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돌아가는 경찰서 안. 강력3반 팀원들은 마약밀수 사건이 해결되지 않아 회의를 하고 있다. 그 사건을 취재하는 수정 역시 그 자리에서 회의 내용을 녹음하며 경청하며 듣는다.
“ 그럼 스파이가 필요한대... 누가 들어가죠? ”
“ 우리 팀엔 여자가 없으니 다른 팀에 지원 요청 해야지.. ”
“ 다른 팀의 여형사들은 술집여자에는 전혀 맞지 않잖아요. ”
마약밀수 사건 때문에 모두가 예민해진 그 상황. 회의를 참석해 경청하고 있던 수정이 갑자기 박수를 치며 말한다.
“ 그거! 제가 할게요. 그 만한 기삿거리를 날로 먹을 순 없죠. 제가 변장할게요. ”
“ 황기자가? 할 수 있겠어? ”
“ 안됩니다. 그건! ”
주환이었다. 너무도 단호한 말에 화들짝 놀란 수정.
“ 제가 일 망칠까봐 그러세요? 저 잘 할 수 있어요. ”
“ 일반인은 위험합니다. ”
“ 하긴.. 황기자는 이런 일을 하기엔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위험하지.. 휴..”
“ 아니에요.. 저 운동신경 좋아요. 위험하면 도망치면 되죠. 그리고 밖에서 다 형사님들이 대기하고 계실 거잖아요. 그런데 뭐가 문제에요? 저 할 수 있어요. 저도 이 사건에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요. 기사 쓸 때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게 훨씬 좋구요. ”
여러 토론이 벌어지고 결국은 수정이 합류하여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로 결정이 난다. 그 결정이 못마땅한 사람은 주환이다. 표정이 좋지 않는 주환의 눈치를 보며 주환을 따라 나가 불러 세운다.
“ 정 팀장님. 저.. 팀원들한테 민폐 안 끼치게 잘 할게요. 믿어주세요. 우리 힘을 합쳐서 꼭 그 놈들 잡자구요. ”
“ 다시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럼. ”
끝까지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주환이 야속하다. 주환이 자신을 너무 싫어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 이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 저 남자 때문에 요즘은 경찰서에 오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왜 저 남자는 저렇게 무뚝뚝하고 냉정한 걸까. 어떨 때 보면 좋은 사람 같기도 한데 어떨 때 보면 너무 무서운 사람 같아 보인다. 알고 지낸지 벌써 5개월이 되었는데도 주환이 웃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 그런데 왠지 저 남자. 눈이 슬퍼 보인다. 냉정한 눈빛 같으면서도 슬퍼 보이는 저 눈빛. 그 눈빛 때문일까. 자신이 주환 앞에만 서면 얼음이 되어 버리는 것은.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는 한 여자.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강력3반 팀원들과 주환은 수정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화려한 색상의 반짝이는 소재로 이루어진 나시 원피스에 검은색 망사 스타킹, 진한 색조 화장, 긴 생머리에서 긴 웨이브로 180도 달라진 모습에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한 번도 입어보지 않는 너무 짧은 옷에 어색한 웃음만 지으며 수줍게 나온다.
“ 황기자 몰라보겠는데~ ”
“ 아유.. 경감님.. 그러지 마세요.. 챙피하게.. ”
그러면서 주환의 눈치를 보지만 자신을 보지도 않고 짐을 챙겨 주차장으로 나가 버린다. 짐을 챙겨 들고 차에 오르는 팀원들과 수정. 도착한 곳은 시내 한 복판 번화가에 위치한 술집. 몸에 도청장치를 달고 술집 안으로 들어간다. 두렵고 겁도 나지만 팀원들 앞에서 티내지 않는다. 더구나 주환 앞에서는 더더욱. 직원에 안내에 따라 술집으로 들어가고
간단한 교육을 받은 뒤 룸으로 바로 투입된다. 문을 열고 들어 간 곳에는 중년의 남성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 사장님들. 오늘 새로 들어온 따끈따끈한 아이들입니다. 너네 중요한 손님들이시니까 잘 모셔야 한다. ”
“ 네~~ ”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은 수정은 짧은 치마 때문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여자들이 룸에 들어오기 전부터 술에 취해 있던 남자들 가운데 김 회장도 보인다. 운 좋게도 김 회장 옆자리에 수정이 앉게 되었다. 다른 술집 여자들과는 달리 온 몸이 뻣뻣하고 애교도 없는 수정을 보며 김 회장 어깨의 손을 올리며 말한다.
