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 -p.49
■ 내 말 잘 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p.119
■ 나는 그저 살인만 저지른 게 아니었다. 내가 이룬 세상을 스스로 경멸한 자기혐오도 죄악이었다. 생의 마지막 한두 시간을 남기고, 나는 가장 잔인한 아이러니와 마주했다.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어제의 삶을 이제는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 됐다. 종교라도 있었다면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했을 것이다. '제가 전에는 그토록 하찮게 생각했던 삶을 제발 되돌려주십시오. 아무런 기쁨없이 멍했던 통근 길, 한심한 의뢰인들을 바라보며 보낸 지긋지긋한 근무 시간, 집안 문제, 부부 문제, 불면의 밤, 내 아이들을 제발 다 돌려주세요. 더 이상 다른 삶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제가 선택한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딱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 -p.159
■ 이제 내 과거는 말끔히 지워졌다. 나는 벤 브래드포드가 아니고, 책임도 없고, 의무도 없고, 인간관계도 없다. 이제 내게 주어진 굳건한 삶은 없었다. 나는 그저 진공상태와 같은 처지였다. 질문. '지붕을 깨끗이 치웠을 때, 얻는 것은?' 답. '텅 빈 지붕'. 다른 답. '자유'.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자유, 그 텅 빈 지붕과 마주하게 되면 두려움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유란 끝없는 무의 공간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영역을. -p.271~272
■ 극복이 안 돼 그냥 덮고 사는 거야. 그냥 눈에 안 띄게 밀쳐 둔 거지. 그 일은 나만의 어두운 방이 되었어. 내 머릿속 한 곳에 그 어두운 방이 늘 존재하지. 아무리 애써도 없앨 수 없는 방. 영원히 함께할 수밖에 없는 방. -p.375
■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장면의 세세한 부분들을 모은다. 그 세세한 것들이 한데 모이면 '큰 그림'이 완성된다. 사진가는 늘 상황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영상 하나를 원하지만 작가는 작은 일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세밀한 묘사가 없는 이야기는 맥없고 심심할 수밖에 없으니 좋은 글을 쓰려면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 글 전반에 작가 자신의 시각이 담기지 않으면 독자는 작가가 관찰한 바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다. -p.404~405
리뷰
한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던 책,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사람들이 이리도 열광하는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된 이 책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몰입이 되는 아주 흥미진진한 한 편의 영화같은 소설이다.
무려 5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지만 어느순간부터 이야기 속에 빠져들면서 결말이 궁금해져 참을 수 없을만큼
빠른 전개와 스릴 가득한 글들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해주었고, 총 3부로 이루어진 탄탄한 구성역시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중간 부분에서 너무나도 잔인한 장면이 참으로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그냥 읽지 않고 지나치고 싶을만큼
소름이 끼치고 '아, 괜히 이 책을 선택한 것 같다'는 후회도 살짝 들었는데 그래도 전체적인 스토리는 나쁘지 않았다.
주인공인 '벤'은 어릴 적부터 사진찍기에 관심이 있지만 아버지의 강요로 법률공부를 하게 되고 결국 변호사로서의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지만, 그러면서도 집안에 사진장비들을 사들여가며 이루지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우발적인 실수로 '게리'라는 한 사진작가를 죽이게 되고 그 때부터 그는 자신의 범죄를 완전범죄로 숨긴채
죽은 게리의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리하여 드디어 그는 변호사가 아닌 사진작가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되고,
우연한 기회로 자신의 사진이 유명해지면서 한순간에 유명사진작가로 이름을 떨치면서 행복한 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가 부각될수록 언젠가 그의 과거가 들통 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늘 불안함에 휩싸인다.
그런 벤은 과연 진심으로 행복했을까? 다른 이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현실에서 가능하기는 할까?
그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물론 여러가지 고려요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적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내 어린시절 장래희망란에는 늘 '선생님'이라는 소박한 꿈이 적혀있었고 지금 나는 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즐겁고 그래서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하루하루 즐겁고 유익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늘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앞으로도 내 자리에서 더욱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한번뿐인 인생인데 자신의 삶에서 진정 원하는 것을 꼭 한 번쯤은 도전해봐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처럼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 쯤은 해볼 수 있는 생각이다.
특히, 지금의 삶이 시련과 고통의 연속이라면 더더욱 그런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그런 기적이나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고통스럽고 지치고 힘든 삶일수록
모든 걸 버리고 다른 사람의 인생 속으로 도망치기보다는, 자신의 삶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해야한다.
