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커플. 혜정과 동욱이의 일기 -104일째

주동희201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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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욱의 일기

 

혜정- 나 오늘부터는 저녁때 아무것도 안먹을거야. 살빼야돼.
동욱- 뺄데가 어딨다구 그래? 그냥 먹어~
혜정- 아냐 하나만 시켜. 난 바나나 먹을게

가방에서 바나나를 꺼내 오물오물 씹어먹는 그녀가 얄미워 보인다.
제육볶음 잘하는 식당에 왔는데 오늘따라 별로 맛도 없다.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것은 무척이나 불편한 일이다.
데이트의 많은 부분은 함께 씹고 삼키는 즐거움을 공유하면서 채워진다.
잘먹는 여자가 좋다고 말하는 남자들의 말은 진심이다.
내가 사주는 밥을 맛있다 고맙다 하면서 꿀꺽꿀꺽 삼키는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식당에서 음식을 일인분만 시키는 것도 민망하고
2인분을 시킨 다음 고스란히 남기는 건 더더욱 짜증나는 일이다.
여러모로 우리의 데이트가 무료하게 망가져 버리는 느낌이다.
저녁을 바나나로 때우더니, 술집에 와서는 안주도 못 시키게 한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닭다리를 뜯고 싶었는데 멀뚱멀뚱 술만 들이키고 있다.

저러고 집에 들어가서 야식을 정신없이 먹어대겠지.
그러고 또 내앞에선 진짜 다이어트를 할거라며 스트레스를 주겠지.
냉정하게 말해서 그녀의 몸매는 뚱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늘씬하다고
말할 순 없다. 그녀의 말대로 조금만 더 빼면 지금보다 더 예뻐질거라는 것도 안다.
그냥..내 앞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마술처럼 살을 빼고 나타났으면 좋겠다.

 

혜정의 일기

 

올여름엔 같이 바다에 가자고 그와 약속했다.
함께 바다를 걷고, 노을을 바라보는 로맨틱한 데이트....
그게 다가 아니다.
비키니를 입고 살짝 등을 돌려 오일을 발라달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려면 적어도 3킬로는 빼고, 접히는 뱃살과 옆구리살, 덜렁거리는 팔뚝살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혜정- 나 오늘부터는 저녁때 아무것도 안먹을거야. 살빼야돼.
동욱- 뺄데가 어딨다구 그래? 그냥 먹어~

그의 눈에 뺄 데가 있어 보이는지 없어 보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 살은 내가 안다.
후....좋아하지도 않는 제육볶음이 어쩜 저렇게 맛있어 보일까..
냠냠 소리를 내며 혼자 한 그릇을 다 먹어치우는 그가 야속하다.
자기도 뱃살 좀 빼야겠구만, 같이 보조 좀 맞춰주면 어디가 덧나나?? 치.
남자들은 하여간 속편하다니깐.

영화볼때는 혼자 캬라멜 팝콘을 한통 다 먹어치우더니
술집에 들어와서는 내가 젤 좋아하는 닭다리 튀김을 주문한다.
그건 정말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단호하게 제지했다.
좀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오랜만에 다이어트 한다는데 이렇게 안 도와주는 그가
점점 더 얄미워 진다.
다 자기좋으라고 살빼는거지, 나혼자 좋자고 이러는 거냐고~~~!?
후...이제 막 시작했는데 벌써 이렇게 스트레스가 쌓이니 ..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