“ 이런 일 처음 해 보나? 왜 이렇게 뻣뻣해? ”
“ 네? 아... 술... 술 드릴게요. ”
“ 그래 한 번 예쁘게 따라봐.. ”
술을 따르던 수정은 자신의 허벅지를 만지는 김 사장의 행동에 놀라 술잔이 떨어지고 그 바람에 김 회장 옷에 술이 묻는다. 당황한 수정은 냅킨으로 김 회장 옷을 닦으며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 모습이 귀엽다고 느끼는 김 사장이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 뭐야~ 진짜 처음인건가? 허벅지 좀 만졌다고 이렇게 놀라서는.. 하하하하.”
안에 상황을 도청장치로 다 듣고 있는 강력 3반 팀원들은 숨죽이며 경청하고 있었다. 방금 전 소리에 주환의 표정이 심하게 굳는다. 허벅지를 만졌다는 말에 말이다.
룸 안에서는 최고조의 분위기로 달아올라 일어나 노래도 부르고 여자의 몸을 만지거나 키스를 하는 등 음란 행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해야 하는 만큼 표정 관리를 한다. 옆에 앉아 있던 김 회장이 술에 취해 수정의 나시 끈을 밑으로 내리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기려고 하자 놀란 수정은 김 회장의 손을 잡으며 막아선다.
“ 회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저 부끄러워요.. ”
“ 뭐가 어때? 모두 다 그렇게 노는 구만.. ”
“ 아..아니.. 여긴 사람들도 많고.. 전 부끄럽단 말이에요.. ”
“ 그래? 그럼 우리 둘만 있는 곳으로 가서 재미나 한 번 볼까...? 따라와!”
수정의 손목을 잡아끌고 다른 룸으로 들어가는 김 회장은 자신의 안 주머니에서 하얀 가루를 꺼낸다. 그리고 수정에게 보여 주며 음흉한 표정을 짓는다.
“ 이게 뭔지 알아? 이거 한 번 먹으면 아주 ~ 기분이 좋아져. 난 이미 먹었고. 너도 먹어! ”
“ 이게... 뭔..뭔데요? ”
“ 기분 좋아지는 신비의 약이지.. 얼른 먹고 나랑 한번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이리와!”
하얀 가루를 술에 타서 수정에게 먹이려고 하는 김 회장. 먹지 않으려고 발버둥 처 보지만 힘으로 누르고 수정에게 억지로 먹인다. 그리고는 수정의 옷을 반쯤 벗기기 시작한다.
“ 회..회장님.. 이거...안돼요.. 이러시면..아..”
그 가루를 탄 술을 먹어서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수정은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는 김 회장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정신이 혼미 해 질 때 룸 문이 활짝 열리며 많은 사람들이 들어 왔고 강력3반 팀원들이 김 회장을 포박하고 수갑을 채운다. 제일 먼저 룸 안으로 들어 온 주환은 옷이 반쯤 벗겨져 있는 수정을 발견하고 자신의 겉옷을 벗어 수정을 감싼 채 안아 들고 나온다.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향하는 주환과 수정. 약에 정신이 혼미한 수정은 몽롱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도청장치로 안에 모든 상황을 듣고 있던 팀원들과 주환은 김 회장이 수정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그 순간부터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술집 안으로 들어왔다. 다급한 주환의 발걸음이 속마음을 말해 주듯이 재빠르게 진행 되었다. 제발 이 여자에게 아무 일도 없길 바라면서 말이다. 룸 안으로 들어갔을 때 마약 밀수범인 김 회장을 체포하는 것 보다 그 여자의 안위가 더 중요했다. 옷이 벗겨진 상태에서 힘없이 소파에 쓰러져 있는 수정을 발견했을 때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화가 난다. 아마 팀원들이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분이 풀릴 때까지 김 회장을 패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위세척을 한 다음 택시에 오르는 주환. 그 때까지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 수정을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다. 침대에 눕히기 전 자신의 남방셔츠를 수정에게 입힌다.
