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앉아 부슬부슬 비를 보며 담배 한 대 태우기 좋은 날. 발목 위에서 적당하게 끝나는 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빗길을 추적거리며 걷기 좋은 날. 봄꽃 잎사귀에 있지도 않을 봄냄새를 맡아가며 청승떨기 좋은 날. 오늘처럼, 4월 말 즘의 비가내리는 날이 딱 이런 날이다. 거기에 팔자가 초식남이라도 된다면 두 번 말하면 잔소리, 딱 어울리는 날이다. 봄이 오려는 듯한 이 즘에 가보면 좋을 만한 기획전이 있다. 덕성여대 서양학과 교수를 역임했던 이대나온 여류화가 김애영 작가다.
<맞다. 새벽의 산에 오르면, 더도 말고 딱 이 모습이다. 새벽Dawn/2003~2010 27[1].3×41.0cm oil on canvas>
작가 김애영은 오랫동안 제한된 일정한 소재를 통해 일관된 자기 세계를 보여줬다. 한국의 전형적인 산의 모습을 부드럽게 표현하는데, 그가 그리는 산은 지극히 단순하여 한없는 명상의 세계로 이끌어 신비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 감나무가 있는 풍경은 전형적인 한국의 풍경이며, 풍성함과 여유로움이기도 하다. 그의 최근 작품은 내용에서 뿐 아니라 색채의 절제에서도 단순의 극치를 보여준다. 한국적 정서의 단아한 색상과 표현으로 넉넉함과 포근함, 그리고 애틋함을 자아낸다. 한편으로, 강렬하고 단순한 색상의 대비와 조화로 표현한 그의 예술세계는 때로는 각성제와도 같다. 그의 작품은 정서를 편안하게 이끌어 가지만, 끝없는 사념에 잠기게 유도하기 때문이다. 보면 볼 수록 빠져든다는 건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이다. 아무튼, 날씨가 풀려가는 이 즘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동시에 봄을 느끼는 건, 뭘 해도 좋을 날에 하면 가장 좋을 일일 거다.
전시명: 산 그리고 봄이 오는 소리, 김애영 전
전시기간: 5월 4일(화) 오후 5시부터 6월 6일(일)까지
관람문의: 02. 737. 8999
PS
<성곡미술관>의 도슨트는 매일 2회로 오후 두 시와 네 시이다. 또한 참고로, '클로즈 온 먼데이'다.
산 그리고 봄이 오는 소리, 김애영 전
창가에 앉아 부슬부슬 비를 보며 담배 한 대 태우기 좋은 날. 발목 위에서 적당하게 끝나는 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빗길을 추적거리며 걷기 좋은 날. 봄꽃 잎사귀에 있지도 않을 봄냄새를 맡아가며 청승떨기 좋은 날. 오늘처럼, 4월 말 즘의 비가내리는 날이 딱 이런 날이다. 거기에 팔자가 초식남이라도 된다면 두 번 말하면 잔소리, 딱 어울리는 날이다. 봄이 오려는 듯한 이 즘에 가보면 좋을 만한 기획전이 있다. 덕성여대 서양학과 교수를 역임했던 이대나온 여류화가 김애영 작가다.
<맞다. 새벽의 산에 오르면, 더도 말고 딱 이 모습이다. 새벽Dawn/2003~2010 27[1].3×41.0cm oil on canvas>
작가 김애영은 오랫동안 제한된 일정한 소재를 통해 일관된 자기 세계를 보여줬다. 한국의 전형적인 산의 모습을 부드럽게 표현하는데, 그가 그리는 산은 지극히 단순하여 한없는 명상의 세계로 이끌어 신비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 감나무가 있는 풍경은 전형적인 한국의 풍경이며, 풍성함과 여유로움이기도 하다.
그의 최근 작품은 내용에서 뿐 아니라 색채의 절제에서도 단순의 극치를 보여준다. 한국적 정서의 단아한 색상과 표현으로 넉넉함과 포근함, 그리고 애틋함을 자아낸다. 한편으로, 강렬하고 단순한 색상의 대비와 조화로 표현한 그의 예술세계는 때로는 각성제와도 같다. 그의 작품은 정서를 편안하게 이끌어 가지만, 끝없는 사념에 잠기게 유도하기 때문이다. 보면 볼 수록 빠져든다는 건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이다. 아무튼, 날씨가 풀려가는 이 즘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동시에 봄을 느끼는 건, 뭘 해도 좋을 날에 하면 가장 좋을 일일 거다.
전시명: 산 그리고 봄이 오는 소리, 김애영 전
전시기간: 5월 4일(화) 오후 5시부터 6월 6일(일)까지
관람문의: 02. 737. 8999
PS
<성곡미술관>의 도슨트는 매일 2회로 오후 두 시와 네 시이다. 또한 참고로, '클로즈 온 먼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