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으로 이혼을 생각하는 분들께 2

깝작도요200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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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인정하기>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다르게 태어나고 다르게 길러진다. 부당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게 현실이다. 여자는  언젠가는 부모 곁을 떠나서 다른 곳에서 새 인생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며 성장한다. 결혼할 즈음에는 심리적으로 독립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나 남자는 다른 곳으로 간다는 생각없이 자란다. 나는 여기에 뿌리 박고 있고 영원히 여기서 산다. 결혼이란 것도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어떤 여자가 들어오는 것이지 나와 그녀가 어디론가 떠나서 새롭게 산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거대하고 도도한 강줄기에 작은 샛강 하나가 더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작은 샛강 하나로 거대한 강줄기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예상하지도 못하고 원하지도 않는다. 나와 내 부모 형제는 거목처럼 우뚝 서있고 여자는 그냥 거기에 붙여지는 작은 가지란 얘기다. 따라서 여자는 남자를 종이 오리듯 시댁으로부터 오려내어 독점할 수가 없다. 다소 과장된 얘기 같지만 우선 이런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는데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시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창하지만 페미니즘의 이론을 빌려 설명하자. 역사적으로 여성은 주체적 삶 자체가 불가능했다. 주체적 삶이란 自決權을 말하는데 자기 삶의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원천 봉쇄되어 있었다. 남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입에 들어가는 밥한술조차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다. 혹시 집안에 아주 연로하신 할머니가 있다면 관찰해 보시라. 밥도 남이 보는데서는 마음껏 먹지 못한다. 여자는 영원히 죄인이기 때문에 맘껏 먹으면서 양식을 축내선 안된다는 것이다. 참으로 모질고도 기막힌 남존여비사상이지만 그 뿌리가 얼마나 질긴지 지금 젊은 시어머니들 핏속에도 도도히 흐르고 있다. 의식하진 못하지만 여전히 여자는 남자에게 의존해 살아야 하고 남성만이 유일한 생존 기반이다. 경제적으로는 독림해있고 때로는 경제력으로 자식을 지배할 수도 있지만 심리적으론 여전히 의존적이다.
따라서 시어머니에게 아들은 자신의 노년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남편에게서 기대할 것은 이미 지나가버렸고 남은 것은 아들인데 왠 젊은 여자가 들어와서 내 생존 기반인 아들을 차지하려 한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경쟁이 시작작되는 것이다. 시어머니는 어떻게 해서는 수성하려 하고 며느리는 쟁취하려 한다. 싸움이다. 지난 수백년간 지속된 고부 전쟁이 21세기 현대에서도 되풀이 된다. 참으로 갑갑하지만 이것 역시 현실이다. 이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여성이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둘이 적이 아니라 가부장 제도의 희생자임을 자각하고 '연대'해서 공동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지만 두 여성이 서로 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참으로 어렵다.

 

현실은 언제나 모순으로 가득차 있고 특히 자기 앞에 놓은 현실은 더 모질어 보인다. 나도 저 정도의 시어머니만 만났다면 맨날 업고 다닌다고 생각하지만 그 집 며느리를 만나보면 머리채를 흔든다. 단순무식하면 말이 안통해 고생하고 유식한 인테리 시어머니면 머리 꼭대기에 올라 앉아 있으니 어떤식으로든 이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주눅부터 든다. 
그러니 우선 자기 앞에 놓은 현실부터 냉정하게 직시하고 인정하고 분석하라. 시어머니를 일찍 죽게하거나 남편에게서 확실하게 떼어 놓는 법 같은 건 없다. 부두교 같은 데 빌거나 장희빈처럼 사당을 차려 놓고 매일 화살을 쏘아도 그 효과는 의심스러우니, 차라리 시어머니와 사이 좋게 사는 법을 강구하는 게 시간도 절약되고 효과적이고 행복감도 더해진다. 고부갈등에서도 선이 악을 이긴다는 진리가 통용된다.

그리고, 제발, 며느리들이여 공부하라. 연구하고 치열하게 생각하라.  여성학, 심리학, 다른 며느리들의 경험담, 주변에 우군을 만드는 법, 남편을 자기 편으로 확실하게 만들기...... 등등. 책도 읽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전문가에게 상담도 해보고 .......
무조건 참는 게 능사가 아니다. 난 참지 말고 싸우라고 권한다. 10년 후 20년 후에도 똑 같은 주제로 고통받지 말고 하나씩 싸우며 이기라고 권하고 싶다. 언젠가 50대 아주머니가 남편의 30년된 습관(한밤중에 갑자기 손님 몰고 오기)으로 아직도 고통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그 아줌마 참 미련하단 생각을 했다. 목숨걸고 한10년 싸웠으면 나머지 20년은 적어도 그 습관 때문에 속상하진 않았을 것이다. 싸우기 위해서는 투지가 필요하고 전략이 필요하다. 넘 길어졌다 다음에 또 쓴다.

 

보너스로 효과적인 전략 하나만 소개하자면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담이니까, 모두에게 어느 정도 효과적일지는 모르겠다.
시어머니와의 대화 방식에서 주의할 것은 시어머니 '인격 전부'를 거론하지 말라는 거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저렇게 하는 걸 보니 나머진 보나마나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어머니에게 말을 할때 불만인 행동, 혹은 말 하나만을 집중 거론하란 얘기다. 울 시어머닌 툭하면 '넌 내가 싫지?' (내가 여기 있는 것 자체가 싫지?)하고 성질을 부린다. 속으로야 '싫지, 그럼 좋으랴?' 하지만 겉으로는 '누가 싫대요? 부모가 싫다고 내치고 좋다고 같이 사는 그런 존재예요? ...... 죽을때까지 모시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하여 시어머니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걸 보여주고....다만 그때, 그 자리에서 그런식으로 말하면 제 기분이 상한다, 이거죠.' 이런 식의 대화법을 터득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로 말하는 법을 모른다. 부부간에도 싸우다 보면 애초 싸움의 실마리는 실종되고 사랑하느냐 아니냐를 의심하고, 인격 전체를 문제삼고 더 나아가서는 양쪽의 가정 교육, 가풍의 문제로까지 확대되니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걷게된다.
남편과의 대화에서도 '나' 전달법이 효과적인데 남편의 어떤 행동을 비난하는게 아니라는 걸 누누이 강조한 후 ...그러나, 그 순간 당신의 그런 행동, 그런 말투가 내게 너무 쇼크였고 상처였다. 다음 번엔 제발 좀 더 부드럽게 말해다오,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안될까?  .... 이런 식으로 말해보라. 한두번 해보다 바뀌지 않는다고 집어치지 말고 수없이 되풀이 하라. 어린애에게 뭐 하나 가르치려면 같은 말을 얼마나 많이 반복해야 하는가. 이런 방식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좋습디다. 더 자세한 건 시중에 나와있는 대화법에 관한 책을 읽어 보시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