햇빛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눈을 뜬 수정은 처음 보는 장소에 자신이 와 있는 것이 이상하기만 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자가 살고 있는 집은 아닌 게 분명했다.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니 거실이 보였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
그리고 문득 자신이 마약밀수 사건 해결을 위해 술집 여자로 변장했던 것이 생각났고 드문드문 생각하기도 싫은 술자리가 생각난다. 김 회장이 자신에게 했던 행동들이 떠오르자 고개를 흔들며 지워버리고 싶다. 김 회장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끌려갔고 그 뒤로는 필름이 딱 끊겨 버렸다. 그럼 이 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집을 돌아다니며 어디인지 알만한 물건을 찾고 있을 때 선반 위에 쓰러진 액자를 발견하고 액자를 세운다. 그 액자 속에는 단아하고 청초한 분위기의 한 여자 사진이 있었다. 수정 자신도 모르게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모의 여자다.
“이렇게 예쁜 여자 사진을 액자에 끼워 놓고 왜 엎어 놨대.. 음... 어디지 여긴.. ”
그렇게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식탁 위에 놓여진 메모와 자동차 키를 발견한다.
[주차장에 검은 색 차에요. 오늘은 그 거 타고 가십시오. - 정 팀장 -]
‘정 팀장 ’이라는 글자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럼 여긴 주환의 집인 것이다. 또 신세를 졌다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도 들고 기분이 좋다. 집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간 수정은 자동차 키를 눌러 주환의 차를 찾고 이내 오른다. 시동을 걸고 집으로 출발한다.
토요일 아침. 시간이 꽤 지났지만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수정. 눈을 떴지만 온 몸이 무겁기만 하다. 그래서 또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오후3시. 다시 한 번 눈을 떴다가 이내 다시 감는다. 몸살이 와서 목소리도 잠겨 있는 상태였고 일어날 기운도 끼니를 챙겨 먹을 겨를도 없다. 오후 5시 쯤 다시 눈을 떴고 진동소리를 느껴 전화를 받는다.
“ 여보세요... ”
잠긴 목소리에 놀란 주환은 순간 잘못 걸었나 싶어 다시 번호를 확인한다. 제대로 걸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귀에 갔다 댄다.
“여보세요..”
“ 정주환입니다. ”
“ 아... 네.. 팀장님.. ”
“ 차를 받아야 해서.. ”
“ 아..맞다... 저기..혹시.. 죄송하지만 저희 동네로 좀 와 주시겠어요..? 제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주소는 문자로 찍어 드릴게요.. 죄송합니다. ”
“ 알겠습니다. ”
전화를 끊고 주소를 문자로 보낸 다음 다시 쓰러져 자는 수정. 잠이 들면서도 주환의 목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좋다. 무뚝뚝한 남자인데도 말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데. 그 남자 앞에서는 예쁘게 보이고 싶은데. 도통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택시를 타고 수정이 보내준 문자 메시지 주소를 보고 집까지 찾아간다. 택시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의 차가 보인다. 제대로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주환. 전화를 걸어본다. 신호음이 오랫동안 가지만 받지 않는다. 그 주변을 둘러보다 현관문 앞에 주소가 적힌 것을 확인하고 문자 메시지와 대조 해 본다. 같은 집이다. 그러나 몇 층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참을 서성이고 있을 때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아주머니를 발견한다.
“ 아주머니. 혹시. 이 집에 사는 황수정씨 몇 층인지 아십니까? ”
“ 황수정? 아... 기자아가씨 말하는 구만 ?”
“ 네.. 맞습니다. ”
“ 그 아가씨 2층에 살지.. ”
“ 아.. 고맙습니다. ”
2층으로 올라간 주환은 벨을 눌러 본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전화를 해 본다. 역시나 받지 않는다. 문고리를 살짝 잡아 당겨보는데 문이 열려 있다. 여자가 사는 집 현관문이 열려 있는 게 이상해서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 가 본다. 작은 원룸이었고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를 발견한다. 손에 있는 핸드폰을 아직도 진동이 울리고 있었고 그 진동 소리고 상당한 큰 소리여서 작은 원룸 안에 울려 퍼질 정도였으나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건 그 여자뿐이었다. 이상해서 들어 가 본다. 가까이 가보니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고 정신을 못 차린다.
