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괴담 4 - 투신자살 귀신...

너죽201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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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생때부터 한가지 일을 시작했다. (정확한 직업을 언급하지 않는 것을 이해해 달라. 그냥 '일'이라고만 언급하겠다.)

그 후 이런 저런 일을 거쳐 부천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부천 심곡동의 작은 사무실이었다. 전에 술집이었던 곳을 개조해 사용하는 곳이었고, 나는 그곳의 막내로 6-7명들의 선배 형님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숙식도 그 곳에서 모두 해결하고 할당된 일만 하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생활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 곳은 5층짜리 건물이었는데 4층이 내가 거주중인 사무실이었고 5층에는 3가구 정도 되는 거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그 중 문제의 집은 약간의 우울증이 있는 여자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그 집의 구성원은 (직접 대화를 나누거나 물어본 적은 없지만) 대충 노모1 여인1 그리고 여인의 자식1 정도였다. 남편은 없었던것 같다.

여인이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어느날의 일이었다. 나와 함께 생활하던 선배1(이하 A선배라고 하겠다)은 어느날 아침 일찍 일어나 사무실 베란다로 나갔다.

창문을 열고 기지개를 켜는데 뭔가 이상하더란다. 내려다 보니 건물 앞 골목에 사람들이 줄줄 늘어서서 자신을 올려다 보고 있는 것이다.

선배는 한참을 머쓱해하다가,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들어 옥상쪽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경악했다. 윗층사는 여자가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있었던 것이다. 구경꾼들은 그 여자가 뛰어내릴까 걱정되어 가만히 있으라 소리를 지르고 구급차까지 불렀다.

결국 그 여자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구급차에 실려갔다.

그 이후로 우리는 그 여자를 꺼리게 되었다. 무엇보다 졸지에 눈 앞에서 자살을 목격하게 된 선배는 그 여자만 보면 노골적으로 인상을 쓰곤 했다.

그리고 한참간은 아무런 사건도 없었다. 모두들 그 사건을 거의 잊어 갔다. 그렇게 1년 가까이가 지났을 무렵이다.

나는 일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선배(이하 선배B라 칭하겠다)는 취침실에서 뒹굴거리며 쉬고 있었다.

취침실에는 창문이 붙어 있는데 B선배는 창문 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 구경하는 것을 제법 좋아했다(사실 모두가 좋아했다. 특히 여름에는...).

선배는 그 날도 사람구경을 시작했고, 나도, 그리고 다른 선배들도 B선배를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B선배가 갑자기

"안돼!!"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푸다닥 윗층으로 달려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참고로 4층과5층 사이에는 철창문이 설치되어 있다. 운 좋게 그 날 따라 그 문이 열려 있었던 모양이다.

깜짝 놀란 선배들이 뭔데? 뭔데? 하며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고, 다들 얼굴이 퍼렇게 질려서 뒤로 물러났다. 우리 사무실과 붙어 있는 바로 옆 사무실 사람들까지 무슨 일이냐며 뛰어 왔고, 선배들은 모조리 윗층으로 뛰어올라가거나 아랫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고 있어서 그 과정을 전혀 몰랐다. 선배들이 한참 푸닥거리를 하고 나서야 나는 소란스러움을 깨달았다.

나는 이어폰을 빼고 고개를 돌렸다. 막내였던 나는 화장실 바로 옆 자리였다. 취침실 문 바로 앞 자리이기도 했다.

C선배만 사무실에 남아 있었다.

-무슨일이에요 형?

-야, 지금 윗층 여자가-

C선배가 그렇게 말하는 찰나, 선배 뒷쪽의 창문으로 검은 뭔가가 슥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꿍!! 하는 둔탁한 소리

C선배는 말을 멈추고 바로 창밖을 내려다 보았고, 나도 식겁해서 창문으로 달려갔다.

뛰어 내린 것은 윗층 여자였다. 저번에는 미수로 그쳤던 투신자살을 이번에는 기어코 성공하고 만 것이다.

B선배가 윗층에서 비틀대며 내려왔다.

-실패했어. 눈 앞에서 놓쳤어... 하....

