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 6개월 차 29년을 살아온 그 곳 그 집을 팔 때의 기분이란 실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가히 알 수가 없다 그 곳에서 초중고대학까지 졸업하고 이십대의 모든 시절을 먹고 자고 했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집은 내 놓자마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눈 깜짝할 새 팔려 나갔다 손이 부지런한 엄마 덕에 20년을 버텨 온 집은 새 집처럼 반짝거렸고 새로 들어올 댁에서는 하루라도 날짜를 당겨 입주하고 싶어했다 아빠가 직접 지은 우리 집 시멘트 벽지 싱크대 목조 장판 샹들리에 욕실타일 현관문 복도 대리석 자동센서 창문틀 강화유리 베란다 옥상물탱크 하나 하나 당신네들의 손이 닿았던 그 곳을 이젠 다른 이들이 만지고 쓰다듬겠지 키웠던 강아지를 딴 집에 보내도 서글픈 법인데 하물며 20년 넘게 산 이 집을 다른 안주인에게 넘겼을 때 엄마의 기분은 어땠을까 뉴타운 덕에 후덕한 값을 받은 아빠는 연신 새로 이사갈 집 구경에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엄마는 그렇지 않았다 엄마는 그러질 못했다 이사를 가는 날까지도 새 집주인에게 집안의 이곳저곳을 안내해주며 마치 3박4일 렌트 해 주는 별장 주인처럼 못내 미더운 눈치였다 - 엄마와 아빠는 아빠의 사무실이 있는 망우동으로 이사를 했고 언니와 나는 우리집의 3분 거리에 있는 주택으로 짐을 옮겼다 나와 언니는 그렇다쳐도 태어나 처음으로 다른 동네 살이를 하게 된 엄마는 매일 매일이 곤욕이었다 지나가면 엉덩이 붙이고 눌러앉아 반찬거리 사러 나온 것도 잊어버린채 수달 떨던 흑석 시장과는 달리 엄마네 집 앞엔 공룡만 한 이마트가 떡 하니 있다 상가건물과는 거리가 멀었던 조용한 집들이 오밀조밀 붙어있던 옛동네와는 달리 엄마네 집 앞은 체인점 맥주집과 단체석 가든이 즐비하다 저녁 6시만 되면 네온사인 가득한 불야성이 된다 당시 엄마는 젖도 안 뗀 새끼가 어미개를 잃어버린 것처럼 초조하고 우울해했다 그리고 아빠는 매일 새로운 맥주집을 찾아다니는 재미에 엄마를 모른 척 했다 그러자 이주일에 한 번꼴로 김치 핑계를 대며 김치통을 바리바리 싸들고 흑석동집에 들르기 시작했고 엄마는 흑석동에만 오면 생기가 넘쳐 혈당이 쭉쭉 내려가는 호전을 보였다 - 이사하고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엄마네 집엘 가 봤다 일 핑계 대고 한 번도 들른 적 없던 그 곳 택시비만 만육천원이 넘는다 엄마와 나의 만남의 장소는 역시나 이마트 앞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내 새끼-하는 표정으로 근처 식당에 들어가 밥 부터 먹이신다 난 배고픈 척하며 비빔밥 한 그릇을 열심히 먹는다 엄마가 시킨 국밥까지 몇 수저 더 뜬다 먹고 있는데도 더 먹으라고 - 엄마는 한 수저도 뜨지 않은 국밥 그릇을 어느 새 내 코 앞에 밀고 있다 어쩌면 지금도 엄마는 망우동 집이 많이 낯설겠다 거대한 저 건물들 사이에서 작고 삐쩍마른 50대의 여자 그 여자의 그림자는 이 길거리에 녹아들지 못하고 자꾸만 허공을 떠 돈다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이제는 엄마 아빠의 집이라고 부르는, 그 집이 마치 3D 영화에 나오는 가상 현실 같다 안방 티브이 위에 걸린 이제는 10년이 된 촌스럽기 그지없는 가족사진 '아 나 대학 갔다고 아빠가 기념이라고 찍자했던 그 사진이지' 픗- 오래된 장맛 같은 웃음이 새어 나온다 엄마가 자두를 씻는 동안 엄마 베개를 베고 누워 사진을 바라본다 '엄마는 매일밤 허기진 마음을 이렇게 달랬겠구나' 자고 가라고 이부자리를 피던 엄마를 뒤로 한 채 엄마 고쟁이를 벗어 고이 접어 놓고 나는 다시 흑석동 집으로 와 버렸다 6개월만에 처음으로 막내딸이 집에 온다고 선풍기 사다놓고 고기 재워놓고 나 입을 