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심문은 10월 30일 하얼빈 일본총영사관에서 검찰관 미조부치 다카오[講淵孝雄], 서기 기시다 아이분[岸田愛文], 통역촉탁 소노키 스에요시[圓木未喜]의 통역으로 시작되었다. 인정신문에 이어 미조부치 검찰관이 “이토 공작을 왜 적대시하는가?”라고 묻자, 안중근은 예의 이토의 15개 죄목을 열거했다.
검찰관이 다시 “한국에는 기차가 개통되었고, 수도공사 등 기타 위생시설이 완비됐으며, 대한병원도 설립되고, 식산공업은 점차 왕성해지고 있다. 특히 황태자는 일본 황실의 배려로 문명의 학문을 닦고 있다. 훗날 황제의 자리에 올라 세계의 여러 나라와 대립했을 때 명군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 피고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안중근은 “한국 황태자가 일본측의 배려로 문명의 학문을 닦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국의 국민 모두가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총명하신 한국의 전 황제를 폐위하고 젊으신 현 황제를 세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밖의 지금 물어본 일에 대해서는 한국의 진보나 편리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답변했다. 안중근과 미조부치 검찰관의 치열한 공방전(攻防戰) 중에 몇 대목을 살펴보자.
미조부치 검찰관 : “이번 달 26일 아침 이토 공작이 하얼빈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피고는 권총으로 공을 저격했는가?” 안중근 : “틀림없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 혼자서 실행했는가?” 안중근 : “그렇다. 혼자서였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때 어떤 흉기를 사용했는가?” 안중근 : “검은색의 굽은 칠연발 권총이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압수된 권총을 제시하며) 피고가 사용한 흉기는 이것인가?” 안중근 : “그렇다.” 미조부치 검찰관 : “이 권총은 피고의 소유인가?” 안중근 : “그렇다.” 미조부치 검찰관 : “어디서 입수했는가?” 안중근 : “올해 5월경 내가 의병에 가입했을 때 동지가 어디에서 사다준 것이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전부터 이토 공작을 한국 또는 동양의 적으로 생각하고, 죽이려고 결심하고 저격한 것인가?” 안중근 : “그렇다. 나는 3년 전부터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려고 결심하고 있었다. 처음에 나는 일본을 신뢰하고 있었는데, 점점 한국이 이토에 의해 불행해져서 내 마음은 변했고, 결국 이토를 적대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2천만 동포가 모두 같은 마음이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3년 전 부터 끊임없이 이토 공작을 죽이고자 했는가?” 안중근 : “그렇다. 나는 힘이 없었고, 기회가 오지 않았다.” 미조부치 검찰관 : “올 봄 한국 황제 행차 때 이토 공작이 호종했는데, 그때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을 실행할 기회는 없었는가?”
안중근 : “그때 나는 함경도 갑산에서 이토를 죽일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총기도 준비가 안 됐고, 먼 길일뿐만 아니라 호위병도 많았으며, 또 한국 황제께서도 일행에 계셨기 때문에 실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략)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가 사진으로 보고 상상했던 이토 공작과 실제로 본 이토 공작의 모습이 일치하던가?” 안중근 : “약간 다른 부분이 있었다. 특히 생각했던 것보다 왜소한 사람이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이토 공작이라는 것을 알고 저격한 다음, 쓰러질 때까지 탄환을 모두 발사했는가?” 안중근 : “내가 사용했던 권총은 방아쇠를 한번만 당기고 그대로 있으면 모두 발사되는 장치가 되어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가 발사한 결과, 이토 공작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는가?” 안중근 : “전혀 모른다. 그 결과는 아무한테도 듣지 못했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이토 공작의 생명을 잃게 했는데, 그러면 피고의 생명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안중근 : “나는 원래 내 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토를 살해한 후 나는 법정에 나가서 이토의 죄악을 일일이 진술하고, 이후 나 자신은 일본 측에 맡길 생각이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가 사용한 권총은 친구 누구로부터 샀는가?” 안중근 : “윤지총이라는 동지가 일본 제일은행권 40엔 정도에 사서 나에게 준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 샀는지 모른다.”
안중근이 이토를 처단하는 현장에서 자진하여 붙잡힌 것은 국적을 총살하고, 법정에서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일제의 침략과 조선독립의 이유를 천명하고자 함이었다는 것은 앞에서도 밝힌 바 있다. 안중근의 이러한 심중을 간파한 일제는 재판과정에서 여러 가지 흉계를 써서 이를 방해하고자 했다.