“ 이봐요. 이봐요. 황수정씨.. 이봐요? ”
손을 내밀어 이마에 손을 짚어본다. 상당한 열이다. 그 길로 나가 약국을 찾아 마시는 해열제와 감기약을 산다. 수정의 집으로 돌아온 주환은 신음소리와 함께 끙끙 앓고 있는 수정에게 약을 조금씩 먹이고 차가운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 열을 내리는데 주력한다. 시간이 흐르고 열이 내린 것을 확인하고는 식탁에 놓여 있는 자신의 자동차 키를 들고 수정의 집에서 나선다. 주환이 가고 난 후 차 한 대가 들어오고 그 차에서 준하가 내린다. 비밀번호 키를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간 준하는 침대에 누워 잠든 수정을 보며 놀란다. 이마에 물수건이 있는 것을 보고 말이다.
‘ 뭐지? 어디 아팠나? ’
그 때 정신이 돌아온 수정이 깨어난다. 깨어나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준하여서 놀라는 수정.
“ 준하..오빠? ”
“ 응.. 나야.. 몸은 좀 어때? ”
“ 아... 오빠였구나.. ”
“ 어? ”
“ 계속 누가 내 옆에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오빠였구나.. ”
수정이 다시 잠이 들 때까지 떠나지 않고 옆에서 지켜주던 준하는 기분이 묘하다. 수정이 아팠을 때 도대체 누가 다녀간 것일까. 오랜 시간 수정의 옆에서 물수건을 갈아 이마에 올려 주고 약을 먹여준 사람은 누구 인 것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에 걸린다. 뭔가 불안하다. 수정의 주위 사람들 중 자신이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지난 5년 동안 혹시 수정 옆에 다른 사람이라도 생긴 것일까. 아니길 바란다. 아니길.
◆연애소설- 세상에 외치다(6)
바쁘게 돌아가는 경찰서 안. 강력3반 팀원들은 마약밀수 사건이 해결되지 않아 회의를 하고 있다. 그 사건을 취재하는 수정 역시 그 자리에서 회의 내용을 녹음하며 경청하며 듣는다.
“ 그럼 스파이가 필요한대... 누가 들어가죠? ”
“ 우리 팀엔 여자가 없으니 다른 팀에 지원 요청 해야지.. ”
“ 다른 팀의 여형사들은 술집여자에는 전혀 맞지 않잖아요. ”
마약밀수 사건 때문에 모두가 예민해진 그 상황. 회의를 참석해 경청하고 있던 수정이 갑자기 박수를 치며 말한다.
“ 그거! 제가 할게요. 그 만한 기삿거리를 날로 먹을 순 없죠. 제가 변장할게요. ”
“ 황기자가? 할 수 있겠어? ”
“ 안됩니다. 그건! ”
주환이었다. 너무도 단호한 말에 화들짝 놀란 수정.
“ 제가 일 망칠까봐 그러세요? 저 잘 할 수 있어요. ”
“ 일반인은 위험합니다. ”
“ 하긴.. 황기자는 이런 일을 하기엔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위험하지.. 휴..”
“ 아니에요.. 저 운동신경 좋아요. 위험하면 도망치면 되죠. 그리고 밖에서 다 형사님들이 대기하고 계실 거잖아요. 그런데 뭐가 문제에요? 저 할 수 있어요. 저도 이 사건에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요. 기사 쓸 때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게 훨씬 좋구요. ”
여러 토론이 벌어지고 결국은 수정이 합류하여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로 결정이 난다. 그 결정이 못마땅한 사람은 주환이다. 표정이 좋지 않는 주환의 눈치를 보며 주환을 따라 나가 불러 세운다.
