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 살아 ^^

피곤한여자2012.04.25
조회497

남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사귄지 석 달쯤 되었을 때 서로 시간을 갖기로 했고, 지난 주에 이별했습니다.

시간을 갖자는 말은 남자친구가 먼저 했고,  헤어지자는 말은 제가 먼저 했습니다.

 

남자친구와 저는 대학교 선,후배 사이입니다.

알고 지낸지 10년이 되었고, 학생때도 그렇고 졸업 후에도 몇 번 따로 만나서 술먹고 그랬을 정도로 ,

이상한 사이는 아니고 정말 딱 친한 선,후배 사이였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저는 좀 낙관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둘 다 30이 넘었고 .. 알고 지낸 게 10년이니 ... 모르는 사실을 새삼스레 알 일도 없을 것 같고 ...

이대로 잘 만나다가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에 결혼하겠지, 하는 생각이요...

아무래도 제가 여자다보니 나이를 영 신경 안 쓸 수가 없고, 집안의 압박도 있어서요 ^^

 

사실은 그래서 ... 오히려 눈치보며 남자친구 눈치 보고 ... 편의 많이 봐주고 ...

무뚝뚝하고 무심한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하느라 여기 판에 글도 쓴 적도 있고 그러네요 헤헤 ..

 

제가 지금 여기에 쓰고 싶은 이유는 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고,

저와 같은 생각 혹은 고민을 하는 여자분들의 지지를 받고 싶기도 하고요 ... ㅋ

 

 

 

사실 여자 나이 서른이 넘어 또다시 이별하는 건 참 힘든 것 같습니다. 두렵기도 하고 ...

그래도 자존심 죽여가면서 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존심 죽여가면서 나름의 배려와 나름의 뒷바라지를 해봤자 돌아오는 건 

 

 이런 결과.

 

 

 

 

처음엔 참 좋았고, 달달했지요 당연히 ...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하게 여기더라구요. 내가 배려해주는 걸 ...

 

 

 

주말 중에 하루는 쉬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만 만났습니다.

평일은? 오빠 직장 회식에, 모임에, 스터디에, 쉬어야 하기 때문에, 기타 등등 안 만납니다.

제가 있는 근처에서 주 1회 기타 동호회 모임이 있었는데, 끝나고 뒷풀이를 가느라 저는 못 만납니다.

그 하루 만나는 것도 오전에는 자야하기 때문에 오후에 만납니다.

시간약속도 정하지 않습니다.

'내일 몇 시쯤 볼거야?'  - '오후쯤 만나서 영화보고 저녁먹자.'

'그게 몇신데? 나도 내 일정을 짜야지.'  -  '글쎄. 한 4시쯤 보면 되지않나.'

그 다음날 저는 대략 2시 정도부터 모든 준비를 끝내고 대강의 약속장소로 느릿느릿 출발하며 혼자 분위기를 잡다 만납니다.

4시쯤 만나서 영화보고, 저녁먹고, 커피먹고, 으레 그렇듯 코스밟고 헤어집니다.

 

 

 

 

제 집은 강북구입니다. 남자친구 집은 성남입니다.

 

 

 

주일에 저는 교회를 갑니다.

(둘의 종교는 다르지만 강요한 적은 없습니다. 서로 그런건 배려해줍니다.)

주일에 만나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본다면 11시쯤 만나서 3~4시에 헤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혹시 주일에 오빠를 만나게 될 경우, 나때문에 일찍 헤어져야 하니까 제가 미안해서 또 오빠를 맞춰줍니다.

 

그리하여 저는 아침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영화를 보기위해 강남역까지 내려갑니다.

오빠는 집에서 강남역까지 딱 30분 걸립니다.

강남역에서 놀고, 쿨하게 서로 헤어집니다. 데려다주고 그런건 없습니다.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인디밴드의 노래가 홍보성으로 만든 노래라 음원 파일이 없다는거,

아는 사람 통해통해 MR을 구했습니다.

그거라도 어디냐며 고맙다고, 달라고 했습니다. 메일로 첨부된 거 남자친구에게 쏴서 보내줬지요.

MR 이라서 가사는 안 나오지만 그래도 일반인은 구할 수 없는 거잖아요.

며칠 후 들어봤냐고 물어봤더니 가사없이 반주만 나오니까, 자기가 흥얼거려야 되니까 짜증나서 몇 번 듣다 말았답니다.

 

 

 

 

술을 좋아합니다. (주사같은 건 없어요^^ 성격도 좋고 분위기도 잘 살리고 유쾌하게 잘 마시는 사람입니다.)

 

물론 저도 술을 잘 마시고, 한식 양식 중식 가리지않고 잘 먹습니다.

그러나 저도 여자니까, 구두신고 예쁘게 입으면 나름 파스타파는 집에서 분위기 내고 싶습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보고, 하정우가 중국요리 먹는 장면이 하도 맛있게 먹는다면서

영화 끝나고 저녁 먹으러 24시 짱깨집에 가서 양장피와 간짜장을 먹었습니다.

이건 솔직히 괜찮습니다. 재미있었어요. 전 양장피의 겨자소스 때문에 뜨아!!! 하며 먹는 그 사람 모습이 좋았거든요.

 

 

 

그 많은 좋은 음식점들 다 놔두고 점심에 제육볶음을 먹으러 갑니다. '제육볶음이요' 하는 제 뒤로 '소주 1병이요.' 합니다.