일제의 수사관들은 안중근의 가정문제와 관련해서도 집요하게 캐물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고국의 처자에게 돈을 부치고 있었는가?” 안중근 : “한번도 돈을 부친 적이 없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의 처자는 누가 돌봐 주고 있는가?” 안중근 : “내 집에는 수백 석의 수확이 있는 전지(田地)가 있다. 따라서 생활은 되기 때문에 돌봐줄 사람이 필요치 않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 전지는 어디에 있는가?” 안중근 : “신천의 문화(文華) 라는 곳에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 땅은 소작을 부치고 있는가, 아니면 피고의 집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가?” 안중근 : “내 아우들이 짓고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아우라면 정근(定根)과 공근(恭根)을 말하는 것인가?” 안중근 : “그렇다. 그러나 내가 집을 나온 뒤에는 누가 짓고 있는지 모른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의 처자는 신천에 있는가?” 안중근 : “진남포의 내 집에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신천에 있는 전지의 수입은 진남포로 가지고 오는가?” 안중근 : “배로 보내온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부모가 있는가?” 안중근 : “어머니가 진남포에 계시다.” (이상 제6회 조서 중 일부)
○ “이토가 미쳐서 한국을 침략해 응징했다”
미조부치 검찰관은 일본의 한국 점령을 합리화하고자 부단하게 동양의 정세를 말하며 이토를 변론해 안중근을 ‘교화’시키려 들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동양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일본이 선언한 일은 알고 있는가?” 안중근 : “그렇다. 동양평화를 유지하고, 또 한국의 독립을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일한협약도 한국의 독립을 도모하기 위한 선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안중근 : “그런 선언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믿어지지 않는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국제공법을 알고 있는가?” 안중근 : “전부는 모르고, 일부분 알고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일본이 아무리 제멋대로 해도, 국제협약에 가입하고 있는 만국이 묵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가?” 안중근 : “그것도 알고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렇다면 일본이 동양평화를 부르짖으며 한국을 멸망시킨다든가 또는 병합시킨다든가 해도, 만국이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는가?” 안중근 : “나는 일본이 한국을 병합하고자 하는 야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국이 묵시만 하고 있는 이유도 알고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를 얻어 대만 외에 요동반도를 점령하고 있을 때, 프랑스, 독일, 러시아 삼국동맹이 일본의 요동 점령에 이의를 제기하여, 마침내 이를 청국에 환수케 한 일을 알고 있는가?” 안중근 :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러일전쟁이 일어났던 것이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러면 일본 혼자서는 다른 나라를 병합하지 못하도록 열국이 감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중근 : “감시하고 있게 돼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조선도 예로부터 수백 년 역사를 가지고 독립한 나라이다. 그러므로 일본이 열국의 감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합하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피고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중근 : “병합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토가 미쳐 있기 때문에 병합하고자 했던 것이다.” 미조부치 검찰관 : “청일전쟁은, 청국의 출병에 대해 한국이 독자적으로 막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을 위해 출병한 결과 야기한 것으로, 한국은 독자적으로 행할 수 없는, 즉 자력이 없는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안중근 : “그건 알고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또 러일전쟁도, 일본이 요동반도를 청국에 환수하자, 러시아가 관동주를 조차하여 군사를 두고, 여순항 내에 군함을 배치하여 한국에 출병하려고 위협하여 일어난 것으로, 한국이 지극히 자위력이 없기 때문에 마침내 일본이 러시아와 전쟁을 하게 된 셈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중근 : “그건 그렇다.”
미조부치 검찰관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마치 일본이 한국의 보호를 위해 벌인 전쟁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안중근을 심문했다. 안중근은 여기에 부분적으로 동조하면서, 일본 제국주의와 이토 히로부미를 일치시키지 않고 있는 듯한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즉 일본은 국제관계 때문에 한국을 병합하기 어려울 것인데, 이토가 ‘미쳐서’ 그런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는 듯한 인식인 것이다.
○ 미조부치 검찰관의 집요한 ‘회유’
미조부치 검찰관은 집요하게 일본의 통감정치가 한국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펴면서 안중근을 ‘회유’하려 들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한국은 독립해서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어린 아이와 같으며, 따라서 일본이 후견인이 되어 보호하고 있는 것이므로, 한국이 그 뜻을 잘 받들고 있다면 통감제도도 오래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한국이 후견인의 뜻에 반하여 행동한다면 영영 통감제도를 폐지할 수 없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알고 있는가?”
