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조차 몰랐던 네이트판의 이곳 메뉴에 가끔 들어와 위로를 받고 그러는 것도 벌써 3개월이 되었어요^^...그냥 기분이 울적해 문득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하네요.
20대 중반의 나이, 결코 적진 않지만..
당시의 남자친구와는 이미 헤어진 후였고, 둘다 학생이었기에 고민도 없이 수술을 결정했었죠. 임신 사실을 알게되고, 점점 그게 현실로 느껴지면서, 어떻게 해야할까...고민했죠. 아무생각도 안나요. 결국 1달만에 연락해 전남자친구에서 사실을 알려주고, 그리고 집에 들어와 가장 친한 친구와 울먹이며 통화를 했죠. 이 모든것이 2시간정도만에 다 이루어졌어요.
저는 굉장히 낙관적이고, 욕심도 많고, 또 그만큼 자존심도 셉니다. 남들이 보기에 언제나 유머러스하고 쾌활하고 밝은 여장부쯤으로 생각할거에요. 물론 욕심이 많은 만큼 넘어야할 산도 많았고, 그만큼 힘든 시기도 많았겠죠. 하지만 언제든 잘 이겨내왔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생리불순이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다고 여겼던 제가 병원에 갔을때는(콘돔을 사용했기에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착상혈도 보였고, 몸이 너무 힘들었는데도 말이죠) 이미 15주였고, 의사선생님은 우선 되도록 낳는 쪽으로 생각해보라고 하시고, 만약 그게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내일 비 온대요.'같이, 일기예보 말하는 것처럼 너무 담담하게 '임신인대요~' 라고 하셨던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 담담하게 말씀하시니까 그만큼 더 실감도 안났던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 탈 생각은 안하고 병원 계단을 걸어내려왔는데, 1층에 도착하니 그 평소에 강하던 저도 다리가 후들거려 주저앉아 버렸어요. 그리고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다음날 수술대에 오르기까지.... 하루도 안걸렸어요.
이미 헤어졌던 남자친구와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더욱 낳아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빨리 수술을 해야한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여기 글올려주시는 다른 여자분들처럼 헤어졌던 남자친구와의 갈등, 뭐 그런 것들이 일어날 시간도 없었어요. 저는 그저 '지워야한다'라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참 독하지 않나요 저..
처음 이야기 할때, 오히려 남자친구가 '수술'이나 '지운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제게 미안해하고, '낳는단 생각은 안하냐' 는 말도 했습니다.
모르겠어요. 오늘 임신 사실을 알았고, 내일 당장 수술을 해야하는 게 아니었고 제게도 다른 사람들처럼 몇일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아무래도 수술은 했을 것 같아요. 학교도 끝내야하고, 그렇게 욕심많은 전데, 예상치 못한 출산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죠. 수술 이외에 다른 선택은 그냥 제겐 없었어요.
그렇게 다음날이 밝았어요. 이런말하면 정말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그날밤 방에서 혼자 생각을 하니 '별거 아니다'라는 생각마저 들더라구요. 내가 겪었던 많은 챌린지 중 하나일 뿐일수도 있는거라고.
다음날 그 남자애와 아침부터 찾아와준 제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병원에 갔어요. 바로 수술이 되고 그러는 건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9시까지 반드시 와야한다고 해서, 그렇게 갔지만 이것저것 약도 먼저 먹어야되고 주사도 맞고.. 집에 왔다갔다 하면서 수술은 3시에 했습니다. 그렇게.... 제 뱃속에 생명체를 보냈습니다.
수술대에 두 다리를 벌리고 누우니 그제서야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실은 그 전날부터 무서워하고 있었던게, 결국 수술대 위에 올라서야 제가 느끼게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느꼈던 것보다 제 얼굴에 나타난 무서움이 더 컸나봐요. 덤덤하게 임신사실을 알려주셨던, 지금 생각하면 아마 제가 수술을 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따뜻한 미소나 출산에 관련된 그런 희망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걸 일부러 삼갔셨을 의사선생님(여자분이세요)....께서 들어오셔서 제 손을 꼭 잡아주시더군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취액이 들어가기 직전까지 짧지만 그 순간동안 제 손을 잡아주시는데, 그때야 비로소 '아 내가 엄청나게 큰일을 하고 있는거구나, 이건 내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겼었던 그런 힘든 시간과는 전혀 다른거구나, 내 인생에서 영원히 아픈 기억으로 안고가야하는 거구나' ,,,,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눈물이 흐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마취액에 정신이 희미해졌어요.
