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바보같은 사랑.... 숨이 막혀요

플레어2010.08.27
조회846

 

눈팅만 하다 처음으로 용기내어 글을 써 봅니다.

 

3년 동안 지독하게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물론 헤어진 상태는 아니구요.

얘기 하자면 좀 길어지지만 간략하게 얘기하겠습니다.

 

그녀와 저는 8살 차이입니다.

아주 오래전 그니깐 8년전쯤 그녀를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오프라인은 아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알게되었습니다.

그때 그녀는 고등학생 신분이었고 저는 사회인이었습니다.

장난기도 많고 무척이나 잘 따르던 아이였습니다.

물론 나이차이 때문에 마냥 아이로만 보았던 저였지만,

그녀는 얼굴도 모르는 저를 좋아했나 봅니다.

 

그러다 그녀가 고3이 되고 자연스레 연락이 끊기게 되었죠.

그러다 대학 졸업을 할 무렵 느닷없이 그녀의 쪽지가 몇 년 만에 왔습니다.

한참을 잊고 지내던 찰라에 그녀의 쪽지는 의아스럽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연락처를 알게되고 서로 문자도 주고 받고 전화 통화를 하는 횟수도 늘었습니다.

처음부터 그녀는 너무나 먼 거리에서 살았습니다.

저는 수도권에 살았고 그녀는 저 먼 전라도 광주에서 살았죠.

그녀를 잘 알기전만해도 평범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사는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용감하게도 자신의 감추고 싶은 얘기마저 털어놓았습니다.

어릴적 집을 나갔던 어머니 얘기와 불우했던 가정환경 얘기와

현재 자신이 살아가는 처지를........

너무나 놀랐습니다. 늘 밝고 씩씩했던 아이였으니깐요.

첫 사회생활이랍시고 쥐꼬리만한 월급에 매월 생활비에 쪼들려 버스비가 아까워 30분 이상을 걸어다니던 그녀였지요.

 

걱정이 마니 되었습니다. 밥이나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그러다 회사에서 지방 거래처 영업 때문에 말이 나왔습니다.

전라도 권역 영업을 아무도 안 맡을려고 할 무렵 제가 지원을 했습니다.

사실 고행중에 고행입니다. 한 번 영업 문제로 지방에 내려가면 1박 2일은 기본인데 전라도 권역은 기본이 2박 3일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생활을 포기해야 상황이었죠.

게다가 거기에 준하는 실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일정 패널티를 감수해야 할 정도로 기피하는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그게 눈에 보이질 않았죠.

매일 밥이나 제대로 먹는지 걱정이 되었고 그 추운 겨울날 출퇴근 때문에 30분 이상을 걸어다닌다는 말이 마음에 너무나 걸렸습니다.

적어도 지방 영업을 가면 며칠은 거기서 머무를 수 있기에 밥이라도 먹이고 퇴근은 아니라도 출근때라도 태워줄 수 있을거 같았습니다.

그런 생활을 6개월 정도 지속했던것 같습니다.

정말 힘든 생활이었죠, 멀쩡한 집을 놔두고 일주일의 절반을 집 밖에서 생활해야 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참 행복했습니다.

저녁때가 되면 데리고 나와서 맛있는거라도 사먹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그녀도 자꾸만 나를 따르고 의지하더군요.

 

그러는 동안 저두 그녀가 좋아졌고 이 사람은 꼭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신념이 생겼습니다. 내가 못 먹고 못 입는 한이 있어도 이 사람 어깨에 드리워진 무거운 짐을 대신 짊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을 제대로 못하는 아버지와 철없는 남동생 뒷바라지 하는 그녀가 안타깝기도 했지만 힘들어도 같이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나고 나서 처음으로 그녀가 결혼 얘기를 꺼내더군요.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뒷 상황은 너무나 뻔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치고 뒷처리 해야 하는 철이 안 든 아버지와 뭐하나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것이 없는 철없는 남동생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막혀 왔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살겠다고 발버둥치면서 아버지, 남동생 뒷바리지 하는 그녀를 보니 그 무거운 짐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사귀는 동안 물론 아버지, 남동생 때문에 돈도 많이 깨졌고 속도 많이 썩었습니다.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사랑하니깐........