안중근 : “일본으로서는 그렇지만, 한국의 입장에서 말하면 그렇지 않다.” 미조부치 검찰관 : “열국이 승낙하고 있는 보호, 즉 통감제도는 한국이 세계의 대세를 자각하게 되면 필요 없게 되지만, 깨닫지 못하고 완명(頑冥)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끝내 통감제도도 폐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일본이 한국을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스스로 망하게 되는 것인데, 이를 알고 있는가?” 안중근 : “그것이 한국인이 갖고 있는 생각 중의 하나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렇다면 통감정치에 대해 분개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자국민의 무능함을 깨우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안중근 : “나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야심이 있건 없건, 그런 일은 안중에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동양평화라는 것을 안중에 두고, 잘못된 이토의 정책을 미워하는 것이다. 한국은 오늘날까지 진보하고 있다. 다만 독립해서 스스로 지킬 수 없는 것은 한국이 군주국(君主國)이라는 점에 기인하며, 그 책임이 위에 있는 것인지 밑에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조부치 검찰관 : “독립해서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이상, 한국을 일본이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중근 : “그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방법이 아주 잘못 돼 있다. 즉 박영효와 같은 인물을 조약을 집주(執奏)하지 않았다 하여 제주도로 유배하고, 현재 이완용·이지용·송병준·권중현·이근택·신기선·조중응·이병무 따위의 하등 쓸모없는 자들을 내각에 두어 정치를 시키고 있다. 이는 정부의 잘못으로, 정부를 근본부터 타파하지 않으면 한국은 스스로 지킬 수 없는 것이다.”
미조부치 검찰관 : “한국 이조(李朝)의 황실인 이씨는 서북 출신으로, 그 유훈에 "서북 사람은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과연 그렇다면 한국국민은 자국의 황실을 원망하는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중근 : “그런 일이 있기 때문에 서북인이 불평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으로서 황실에 대해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렇다면 일본이 황실의 선언에 기초하여 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르지 않는 것은 소위 국민이 황실에 불평을 호소하는 것이 되는데,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안중근 : “황실에 대해 불평한 일은 할 수 없지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또 정부에 대해 말하는 것은 권리다.” (제6회 신문조서)
안중근은 한국이 “독립해 스스로 지킬 수 없는 것”은 ‘군주국’이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 “정부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것은 권리”라고 주장했다. 국주국이기 때문에 이완용 따위와 같은 쓸모없는 자들에게 정치를 맡기고 있다면서 군주제 정치의 한계를 이야기했다. 여기에서 유추할 때 안중근은 공화주의 사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이 무렵 한국인 중에 공화제 정치사상을 가진 사람이 드물었다는 것에 비하면 안중근은 여러 방면에서 대단히 앞선 편이었다. 그러나 안중근이 과연 공화주의 사상가였는가, 아니면 근왕주의자였는가에 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다시 미조부치 검찰관과 안중근 간의 ‘논쟁’을 들어보자.
미조부치 검찰관 : “이토 공작을 죽이면 일본이 한국에 대해 시행하고 있는 보호정책, 즉 통감정치가 폐지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안중근 :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검찰관 : “이토 공작이 죽었다 해도, 통감정치가 폐지될 까닭이 없다. 세계 열국과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이를 파기하지 않는 이상 보호협약은 결코 소멸하지 않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가?” 안중근 : “그 협약은 이토가 병력으로 황상(皇上)을 협박하여 강제로 승낙케 한 것이다.” 검찰관 : “한국이 독립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강박하여 협약케 한 것으로, 조약이 강박에 의해 성립된 예는 많으며, 결코 불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당연한 것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중근 : “그건 그렇지만, 이토가 한국 국민의 희망이기 때문에 보호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일본 황제를 비롯하여 일본 국민을 기만했다. 그래서 이토를 죽이면 일본도 자각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죽인 것이다.” 검찰관 : “만약에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에 대항할 힘도 없는 한국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한국은 멸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동양평화에 해가 되는 것이므로 일본이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피고는 이런 사리를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중근 : “결국 이토의 방법이 나빴기 때문에 한국이 오늘날과 같은 상태에 이른 것으로, 만약 간책을 부리거나 강제협약을 하지 않았다면, 말할 것도 없이 동양은 지극히 평화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6회 신문조서)
『대한의용군 참모중장 안중근 의사 전기』7 옥중투쟁 ⑵
○ 미조부치 검사와 치열한 ‘논쟁’ 벌여
제1회 심문은 10월 30일 하얼빈 일본총영사관에서 검찰관 미조부치 다카오[講淵孝雄], 서기 기시다 아이분[岸田愛文], 통역촉탁 소노키 스에요시[圓木未喜]의 통역으로 시작되었다. 인정신문에 이어 미조부치 검찰관이 “이토 공작을 왜 적대시하는가?”라고 묻자, 안중근은 예의 이토의 15개 죄목을 열거했다.