잠옷까지 데려놓았던 50대 여자, 엄마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좀 더 있다가는 조짐이 이상하겠다싶어 얼른 그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나선다 잠옷 바람으로 뒤따라 나오는 엄마 우린 또 다시 이마트 앞까지 걸었다 '아침에 빵 먹지마' '언니가 괴롭히면 엄마집으로 와' '너희집 김치 다 떨어졌을텐데' '이 시간에 택시 타면 위험한데' '선풍기 너무 얼굴에 틀어놓고 자지 마' '여름엔 잘 먹어야 돼 군것질도 그냥 다 해' '그래도 집 밥을 먹어야 되는데' '니가 입이 까다로워서 내 밥 멕여야 되는데' 생이별하는 연인들도 이만큼은 서럽겠지 엄마를 두고 성큼 성큼 걷던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종달새 같은 엄마의 넋두리에 심장이 울컥 딱히 할 대답이 없어서 막막 설명하기도 벅찬 감정 덕에 코끝이 시큰 금방이라도 왈칵할것 같은데 망할 택시는 타이밍 좋게도 참 안 잡힌다 끝끝내 자고 가라며 가방을 끌어 당기는 엄마를 좋게 두고 오면 어디가 덧나서 '내일 일 있다고!' 괜히 심술을 부린다 엄마는 그제야 에휴 그럼 피곤하게 오지말고 주말에 와서 자고가지한다 쭈삣거리던 나는 뒤에 있고 가열차게 택시를 잡는 엄마는 내 앞에 있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역시나 이곳은 택시가 영 안 잡힌다 그러자 엄마는 그 새를 못참고 또 다시 일장연설이다 '그래도 밥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엄마네로 와 너가 오기 전에 전화만하면 엄마가 밥 차릴 수 있잖아' .......... ......... ........ ......... ....... 그러다말고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엄마의 옆 얼굴이 보인다 퉁퉁거리며 나는 '왜' 그러자 떨리는 대답 '아니 다른게 아니구 엄마가 요새 드는 생각인데 내가 이제 나이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너희가 막 큰 소리치면 엄마가 되게 서운해' '''''''''''' ''''''''''''' '''''''''' ''''''''''' ''''''''' 내가 탄 택시가 사라질 때까지 택시 번호판 넘버를 외우는 사람 나는 그런 엄마를 눈 앞이 흐려져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질때까지 백미러로 보고 또 보았다 동네에 도착해 택시비를 내려고 가방을 보니 언제 찔러넣었는지 신사임당 4장이 고이 접혀있다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걸었지만 잘 도착했다는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왜 이리 금새 도착했냐고 묻길래 기사 아저씨가 심하게 밟아서 오는 내내 후덜거렸다고 싱겁지도 않은 농담 한 마디 더 했을 뿐 사고 날 뻔 했다는 말에 엄마는 그 기사 아저씨를 향해 세상의 모든 욕을 퍼 부었다 - 하루도 안 자고 가 버린 나 때문에 엄마는 오늘밤 많이도 뒤척이겠지 비가 오는 밤이니 다른 날보다 무릎이 더 시려웁겠지 나 온다고 아침에 사다두었던 작은 선풍기 어디다 두어야 할 지 몰라 내일 아침 베란다를 두리번 거리겠지 싸 주려던 김치 포기를 내내 바라보며 얼른 흑석동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겠지 - 그런 엄마 덕분에 나는 지금 쉬이 잠들지 못하고 있다 긴 밤이다 하늘과 땅 사이로 떨어지는 비 한방울의 무한한 중력보다 망우동과 흑석동 사이를 가로지르는 피 한방울의 무조건적인 인력에 나는 지금 쉬이 잠들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 긴 밤이다
