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에는....

바라미200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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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8/11  

네이트닷컴 게시판지기가 드리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비가 내리는 날 당신은 무엇을 하시나요? 떨어지는 빗방울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나요? 빗소리 들으며 방안에 홀로 앉아 있나요? 비가 내리는 날이면 사람들은 무언가를 합니다. 술을 한잔 하며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비가 내리는 날 당신은 무얼하고 있나요? -객원지기 바라미

 

(매주 월요일은 객원지기 바라미님의 한마디로 꾸며집니다. 월요일을 기대해주세요~)

 

비가 내리는 날에는.... 바라미의 한마디..

 

하나.
아침 부터 비가 내리는 날.
회사를 그만두게 된 후배가 나왔다 다시 들어간다.  
무슨 죄를 지은것도 아닌 데 고개를 푹 숙인채 걸어간다.
걸어가는 녀석의 어깨가 왜 이리 작아 보이는 걸까?
비가 내리는 날 우산도 가지고 오지 않은 걸까, 아니면 비를 맞고 싶어 그냥 걸어가는 걸까.
그 작아 보이는 어깨가 비에 젖는 모습을 보니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내가 더 처량해 보인다.   둘.
지하철 1호선 서울역 광장쪽 출입구.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같은 자리에서 할머니 한분이 우산을 팔고 있다.
나이는 한 칠십세 정도, 주름이 가득 접힌 얼굴에서는 지나온 세월이 보인다.
그 많은 우산장수 중에서도 그 할머니의 우산이 눈에 들어오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항상 아무 말도 없이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계시는 할머니.
그렇게 해서 하루에 얼마를 벌까?
맑은 날에는 무엇을 팔아 생계를 유지 할까?   셋.
하늘이 뚫린 것 같이 비가 내리는 오후의 어느 날.
비행기 한대가 서울 상공에 진입한다. 착륙을 위해 밑으로 밑으로 계속 내려가자 맑았던 하늘이 어두워 지고, 굵은 빗방울 소리가 들려온다.
아래에는 회색구름에 가려 뿌옇게 변해버린 탁한 도시의 모습이 보인다.
빗속을 뚫고 내려가는 비행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안전벨트를 확인 한 후 손은 의자 손잡이를 힘 주어 잡는다.
그러던 어느 순간 빗물에 씻겨져 내려간 도시의 모습이 보인다.
관성의 법칙을 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비행기.
비가 내리는 날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촉촉히 비가 내리는 날.
비에 얽힌 좋은 추억은 생각나지 않고 이렇게 우울하게만 되는 이유는 뭘까.
세상에 어지러히 널려있는 찌꺼기들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듯 나의 이 우울한 생각도 같이 씻길 수는 없을까.
젖지 않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도 결국은 젖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잊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잊을 수는 없는 걸까?   에잇.. 있다 포장마차에나 들려 소주나 한잔 해야겠다. 비가 씻겨 줄 수 없다면 소주는 나의 속을 달래주겠지.   오늘은 안 그럴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