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세상1

하루살이200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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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잠을 잤다.

2시간이 채 못 되는 잠을 잔 후에 퉁퉁 부운 얼굴과 꽉 잠긴 목소리로 누군가를 대면해야 한다는 사실이 곤혼스럽긴 해도 한편으로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한 일인지.

 

나의 일은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집이 일터고 일터가 집인..

행동반경을 따지자면 13평 남짓하는 사각의 틀이 고작이다.

그 것도 큰 방에 있는 컴퓨터 앞에서 지내는 시간이 반이니 나의 운동량은 형편없는 것이고 내가 하루 종일 만나는 사람이라야 우리 집을 드나드는 아이들이 고작이다.

 

미혼인 나는 이웃집과도 거의 담을 쌓고 지낸다.

이웃 사람들도 각기 제 밥벌이에 바빠서인지 인근 이 작은 빌라촌엔 낮에는 집이 비어있기 일쑤이다.

오후 서너시가 되기 전까지 이 텅빈 빌라촌을 오가는 사람들이라곤 걷는 것도 힘겨운 노인네들 아니면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아줌머니들, 혹은 모 종교집단에서 전도하러 나오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택배 아저씨들도 온다.

 

살림이 옹색하다보니 쇼핑할 일도 그리 많지 않지만 어쩌다라도 마주쳐 어색하게 인사해야 할 이웃들이 두려워 웬만한 물건들은 홈쇼핑을 하다보니 택배 아저씨들과는 안면을 익히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한 달에 외출이라곤 서너 번에 불과 하다.

어쩌다 은행을 들른다거나 근처 시장이나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일 외에 친구들의 모임에 참여하는 일이  고작이고 친구들도 대게 나같은 소신민으로 살아가는 처지여서 늘 만나면 하게 되는 얘기들은 뻔한 것들이다.

 

결혼한 그녀들은 자식들 얘기와 남편 얘기 혹은 시댁 얘기 그리고 돈 벌고 쓰는 얘기들을 한다.

결혼 안한 그녀들은 나처럼 남자 얘기와 취미 얘기들을 하는데, 건설적이라기 보다는 소비적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녀들은 그런 삶을 즐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지 못하다.

스스로 안분자족하는 편이라고 느끼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대로의 내 삶은 문제가 많다.

우선 내 자신의 외모부터.. 생활패턴부터  문제가 참 많다고 생각된다.

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뭔가 한 단계,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도 있을 것만 같은데 그 것이 뭔지 딱히 와 닿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마음속으로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고 더불어 작은 힘이지만 뭔가 남에게 봉사할 기회도 같고 싶은데 그렇게 여러 사람들에게 낄 빌미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스스로 사람을 모으고 일을 꾸미고 한다는 것 또한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어떡하면 지금의 내 삶에서 변화를 도모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