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노래를 찾아헤매는 습관은 오래됐다. 자료를 다 들여다보고 나면 서사 구조는 대부분 완성된다. 그때 내가 찾아헤매는 것은 디테일이다. 디테일은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을 설명한다. 자료로는 디테일을 만들 수 없다. 디테일은 오직 나의 내면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추측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추측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는 그 모든 절망과 기쁨과 좌절과 분노에 스스로 맞닥뜨리고자 한다. 하지만 소설가라고 그 모든 일들을 다 경험할 수는 없다. 그때 내게는 수많은 음악들이 있다. 내게 음악들은 다른 리얼리티로 통하게 하는 내밀한 통로와 같다. 음악에는 그 어떤 디테일도 없으므로, 그럼에도 음악은 내 마음속에 감춰졌던 그 모든 감정들을 끌어내므로." / 김연수 (49p-50p)
"이야기란 대체 무엇인가. 아마도 이야기란 현실의 결핍과 치욕을 덮거나 드러내거나 비틀어버림으로써 그 결핍과 치욕을 넘어서려는 언어의 화폭일 것이다. 그러하되, 현실과 화폭 사이의 그 아득한 거리를, 언어를 징검다리로 삼아서 건너가야 하는 이야기꾼의 운명을 나는 거의 감당하지 못한다. 당대의 역사적 구조 전체와 삶의 총체적 중량 전체를 향해 달려드는 '거대한' 작가가 되려는 허영심이 나에게는 없다. 나는 중생의 불완전한 언어로 더듬을 수 있는 작은 것들, 희미한 것들, 온갖 허섭스레기 같은 것들을 겨우겨우 말하는 쪼잔한 글쟁이가 되려 한다. 누구에게나 운명이라는 것이 있을 터이다. 운명이라기보다는 팔자라는 말이 좋겠다." / 김훈 (84p)
"발자크가 소설을 쓸 때의 하루 일과는 이랬다고 한다. 백포도주와 가벼운 저녁식사를 하고 저녁 여덟 시에 잠자리에 든다. 새벽 두 시에 깨어서는 커피를 마시며 여섯 시까지 다시 쓴다. 그리고 식사. 오후 한 시부터 여섯 시까지 지금까지 쓴 글들을 수정한다. 발자크의 하루 일과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허리가 곧게 펴진다. 고백하건대, 내가 소설에 투자하는 시간은 발자크의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친다. 물론, 부끄럽다. 그리고 그것이 이 글의 목적이기도 하다. 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 / 윤성희 (152p)
(내가 본 책) * 김훈 외 '소설가로 산다는 것' *
"하나의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노래를 찾아헤매는 습관은 오래됐다. 자료를 다 들여다보고 나면 서사 구조는 대부분 완성된다. 그때 내가 찾아헤매는 것은 디테일이다. 디테일은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을 설명한다. 자료로는 디테일을 만들 수 없다. 디테일은 오직 나의 내면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추측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추측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나는 그 모든 절망과 기쁨과 좌절과 분노에 스스로 맞닥뜨리고자 한다. 하지만 소설가라고 그 모든 일들을 다 경험할 수는 없다. 그때 내게는 수많은 음악들이 있다. 내게 음악들은 다른 리얼리티로 통하게 하는 내밀한 통로와 같다. 음악에는 그 어떤 디테일도 없으므로, 그럼에도 음악은 내 마음속에 감춰졌던 그 모든 감정들을 끌어내므로." / 김연수 (49p-50p)
"이야기란 대체 무엇인가. 아마도 이야기란 현실의 결핍과 치욕을 덮거나 드러내거나 비틀어버림으로써 그 결핍과 치욕을 넘어서려는 언어의 화폭일 것이다. 그러하되, 현실과 화폭 사이의 그 아득한 거리를, 언어를 징검다리로 삼아서 건너가야 하는 이야기꾼의 운명을 나는 거의 감당하지 못한다. 당대의 역사적 구조 전체와 삶의 총체적 중량 전체를 향해 달려드는 '거대한' 작가가 되려는 허영심이 나에게는 없다. 나는 중생의 불완전한 언어로 더듬을 수 있는 작은 것들, 희미한 것들, 온갖 허섭스레기 같은 것들을 겨우겨우 말하는 쪼잔한 글쟁이가 되려 한다. 누구에게나 운명이라는 것이 있을 터이다. 운명이라기보다는 팔자라는 말이 좋겠다." / 김훈 (84p)
"발자크가 소설을 쓸 때의 하루 일과는 이랬다고 한다. 백포도주와 가벼운 저녁식사를 하고 저녁 여덟 시에 잠자리에 든다. 새벽 두 시에 깨어서는 커피를 마시며 여섯 시까지 다시 쓴다. 그리고 식사. 오후 한 시부터 여섯 시까지 지금까지 쓴 글들을 수정한다. 발자크의 하루 일과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허리가 곧게 펴진다. 고백하건대, 내가 소설에 투자하는 시간은 발자크의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친다. 물론, 부끄럽다. 그리고 그것이 이 글의 목적이기도 하다. 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 / 윤성희 (1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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