 그래요. 저.. 기억 안 나세요? 저번에 고등학생 알바 시키는 것 때문에 여기 왔었었는데.. ”
“아~~~ 기억나긴 하는데.. 그래도.. 무슨 일로? ”
“ 그 아이가 지금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한테 잡혀있는 거 같은데.. 여기 아시는 분계시면.. 좀 도와달라고..”
“어참~~ 어의가 없네. 당신이 그날 그렇게 깽판 쳐서 우리 형님 앞에서 낯짝 완전 망가졌는디. 그런 말이 나옵니까?”
“철산동에 공사장에 잡혀 있대요.. 누구라도 좀 도와주실 분 없으세요?”
“ 없으니까 그만 가보세요. 참.. ”
매몰차게 지수를 뿌리치고 뒷문으로 들어가 버리는 직원. 한숨을 쉬고는 다시 택시를 타고 철산동 공사장으로 향한다.
# 철산동 공사장 공터
택시에서 내려 두려운 마음으로 공사장 안으로 들어간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고 시멘트와 강목들로 가득하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지갑과 봉투를 손에 꼭 쥐고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보이고 이내 지수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킨다.
#클럽 사무실 안
“오늘은 아무 일 없었나? ”
“ 예. 요즘 장사가 잘 돼서 좋으시죠? 이렇게만 가준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아..! 형님.. ”
“음..? ”
“그게.. 아까 클럽 오픈하기 전에 말입니다. 저번에 그 여자 학교 선생 말이죠. 그 여자가 와서는 형님을 찾았습니다. ”
“ 그래? 그래서? ”
“ 안계시다고 했더니 연락처라도 달라고.. 해서 안 된다고 단번에 거절 했죠~ ”
“아! 그래.. 다른 말은 없었고? ”
“근데 그게.. 엄청 다급하게 도와달라고.. 그러던디요? 그 우리한테 나이 속이고 했던 녀석이 위험하다면서 좀 도와달라 고.”
“뭐? 그게 무슨 소리야?”
“ 저도 잘은 모르는데.. 잡혀 있다고.. ”
“그래서? 도와줬어? 어디 있는데 지금 그 여자! ”
“ 아니.. 잘 알지도 못해서 딱 잘라버렸습니다. 철산동 공사장에 간다고.. 근데.. 거긴.. 동네 깡패들이 노는 곳이 아니고 가오리...”
“ 이런!!!!!!! 당장 애들 불러 모아. ! ”
그 때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 어이~ 차민준이~ 잘 지내나? ”
민준의 미간의 심하게 주름이 가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 무슨 일입니까? ”
“ 아니 요즘 얼굴 본지도 뜸 한 것 같아서.. 내가 파티 하나 준비 했는데. 어때 초대 하면 올라나? ”
“ 무슨....!! ”
“요즘.. 차민준이 연애 하대? 얼음장 같은 심장에도 사랑 꽃이 피었나 보재? 근데 말야... 나는 해피엔딩을 별로 안 좋아해서 말이지~ 내가 선물 하나 줄게. ”
“그게... 무슨!!! 무슨 말입니까 ? ”
“이야~~ 차민준이 이렇게 다급한 목소리 처음 들어 보네~ 듣기가 아주 좋아. 김지수~김지수라는 여자 알지? 이 여자가 지금 내한테 있거든. 찾고 싶으면 너 혼자 와서 데리꼬 가~ 기다린다. 너 혼자 와라! ”
이내 전화가 끊어지고 심한 분노에 책상을 내려치는 민준.
“ 애들 부를 거 없다. 나 혼자 해결한다.”
“ 형... 형님.. 아무리 형님이라도.. 거길 혼자가시는 건..위험.. ”
“ 내가 말 번복 하는 거 봤나? ”
“ 아닙니다. ”
“ 나 혼자 간다. ! ”
# 강원도 교사 연수 센터
연수를 마치고 룸으로 돌아온 준혁은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지수에게 전화를 거는데. 몇 번을 해도 받지 않는다. 느낌이 이상하다. 웬지 불안하다. 지수가 걱정되어 예정보다 빨리 서울로 돌아가는 차에 탑승하는 준혁.
‘지수야.! ’
# 철산동 공사장 공터
희미하게 어두운 그림자가 보이고 눈을 서서히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의자에 온 몸이 꽁꽁 묶여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정신을 잃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맞다! 찬영. 자신은 찬영을 찾으러 여기까지 왔었는데 말이다.