수술당일 아침부터 수술실 들어가기 직전까지 그냥 덤덤한 모습을 보였던 저였기에,, 마취가 풀려 의식이 돌아와 자기 얼굴을 보고 펑펑 울어버린 저를 보고 친구도 같이 울 수밖에 없었을 거에요.
네, 정신이 들어 친구얼굴과 그 남자애, 그리고 좁은 회복실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렇게 덤덤했던 저였는데, 저도 모르게 펑펑 눈물이 나더라구요. 평생 지고가야할 죄를 저질렀다는 걸 비로소 알았으니.... 그제서야 내 뱃속에 들어있던 생명체가 그 다른 무엇이 아닌 내가 15주동안 품고 있었던 내 아기가 될 존재였구나....를 알았던 것 같습니다.
수술날이 금요일이었기에, 토요일, 일요일을 친구와 함께 미역국 끓이는 방법도 배우고(제가 학교때문에 혼자 나와있는 자취생이에요)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함께 보내고.. 친구는 다음 월요일을 위해 집으로 돌아간 후.. 일요일 저녁이 되었어요.
수술후 처음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된거죠.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고.... 그리고 저도 다음날 수업을 들어가기 위해, 뱃속의 생명체를 지워버리고 늘 그렇듯 평소처럼 돌아가는 세상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 잠을 청했죠, 그리고.. 한 이틀이 지났어요. 아무렇지 않은척 학교친구들을 대하고,(물론 밥맛이 없어 밥도 같이 안먹고 좀 우울한 표정을 짓긴 했겠죠)... 그렇게 하니 시간은 잘 흘러가더군요.
이틀이 지나고, 점점 괜찮아 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또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그 어둠속에서 그제서야 비로소 제가 한 일이 너무 실감이 났어요. 아 정말.... 가슴이 미어온다는 게 어떤건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겠더군요. 내가 내 아기를 없앴구나. 내가 내 손으로 내 아기를 지워버렸구나. 말그대로 가슴이 터질듯이 너무 아팠습니다.
수술 얼마 후부터는 미친듯이 운동다니고, 수업다니고, 과제며 조별발표, 수술때문에 갑자기 그만두었던 알바도 다시 찾아서 하고.. 스터디도 두개씩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요. 술 마시면 더 약해질 것 같아 술자리도 다 거절했어요. 친구들 만나서 수다떨기 보다 뭐 하나라도 더 찾아서 바쁘게 움직이고만 싶었던 것 같어요.
모르겠어요. 딱히 힘들다고는 생각안했는데. 제 머리에서 먼저 바쁘게 움직이고 싶었던 것보면... 그 이틀째 밤이 다시 찾아올까 무서웠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지금까지 3개월이 조금 지났어요. 학점도 잘나왔고, 남부럽지 않은 토익점수까지 받고, 지금은 또 다른 걸 위해 열심히 살고 있네요.
하지만 이렇게 2개월, 3개월 시간이 지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답게 툴툴 털어버리고 다 잊고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 반대네요..
평생 이렇게 죄책감 느끼며 아픈 고통으로 안고 가는게 맞는건가요?
친구는 (물론 절 위해서 한 말이겠지만), 너무 의미 주지 말라고. 하지만..
뱃속에 아기 지웠다는 이 죄책감을 평생 지고 가는 게 맞는지, 한편으로는(낙태는 정말 불행하고 끔찍한 일이지만) 예전의 욕심 많고 강한 저처럼 툴툴 털어(낼수 있다면) 내버리고 살아도 되는건지. 뱃속에 '아기'한테 미안한 마음보다 내 자신을 먼저 챙기는 내가 굉장히 독하고 이기적인 사람인건지.
요즘은 ,,,,, 후회마저 드네요. 낳았더라면. 어떘을까, 생각마저 들고요..
시간을 되돌린다면, 지우지 않을까. . .
다 의미없는 생각인데 말이죠.
괜찮다가도, 이렇게 주말 밤이 되면 자꾸 생각이 나요.