검찰관이 다시 “한국에는 기차가 개통되었고, 수도공사 등 기타 위생시설이 완비됐으며, 대한병원도 설립되고, 식산공업은 점차 왕성해지고 있다. 특히 황태자는 일본 황실의 배려로 문명의 학문을 닦고 있다. 훗날 황제의 자리에 올라 세계의 여러 나라와 대립했을 때 명군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 피고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안중근은 “한국 황태자가 일본측의 배려로 문명의 학문을 닦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국의 국민 모두가 감사하고 있다. 그러나 총명하신 한국의 전 황제를 폐위하고 젊으신 현 황제를 세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밖의 지금 물어본 일에 대해서는 한국의 진보나 편리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답변했다. 안중근과 미조부치 검찰관의 치열한 공방전(攻防戰) 중에 몇 대목을 살펴보자.
미조부치 검찰관 : “이번 달 26일 아침 이토 공작이 하얼빈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피고는 권총으로 공을 저격했는가?”
안중근 : “틀림없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 혼자서 실행했는가?”
안중근 : “그렇다. 혼자서였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때 어떤 흉기를 사용했는가?”
안중근 : “검은색의 굽은 칠연발 권총이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압수된 권총을 제시하며) 피고가 사용한 흉기는 이것인가?”
안중근 : “그렇다.”
미조부치 검찰관 : “이 권총은 피고의 소유인가?”
안중근 : “그렇다.”
미조부치 검찰관 : “어디서 입수했는가?”
안중근 : “올해 5월경 내가 의병에 가입했을 때 동지가 어디에서 사다준 것이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전부터 이토 공작을 한국 또는 동양의 적으로 생각하고, 죽이려고 결심하고 저격한 것인가?”
안중근 : “그렇다. 나는 3년 전부터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려고 결심하고 있었다. 처음에 나는 일본을 신뢰하고 있었는데, 점점 한국이 이토에 의해 불행해져서 내 마음은 변했고, 결국 이토를 적대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나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2천만 동포가 모두 같은 마음이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3년 전 부터 끊임없이 이토 공작을 죽이고자 했는가?”
안중근 : “그렇다. 나는 힘이 없었고, 기회가 오지 않았다.”
미조부치 검찰관 : “올 봄 한국 황제 행차 때 이토 공작이 호종했는데, 그때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을 실행할 기회는 없었는가?”
안중근 : “그때 나는 함경도 갑산에서 이토를 죽일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총기도 준비가 안 됐고, 먼 길일뿐만 아니라 호위병도 많았으며, 또 한국 황제께서도 일행에 계셨기 때문에 실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중략)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가 사진으로 보고 상상했던 이토 공작과 실제로 본 이토 공작의 모습이 일치하던가?”
안중근 : “약간 다른 부분이 있었다. 특히 생각했던 것보다 왜소한 사람이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이토 공작이라는 것을 알고 저격한 다음, 쓰러질 때까지 탄환을 모두 발사했는가?”
안중근 : “내가 사용했던 권총은 방아쇠를 한번만 당기고 그대로 있으면 모두 발사되는 장치가 되어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가 발사한 결과, 이토 공작은 어떻게 됐는지 알고 있는가?”
안중근 : “전혀 모른다. 그 결과는 아무한테도 듣지 못했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이토 공작의 생명을 잃게 했는데, 그러면 피고의 생명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안중근 : “나는 원래 내 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토를 살해한 후 나는 법정에 나가서 이토의 죄악을 일일이 진술하고, 이후 나 자신은 일본 측에 맡길 생각이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가 사용한 권총은 친구 누구로부터 샀는가?”
안중근 : “윤지총이라는 동지가 일본 제일은행권 40엔 정도에 사서 나에게 준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 샀는지 모른다.”
안중근이 이토를 처단하는 현장에서 자진하여 붙잡힌 것은 국적을 총살하고, 법정에서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일제의 침략과 조선독립의 이유를 천명하고자 함이었다는 것은 앞에서도 밝힌 바 있다. 안중근의 이러한 심중을 간파한 일제는 재판과정에서 여러 가지 흉계를 써서 이를 방해하고자 했다.