“ 정 팀장님. 저.. 팀원들한테 민폐 안 끼치게 잘 할게요. 믿어주세요. 우리 힘을 합쳐서 꼭 그 놈들 잡자구요. ”
“ 다시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럼. ”
끝까지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는 주환이 야속하다. 주환이 자신을 너무 싫어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 이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 저 남자 때문에 요즘은 경찰서에 오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왜 저 남자는 저렇게 무뚝뚝하고 냉정한 걸까. 어떨 때 보면 좋은 사람 같기도 한데 어떨 때 보면 너무 무서운 사람 같아 보인다. 알고 지낸지 벌써 5개월이 되었는데도 주환이 웃는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 그런데 왠지 저 남자. 눈이 슬퍼 보인다. 냉정한 눈빛 같으면서도 슬퍼 보이는 저 눈빛. 그 눈빛 때문일까. 자신이 주환 앞에만 서면 얼음이 되어 버리는 것은.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는 한 여자.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강력3반 팀원들과 주환은 수정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화려한 색상의 반짝이는 소재로 이루어진 나시 원피스에 검은색 망사 스타킹, 진한 색조 화장, 긴 생머리에서 긴 웨이브로 180도 달라진 모습에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한 번도 입어보지 않는 너무 짧은 옷에 어색한 웃음만 지으며 수줍게 나온다.
“ 황기자 몰라보겠는데~ ”
“ 아유.. 경감님.. 그러지 마세요.. 챙피하게.. ”
그러면서 주환의 눈치를 보지만 자신을 보지도 않고 짐을 챙겨 주차장으로 나가 버린다. 짐을 챙겨 들고 차에 오르는 팀원들과 수정. 도착한 곳은 시내 한 복판 번화가에 위치한 술집. 몸에 도청장치를 달고 술집 안으로 들어간다. 두렵고 겁도 나지만 팀원들 앞에서 티내지 않는다. 더구나 주환 앞에서는 더더욱. 직원에 안내에 따라 술집으로 들어가고
간단한 교육을 받은 뒤 룸으로 바로 투입된다. 문을 열고 들어 간 곳에는 중년의 남성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 사장님들. 오늘 새로 들어온 따끈따끈한 아이들입니다. 너네 중요한 손님들이시니까 잘 모셔야 한다. ”
“ 네~~ ”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은 수정은 짧은 치마 때문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여자들이 룸에 들어오기 전부터 술에 취해 있던 남자들 가운데 김 회장도 보인다. 운 좋게도 김 회장 옆자리에 수정이 앉게 되었다. 다른 술집 여자들과는 달리 온 몸이 뻣뻣하고 애교도 없는 수정을 보며 김 회장 어깨의 손을 올리며 말한다.
“ 이런 일 처음 해 보나? 왜 이렇게 뻣뻣해? ”
“ 네? 아... 술... 술 드릴게요. ”
“ 그래 한 번 예쁘게 따라봐.. ”
술을 따르던 수정은 자신의 허벅지를 만지는 김 사장의 행동에 놀라 술잔이 떨어지고 그 바람에 김 회장 옷에 술이 묻는다. 당황한 수정은 냅킨으로 김 회장 옷을 닦으며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 모습이 귀엽다고 느끼는 김 사장이 음흉한 미소를 짓는다.
“ 뭐야~ 진짜 처음인건가? 허벅지 좀 만졌다고 이렇게 놀라서는.. 하하하하.”
안에 상황을 도청장치로 다 듣고 있는 강력 3반 팀원들은 숨죽이며 경청하고 있었다. 방금 전 소리에 주환의 표정이 심하게 굳는다. 허벅지를 만졌다는 말에 말이다.
룸 안에서는 최고조의 분위기로 달아올라 일어나 노래도 부르고 여자의 몸을 만지거나 키스를 하는 등 음란 행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자신의 임무를 잘 수행해야 하는 만큼 표정 관리를 한다. 옆에 앉아 있던 김 회장이 술에 취해 수정의 나시 끈을 밑으로 내리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기려고 하자 놀란 수정은 김 회장의 손을 잡으며 막아선다.
“ 회장님~~ 여기서 이러시면.. 저 부끄러워요.. ”
“ 뭐가 어때? 모두 다 그렇게 노는 구만.. ”
“ 아..아니.. 여긴 사람들도 많고.. 전 부끄럽단 말이에요.. ”
“ 그래? 그럼 우리 둘만 있는 곳으로 가서 재미나 한 번 볼까...? 따라와!”