임신인거 모르고 외국여행 갔다오고 , 보드도 타러다니고, 교통사고도 크게당했고, 엑스레이 찍고, 입덧인지도 모르고 자꾸 소화안된다며 약도 먹고했는데도... 이상없이(검사를 해본건 아니지만) 내 뱃속에서 커갔던 생명체를 기어이 내 손으로 지웠다니. 차를 폐차시킬만큼 나름 크게 났던 교통사고였는데, 기적적으로 무사했던 걸 보면.. 저보다 아기를 살리려했던 하느님의 계시는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 아기를 내손으로 지웠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턱턱막혀와요.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수술한날, 바닥에 엎드려 누웠는데.... 그전까지 분명 아랫배에 느껴졌던 묵직한 느낌이 사라진걸 느껴지더라구요. 그 느낌이 자꾸 기억나네요.
수술후에도 다른 검사때문에라도 몇번 산부인과 더 가고 하니 이제는 그곳이 그 어느 병원보다 더 차갑고 가기싫은 곳이 되었습니다. 당연한 거죠. 트라우마가 되는 것이 당연해요.
길이 너무 길어졌네요. 지극히 개인적인 넋두리일 뿐인데.. 다른 분들에게 뭐 도움되는 말씀을 드리려고 쓴 글이 아니니 남는 것도 없겠지만..
이 글 읽으신 분들.. 수술까지 과정이 어땠든, 결국 저와 같은 결과에 다다른 여성분들이 대부분이시겠죠?,. 상처, 아픔, 이런 말을 쓰지는 않으렵니다. 피임 안해서 덜컥 애 만들어놓고 낳을 여건이 안되니 지워버리냐, 뱃속의 아이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라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살아보려고 하는것도 굉장히 이기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안좋은 일을 내 스스로 해버렸다고 해도, 결국 이 기억으로 살아가야되는건 우리자신이니..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단'말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비겁할지 몰라도, 열심히 살아가려면 이기적이 되는것도....어쩔 수 없는 거라 믿어요.
수술한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네요. ...
안녕하세요.
존재조차 몰랐던 네이트판의 이곳 메뉴에 가끔 들어와 위로를 받고 그러는 것도 벌써 3개월이 되었어요^^...그냥 기분이 울적해 문득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하네요.
20대 중반의 나이, 결코 적진 않지만..
당시의 남자친구와는 이미 헤어진 후였고, 둘다 학생이었기에 고민도 없이 수술을 결정했었죠. 임신 사실을 알게되고, 점점 그게 현실로 느껴지면서, 어떻게 해야할까...고민했죠. 아무생각도 안나요. 결국 1달만에 연락해 전남자친구에서 사실을 알려주고, 그리고 집에 들어와 가장 친한 친구와 울먹이며 통화를 했죠. 이 모든것이 2시간정도만에 다 이루어졌어요.
저는 굉장히 낙관적이고, 욕심도 많고, 또 그만큼 자존심도 셉니다. 남들이 보기에 언제나 유머러스하고 쾌활하고 밝은 여장부쯤으로 생각할거에요. 물론 욕심이 많은 만큼 넘어야할 산도 많았고, 그만큼 힘든 시기도 많았겠죠. 하지만 언제든 잘 이겨내왔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생리불순이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다고 여겼던 제가 병원에 갔을때는(콘돔을 사용했기에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착상혈도 보였고, 몸이 너무 힘들었는데도 말이죠) 이미 15주였고, 의사선생님은 우선 되도록 낳는 쪽으로 생각해보라고 하시고, 만약 그게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내일 비 온대요.'같이, 일기예보 말하는 것처럼 너무 담담하게 '임신인대요~' 라고 하셨던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 담담하게 말씀하시니까 그만큼 더 실감도 안났던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 탈 생각은 안하고 병원 계단을 걸어내려왔는데, 1층에 도착하니 그 평소에 강하던 저도 다리가 후들거려 주저앉아 버렸어요. 그리고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다음날 수술대에 오르기까지.... 하루도 안걸렸어요.
이미 헤어졌던 남자친구와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더욱 낳아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빨리 수술을 해야한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여기 글올려주시는 다른 여자분들처럼 헤어졌던 남자친구와의 갈등, 뭐 그런 것들이 일어날 시간도 없었어요. 저는 그저 '지워야한다'라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참 독하지 않나요 저..