일제의 수사관들은 안중근의 가정문제와 관련해서도 집요하게 캐물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고국의 처자에게 돈을 부치고 있었는가?”
안중근 : “한번도 돈을 부친 적이 없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의 처자는 누가 돌봐 주고 있는가?”
안중근 : “내 집에는 수백 석의 수확이 있는 전지(田地)가 있다. 따라서 생활은 되기 때문에 돌봐줄 사람이 필요치 않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 전지는 어디에 있는가?”
안중근 : “신천의 문화(文華) 라는 곳에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 땅은 소작을 부치고 있는가, 아니면 피고의 집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가?”
안중근 : “내 아우들이 짓고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아우라면 정근(定根)과 공근(恭根)을 말하는 것인가?”
안중근 : “그렇다. 그러나 내가 집을 나온 뒤에는 누가 짓고 있는지 모른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의 처자는 신천에 있는가?”
안중근 : “진남포의 내 집에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신천에 있는 전지의 수입은 진남포로 가지고 오는가?”
안중근 : “배로 보내온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부모가 있는가?”
안중근 : “어머니가 진남포에 계시다.” (이상 제6회 조서 중 일부)
○ “이토가 미쳐서 한국을 침략해 응징했다”
미조부치 검찰관은 일본의 한국 점령을 합리화하고자 부단하게 동양의 정세를 말하며 이토를 변론해 안중근을 ‘교화’시키려 들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동양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일본이 선언한 일은 알고 있는가?”
안중근 : “그렇다. 동양평화를 유지하고, 또 한국의 독립을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일한협약도 한국의 독립을 도모하기 위한 선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안중근 : “그런 선언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믿어지지 않는다.”
미조부치 검찰관 : “피고는 국제공법을 알고 있는가?”
안중근 : “전부는 모르고, 일부분 알고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일본이 아무리 제멋대로 해도, 국제협약에 가입하고 있는 만국이 묵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가?”
안중근 : “그것도 알고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렇다면 일본이 동양평화를 부르짖으며 한국을 멸망시킨다든가 또는 병합시킨다든가 해도, 만국이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는가?”
안중근 : “나는 일본이 한국을 병합하고자 하는 야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국이 묵시만 하고 있는 이유도 알고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를 얻어 대만 외에 요동반도를 점령하고 있을 때, 프랑스, 독일, 러시아 삼국동맹이 일본의 요동 점령에 이의를 제기하여, 마침내 이를 청국에 환수케 한 일을 알고 있는가?”
안중근 :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러일전쟁이 일어났던 것이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러면 일본 혼자서는 다른 나라를 병합하지 못하도록 열국이 감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중근 : “감시하고 있게 돼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조선도 예로부터 수백 년 역사를 가지고 독립한 나라이다. 그러므로 일본이 열국의 감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합하려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피고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중근 : “병합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토가 미쳐 있기 때문에 병합하고자 했던 것이다.”
미조부치 검찰관 : “청일전쟁은, 청국의 출병에 대해 한국이 독자적으로 막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을 위해 출병한 결과 야기한 것으로, 한국은 독자적으로 행할 수 없는, 즉 자력이 없는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안중근 : “그건 알고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또 러일전쟁도, 일본이 요동반도를 청국에 환수하자, 러시아가 관동주를 조차하여 군사를 두고, 여순항 내에 군함을 배치하여 한국에 출병하려고 위협하여 일어난 것으로, 한국이 지극히 자위력이 없기 때문에 마침내 일본이 러시아와 전쟁을 하게 된 셈인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중근 : “그건 그렇다.”
미조부치 검찰관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마치 일본이 한국의 보호를 위해 벌인 전쟁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안중근을 심문했다. 안중근은 여기에 부분적으로 동조하면서, 일본 제국주의와 이토 히로부미를 일치시키지 않고 있는 듯한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즉 일본은 국제관계 때문에 한국을 병합하기 어려울 것인데, 이토가 ‘미쳐서’ 그런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는 듯한 인식인 것이다.
○ 미조부치 검찰관의 집요한 ‘회유’
미조부치 검찰관은 집요하게 일본의 통감정치가 한국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펴면서 안중근을 ‘회유’하려 들었다.
미조부치 검찰관 : “한국은 독립해서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어린 아이와 같으며, 따라서 일본이 후견인이 되어 보호하고 있는 것이므로, 한국이 그 뜻을 잘 받들고 있다면 통감제도도 오래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한국이 후견인의 뜻에 반하여 행동한다면 영영 통감제도를 폐지할 수 없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알고 있는가?”
