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임종도 지켜보지 못한 못난 손녀딸을 용서하세요

잘가세요2008.07.07
조회276

 

 

안녕하세요

저는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20살 초반의 한 여자입니다.....

 

오늘 한국 집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네요

제가 여기 있는동안 해외전화 한 번 안하신 우리 엄마...

부재전화가 핸드폰에 2번이 찍혀있길래 발신 번호를 확인했더니 집이네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불안한 마음에 황급히 전화했는데

엄마 목소리가 밝아서 별거 아닌가 생각한 것도 잠시

저번 주 금요일 아침 7시 45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진짜?

그래서... 주무시다 돌아가셨어?

나중에 다시 전화할께

 

이 세마디 하고 끊었습니다.

그냥 너무 당황스럽고 무슨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엄마도 나한테 걱정 안끼치려고 장례식 다 끝난 오늘에야 밝은 목소리로 전화하신 것 같은데

거기서 제가 어떻다고 말할 수 가 없더라구요

 

할머니의 암 덩어리를 알게 된 것은 작년

이미 진행이 많이 돼서 손 쓸수가 없어 그냥 집으로 모시고 가라고

병원에서도 못 받아주는 그런 상태셨습니다

 

그래도 이번 방학때 가니 우리 딸 왔냐면서

그 없는 정신에도 용돈을 챙겨주셨는데

 

제가 방학 끝나고 다시 온 직후부터 안좋아지시기 시작하시더니

아무것도 못 잡숫고 하루 1,2시간 정도만 정신이 돌아오신다고 하셔서

솔직히 생각하지 못한건 아니였습니다만

그래도 막상 이렇게 소식을 들으니

정말 제가 너무 밉더라구요

 

나 대학 졸업 할 때 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엄마아빠보다 할머니한테 제일 먼저 효도할꺼라고 했는데

내년에 다시 꼭 뵙자고 여름방학 때 또 할머니 보러 오겠다고 약속 했었는데

이제 '없는' 분이 되셨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없다'는 말이 얼마나 오늘따라 잔인하게 느껴지던지

 

이제 해남 시골집에 가도 누렁이와 같이 반겨줄 할머니도 없고

나무 가득 열린 무화과도 그냥 썩게 내버려 둬야하고

할머니가 맛있게 무쳐주시던 육회도 그냥 이제 추억이 돼버리네요

 

너무 슬픈데

슬퍼할 여유조차 별로 없어서 그게 더 슬퍼요

복잡한 시험 일정에 정신없는 생활들

당장 코가 석자라 슬픔을 가슴에 꾹꾹 눌러둬야해서

 

가슴이 얼마나 답답한지....

 

있을 때 잘해야해요 정말

지금이라도 엄마 아빠에게라도

저 정말 잘하려구요

 

할머니,

잘가세요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날거니까

 

그 때 까진 안녕 우리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