엄마 엄마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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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 6개월 차
29년을 살아온 그 곳 그 집을 팔 때의 기분이란
실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가히 알 수가 없다
그 곳에서 초중고대학까지 졸업하고
이십대의 모든 시절을 먹고 자고 했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집은 내 놓자마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눈 깜짝할 새 팔려 나갔다
손이 부지런한 엄마 덕에
20년을 버텨 온 집은 새 집처럼 반짝거렸고
새로 들어올 댁에서는 하루라도 날짜를 당겨
입주하고 싶어했다
아빠가 직접 지은 우리 집
시멘트 벽지 싱크대 목조 장판 샹들리에 욕실타일 현관문
복도 대리석 자동센서 창문틀 강화유리 베란다 옥상물탱크
하나 하나 당신네들의 손이 닿았던 그 곳을
이젠 다른 이들이 만지고 쓰다듬겠지
키웠던 강아지를 딴 집에 보내도 서글픈 법인데
하물며 20년 넘게 산 이 집을 다른 안주인에게 넘겼을 때
엄마의 기분은 어땠을까
뉴타운 덕에 후덕한 값을 받은 아빠는
연신 새로 이사갈 집 구경에 상기된 표정이었지만
엄마는 그렇지 않았다
엄마는 그러질 못했다
이사를 가는 날까지도
새 집주인에게 집안의 이곳저곳을 안내해주며
마치 3박4일 렌트 해 주는 별장 주인처럼
못내 미더운 눈치였다
-
엄마와 아빠는 아빠의 사무실이 있는 망우동으로 이사를 했고
언니와 나는 우리집의 3분 거리에 있는 주택으로 짐을 옮겼다
나와 언니는 그렇다쳐도
태어나 처음으로 다른 동네 살이를 하게 된 엄마는
매일 매일이 곤욕이었다
지나가면 엉덩이 붙이고 눌러앉아
반찬거리 사러 나온 것도 잊어버린채 수달 떨던
흑석 시장과는 달리
엄마네 집 앞엔 공룡만 한 이마트가 떡 하니 있다
상가건물과는 거리가 멀었던
조용한 집들이 오밀조밀 붙어있던
옛동네와는 달리
엄마네 집 앞은 체인점 맥주집과 단체석 가든이 즐비하다
저녁 6시만 되면 네온사인 가득한 불야성이 된다
당시 엄마는 젖도 안 뗀 새끼가 어미개를 잃어버린 것처럼
초조하고 우울해했다
그리고 아빠는 매일 새로운 맥주집을 찾아다니는 재미에
엄마를 모른 척 했다
그러자 이주일에 한 번꼴로 김치 핑계를 대며
김치통을 바리바리 싸들고 흑석동집에 들르기 시작했고
엄마는 흑석동에만 오면
생기가 넘쳐 혈당이 쭉쭉 내려가는 호전을 보였다
-
이사하고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엄마네 집엘 가 봤다
일 핑계 대고 한 번도 들른 적 없던 그 곳
택시비만 만육천원이 넘는다
엄마와 나의 만남의 장소는 역시나 이마트 앞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내 새끼-하는 표정으로
근처 식당에 들어가 밥 부터 먹이신다
난 배고픈 척하며 비빔밥 한 그릇을 열심히 먹는다
엄마가 시킨 국밥까지 몇 수저 더 뜬다
먹고 있는데도 더 먹으라고 -
엄마는 한 수저도 뜨지 않은 국밥 그릇을
어느 새 내 코 앞에 밀고 있다
어쩌면 지금도 엄마는 망우동 집이 많이 낯설겠다
거대한 저 건물들 사이에서
작고 삐쩍마른 50대의 여자
그 여자의 그림자는 이 길거리에 녹아들지 못하고
자꾸만 허공을 떠 돈다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이제는 엄마 아빠의 집이라고 부르는,
그 집이 마치 3D 영화에 나오는 가상 현실 같다
안방 티브이 위에 걸린 이제는 10년이 된
촌스럽기 그지없는 가족사진
'아 나 대학 갔다고 아빠가 기념이라고 찍자했던 그 사진이지'
픗- 오래된 장맛 같은 웃음이 새어 나온다
엄마가 자두를 씻는 동안
엄마 베개를 베고 누워 사진을 바라본다
'엄마는 매일밤 허기진 마음을 이렇게 달랬겠구나'
자고 가라고 이부자리를 피던 엄마를 뒤로 한 채
엄마 고쟁이를 벗어 고이 접어 놓고
나는 다시 흑석동 집으로 와 버렸다
6개월만에 처음으로 막내딸이 집에 온다고