안중근 : “일본으로서는 그렇지만, 한국의 입장에서 말하면 그렇지 않다.”
미조부치 검찰관 : “열국이 승낙하고 있는 보호, 즉 통감제도는 한국이 세계의 대세를 자각하게 되면 필요 없게 되지만, 깨닫지 못하고 완명(頑冥)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끝내 통감제도도 폐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일본이 한국을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스스로 망하게 되는 것인데, 이를 알고 있는가?”
안중근 : “그것이 한국인이 갖고 있는 생각 중의 하나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렇다면 통감정치에 대해 분개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자국민의 무능함을 깨우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안중근 : “나는 일본이 한국에 대해 야심이 있건 없건, 그런 일은 안중에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동양평화라는 것을 안중에 두고, 잘못된 이토의 정책을 미워하는 것이다. 한국은 오늘날까지 진보하고 있다. 다만 독립해서 스스로 지킬 수 없는 것은 한국이 군주국(君主國)이라는 점에 기인하며, 그 책임이 위에 있는 것인지 밑에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조부치 검찰관 : “독립해서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이상, 한국을 일본이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중근 : “그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방법이 아주 잘못 돼 있다. 즉 박영효와 같은 인물을 조약을 집주(執奏)하지 않았다 하여 제주도로 유배하고, 현재 이완용·이지용·송병준·권중현·이근택·신기선·조중응·이병무 따위의 하등 쓸모없는 자들을 내각에 두어 정치를 시키고 있다. 이는 정부의 잘못으로, 정부를 근본부터 타파하지 않으면 한국은 스스로 지킬 수 없는 것이다.”
미조부치 검찰관 : “한국 이조(李朝)의 황실인 이씨는 서북 출신으로, 그 유훈에 "서북 사람은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과연 그렇다면 한국국민은 자국의 황실을 원망하는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중근 : “그런 일이 있기 때문에 서북인이 불평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으로서 황실에 대해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미조부치 검찰관 : “그렇다면 일본이 황실의 선언에 기초하여 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르지 않는 것은 소위 국민이 황실에 불평을 호소하는 것이 되는데,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안중근 : “황실에 대해 불평한 일은 할 수 없지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또 정부에 대해 말하는 것은 권리다.” (제6회 신문조서)
안중근은 한국이 “독립해 스스로 지킬 수 없는 것”은 ‘군주국’이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또 “정부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것은 권리”라고 주장했다. 국주국이기 때문에 이완용 따위와 같은 쓸모없는 자들에게 정치를 맡기고 있다면서 군주제 정치의 한계를 이야기했다. 여기에서 유추할 때 안중근은 공화주의 사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이 무렵 한국인 중에 공화제 정치사상을 가진 사람이 드물었다는 것에 비하면 안중근은 여러 방면에서 대단히 앞선 편이었다. 그러나 안중근이 과연 공화주의 사상가였는가, 아니면 근왕주의자였는가에 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다시 미조부치 검찰관과 안중근 간의 ‘논쟁’을 들어보자.
미조부치 검찰관 : “이토 공작을 죽이면 일본이 한국에 대해 시행하고 있는 보호정책, 즉 통감정치가 폐지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안중근 :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검찰관 : “이토 공작이 죽었다 해도, 통감정치가 폐지될 까닭이 없다. 세계 열국과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이를 파기하지 않는 이상 보호협약은 결코 소멸하지 않는 것이다.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가?”
안중근 : “그 협약은 이토가 병력으로 황상(皇上)을 협박하여 강제로 승낙케 한 것이다.”
검찰관 : “한국이 독립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강박하여 협약케 한 것으로, 조약이 강박에 의해 성립된 예는 많으며, 결코 불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당연한 것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중근 : “그건 그렇지만, 이토가 한국 국민의 희망이기 때문에 보호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일본 황제를 비롯하여 일본 국민을 기만했다. 그래서 이토를 죽이면 일본도 자각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죽인 것이다.”
검찰관 : “만약에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에 대항할 힘도 없는 한국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한국은 멸망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동양평화에 해가 되는 것이므로 일본이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피고는 이런 사리를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중근 : “결국 이토의 방법이 나빴기 때문에 한국이 오늘날과 같은 상태에 이른 것으로, 만약 간책을 부리거나 강제협약을 하지 않았다면, 말할 것도 없이 동양은 지극히 평화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6회 신문조서)
▶ 출처; 김삼웅(金三雄) 前 독립기념관장 著《안중근평전(安重根評傳)》시대의창編(2009년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