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

둥이20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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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대 중(돈 세는 일)에 오빠가 어색해서 그런지 이것저것 말을 시키곤 했는데 제가 워낙 멀티태스킹이 안 돼서 본의 아니게 계속 단답만 했거든요.(네. 그러게요. 아, 맞아요...이런 대답들ㅋㅋ) 아마 오빠는 저를 까칠한 애로 생각했을 거예요. 워낙 말수도 없고 제 인상이 그리 밝은 편도 아니고...

 

 그러던 어느날, 오빠가 워낙 일을 잘하고 점장님 부부도 오빠에게 의지하는 편이라서 제가 일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무조건 오빠에게 연락하라며 점장님께서 오빠의 번호를 제게 주셨습니다. 제가 일을 잘하는 건지, 일이 쉬워진 건지 모르겠지만 연락할 일은 딱히 생기지 않았고 그 번호는 곧 제 기억에서 사라질 뻔 하다가...담배 재고하는 법을 갑자기 배우라고 시켜서...제가 먼저 카톡을 했습니다.

 

 일 외에 사적인 대화가 오간 건 그로부터 얼마되지 않은...제가 알바하고 처음으로 비가 오던 날이었습니다.

 

 주중 오후 알바가 MT를 간다며 삼일 펑크를 내서 주말 야간 알바(남자앱니다. 얘도 나중에 또 나올 겁니다ㅋㅋ)가 이틀 땜빵을 메웠는데 마지막 삼일 째에 자기 약속있다고 못 나온다는 겁니다...이걸 어째요. 결국 저하고 오빠 둘이서 메워야 했죠...허걱 저야 뭐 두시간 더 한 것뿐이지만 오빠는...ㅜㅜ다섯시에 교대였는데 한 십분 전에 오빠가 늦잠을 자서 늦는다고 카톡이 왔더라구요. 저는 오빠 사정을 아니까 당연히 이해했습니다. 혹시 급하게 오다 사고라도 날까 봐, 그냥 천천히 오라고 답장도 했습니다. 그리고...비타민 드링크를 하나 샀어요.

 

 15분정도 흘렀을까. 오빠가 아닌 어떤 40대 중후반정도 되어 보이는 마른 체격의 남자가 들어섰습니다. 손님도 아닌 그는, 우리 점장님과 통화를 하고 싶다며 점장님이 편의점을 세 내놓으셨다는데 매입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말이 참 청산유수여서 홀린듯이 듣던 중에, 오빠가 왔습니다. 남자의 관심이 오빠한테 쏠리더니 오빠한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둘을 가만히 보다가 그냥 돈이나 셌습니다...오빠가 바로 제 옆에 있었고 그 남자는 카운터 바로 앞에서...남자가 편의점 장사에 대해 꼬치꼬치 캐무는데 처음 만난 사람임에도 불구, 친절하게 답해주는 모습에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습니다...

 

 오빠가 누구에게나 친절히 대해줘서 그런 걸까. 친절히 대해주는 게 나뿐만이 아닌 걸 깨달아서...

 내가 그 오빠의 뭐라도 된다고, 그게 왜 서운할까.

 

 아무 말 없이 유니폼을 갈아입고 그대로 편의점을 나갔습니다. 비타민 드링크는 주지도 못한 채...대체 뭐가 그리 서운한 건지 인사도 대충 하고 나가려는데 오빠가 "잘 가" 이러더라구요. 잘못 들었나 싶었습니다. 우린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존댓말을 썼거든요.

 

 날씨마저 우울한 날. 집에 와서 멍하니 있는데 아차 싶더라구요. 유니폼을 갈아입다가 핸드폰을 놓고 온 거예요...힘이 풀려서 다시 나갈 채비를 하는데 비타민 드링크가 계속 시야에 걸리고...

 

 편의점에 다시 가니 아직도 둘이 대화중이더라구요...근데 오빠가 먼저 '어?' 아는척해주고 전 고개만 까딱이고 핸드폰만 쏙 빼왔습니다. 카운터 앞을 쓱 지나치는 순간 오빠가 또 저를 봐줬고 저는 되게 무뚝뚝하게 "이거 드세요."하고 챙겨나온 비타민 드링크를 건넸습니다. 오빠가 얼떨떨하게 받았구요.

 

 오빤 고맙다고 했나, 다시 또 잘가라고 했나.

 뭘 들을 겨를도 없이 그저 편의점을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700원짜리 음료수의 마법일까요. 그날 오빠에게서 먼저 카톡이 왔습니다. 내용은 그냥 엄청나게 사소한 거였고...둘 다 어색하고...10통도 안 될정도로 짧은 대화였지만

 

 그래도, 그래도 좋았습니다.

 

 

 

 

 

 방학의 첫 한달을 알바만 내리 하며 보낸 뒤, 저는 제 시간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주말타임으로 옮겼습니다. 즉, 제가 주간을 매일했으니 주중 주간 알바가 새로 들어왔구요. 알바사이트에 구인 공고를 거는 것도 이 오빠가 맡아서 했는데 그러다보니 저절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겠죠.

 마지막주. 평소대로 인사를 하고 유니폼을 입고 카운터로 갔는데 오빠가 (아마 제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평소보다 다운된 분위기로 그만 두냐고 묻더라구요.

 

 "어? 그게 아니라 저 주말만 하기로 했는데."

 "왜?"

 "(돈 세기 동시에 단답 시작)힘들어서요통곡..."

 "뭐가 힘들어."

 "아 전 힘들어요ㅋㅋ!"

 

 전 그냥 웃으면서 큰소리 냈는데 이 오빤 웃지도 않고 뭔가 계속 다운되어 있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주중에 교대할 때 맨날 만났는데 이제 일주일에 딱 한 번, 토요일 아침에만 만날 수 있게 된 거잖아요. 지금도 확신은 없지만 아마 그게 아쉬워서...?부끄 물론 그 당시의 저는 꿈에도 몰랐구요ㅋㅋ

 

 

 

 아무튼, 그렇게 우리의 만남은 확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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