수정의 손목을 잡아끌고 다른 룸으로 들어가는 김 회장은 자신의 안 주머니에서 하얀 가루를 꺼낸다. 그리고 수정에게 보여 주며 음흉한 표정을 짓는다.
“ 이게 뭔지 알아? 이거 한 번 먹으면 아주 ~ 기분이 좋아져. 난 이미 먹었고. 너도 먹어! ”
“ 이게... 뭔..뭔데요? ”
“ 기분 좋아지는 신비의 약이지.. 얼른 먹고 나랑 한번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이리와!”
하얀 가루를 술에 타서 수정에게 먹이려고 하는 김 회장. 먹지 않으려고 발버둥 처 보지만 힘으로 누르고 수정에게 억지로 먹인다. 그리고는 수정의 옷을 반쯤 벗기기 시작한다.
“ 회..회장님.. 이거...안돼요.. 이러시면..아..”
그 가루를 탄 술을 먹어서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수정은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는 김 회장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정신이 혼미 해 질 때 룸 문이 활짝 열리며 많은 사람들이 들어 왔고 강력3반 팀원들이 김 회장을 포박하고 수갑을 채운다. 제일 먼저 룸 안으로 들어 온 주환은 옷이 반쯤 벗겨져 있는 수정을 발견하고 자신의 겉옷을 벗어 수정을 감싼 채 안아 들고 나온다.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향하는 주환과 수정. 약에 정신이 혼미한 수정은 몽롱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실 도청장치로 안에 모든 상황을 듣고 있던 팀원들과 주환은 김 회장이 수정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그 순간부터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술집 안으로 들어왔다. 다급한 주환의 발걸음이 속마음을 말해 주듯이 재빠르게 진행 되었다. 제발 이 여자에게 아무 일도 없길 바라면서 말이다. 룸 안으로 들어갔을 때 마약 밀수범인 김 회장을 체포하는 것 보다 그 여자의 안위가 더 중요했다. 옷이 벗겨진 상태에서 힘없이 소파에 쓰러져 있는 수정을 발견했을 때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화가 난다. 아마 팀원들이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분이 풀릴 때까지 김 회장을 패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위세척을 한 다음 택시에 오르는 주환. 그 때까지 정신이 돌아오지 않는 수정을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다. 침대에 눕히기 전 자신의 남방셔츠를 수정에게 입힌다.
햇빛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눈을 뜬 수정은 처음 보는 장소에 자신이 와 있는 것이 이상하기만 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자가 살고 있는 집은 아닌 게 분명했다.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니 거실이 보였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야? ”
그리고 문득 자신이 마약밀수 사건 해결을 위해 술집 여자로 변장했던 것이 생각났고 드문드문 생각하기도 싫은 술자리가 생각난다. 김 회장이 자신에게 했던 행동들이 떠오르자 고개를 흔들며 지워버리고 싶다. 김 회장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끌려갔고 그 뒤로는 필름이 딱 끊겨 버렸다. 그럼 이 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집을 돌아다니며 어디인지 알만한 물건을 찾고 있을 때 선반 위에 쓰러진 액자를 발견하고 액자를 세운다. 그 액자 속에는 단아하고 청초한 분위기의 한 여자 사진이 있었다. 수정 자신도 모르게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모의 여자다.
“이렇게 예쁜 여자 사진을 액자에 끼워 놓고 왜 엎어 놨대.. 음... 어디지 여긴.. ”
그렇게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식탁 위에 놓여진 메모와 자동차 키를 발견한다.
[주차장에 검은 색 차에요. 오늘은 그 거 타고 가십시오. - 정 팀장 -]
‘정 팀장 ’이라는 글자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럼 여긴 주환의 집인 것이다. 또 신세를 졌다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도 들고 기분이 좋다. 집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간 수정은 자동차 키를 눌러 주환의 차를 찾고 이내 오른다. 시동을 걸고 집으로 출발한다.
토요일 아침. 시간이 꽤 지났지만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수정. 눈을 떴지만 온 몸이 무겁기만 하다. 그래서 또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오후3시. 다시 한 번 눈을 떴다가 이내 다시 감는다. 몸살이 와서 목소리도 잠겨 있는 상태였고 일어날 기운도 끼니를 챙겨 먹을 겨를도 없다. 오후 5시 쯤 다시 눈을 떴고 진동소리를 느껴 전화를 받는다.
