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의 고구려군 본영에서는 을지문덕(乙支文德)과 강이식(姜以式)이 귀족들과 함께 작전을 논의하고 있었다.
"대인들께서 요하에 이르는 여러 성이 군대를 증파했다는 보고를 받고 있었소이다."
을지문덕이 먼저 입을 열자 절노부욕살(絶奴部褥薩) 사비유(史備流)가 대답했다.
"그렇소이다. 폐하께서는 이미 도성으로 돌아가셨고, 우리는 여러 성에 군대를 주둔시켰으나 아직까지 군령을 받지 못했소이다. 을지 대장군께서는 이곳 전선의 주장(主將)이 아니오이까?"
"그렇습니다만....."
"우리도 자존심이 있소이다. 헌데 아직도 군령을 아니 주시는 것은 어찌된 일이오이까?"
소노부욕살(消奴部褥薩) 설요(薛曜)도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손을 놓고 구경이나 하기 위해 천리 길을 달려온 것이 아니올시다. 이미 지난 전투로 하여 폐하와 두분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소이다. 반대로 우리는 어렵게 군사를 일으켜 놓고도 좋은 소리 한마디 못 듣고 있어요."
을지문덕이 주변을 보다가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오늘 여러 욕살분들을 보니 우리 고구려 제국에 희망이 넘치는 듯 하외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십시다. 허나, 지금 우리가 쓰는 계략은 적군을 요택에서 지치게 하여 요하로 끌어내는 것이올시다. 실은 그때 가서 군략을 논의할 생각이었소이다. 자, 기왕에 모두들 오셨으니 역할을 나누어 보십시다. 만약에 적군이 요하를 넘는다면 어느 분이 선봉에 서겠소이까?"
설요가 말했다.
"그야 의당 욕살들중 원로인 우리 소노부가 서야지요."
그러자 사비유가 반발했다.
"무슨 말씀이시오? 지역적 위치로 보자면야 서부를 맡은 이 사비유가 아니겠소이까?"
관노부욕살(灌奴部褥薩) 계무서(桂茂瑞)가 큰소리로 외쳤다.
"무슨 말씀이오? 그럼 우리 남부는 손 놓고 쉬란 말이오? 선봉은 우리 남부올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쟁을 그토록 반대했던 귀족들이 이제는 앞장서서 참전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을지문덕과 강이식의 표정은 매우 밝아졌다.
"하하하... 들어보니 모두 용기가 충천한 것 같소이다. 그러지 마시고 모두 선발군을 내어 합동으로 저들을 치는 것이 어떻소이까? 공을 세워도 모두 나누어 세워야 되지 않겠소이까?"
설요가 잠시 헛기침을 하다가 강이식의 말을 받았다.
"뭐 그것도 일리 있는 말씀 같소이다. 그럴 리는 없겠으나 혹여 실패를 하더라도 그 책임 또한 나누어 질 테니까 말이오. 그러면 군사를 어떻게 내면 되겠소이까?"
을지문덕이 말했다.
"저들이 빠르면 십여일후에 요택에 도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인들께서는 우선 정예병 3만씩을 선발해 주시지요. 우리 친위군과 합쳐 도합 10만 군사로 요하에 전선을 세웁시다. 저들이 겉으로는 백만이라고 떠벌려도 뒤에서 짐이나 나르는 역부들을 빼면 고작 20만의 전투 부대올시다. 해볼만 합니다. 우리 고구려군이 누굽니까? 일당백의 용군(勇軍)이올시다. 저 옛날 광개토호태왕(廣開土好太王) 영락열제(永樂烈帝)께서는 유주성전투(柳州城戰鬪)에서 3만의 군사로 10만의 연군(燕軍)을 격멸하신 적이 있지 않소이까?"
"암요, 암요. 허 그까짓 오랑캐 놈들..."
"아무튼 소장은 참으로 든든하오이다. 우리가 힘을 합쳤다는 사실 하나로 이미 이 전쟁은 승리한 것이올시다. 고구려의 힘을 보여주십시다."
을지문덕의 말에 귀족들은 다시금 각오를 다지며 각자 위치로 흩어졌다. 을지문덕은 군막 밖으로 나가 강이식과 더불어 거룻배를 타고 요택의 물길을 순시하였다. 갈대 숲 근처에서 일단의 군사들이 무언가 작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을지문덕이 강이식에게 말했다.
"적군이 이 요택을 빠져나가려면 적어도 열흘 가지고는 안 될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물을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저 군사들이 하고 있는 작업은 그걸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상당한 타격이 될 겝니다."
강이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런데 앞서 간 조의(皁衣)들은 어디로 보낸 것이오?"
"혹시 나중에라도 이어질 수 있는 적의 보급로마저 끊으라는 지시를 하고 보냈습니다."
"오, 그렇군요."