“ 정신이 좀 드나? ”
“ 누구세요? ”
“ 너한테 전화 한 사람! ”
“ 찬영이.. 찬영이는 어딨어요.? ”
“ 아~~ 박찬영? 그런 자식은 애초에 없었는데. ”
“ 그게 무슨~! ”
“ 애인을 차민준으로 둔 걸 후회해라 ”
“ 차민준? ”
지수는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찬영이 잡혀 있는 줄 알고 여기까지 두려움을 참고 왔는데 그게 아니라니. 자신이 차민준의 애인이라고? 하. 하. 하.
민준의 차가 공터 앞에 도착하고 문 앞을 지키던 가오리파 깡패들과 싸움이 벌어진다. 민준의 주먹에, 발에 나가떨어지고 결국 안까지 들어온다.
“ 김광진!!! 김광진!!! 나와!!!!! 나오라고!!!!!!! ”
민준의 주변에는 가오리 파 깡패들이 둘러싼다. 그리고 지수를 데리고 가오리 파 두목인 김광진이 나온다. 밧줄에 묶이고 수건으로 입이 막혀있는 지수를 보자 민준의 주먹이 거칠어진다. 또 한 번 싸움이 벌어지고 민준이 가오리 파 깡패들과의 승부에서 이기려는 찰나.
“ 차민준! 네 여자 목소리를 들려주지! ”
광진이 지수의 입에 물려 있던 수건을 풀어주고 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물만 흘린다.
“ 그 여잔 내 여자가 아니야! 아무 상관없는 사람 건드리지 말고 나랑 해결해! 김광진!!!!!!! ”
“ 그래? 정말 네 여자가 아닌지는 실험 해 보면 알테고.. ”
광진이 속주머니에서 칼을 꺼낸다. 지수의 얼굴에 칼을 가까이 하고.
“ 안돼!!!!!! 그만둬!!! ”
“ 하하하하하하. 네 여자 아니라고? 이렇게 흥분한 네 모습을 본적이 처음인데도 말인가? 하하하하하 ”
“ 민준.....씨.........흐흑...”
“ 기다려요... 아무 일 없을 겁니다. 괜찮아요. 헉.......아!! ”
민준을 공격하는 가오리 파. 잡혀 있는 지수를 위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맞기만 하는 민준. 그런 모습을 보고 가슴아픈 지수. 또 즐거워하는 한 남자. 김광진.
“안돼요... 그러지 마요. 때리지 마요. 안돼~~~~~~!!! 제..제발.. 부탁이에요.. 살려주세요.. 저러다 죽겠어요... 제 발... 제발..흐흑.... 당신들.... 벌 받을거야... 이건..말도 안돼... 안된다고!!!!!!!!! ”
“차민준이~ 네 몸이 그렇게 망가져도 이 여잔 지키겠다는 거냐! 그럼 재미없지....”
“그...그여잔.. 절대.. 건드리지........마..라... 절..대... ”
광진이 무서운 미소를 띄고 지수에게 다가간다.
“ 안돼~~ 건드리지마!!! ”
“ 무.....무,슨... ”
“ 저렇게 시시하게 끝낼 순 없지... 차민준의 여자를 내가 이대로 보내 줄 순 없지 않나? 내가 한 번 품어보기라도 할까? ”
“ 김! 광 ! 진!!!!!!!!! ”
소파 위에 지수를 눕히고 단추를 풀러 지수를 농락한다.
“ 싫어.. 싫어..안돼.. 놔요!!! 싫어~~~ ”
그 때 민준의 백호 파에서 쳐들어 와 민준을 돕는다. 당황한 광진은 지수를 끌고 다른 길로 도망간다. 힘겹게 끌려가는 지수를 구하려 있는 힘껏 달려 쫒아가는 민준. 자신을 끌고 가는 광진의 손목을 이로 깨물어 광진의 손이 힘이 빠지고 지수를 놓친다. 민준에게 달려오던 지수가 헛걸음질로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계단에서 구른다.
“안돼~!! 지수야!!!”
떨어져 정신을 잃은 지수를 안고 정신없이 이름을 부른다. 지수의 이름을. 계단에서 구르면서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은 지수.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병원 응급실 안
피투성이 된 모습으로 지수를 안고 다급하게 달려온 민준은 수술실에서 눈을 감은 채 기다리고 있다. 순전히 자신 때문에 지수가 그렇게 된 것이다. 그 여자에게 관심만 갖지 않았더라면, 자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를 가진 지수에게 그런 일은 평생 생기지도 않을 일이었다. 후회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연락을 받고 달려온 준혁은 수술실 앞에 앉아 있는 민준을 발견하고 원망 섞인 표정으로 묻는다.
“대체.. 이게.. 무슨... 이런 일이............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
화를 내고 있는 준혁 앞에서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는 준수는 고개만 떨 굴 뿐이다.
