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이 없는 남자친구와의 결혼... 어떻게 해야 하죠.

ㅡㅡ2011.03.21
조회4,808

처음으로 판에 글을 올립니다.

 

사실 그동안 판에 글들 많이 읽으면서 공감도 하고 화도 내고, 댓글도 달고 하면서
많이 의지가 되었기에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는 올해 33살의 미혼여성입니다.

 

연애를 많이 해보거나 하진 않았지만, 어느정도 세상이나 남자에 대해서 모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30이 넘으면서, 아무래도 조건을 봐지는 게 어쩔 수 없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왔고, 제가 기대고 싶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어서,

 

어느정도 경제력을 갖춘 연상의 남자를 만나고 싶었고, 그런 조건들만 만나려고 해왔습니다.


경제력을 본다지만, 대기업, 공기업 이런걸 원한 건 아니었구요.

그저 직장을 가진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면 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사실 그동안 연하의 대쉬가 좀 있었고, 첫사랑이 연하였는데, 너무 심하게
데여서, 연하는 절대 안만난다고 생각하고 쳐다도 안봤습니다.

 

 

그런데, 제가 봉사활동을 하다가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맘에 들었는데, 연하에다가 학생이고, 직업도 돈과는 관련이 먼 쪽을(예술계통)을 지망하는 터라, 당연히 관심을 안 두려고 했었지요.


그런채로 1년정도 지났는데, 그 사람은 천천히 저에게 계속 다가왔고 저도 싫은 건 아닌지라 우물쭈물 하던 차에 그냥 덜컥 눈이 맞아버렸습니다.

 

 

그쪽은 자신의 처지 때문에, 결혼이란것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이었고,
저도 상대방의 그런 점 때문에, 좋아는 하면서도 결혼은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도 사실 프리랜서고, 예술계통 지망생이였어서 돈을 전혀 못 버는 건 아니지만, 일정한 수입도 없고, 이쪽 일이 얼마나 힘들고 돈이 안되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여자친구와 그런 문제 때문에 헤어졌던 사람이,
저와는 무조건 결혼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자기 작업을 포기하더라도 어떻게든 나를 먹여 살리겠다고요.


 

사실 그동안 남자친구에게 저의 재정상황, 우리집 상황에 대한 얘기를 거의 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집이고, 저 그냥 프리랜서로 제 용돈 정도 버는 줄 알아요.

저희 집 그냥 평범한 집이고, 밥만 먹고 사는 집이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고요.

그러니까 저에게 재정적으로 기대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올해부터 지망하던 일이 좀 풀려서, 안정적인 수입은 아니지만, 꽤 돈을 벌고 있어요.
제가 한 작업으로 3천만원 정도 벌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업이 평이 좋아서 일이 슬슬 들어오고 있구요.

 

 

제가 10여년 동안 지망생으로 정말 고생하고 고민하고 별 짓을 다했고,

결국 저의 아버지가 제가 평벙하게 살고, 결혼하고 사는 걸 그렇게 원하셨는데도 이뤄드리지 못하고 돌아가신게 제 가슴에 정말 한이 될 만큼, 이 일에 제 청춘을 바쳤는데,

 

이제야 조금씩 빛을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유산을 좀 물려주셨어요.

정리해서 남은 가족이 나누니, 현금10억 정도와 24평짜리 아파트 두채가 제 몫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해도 생활은 꾸려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재산이 있는거나, 제 소득은 남자친구는 전혀 모르고요.
그냥 하던 일이 잘 풀려서 잘됐다며 축하해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기도 누군가의 후원을 받아야 할 처지이면서,
계속 저의 일을 지지해주고 싶다고, 걱정말고 하고싶은 거 계속 하라고 하면서요..


 

나이는 저보다 어려도 굉장히 배려심이 깊고 믿을만한 사람입니다.


아버지가 오랜 병으로 돌아가시고 난 뒤 우울증에 걸릴만큼 힘들었는데,
그런 저를 지켜주고 감싸준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경제력 있는 남자를 무조건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어느정도 경제력이 생기니, 그게 전부라고는 생각지 않게 되고요...


 

그런데 문제는 저희 엄마입니다.

 

왜 네가 뭐가 모자라서 그런 사람하고 결혼하냐. 네가 결혼해서 그 남자 뒷바라지 할려고 하냐, 엄마도 아버지 사업망하고 그렇게 나가서 일하고 돈벌었는데, 너도 똑같이 할려고 그러냐...

결사 반대를 하십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사업이 너무 크게 망해서,
엄마가 다 나서서 정리하고 사업 꾸리시고 힘들게 사셨어요...


 

더군다나 저희 외할머니도 알콜중독자인 외할아버지 때문에 평생을 고생하면서 사셨고, 저의 큰고모도 남편이 능력이 없어서 가장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마저 그렇게 한다고 하니, 정말 싫은거죠.


 

바라는 건 오로지, 그냥 착하고 성실한 남자 만나서 애키우고 살림하고,
그리고 너가 재주도 있고,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재산도 좀 있으니,
여유롭게,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지,

 

왜 경제능력 없는 남자랑 살라고 하냐고요.


 

사실 엄마 말씀도 맞다고 생각해요. 경제력 없는 남자... 정말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여기서 저는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해요. 사랑하니 헤어질 수 없어요. 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사랑도 하고 믿고, 존경합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남자친구는 언제 정식으로 엄마한테 인사가냐고, 그리고 자기 하던 작업 그만두고 취직한다고 하고 있어요.

 

 

저는 남자친구가 자기 심장같은 작업을 그만두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얼마를 벌어오든 단 돈 만원이라도 감사히 받으며 살고 싶습니다.

 

모자라는거,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재산으로 채우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채우고 싶습니다.

 

제가 33살이나 먹고 너무 순진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