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16강 승전보가 모처럼의 기쁨을 주고 있다. 내친 기분으론 8강의 벽을 부수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자신감이 팽배해진 요즘이다.
그런데 축구협회장이라는 사람이 눈치도 없이 선수들의 병역특혜를 건의하겠다고 해서 구설에 올랐다.
밤잠을 안자도 좋을 만큼 신명나는 월드컵 낭보가 백령도 앞바다 천안함 사건의 울화통을 씻어주고 있던 판에 불쑥 병역특혜 발언이 튀어나와 월드컵의 기분을 얼마만큼 잡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병력특혜는 안된다. 왜 안되는가. 설사 특혜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축구협회장이라는 사람이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아마도 월드컵 16강에 흥분한 나머지 앞질러나간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16강을 확정지은 남아공 더반은 우리에게 인연이 깊은 곳이다. 36년 전인 1974년,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하는 아나운서의 라디오 중계에 귀를 기울이던 국민에게 프로복싱 홍수환 선수가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외쳤고 “수환아, 대한국민 만세다!”라고 하던 그의 모친의 음성이 온 국민을 들뜨게 했던 바로 그곳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에 온 홍수환 선수에게 한 첫마디가 “군인으로 조국방위의 임무를 다하면서 운동을 통해 국위를 떨쳤으니 자랑스럽고 기쁘다”는 것이었다.
세계밴텀급 챔피언이 되어 돌아온 홍수환은 그때 군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육군 일등병으로 복무중이었던 것이다.
홍수환은 경기 중에 귀가 찢어져 흐르는 피를 씻어가며 싸웠고, 그것을 알고 있는 박 대통령은 그의 귀를 만져보며 많이 걱정했다고 말하면서 “이 영광은 본인의 피눈물나는 평소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와 여러 선배들의 정성어린 후원이 컸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하여 더욱 분발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대통령은 홍 선수의 모친 황농선 여사에게 금일봉을 건넸고 참석자들이 모두 대통령 내외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후에 언론보도를 보니 홍 선수는 "대통령의 금일봉이 집 3채를 살 수 있는 거금이었다"면서 "그것의 절반을 뚝 떼어 권투협회에 주고 나머지는 전셋집을 늘려가는데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짜 챔피언은 권투 챔피언이 아닌 인생의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멋진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는 홍수환다운 말이다.
그런데 홍 선수와 악수를 하며 “이렇게 작은 손으로 챔피언이 됐느냐”고 기뻐하던 육영수 여사는 그로부터 한달도 안되어 문세광 사건으로 서거했다. 홍 선수는 언론을 통해 육 여사 이야기를 수차례나 하고 또 했다.
34년 전의 문세광사건과 다름없는 천안함 사건을 여전히 겪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병역특혜 발언이 나오니 “천안함 사건을 벌써 잊었느냐”고들 말하고 있다.
병역특혜가 안된다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니다. 축구협회장이 눈치를 모른다는 것도 천안함 때문만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도 야당인 민주당이 정치를 잘하고 이뻐서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밉기 때문이다. 강남 부자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싫고, 소신없이 이쪽저쪽 눈치를 보아가며 국민의 환심만 사려고 하는 것이 싫고, 그리고 군대 안갔다 온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앉아서 큰소리치는 것이 싫어서도 있다.
그런데 월드컵 선수들에게 특혜를 줄 경우 국민이 뭐라고 하겠는가. “너희끼리 다해먹냐”, “군대 안가면 출세하고 군대 갔다오면 등신이냐” 이런 말이, 전쟁 60년이 지나도록 휴전상태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더욱 분란을 초래할 이런 말이 나와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왕년의 챔피언 홍수환을 떠올리는 것은 이번 월드컵에 대한 국민의 열기가 축구협회장의 병역특혜 발언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오해를 받거나 그들의 영예를 지우는 것으로 바뀌어서는 안되겠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모쪼록 우리 월드컵 젊은이들이 잘 싸워 8강의 벽을 부수고 기왕이면 포르투갈을 만나기 바란다. 만나서 0 대7로 북한 선수들이 진 빚을 갚아주기 바란다.
어차피 오늘의 젊은 세대가 ‘한반도 원상회복’(통일)의 주인공이 될 때에는 북한의 빚을 갚고 새 역사의 이정표를 향해 달려가야 할 테니까. (by 김인만)
월드컵과 병력 논란
월드컵과 병역 논란 ´면제자공화국´ 욕듣고 싶나
남아공 월드컵 16강 승전보가 모처럼의 기쁨을 주고 있다. 내친 기분으론 8강의 벽을 부수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자신감이 팽배해진 요즘이다.