만약 벤이 조금만 더 빨리 이런 노력을 시도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변호사라는 직업의 명성과 후광은 없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찍으면서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쨌든, 처음으로 접해본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요즘은 새로운 작가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다 <모멘트>라는 책도 구매했는대 다음 책도 왠지 기대가 된다. :)
[187권] 빅 픽처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 이야기」
원제 : The Big Picture (1997)
저자 : 더글라스 케네디
역자 : 조동섭
출판사 : 밝은세상
출판일 : 2010년 06월
■ 이제 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 -p.49
■ 내 말 잘 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p.119
■ 나는 그저 살인만 저지른 게 아니었다. 내가 이룬 세상을 스스로 경멸한 자기혐오도 죄악이었다. 생의 마지막 한두 시간을 남기고, 나는 가장 잔인한 아이러니와 마주했다.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어제의 삶을 이제는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 됐다. 종교라도 있었다면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했을 것이다. '제가 전에는 그토록 하찮게 생각했던 삶을 제발 되돌려주십시오. 아무런 기쁨없이 멍했던 통근 길, 한심한 의뢰인들을 바라보며 보낸 지긋지긋한 근무 시간, 집안 문제, 부부 문제, 불면의 밤, 내 아이들을 제발 다 돌려주세요. 더 이상 다른 삶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제가 선택한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딱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 -p.159
■ 이제 내 과거는 말끔히 지워졌다. 나는 벤 브래드포드가 아니고, 책임도 없고, 의무도 없고, 인간관계도 없다. 이제 내게 주어진 굳건한 삶은 없었다. 나는 그저 진공상태와 같은 처지였다. 질문. '지붕을 깨끗이 치웠을 때, 얻는 것은?' 답. '텅 빈 지붕'. 다른 답. '자유'.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자유, 그 텅 빈 지붕과 마주하게 되면 두려움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유란 끝없는 무의 공간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영역을. -p.271~272
■ 극복이 안 돼 그냥 덮고 사는 거야. 그냥 눈에 안 띄게 밀쳐 둔 거지. 그 일은 나만의 어두운 방이 되었어. 내 머릿속 한 곳에 그 어두운 방이 늘 존재하지. 아무리 애써도 없앨 수 없는 방. 영원히 함께할 수밖에 없는 방. -p.375
■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장면의 세세한 부분들을 모은다. 그 세세한 것들이 한데 모이면 '큰 그림'이 완성된다. 사진가는 늘 상황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영상 하나를 원하지만 작가는 작은 일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세밀한 묘사가 없는 이야기는 맥없고 심심할 수밖에 없으니 좋은 글을 쓰려면 균형감을 유지해야 한다. 글 전반에 작가 자신의 시각이 담기지 않으면 독자는 작가가 관찰한 바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다. -p.404~405
리뷰
한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던 책,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사람들이 이리도 열광하는 것일까.
궁금한 마음에 읽게 된 이 책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몰입이 되는 아주 흥미진진한 한 편의 영화같은 소설이다.
무려 5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지만 어느순간부터 이야기 속에 빠져들면서 결말이 궁금해져 참을 수 없을만큼
빠른 전개와 스릴 가득한 글들은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해주었고, 총 3부로 이루어진 탄탄한 구성역시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중간 부분에서 너무나도 잔인한 장면이 참으로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그냥 읽지 않고 지나치고 싶을만큼
소름이 끼치고 '아, 괜히 이 책을 선택한 것 같다'는 후회도 살짝 들었는데 그래도 전체적인 스토리는 나쁘지 않았다.
주인공인 '벤'은 어릴 적부터 사진찍기에 관심이 있지만 아버지의 강요로 법률공부를 하게 되고 결국 변호사로서의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지만, 그러면서도 집안에 사진장비들을 사들여가며 이루지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우발적인 실수로 '게리'라는 한 사진작가를 죽이게 되고 그 때부터 그는 자신의 범죄를 완전범죄로 숨긴채
죽은 게리의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리하여 드디어 그는 변호사가 아닌 사진작가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되고,
우연한 기회로 자신의 사진이 유명해지면서 한순간에 유명사진작가로 이름을 떨치면서 행복한 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가 부각될수록 언젠가 그의 과거가 들통 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늘 불안함에 휩싸인다.
그런 벤은 과연 진심으로 행복했을까? 다른 이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현실에서 가능하기는 할까?
그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물론 여러가지 고려요인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적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내 어린시절 장래희망란에는 늘 '선생님'이라는 소박한 꿈이 적혀있었고 지금 나는 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게 즐겁고 그래서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하루하루 즐겁고 유익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늘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앞으로도 내 자리에서 더욱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한번뿐인 인생인데 자신의 삶에서 진정 원하는 것을 꼭 한 번쯤은 도전해봐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처럼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번 쯤은 해볼 수 있는 생각이다.
특히, 지금의 삶이 시련과 고통의 연속이라면 더더욱 그런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그런 기적이나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고통스럽고 지치고 힘든 삶일수록
모든 걸 버리고 다른 사람의 인생 속으로 도망치기보다는, 자신의 삶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해야한다.
만약 벤이 조금만 더 빨리 이런 노력을 시도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변호사라는 직업의 명성과 후광은 없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찍으면서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 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쨌든, 처음으로 접해본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요즘은 새로운 작가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다 <모멘트>라는 책도 구매했는대 다음 책도 왠지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