“ 여보세요... ”
잠긴 목소리에 놀란 주환은 순간 잘못 걸었나 싶어 다시 번호를 확인한다. 제대로 걸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귀에 갔다 댄다.
“여보세요..”
“ 정주환입니다. ”
“ 아... 네.. 팀장님.. ”
“ 차를 받아야 해서.. ”
“ 아..맞다... 저기..혹시.. 죄송하지만 저희 동네로 좀 와 주시겠어요..? 제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주소는 문자로 찍어 드릴게요.. 죄송합니다. ”
“ 알겠습니다. ”
전화를 끊고 주소를 문자로 보낸 다음 다시 쓰러져 자는 수정. 잠이 들면서도 주환의 목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좋다. 무뚝뚝한 남자인데도 말이다.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야 하는데. 그 남자 앞에서는 예쁘게 보이고 싶은데. 도통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택시를 타고 수정이 보내준 문자 메시지 주소를 보고 집까지 찾아간다. 택시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의 차가 보인다. 제대로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주환. 전화를 걸어본다. 신호음이 오랫동안 가지만 받지 않는다. 그 주변을 둘러보다 현관문 앞에 주소가 적힌 것을 확인하고 문자 메시지와 대조 해 본다. 같은 집이다. 그러나 몇 층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한참을 서성이고 있을 때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아주머니를 발견한다.
“ 아주머니. 혹시. 이 집에 사는 황수정씨 몇 층인지 아십니까? ”
“ 황수정? 아... 기자아가씨 말하는 구만 ?”
“ 네.. 맞습니다. ”
“ 그 아가씨 2층에 살지.. ”
“ 아.. 고맙습니다. ”
2층으로 올라간 주환은 벨을 눌러 본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전화를 해 본다. 역시나 받지 않는다. 문고리를 살짝 잡아 당겨보는데 문이 열려 있다. 여자가 사는 집 현관문이 열려 있는 게 이상해서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 가 본다. 작은 원룸이었고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를 발견한다. 손에 있는 핸드폰을 아직도 진동이 울리고 있었고 그 진동 소리고 상당한 큰 소리여서 작은 원룸 안에 울려 퍼질 정도였으나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건 그 여자뿐이었다. 이상해서 들어 가 본다. 가까이 가보니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고 정신을 못 차린다.
“ 이봐요. 이봐요. 황수정씨.. 이봐요? ”
손을 내밀어 이마에 손을 짚어본다. 상당한 열이다. 그 길로 나가 약국을 찾아 마시는 해열제와 감기약을 산다. 수정의 집으로 돌아온 주환은 신음소리와 함께 끙끙 앓고 있는 수정에게 약을 조금씩 먹이고 차가운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 열을 내리는데 주력한다. 시간이 흐르고 열이 내린 것을 확인하고는 식탁에 놓여 있는 자신의 자동차 키를 들고 수정의 집에서 나선다. 주환이 가고 난 후 차 한 대가 들어오고 그 차에서 준하가 내린다. 비밀번호 키를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간 준하는 침대에 누워 잠든 수정을 보며 놀란다. 이마에 물수건이 있는 것을 보고 말이다.
‘ 뭐지? 어디 아팠나? ’
그 때 정신이 돌아온 수정이 깨어난다. 깨어나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준하여서 놀라는 수정.
“ 준하..오빠? ”
“ 응.. 나야.. 몸은 좀 어때? ”
“ 아... 오빠였구나.. ”
“ 어? ”
“ 계속 누가 내 옆에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오빠였구나.. ”
수정이 다시 잠이 들 때까지 떠나지 않고 옆에서 지켜주던 준하는 기분이 묘하다. 수정이 아팠을 때 도대체 누가 다녀간 것일까. 오랜 시간 수정의 옆에서 물수건을 갈아 이마에 올려 주고 약을 먹여준 사람은 누구 인 것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에 걸린다. 뭔가 불안하다. 수정의 주위 사람들 중 자신이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지난 5년 동안 혹시 수정 옆에 다른 사람이라도 생긴 것일까. 아니길 바란다. 아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