그런데 축구협회장이라는 사람이 눈치도 없이 선수들의 병역특혜를 건의하겠다고 해서 구설에 올랐다.
밤잠을 안자도 좋을 만큼 신명나는 월드컵 낭보가 백령도 앞바다 천안함 사건의 울화통을 씻어주고 있던 판에 불쑥 병역특혜 발언이 튀어나와 월드컵의 기분을 얼마만큼 잡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병력특혜는 안된다. 왜 안되는가. 설사 특혜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축구협회장이라는 사람이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아마도 월드컵 16강에 흥분한 나머지 앞질러나간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이 16강을 확정지은 남아공 더반은 우리에게 인연이 깊은 곳이다. 36년 전인 1974년,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하는 아나운서의 라디오 중계에 귀를 기울이던 국민에게 프로복싱 홍수환 선수가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외쳤고 “수환아, 대한국민 만세다!”라고 하던 그의 모친의 음성이 온 국민을 들뜨게 했던 바로 그곳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에 온 홍수환 선수에게 한 첫마디가 “군인으로 조국방위의 임무를 다하면서 운동을 통해 국위를 떨쳤으니 자랑스럽고 기쁘다”는 것이었다.
세계밴텀급 챔피언이 되어 돌아온 홍수환은 그때 군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육군 일등병으로 복무중이었던 것이다.
홍수환은 경기 중에 귀가 찢어져 흐르는 피를 씻어가며 싸웠고, 그것을 알고 있는 박 대통령은 그의 귀를 만져보며 많이 걱정했다고 말하면서 “이 영광은 본인의 피눈물나는 평소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와 여러 선배들의 정성어린 후원이 컸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하여 더욱 분발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대통령은 홍 선수의 모친 황농선 여사에게 금일봉을 건넸고 참석자들이 모두 대통령 내외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후에 언론보도를 보니 홍 선수는 "대통령의 금일봉이 집 3채를 살 수 있는 거금이었다"면서 "그것의 절반을 뚝 떼어 권투협회에 주고 나머지는 전셋집을 늘려가는데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짜 챔피언은 권투 챔피언이 아닌 인생의 챔피언”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멋진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는 홍수환다운 말이다.
그런데 홍 선수와 악수를 하며 “이렇게 작은 손으로 챔피언이 됐느냐”고 기뻐하던 육영수 여사는 그로부터 한달도 안되어 문세광 사건으로 서거했다. 홍 선수는 언론을 통해 육 여사 이야기를 수차례나 하고 또 했다.
34년 전의 문세광사건과 다름없는 천안함 사건을 여전히 겪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병역특혜 발언이 나오니 “천안함 사건을 벌써 잊었느냐”고들 말하고 있다.
병역특혜가 안된다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니다. 축구협회장이 눈치를 모른다는 것도 천안함 때문만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도 야당인 민주당이 정치를 잘하고 이뻐서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밉기 때문이다. 강남 부자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싫고, 소신없이 이쪽저쪽 눈치를 보아가며 국민의 환심만 사려고 하는 것이 싫고, 그리고 군대 안갔다 온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앉아서 큰소리치는 것이 싫어서도 있다.
그런데 월드컵 선수들에게 특혜를 줄 경우 국민이 뭐라고 하겠는가.
“너희끼리 다해먹냐”, “군대 안가면 출세하고 군대 갔다오면 등신이냐” 이런 말이, 전쟁 60년이 지나도록 휴전상태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더욱 분란을 초래할 이런 말이 나와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왕년의 챔피언 홍수환을 떠올리는 것은 이번 월드컵에 대한 국민의 열기가 축구협회장의 병역특혜 발언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오해를 받거나 그들의 영예를 지우는 것으로 바뀌어서는 안되겠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모쪼록 우리 월드컵 젊은이들이 잘 싸워 8강의 벽을 부수고 기왕이면 포르투갈을 만나기 바란다. 만나서 0 대7로 북한 선수들이 진 빚을 갚아주기 바란다.
어차피 오늘의 젊은 세대가 ‘한반도 원상회복’(통일)의 주인공이 될 때에는 북한의 빚을 갚고 새 역사의 이정표를 향해 달려가야 할 테니까. (by 김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