낮술을 깝니다. 둘이. 1병 둘이 나눠마셔도 마신 티도 안 날 정도로 서로 술이 쎄긴 쎕니다만.

1병 시키면 금방 바닥입니다.

'1병 더?' 했을 때 뭔가 여장부처럼 '거럼~~~' 하는 제 모습에 호탕하게 웃는 그 모습이 좋아 마시다보니

지금 제게 남은건 술배와 늘어난 체중 5KG 밖에 없습니다.

 

 

 

 

 

발렌타인데이_

 

그 사람을 위해 몇날 며칠을 고심한 가디건을 사고, 나이가 나이니만큼 종합비타민제도 한 통 ^^

그리고 나름 열심히 준비한 초콜렛도 준비했습니다.

 

 

좋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워낙 무뚝뚝한 사람이라 표현이 '잘 먹고, 잘 입을게' 한 마디 뿐이였어도 정말 괜찮았어요.

정말 천성적으로 오글거리는 말 못하는 성격이고, 충분히 좋아하는 게 눈에 보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쇼핑백과, 나름 예쁘게 입은 옷차림을 하고

영화관에 딸린 극장에서 'House of Dead' 총 쏘는 게임도 열심히 했습니다. 오빠가 좋아했거든요.

저녁은 양재역에 있는 부페를 제가 예약했었습니다. 맛있는 거 사주고 싶어서요. 좋은데 가고 싶어서요. 발렌타인데이니까요.

 

 

 

화이트데이가 되었어요.

 

일주일쯤 전에 우리도 남들처럼 파스타 먹으러 갈까? 하는 말에 귀여워서 웃음이 팡 터졌습니다.

 

그리고 ...

저는 종로에 있는, 파스타를 시키면 피자를 무한리필해주는 집에 갔습니다.

페레로로쉐 초콜렛 16개인가 20개인가, 2단으로 플라스틱 박스에 들어있는거 받았습니다.

그 다음 쇼핑백을 하나 꺼냅니다.

 

저요 솔직히요.

워낙 그 사람 파스타 같은거 안 먹고 하는거 알고, 나름 저 위해 생각해주는거 알아서 파스타집도 좋았어요.

오글대는거 싫어하니까 꽃 같은거 사지도 못하고, 페레로로쉐 편의점에서 파는 제일 평범한거 줘도 좋았어요.

너무 기뻤어요. 날 위해 이런걸 사오기라도 했다는 게요.

 

근데 아무래도 이 나이에 ... 'Clue' 쇼핑백은 좀 심하지 않나요.

목걸이, 귀걸이 세트인데 ... 아시죠 클루. 금도 아니고 은 혹은 금속으로 된 저가형 브랜드 ... 중,고딩들이 많이 하는 ...

그래도 그때는 그거라도 귀엽고 고마웠습니다. 이 매장에 들어가서 이걸 어떻게 샀대~ 하면서 고마워했지요.

나중에 지나가다 매장 들어가봤더니 목걸이 귀걸이 다 합쳐서 6만원도 안 하더라고요 ...

 

 

 

 

마지막 만난 날,

그 달달한 영화 '건축학 개론'을 본 그 날도 저는 강남역까지 내려가서 영화를 보았고,

시간이 남아 교보문고에 갔을 때에도 그 사람은 제가 어디에 있는지는 보지도 않고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봅니다.

커피숍에서 주변을 돌아보면 참 달달한 커플들도 많던데,

따뜻한 데 오래 앉아있으니 잠이 쏟아지고 몸이 나른하다며 일어나자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우리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2주가 지나고,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유예기간이 있어서 그랬는지, 내가 헤어졌다는 것조차 잊어버릴만큼 생각이 잘 안 납니다.

그래도 어쨌든 내 꼬라지를 보면 화도 나고 짜증도 납니다.

 

저는 네이트 판을 자주 보는데 ... 주옥같은 글들이 있더라고요.

 

똥차 지나가면 벤츠 온다~ 도 그렇지만,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하나를 잃은거지만, 그 사람은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잃는 거라고 ...

 

 

 

 

조금 정신없고 두서없습니다.

그치만 대충 뭔지는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모든 남자,여자들이 연애를 하면 무조건 다정하고 손발이 오글거리는 대사를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방식에서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며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자신을 낮추면서까지 결혼해야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옳지않는 연애를 하는 건 슬픈 일인 것 같아요.

 

전 이제 솔로가 되었지만

그 사람과 낮술, 밤술 먹으며 쪄버린 5Kg 를 빼버리고 더 아름다운 여자로 거듭나렵니다.

다시 만나면 날 그렇게 소홀히 대한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려구요 ^^

그리고, 절 소중히 대해주는 착하고 올바른 사람 만나서 행복해지려구요.

 

우리 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연애때 실컷 공주대접 받아야지 언제 받냐며 ...

우리 딸 많이 사랑받고 많이 예뻐해주는 남자 만나야된다고 ...

 

세상의 모든 여성분들 화이팅입니다 ^^

 

 

 

+ 난 그래도 오빠 참 좋아했는데 ^^

  헤어질 때 끝까지 모진소리 안 하고 건강 잘 챙기라고, 술 줄이라고, 여자친구로서 마지막 당부한다고 한 거

  그래도 인간으로서 미워하는 건 아니니까 ...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잘 살거니깐.

  그래도 잠시라도 추억거리 만들어줘서 고맙다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