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정간지(어느 사기꾼의 변명) 5회

DogBottleShoes201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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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며칠의 시간이 흘렀네. 그동안 반장이란 놈은 나만 보면 잡아먹으려고 안달이 났고 맨날 승현이 자식보고 빨리 일 배우라고 나를 들볶더라구. 그런데 나는 승현이 자식을 개무시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일은 배운게 없지. 당연히 반장 시키는 일에 제대로 된 성과물이 나올리가 없고 승현이하고 나는 맨날 반장한테 털리는게 일이었지.

 

 그러다 전시대비 부대방호훈련을 하게 되었지. 쉽게 말해서 이틀동안 전쟁놀이 하는건데 둘째날 야간 훈련도 계획되어 있어서 전 부대원들이 퇴근 안하고 저녁때까지 남아있는 일이 있었어. 저녁먹고 남는 시간에 말 섞을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반장은 당연히 말 섞기도 싫은 존재고 승현이 자식은 젖비린내 나고 멍청해서 상대하기도 싫었어. 나머지 간부들? 며칠전 식당에서 말도 안되는 걸로 병사들 괴롭히는거 보면 수준은 뻔하지. 병사들도 젖비린내 나서 그닥 상대할 맛이 안나네. 그나마 병사들이 가장 말 잘 통하는 부류이긴 하다. 나처럼 군대를 증오한다는 공통점 때문인가. 그래!!! 보급반 하사가 나하고 동갑에다 단기복무자랬지? 그놈이면 나하고 말이 어느정도 통할 듯 한데. 한번 찾아가 보자.

 

 "필승!"

 "어, 너 새로온 신임하사네."

 "예."

 "그래 어서와. 저기 쇼파에 앉아라."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쉬는 시간에도 계속 컴퓨터 만지시는거 보니."

 "말도마라. 반장이란 인간이 얼마나 일을 만들어 내는지 나보고 몰래 훈련 빠지고 서류작성 하래. 말이 되냐? 그러다가 걸리면 나만 욕먹게?"

 "정말입니까?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훈련하는 목적이 전쟁때 부대 운용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연습인데 그걸 빠지라니..."

 "그 반장이란 인간은 전쟁나도 전쟁에서 빠지고 서류작업 하라고 할 인간이야."

 "그럼 바쁘신데 다음에 오겠습니다."

 "아니다. 어차피 오늘 밤 새도 안끝나는 일이야. 놀다가. 쉬는 시간 20분밖에 안 남았다."

 

 와. 보급반장이란 놈 완전 이기주의자인가 보네 어떻게 부대 훈련을 빠지고 야근하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대고 있어? 하긴 수송반장도 만만치 않은 인간이긴 하지만. 그놈이 나 갈구는거 말고도 쓸데 없는 일 벌이는데 선수거든. 그것도 나중에 천천히 말해줄게. ㅎㅎ

 

 "그럼 복무기간 얼마 남으셨습니까?"

 "2년 남았지 원래 4년만 복무하면 되는데 집안 사정상 1년 연장복무 신청했어."

 "집이 어려우신가 봅니다."

 "좀 그래."

 "그렇습니까... 음, 다름이 아니고 제가 찾아온 이유가 저도 아시다시피 단기 복무잔데 이 부대에서 저하고 생각이 통하실 분이 보급하사님밖에 없으신거 같아서 찾어뵙습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성함이..."

 "한순진. 그렇다고 이름처럼 썩 순진한건 아냐. ㅎㅎ"

 

 그건 겪에 보면 알 일이지. ㅋㅋ

 

 "네, 한하사님. 저도 요즘 수송반장님 때문에 죽겠습니다. 뭐 그렇게 온지도 얼마 안된 사람 그렇게 쪼으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기는 처음부터 잘했나. 그리고 그분도 일 중독 증세가 있는지 쓸데 없는 일을 만들어 내는데 도사십니다."

 "이동네 인간들이 다 그래. 완전 보여주기식으로 일 하는데 도가 텃거든. 그냥 병사고 간부고 무조건 안쉬고 움직이는 모습만 보여주면 그게 일 잘하는건줄 알아. 일이란 것도 밀고 당기기가 있는데 맨날 당기기만 하니 사람이 살수가 있나. 너 병사들 눈 못봤지? 눈이 초롱초롱한 애들 있더냐? 눈빛이 군인인지 노예인지 모를 그런 이상한 눈빛을 하고 있어. 다른 큰부대 가면 애들이 웃고 다닌다는데 여기만 뭔가가 이상해."

 

 젠장, 내가 부대를 잘못 왔구나.

 

 "아무튼 말야. 너도 단기복무할거면 하루라도 빨리 다른 부대로 전출가. 여기 있으면 신세 망치는 지름길이야. 그리고 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연장복무 신청은 하지마. 군대란 곳이 정 안주면 하루하루 생활하는데 정말 짜증나는 곳이니까."

 

 야! 내가 너처럼 가난뱅이냐? 연장복무는 너처럼 하층민이나 하는거고. 이 정간지님 같은 상류증 진입 예비자께서는 그딴거 안해도 돼. 이놈의 군대 빨리 제대하는게 나를 위한 길이지.

 

 "네 오늘 덕분에 잘 쉬다 갑니다. 다음에 또 놀러오겠습니다."

 "어, 그래. 훈련 수고하고."

 

 음. 저렇게 부대에 애정이 없음 내가 말만 잘 하면 내 편으로 완전히 넘어오게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옆에 두다 보면 어딘가 써먹을 구석이 생기겠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