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리하련다

뚜둥201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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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전화로 헤어지자고 했던 그때

난 스테이크를 먹고 있었다

생각할 시간을 갖자던 너 때문에 우울한 나를

달래주려고 친구와 친구 남친이 나를 끌고 가주었다

소고기 한 입 먹으려고 폼잡고 있던 그때

너는 나에게 전화로 헤어지자고 했고

덕분에 그 비싼 소고기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후에 그 식당에 다녀온 친구가 그러더라

그 맛있는 걸 어떻게 코로 먹었냐고 ㅋㅋㅋ

그러게... 어차피 이렇게 끝날 사이였다면

그때 소고기라도 맛있게 먹을껄 그랬나부다

 

니랑 헤어지고

첫날은 믿을수가 없었고

둘쨋날은 혹시 전화가 오지 않을까 핸드폰을 하루종일 손에 쥐고 있었고

셋쨋날을 이제 어떻게 살지 하면서 통곡을 했고

넷쨋날은 지하철 안에서 또 한번 통곡을 했다

 

그리고 꽤 시간이 지난 지금

니 연락따윈 기다리지 않고 울지도 않는다

 

 

니랑 헤어지고

깊은 빡침에 몰려와 미친듯이 너를 욕했고

내가 너한테 잘해줬던 것만 생각나

억울하기도 했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없을까

애원하는 문자도 써봤다

그리고 지웠어

알잖아

나 자존심 쎈거 ㅋㅋㅋ

 

니랑 헤어지고 생각해보니

참....

난 무슨 연애를 했던 건가 싶다

니가 고백했을 때 내가 너무 단숨에 오케이를 해서

내가 너무 시시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너한테 너무 빨리 깊게 빠졌나 싶기도 하고

내가 그 유명한 금사빠잖니

연애에 여러번 실패한 내가

너에게 했던 단 한가지 부탁.

우리 오래 만나자

넌 이걸 기억하고 있었을까

.. 기억할리가 있니

기억했다면 헤어지자는 말이 이렇게나

쉽게 니 입에서 나왔을까

정말 묻고 싶다

넌 날 좋아하긴 했니

그런데 묻지 말라더라 알리가 ㅋㅋ 촌스럽게 왜그러냐더라

 

 

너랑 연애하면서 난.. 기다리는 거 밖에 한게 없는 거 같다

한창 전공공부하느라 바쁜 너와는 달리

대학생의 끝을 달리는 난 시간이 참 많았다

그래서 내 시간만큼 못 만나주는 니가 많이 밉기도 했어

그래도 혹시 공부 하는 너한테 방해될까봐

수업듣는데 방해될까봐 과제하는데 방해될까봐

나름 많이 참고 기다렸다

니눈엔 내가 투정만 부리고 많이 삐지기만 했겠지만

ㅋㅋㅋㅋ 내 딴엔 정말 많이 참은거야 그거

나 부족한 거 없이 자랐고 제멋대로에 +왈가닥 다혈질이지만

니가 너무 좋아서 니하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랬다

화장은 무슨 로션도 잘 바르지 않았던 내가

니 만나러 가기 전엔 비비를 꼭 바르고 나갔다

니가 남자치고 너무 하얘서 부담도 있었고

무엇보다

난... 니눈에 인형처럼 보이길 바랬다

ㅋㅋㅋ 24살이 인형일리가 없지만 아 이젠 25네

지금 생각해보니 항상 바쁘던 니 덕분에

밤 늦게만 나를 볼 시간이 없다던 니 덕분에

새벽에 비비를 바르던 내 모습이 떠올라 어이가 없지만

그때 난 나름 사랑스러웠을꺼라고 생각한다 푸핳핳

12월 방학하면 같이 학원 다니며

연극도 보러 다니고 놀러도 다닐 생각 하면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취준생인 나에게 뿌잉뿌잉파이팅을 외쳐주는 너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힘들때마다 니 얼굴 보면서 힘내보는 그런

영화같은 일들도 해보고 싶었다

너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니가 좋아하는 아메리카노 들고

기다리는 이쁜 여자친구가 되보고도 싶었다

 

 

 

근데 이젠 내옆에 니가 없고

내 핸드폰엔 니 번호도 없다

내가 너랑 만나면서 최고 잘한 일은

니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은 일이지 싶다

니하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그런 말 한다고 해서

우리 사이가 달라지는 건 없으니 참고 또 참아보련다

덕분에 인내심 하나는 확실히 배운듯

 

 

학교식당에서 2700원짜리 돈까스를 먹을 때

내 돈까스를 썰어주는 니가 좋았고

180이 넘는 키에 줄리엔만한 어깨로 애교 부리는 니가 좋았고

시험공부 열심히 하는 니가 멋있었다

집에서 용돈 안 받고 근장으로 장학금으로 용돈하는 니가 자랑스러웠고

공부도 잘하고 공모전 때문에 잠 안자는 니가 멋있었다

 

학원 열심히 다녀

졸지 말고 지각도 하지 말고.

정말

니가 잘 되길 바란다

그리고 니가 잘 될거란 거엔 전혀 의심이 없다

남자친구로는 꽝이지만

남자로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 넌.

아니야

남자친구로도 최곤가보다 내가 이렇게 널 못 잊는 걸 보니

아직 사진은 못 지웠어

집에 가는 길에 지울꺼야 다 정리해야지

그리고 너만큼 멋있는 사람이 되겠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멋있는 사람이 되고서 꼭 너한테 전화할께

다 니 덕분이라고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