처음 이야기 할때, 오히려 남자친구가 '수술'이나 '지운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제게 미안해하고, '낳는단 생각은 안하냐' 는 말도 했습니다.
모르겠어요. 오늘 임신 사실을 알았고, 내일 당장 수술을 해야하는 게 아니었고 제게도 다른 사람들처럼 몇일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 아무래도 수술은 했을 것 같아요. 학교도 끝내야하고, 그렇게 욕심많은 전데, 예상치 못한 출산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죠. 수술 이외에 다른 선택은 그냥 제겐 없었어요.
그렇게 다음날이 밝았어요. 이런말하면 정말 나쁠지도 모르겠지만, 그날밤 방에서 혼자 생각을 하니 '별거 아니다'라는 생각마저 들더라구요. 내가 겪었던 많은 챌린지 중 하나일 뿐일수도 있는거라고.
다음날 그 남자애와 아침부터 찾아와준 제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병원에 갔어요. 바로 수술이 되고 그러는 건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9시까지 반드시 와야한다고 해서, 그렇게 갔지만 이것저것 약도 먼저 먹어야되고 주사도 맞고.. 집에 왔다갔다 하면서 수술은 3시에 했습니다. 그렇게.... 제 뱃속에 생명체를 보냈습니다.
수술대에 두 다리를 벌리고 누우니 그제서야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실은 그 전날부터 무서워하고 있었던게, 결국 수술대 위에 올라서야 제가 느끼게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느꼈던 것보다 제 얼굴에 나타난 무서움이 더 컸나봐요. 덤덤하게 임신사실을 알려주셨던, 지금 생각하면 아마 제가 수술을 할 것을 알고 있었기에 따뜻한 미소나 출산에 관련된 그런 희망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걸 일부러 삼갔셨을 의사선생님(여자분이세요)....께서 들어오셔서 제 손을 꼭 잡아주시더군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취액이 들어가기 직전까지 짧지만 그 순간동안 제 손을 잡아주시는데, 그때야 비로소 '아 내가 엄청나게 큰일을 하고 있는거구나, 이건 내 스스로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겼었던 그런 힘든 시간과는 전혀 다른거구나, 내 인생에서 영원히 아픈 기억으로 안고가야하는 거구나' ,,,,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눈물이 흐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마취액에 정신이 희미해졌어요.
수술당일 아침부터 수술실 들어가기 직전까지 그냥 덤덤한 모습을 보였던 저였기에,, 마취가 풀려 의식이 돌아와 자기 얼굴을 보고 펑펑 울어버린 저를 보고 친구도 같이 울 수밖에 없었을 거에요.
네, 정신이 들어 친구얼굴과 그 남자애, 그리고 좁은 회복실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렇게 덤덤했던 저였는데, 저도 모르게 펑펑 눈물이 나더라구요. 평생 지고가야할 죄를 저질렀다는 걸 비로소 알았으니.... 그제서야 내 뱃속에 들어있던 생명체가 그 다른 무엇이 아닌 내가 15주동안 품고 있었던 내 아기가 될 존재였구나....를 알았던 것 같습니다.
수술날이 금요일이었기에, 토요일, 일요일을 친구와 함께 미역국 끓이는 방법도 배우고(제가 학교때문에 혼자 나와있는 자취생이에요)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함께 보내고.. 친구는 다음 월요일을 위해 집으로 돌아간 후.. 일요일 저녁이 되었어요.
수술후 처음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된거죠.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고.... 그리고 저도 다음날 수업을 들어가기 위해, 뱃속의 생명체를 지워버리고 늘 그렇듯 평소처럼 돌아가는 세상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 잠을 청했죠, 그리고.. 한 이틀이 지났어요. 아무렇지 않은척 학교친구들을 대하고,(물론 밥맛이 없어 밥도 같이 안먹고 좀 우울한 표정을 짓긴 했겠죠)... 그렇게 하니 시간은 잘 흘러가더군요.
이틀이 지나고, 점점 괜찮아 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또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그 어둠속에서 그제서야 비로소 제가 한 일이 너무 실감이 났어요. 아 정말.... 가슴이 미어온다는 게 어떤건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겠더군요. 내가 내 아기를 없앴구나. 내가 내 손으로 내 아기를 지워버렸구나. 말그대로 가슴이 터질듯이 너무 아팠습니다.