“ 왜.. 왜 지수가 그런 곳에... 그리고 이 남자들은 뭡니까? 당신 도대체 누구냔 말이야? ”
멱살을 잡고 화를 내고 있는 준혁 앞에 멍한 표정인 민준. 아직도 자책하고 있었다. 제발. 일어나서 아무 일 없기를.
얼마 뒤 수술이 끝나고 의사가 나온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는 두 남자.
“ 보호자 되십니까? ”
“네.. 어떻게 됐습니까? 선생님 ?”
“ 머리에 큰 충격이 있어서...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 석 주저앉아 버리는 민준. 그런 민준을 부축하는 백호 파.
“형님. 괜찮으십니까? ”
“형님? 뭐야? 당신 깡패야? 지금 깡패가 지수한테 접근 한 거야? ”
‘깡패’라는 준혁의 말 한 마디의 백호파 일원들은 표정이 험악해지면서 준혁에게 다가간다.
“ 그만... 그만둬~! 가자! ”
# 지수의 병실 안
머리에 붕대를 감고 힘없이 누워 있는 지수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혼잣말을 하는 준혁. 한 손은 지수의 가녀린 손을 꼭 잡고 있다. 그리고 얼마 뒤 서서히 의식을 찾아 눈을 뜨는 지수를 발견한다.
“ 지. 지수야.. 정신이 들어? ”
“ 준혁..아.. 준혁이구나. ”
“ 그래... 괜찮아? 아픈 데는?”
“ 아악~!!!!”
고통을 호소하는 지수를 보고 당황하는 준혁.
“ 지수야! 왜 그래. 아파? ”
“ 괜찮아... 근데... 그 사람은? 그 사람은 무사해? ”
지수의 입에서 ‘그 사람 ’ 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준혁의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화가 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처음 깨어나서 한다는 말이 그 남자의 안부라서 지수에게 서운함마저 든다.
“누..누구? ”
“ 나랑 같이 있던 사람.. 저..저번에 나 집까지 테워 다 준 사람 말야.. 어딨어? 괜찮아 ?”
애타게 찾는 지수의 표정을 보는 순간 준혁은 질투심마저 생겼고 거짓말을 한다.
“ 놀라지 마.. 지수야.. 그 사람은 죽었어.! ”
눈이 동공이 커지고 순간 아무 말도 잊지 못한다. 이내 고개를 양쪽으로 흔든다.
“ 아니야.. 아닐 거야. 다시 한 번 알아봐. 그 사람 그럴 리가 없어. 나 기억나.. 얼굴 봤어.. 그 사람. ”
눈물을 흘리는 지수를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안고 위로한다.
“ 지수야. 잊어버리자. 아 주 아 주 나쁜 꿈을 꾼 거야. 그래서 네가 잠시 힘든 거야. 잊어버리자. ”
“ 아니야~ 아니라고~ 아닐 거야. 아니라구~!!!!!!!!하... ”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지수를 붙잡고 비상벨을 눌러 의사에게 호출한다. 의사가 와서 지수의 상태를 살피고 안정제를 투여 한 다음에서야 편안한 미소 속에서 잠들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 준혁은 병실을 나와 민준에게 전화를 건다.
“ 네.. 차민준입니다. ”
“ 지수가 깨어났습니다. ”
“ 그렇습니까? 금방 가겠습니다. ”
“ 아니요. 오지 마세요. 지수에겐 당신이 독약입니다. 지수를 다시는 만나지 말아주세요. ”
# 민준의 사무실 안.
가슴이 아프다. 자신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처럼. 어쩌면 그 때 보다 더. 몰랐었다. 김지수라는 여자가 자신에게 이렇게 큰 존재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도 못했었지만 감히 말할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 더 김지수를 사랑할 수 있다고. 그런데. 그 여자가 자신 때문에 크게 다치고 많은 상처를 입었다. 차민준이라는 못난 남자 때문에. 그리고 이젠 그 여자를 다시는 볼 수 없단다. 무슨 염치도 보겠냐마는 만나서 사랑하게 된 것 같다고. 최소한 미안했다고는 말하고 싶었으나 이젠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단다. 이대로 지수와 민준은 기약없는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지금 김지수씨의 상태는 뇌손상이 있는 상태입니다. 수술 후 강한 충격을 받은 적이 또 있었습니까? 아..그렇군요. 수술 후 더 안정을 취해야 하는 환자의 심신의 상태가 매우 약하고 충격으로 인해 뇌의 이상이 생겼습니다. 일종의 단기 기억상실증이라고들 하죠. 환자의 따라 다르지만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은 각각 천차만별이라 단정 지어 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 일부의 기억만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겠지요.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일들만 기억할 수도 있구요. 보호자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어야 합니다. 많은 도움이 못 되어 저희도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