강이식은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을지문덕의 치밀한 계략에 탄복했다.
그들은 곧 어느 숲가에 이르러 거룻배에서 내렸다. 말갈족 병사들이 보였다. 말갈족장 아소친이 두 장수에게 군례를 한다.
"대장군의 명령대로 이곳은 이제 죽음의 땅이 되었습니다. 마실 수 있는 셈이란 셈은 모조리 뒤져 잔뜩 독약을 풀고 돌멩이와 진흙으로 다져서 메워 놓았습니다."
강이식이 아소친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고생했소. 아소친 족장."
아소친의 딸인 아예신(牙譽申)도 가까이 있었다. 을지문덕과 범상치 않은 인연을 만들었던 그녀는 가만히 을지문덕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문덕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예신은 토라진 표정으로 원망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을지문덕의 옆에 있던 강이식은 말갈족장의 딸이 문덕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저쪽에서 말객(末客) 대건중(大健重)이 병사들과 함께 걸어오더니 을지문덕과 강이식에게 군례를 올렸다. 강이식이 대건중에게 물었다.
"어찌되었는가? 마지막 점검은 제대로 되었는가?"
"예, 원수님. 요택 입구에서부터 요하에 이르기까지 손바닥 보듯이 샅샅이 살펴보았습니다. 적군이 편안하게 지나칠 길은 아무데도 없습니다."
을지문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저들이 마실 물은 이렇게 막았고... 문제는 비다. 저들이 이곳에 들어섰을때 비까지 와준다면 모든게 확실해질 터인데..."
"날씨가 계속 무더운 것으로 보아 무슨 소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일단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소이다. 기다려 보십시다. 지금까지는 모든 게 대장군의 계략대로 잘 되어가고 있지 않소?"
을지문덕이 얼굴의 땀을 닦으며 강이식의 말을 받았다.
"적군을 늪 속에 밀어넣고 비를 기다리는 계략이지요. 비가 오게 되면 적군은 전염병의 창궐로 싸우기도 전에 목숨을 잃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오. 결국 이번 전투는 물이 좌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전쟁역사소설「장군과 제왕」6.장산군도해전(長山群島海戰) (4)
"대인들께서 요하에 이르는 여러 성이 군대를 증파했다는 보고를 받고 있었소이다."
을지문덕이 먼저 입을 열자 절노부욕살(絶奴部褥薩) 사비유(史備流)가 대답했다.
"그렇소이다. 폐하께서는 이미 도성으로 돌아가셨고, 우리는 여러 성에 군대를 주둔시켰으나 아직까지 군령을 받지 못했소이다. 을지 대장군께서는 이곳 전선의 주장(主將)이 아니오이까?"
"그렇습니다만....."
"우리도 자존심이 있소이다. 헌데 아직도 군령을 아니 주시는 것은 어찌된 일이오이까?"
소노부욕살(消奴部褥薩) 설요(薛曜)도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손을 놓고 구경이나 하기 위해 천리 길을 달려온 것이 아니올시다. 이미 지난 전투로 하여 폐하와 두분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소이다. 반대로 우리는 어렵게 군사를 일으켜 놓고도 좋은 소리 한마디 못 듣고 있어요."
을지문덕이 주변을 보다가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오늘 여러 욕살분들을 보니 우리 고구려 제국에 희망이 넘치는 듯 하외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십시다. 허나, 지금 우리가 쓰는 계략은 적군을 요택에서 지치게 하여 요하로 끌어내는 것이올시다. 실은 그때 가서 군략을 논의할 생각이었소이다. 자, 기왕에 모두들 오셨으니 역할을 나누어 보십시다. 만약에 적군이 요하를 넘는다면 어느 분이 선봉에 서겠소이까?"
설요가 말했다.
"그야 의당 욕살들중 원로인 우리 소노부가 서야지요."
그러자 사비유가 반발했다.
"무슨 말씀이시오? 지역적 위치로 보자면야 서부를 맡은 이 사비유가 아니겠소이까?"
관노부욕살(灌奴部褥薩) 계무서(桂茂瑞)가 큰소리로 외쳤다.
"무슨 말씀이오? 그럼 우리 남부는 손 놓고 쉬란 말이오? 선봉은 우리 남부올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쟁을 그토록 반대했던 귀족들이 이제는 앞장서서 참전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을지문덕과 강이식의 표정은 매우 밝아졌다.
"하하하... 들어보니 모두 용기가 충천한 것 같소이다. 그러지 마시고 모두 선발군을 내어 합동으로 저들을 치는 것이 어떻소이까? 공을 세워도 모두 나누어 세워야 되지 않겠소이까?"
설요가 잠시 헛기침을 하다가 강이식의 말을 받았다.