선배의 얼굴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따. 하지만 그 선배가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그 때까지 그렇게 자살한 사람을 처음 보았다. 게다가 여자는 내가 내려다 보는 창문 바로 아래에 누워 있었다. 나는 그 여자를 내려다 보았다. 여자는 하늘을 올려다 본 채로 누워 있었는데, 내가 내려다 보자 나를 빤히 올려다 보았다.

아직 죽지 않았던 것이다. 그 여자는 눈, 코, 입에서 모두 선지 같은 끈적한 피가 흐르고, 뒷통수쪽에서도 피가 새빨갛게 흐르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이미 의식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소름이 돋아 굳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한참만에 출동한 구급차에 의해 실려갔다. 나는 그 당시 그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었었다(여인을 찍는것은 왠지 꺼림칙 해서 구급차만 찍어 두었었다.). 여인이 떠난 자리에는 그녀가 흘린 선지피만 흥건하게 남아 있었다. 그 앞의 빨랫방 아주머니가 '집값떨어지게 .. 아.. 재수없어..'하는 식의 말을 중얼거리며 물을 뿌렸고, 그러고도 그 자리에는 검붉은 자리가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그 여인은 병원으로 이송된 후 사망했다고 한다.

사무실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다들 눈 앞에서 여자가 자살하는 것을 본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죽은 사람은 죽은 것이고 살 사람은 살아야 하는 것을.

얼마 후 우리는 그 일을 깨끗이 잊고 바쁜 생활을 이어 나갔다.

앞서 말했듯 사무실은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다. 한 낮에 자고 밤에 일 하는 식의 생활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몇몇 선배들은 낮밤이 뒤바뀐 그런 생활을 상당히 즐겼다.

나랑 상당히 친하던 D선배도 그런 부류중 하나였다.

그 선배가 내게 고민을 털어 놓은 것은 자살사건이 있은지 몇달이 지난 후였다.

선배가 말하길.

-야 요새 좀 이상해.

-뭐가요?

-밤에 있잖냐. 거의 나 아니면 E선배 둘이 깨어 있잖아.

-네. 그런데요?

-새벽에 계단에서 발 소리가 나.

-자주 그랬잖아요. 취객이 난입해서 자고 간 적도 있고...(실제로 그랬다...)

-그래. 처음 며칠은 그러고 넘겼는데 말야...

-네. 뭔가 이상해요?

-엇그제 나 혼자 있었잖냐. 또 발소리가 들리길래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네.

-발 소리가 안 가까워져. 안 없어지구..

-네..?

-계속 울려. 한 30분동안 쉬지 않고 계속. 가까워 지는것도 아냐. 사실 계단 올라오면 우리 사무실 문 앞을 무조건 지나가야 되잖아. 발 소리도 커지구...

-네.

-근데 계속 울려. 한 자리에서 계속 걷는 것 처럼...

-에이~ 착각이겠죠~ 아니면 계단에 오줌싸고 도망치는 그 자식 소행인가?(그때는 2층 계단에 오줌싸고 도망치는 놈이 한창 유행하고 있었다. 그 작자는 결국 똥까지 싸는 만행을 저질렀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넘겼다. 그런데 그 선배의 표정은 영 찝찝했다.

그 이후로 며칠간 선배들의 가까워 지지 않는 발소리에 대한 얘기가 종종 회자되었다. D선배 뿐만 아니라 E선배도 들었고, 그 이야기에 호기심을 느낀 A선배와 C선배도 함께 밤을 새곤 했다.

호기심이 동한 나도 밤을 같이 샜고, 그 날도 새벽에 계단에서는 발 소리가 들렸다. 괄괄한 성격의 A선배와 호기심 충만한 C선배가 출동한 것은 그 때였다.

둘은 발소리를 죽인 채 밖으로 나갔고, 한참만에 멍한 표정이 되어 돌아왔다.

-왜요?

하고 내가 묻자 선배들이 말했다.

-아무도 없어.

-에이~

A선배가 당황한듯 말했다.

-1,2층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서 내려갔더니 아무도 없어. 그런데.. 1층으로 내려가니까 3,4층 쪽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라고.

C선배가 말을 받았다.

-그래서 4층까지 다시 올라왔는데 이번엔 5층에서 들리더라고...

-5층 문 잠겼어요?

-그래. 그래도 철창사이로 올려다 보면 윗층 보이잖냐?

-네

-근데 아무도 없어.

그 후로 선배들은 한동안 야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귀신 사건의 서막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