수술 얼마 후부터는 미친듯이 운동다니고, 수업다니고, 과제며 조별발표, 수술때문에 갑자기 그만두었던 알바도 다시 찾아서 하고.. 스터디도 두개씩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요. 술 마시면 더 약해질 것 같아 술자리도 다 거절했어요. 친구들 만나서 수다떨기 보다 뭐 하나라도 더 찾아서 바쁘게 움직이고만 싶었던 것 같어요.
모르겠어요. 딱히 힘들다고는 생각안했는데. 제 머리에서 먼저 바쁘게 움직이고 싶었던 것보면... 그 이틀째 밤이 다시 찾아올까 무서웠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지금까지 3개월이 조금 지났어요. 학점도 잘나왔고, 남부럽지 않은 토익점수까지 받고, 지금은 또 다른 걸 위해 열심히 살고 있네요.
하지만 이렇게 2개월, 3개월 시간이 지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답게 툴툴 털어버리고 다 잊고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 반대네요..
평생 이렇게 죄책감 느끼며 아픈 고통으로 안고 가는게 맞는건가요?
친구는 (물론 절 위해서 한 말이겠지만), 너무 의미 주지 말라고. 하지만..
뱃속에 아기 지웠다는 이 죄책감을 평생 지고 가는 게 맞는지, 한편으로는(낙태는 정말 불행하고 끔찍한 일이지만) 예전의 욕심 많고 강한 저처럼 툴툴 털어(낼수 있다면) 내버리고 살아도 되는건지. 뱃속에 '아기'한테 미안한 마음보다 내 자신을 먼저 챙기는 내가 굉장히 독하고 이기적인 사람인건지.
요즘은 ,,,,, 후회마저 드네요. 낳았더라면. 어떘을까, 생각마저 들고요..
시간을 되돌린다면, 지우지 않을까. . .
다 의미없는 생각인데 말이죠.
괜찮다가도, 이렇게 주말 밤이 되면 자꾸 생각이 나요.
임신인거 모르고 외국여행 갔다오고 , 보드도 타러다니고, 교통사고도 크게당했고, 엑스레이 찍고, 입덧인지도 모르고 자꾸 소화안된다며 약도 먹고했는데도... 이상없이(검사를 해본건 아니지만) 내 뱃속에서 커갔던 생명체를 기어이 내 손으로 지웠다니. 차를 폐차시킬만큼 나름 크게 났던 교통사고였는데, 기적적으로 무사했던 걸 보면.. 저보다 아기를 살리려했던 하느님의 계시는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 아기를 내손으로 지웠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턱턱막혀와요.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수술한날, 바닥에 엎드려 누웠는데.... 그전까지 분명 아랫배에 느껴졌던 묵직한 느낌이 사라진걸 느껴지더라구요. 그 느낌이 자꾸 기억나네요.
수술후에도 다른 검사때문에라도 몇번 산부인과 더 가고 하니 이제는 그곳이 그 어느 병원보다 더 차갑고 가기싫은 곳이 되었습니다. 당연한 거죠. 트라우마가 되는 것이 당연해요.
길이 너무 길어졌네요. 지극히 개인적인 넋두리일 뿐인데.. 다른 분들에게 뭐 도움되는 말씀을 드리려고 쓴 글이 아니니 남는 것도 없겠지만..
이 글 읽으신 분들.. 수술까지 과정이 어땠든, 결국 저와 같은 결과에 다다른 여성분들이 대부분이시겠죠?,.
상처, 아픔, 이런 말을 쓰지는 않으렵니다. 피임 안해서 덜컥 애 만들어놓고 낳을 여건이 안되니 지워버리냐, 뱃속의 아이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라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살아보려고 하는것도 굉장히 이기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안좋은 일을 내 스스로 해버렸다고 해도, 결국 이 기억으로 살아가야되는건 우리자신이니..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단'말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비겁할지 몰라도, 열심히 살아가려면 이기적이 되는것도....어쩔 수 없는 거라 믿어요.
불가능하다는걸 너무 잘알지만.. 한창 힘들때 여기서 본 글이 생각나네요.
시간이 지나서 엄마한테 꼭 다시 와달라는 말.
이말이 자꾸 기억이 나네요.
혹시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