선풍기 사다놓고 고기 재워놓고 나 입을 잠옷까지 데려놓았던
50대 여자, 엄마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좀 더 있다가는 조짐이 이상하겠다싶어
얼른 그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나선다
잠옷 바람으로 뒤따라 나오는 엄마
우린 또 다시 이마트 앞까지 걸었다
'아침에 빵 먹지마'
'언니가 괴롭히면 엄마집으로 와'
'너희집 김치 다 떨어졌을텐데'
'이 시간에 택시 타면 위험한데'
'선풍기 너무 얼굴에 틀어놓고 자지 마'
'여름엔 잘 먹어야 돼 군것질도 그냥 다 해'
'그래도 집 밥을 먹어야 되는데'
'니가 입이 까다로워서 내 밥 멕여야 되는데'
생이별하는 연인들도 이만큼은 서럽겠지
엄마를 두고 성큼 성큼 걷던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종달새 같은 엄마의 넋두리에
심장이 울컥
딱히 할 대답이 없어서 막막
설명하기도 벅찬 감정 덕에 코끝이 시큰
금방이라도 왈칵할것 같은데
망할 택시는 타이밍 좋게도 참 안 잡힌다
끝끝내 자고 가라며 가방을 끌어 당기는 엄마를
좋게 두고 오면 어디가 덧나서
'내일 일 있다고!'
괜히 심술을 부린다
엄마는 그제야
에휴 그럼 피곤하게 오지말고 주말에 와서 자고가지한다
쭈삣거리던 나는 뒤에 있고
가열차게 택시를 잡는 엄마는 내 앞에 있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역시나 이곳은 택시가 영 안 잡힌다
그러자 엄마는 그 새를 못참고
또 다시 일장연설이다
'그래도 밥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엄마네로 와
너가 오기 전에 전화만하면 엄마가 밥 차릴 수 있잖아'
..........
.........
........
.........
.......
그러다말고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엄마의 옆 얼굴이 보인다
퉁퉁거리며 나는
'왜'
그러자 떨리는 대답
'아니 다른게 아니구 엄마가 요새 드는 생각인데
내가 이제 나이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너희가 막 큰 소리치면 엄마가
되게 서운해'
''''''''''''
'''''''''''''
''''''''''
'''''''''''
'''''''''
내가 탄 택시가 사라질 때까지
택시 번호판 넘버를 외우는 사람
나는 그런 엄마를 눈 앞이 흐려져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질때까지 백미러로 보고 또 보았다
동네에 도착해 택시비를 내려고 가방을 보니
언제 찔러넣었는지 신사임당 4장이 고이 접혀있다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걸었지만
잘 도착했다는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왜 이리 금새 도착했냐고 묻길래
기사 아저씨가 심하게 밟아서 오는 내내 후덜거렸다고
싱겁지도 않은 농담 한 마디 더 했을 뿐
사고 날 뻔 했다는 말에
엄마는 그 기사 아저씨를 향해
세상의 모든 욕을 퍼 부었다
-
하루도 안 자고 가 버린 나 때문에
엄마는 오늘밤 많이도 뒤척이겠지
비가 오는 밤이니
다른 날보다 무릎이 더 시려웁겠지
나 온다고 아침에 사다두었던
작은 선풍기
어디다 두어야 할 지 몰라
내일 아침 베란다를 두리번 거리겠지
싸 주려던 김치 포기를 내내 바라보며
얼른 흑석동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겠지
-
그런 엄마 덕분에
나는 지금 쉬이 잠들지 못하고 있다
긴 밤이다
하늘과 땅 사이로 떨어지는
비 한방울의 무한한 중력보다
망우동과 흑석동 사이를 가로지르는
피 한방울의 무조건적인 인력에
나는 지금 쉬이 잠들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
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