 

떨어져 지내는것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던 찰라에 더 좋은 직장을 위해 서울에 오겠다는 그녀의 말에 결국은 올라오라고 했습니다. 직장을 얻을 동안만 어쩔 수 없이 3개월 가량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얻고도 한 달이 넘도록 같이 살았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아침해서 먹이고 회사 출근시켜주고 퇴근 시간 맞춰서 마중 나가고.......그런 생활의 반복이었죠. 그녀는 수습기간이라 돈벌이도 변변치 않았고 개인 용돈과 차비 정도가 전부였죠.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의 아버지와 남동생 문제로 돈은 꾸준히 지출되었구요. 그 와중에 전라도 영업을 하면서 거래처에서 발생한 부실 채권까지 제가 떠 안으면서 그야말로 재산의 탕진이었죠 ㅠ.ㅠ

 

그렇게 2년이 지날무렵, 원래도 이기적인 사람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심해지더군요. 나 힘든건 생각도 안하고 오로지 자기 이익만 찾더군요. 참으로 서운했습니다. 그런 서운함이 1년이 넘도록 누적되다보니 이 힘든 상황을 헤쳐나갈 용기가 사라지더군요.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질 못해서 성격적으로도 약간의 장애가 있고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나 상식밖의 말을 꺼내는 경우도 많았죠. 하루는 정말 미칠듯이 힘들고 짜증나는 일이 있어서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날은 회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전 사원이 퇴근도 못하고 비상근무 하던 날이었습니다. 여친은 잠깐 얼굴 보러 왔다며 제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구요. 제가 안 온다고 온갖 짜증을 부리더니 그냥 간다는 겁니다. 집에 와보니 정말 기겁할 일이 벌어져 있더군요. 티브이 리모컨은 던져진채 망거져 있고 옷과 책, 이불이 방안을 아무렇게 나뒹굴고 있더군요. 마치 도둑든 집 마냥 모든것이 엉망이었습니다. 너무나 화가나고 짜증이 나더군요. 흔히 남자들이 부부싸움 하면서 집안 기물을 파손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죠.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헤어지자 했더니 정말 헤어지면 죽겠다고 협박을 하고 울더군요. 결국은 화를 풀었습니다.

 

지금.......... 아직도 그때 회사 일 문제로 모든것이 망가져 있고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입니다. 여친은 여친대로 이유없이 짜증을 내고 지독할 정도로 이기적으로 행동합니다. 내 취향이나 생각은 모조리 무시되고 자기것만을 강요합니다. 너무 힘듭니다.

 

그리고 그때 일로 모든것이 망가져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전혀 관련없는 회사를 다닙니다. 주야근무를 하며 다시 착실하게 돈을 모으는 중이죠. 원래 있던 회사는 저와 절친한 형님과 그리고 형님의 오랜 사업 파트너와 함께 공동 설립한 회사였습니다. 내가 만든 손실은 내가 매워야 했으니 힘든건 당연한 거였구요. 다시 그 일을 시작하기 위해 휴일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는 중입니다. 그게 벌써 1년이 조금 넘었네요.

 

며칠전.......여친이 그러더군요. 언제까지 그 일을 계속 할거냐고. 내 일은 언제 할거냐고.....솔직히 결혼 자신없답니다. 물론 제가 지금 준비된게 없으니 그럴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너무 서운했습니다. 게다가 1년 사이에 여친이 참 많이 변한것 같습니다. 그토록 착실하고 악착같이 열심히 살던 사람이 이곳에 올라와 살면서 겉멋이 많이 들었다고 할까요? 조금은 방탕해진것도 같고 내면을 가꿀 생각은 안 하고 점점 흔히 말하는 된장녀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기 생각만 하고 내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그 사람을 보면서 난 도대체 뭔가 하는 생각만 듭니다. 물론 구구절절한 얘기가 더 많지만 더 하자면 며칠밤을 얘기해도 부족할거 같아서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자신이 없습니다. 내 자신이 없는것 같고 나는 도대체 누군지도 모르겠고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겠고 소모품인것만 같습니다.

 

제가 사랑을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전 사랑이 헌신이라고 배웠습니다. 잘못 알고 있다면 가르쳐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