"뭐 그것도 일리 있는 말씀 같소이다. 그럴 리는 없겠으나 혹여 실패를 하더라도 그 책임 또한 나누어 질 테니까 말이오. 그러면 군사를 어떻게 내면 되겠소이까?"
을지문덕이 말했다.
"저들이 빠르면 십여일후에 요택에 도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인들께서는 우선 정예병 3만씩을 선발해 주시지요. 우리 친위군과 합쳐 도합 10만 군사로 요하에 전선을 세웁시다. 저들이 겉으로는 백만이라고 떠벌려도 뒤에서 짐이나 나르는 역부들을 빼면 고작 20만의 전투 부대올시다. 해볼만 합니다. 우리 고구려군이 누굽니까? 일당백의 용군(勇軍)이올시다. 저 옛날 광개토호태왕(廣開土好太王) 영락열제(永樂烈帝)께서는 유주성전투(柳州城戰鬪)에서 3만의 군사로 10만의 연군(燕軍)을 격멸하신 적이 있지 않소이까?"
"암요, 암요. 허 그까짓 오랑캐 놈들..."
"아무튼 소장은 참으로 든든하오이다. 우리가 힘을 합쳤다는 사실 하나로 이미 이 전쟁은 승리한 것이올시다. 고구려의 힘을 보여주십시다."
을지문덕의 말에 귀족들은 다시금 각오를 다지며 각자 위치로 흩어졌다. 을지문덕은 군막 밖으로 나가 강이식과 더불어 거룻배를 타고 요택의 물길을 순시하였다. 갈대 숲 근처에서 일단의 군사들이 무언가 작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을지문덕이 강이식에게 말했다.
"적군이 이 요택을 빠져나가려면 적어도 열흘 가지고는 안 될 것입니다. 따라서 많은 물을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저 군사들이 하고 있는 작업은 그걸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상당한 타격이 될 겝니다."
강이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런데 앞서 간 조의(皁衣)들은 어디로 보낸 것이오?"
"혹시 나중에라도 이어질 수 있는 적의 보급로마저 끊으라는 지시를 하고 보냈습니다."
"오, 그렇군요."
강이식은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을지문덕의 치밀한 계략에 탄복했다.
그들은 곧 어느 숲가에 이르러 거룻배에서 내렸다. 말갈족 병사들이 보였다. 말갈족장 아소친이 두 장수에게 군례를 한다.
"대장군의 명령대로 이곳은 이제 죽음의 땅이 되었습니다. 마실 수 있는 셈이란 셈은 모조리 뒤져 잔뜩 독약을 풀고 돌멩이와 진흙으로 다져서 메워 놓았습니다."
강이식이 아소친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고생했소. 아소친 족장."
아소친의 딸인 아예신(牙譽申)도 가까이 있었다. 을지문덕과 범상치 않은 인연을 만들었던 그녀는 가만히 을지문덕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문덕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예신은 토라진 표정으로 원망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을지문덕의 옆에 있던 강이식은 말갈족장의 딸이 문덕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저쪽에서 말객(末客) 대건중(大健重)이 병사들과 함께 걸어오더니 을지문덕과 강이식에게 군례를 올렸다. 강이식이 대건중에게 물었다.
"어찌되었는가? 마지막 점검은 제대로 되었는가?"
"예, 원수님. 요택 입구에서부터 요하에 이르기까지 손바닥 보듯이 샅샅이 살펴보았습니다. 적군이 편안하게 지나칠 길은 아무데도 없습니다."
을지문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저들이 마실 물은 이렇게 막았고... 문제는 비다. 저들이 이곳에 들어섰을때 비까지 와준다면 모든게 확실해질 터인데..."
"날씨가 계속 무더운 것으로 보아 무슨 소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일단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소이다. 기다려 보십시다. 지금까지는 모든 게 대장군의 계략대로 잘 되어가고 있지 않소?"
을지문덕이 얼굴의 땀을 닦으며 강이식의 말을 받았다.
"적군을 늪 속에 밀어넣고 비를 기다리는 계략이지요. 비가 오게 되면 적군은 전염병의 창궐로 싸우기도 전에 목숨을 잃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오. 결국 이번 전투는 물이 좌우하게 될 것 같습니다."
編作對象原書
유현종 著「대제국 고구려」아침나라編(2001년版)
정수인 著「우리 민족의 자부심 고구려의 역사」새움編(2005년版)
김진명 著「살수대첩」랜덤하우스중앙編(2005년版)
정호일 著「천손왕국 대고구려」우리겨레編(2001년版)
이일우 著「영광, 대고구려」정신문화사編(2004년版)
이언호 著「연개소문」큰방編(2006년版)
서길수 著「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고구려」사계절출판사編(1999년版)
한종호 著「마지막 영웅」지문사編(1999년版)
오재성 著「만주는 과거 우리의 역사 무대였다!」국사광복국민운동본부編(2002년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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