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0대 중반 직장남입니다. 종종 톡톡을 즐겨 보는데 여기에 직접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보통 젊고 어린 분들의 활동이 왕성하던데 제 글이 공감이 될지 모르겠어요.
회사 내 영어수업이 일주일에 두번씩 있는데 원어민 교사분께서 유치원 영어수업도 같이 하시거든요. 그곳 선생님을 소개해줬답니다. 서로 자세한 신상은 알지 못하고 달랑 이름과 전화번호만...
퇴근하고서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더군요. TV 보고 있으니 그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야근 중이래요. 유치원 선생님의 일과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어요. 낮에는 아이들과 수업하고 저녁에는 다음날 준비물 준비하고 각종 일지 쓰고. 연초에는 반이 새로 구성되니까 무슨 생활기록부 같은거 새로 작성하나봐요. 그렇게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야근이라면 좀 자주 많이 하는 편이라 생각했지만 그 정도까지인줄은 몰랐습니다. 약속을 잡으려고 건 전화였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헐, 한시간이 넘도록 통화했더군요.
선약이 있다고 해서 바로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처음 연락을 하고 일주일이 지난 어느 평일날 저녁으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만나기 전까지 매일 긴 시간을 통화하고 카톡하고 그랬죠. 처음 만난 첫인상은 볼살이 오동통한 귀여운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때껏 통화하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서로 대화가 잘 맞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알고보니 많은 우연이 겹쳤었구요. 저의 첫직장 시절 자취하던 조그만 동네가 그녀의 부모님 집이고, 이후 제가 자취를 접고 회사 기숙사로 들어간 동네에서 유치원 근무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원래 고향은 저와 같이 대전이라고 하구요. 혈액형별 성격론 믿으시는 분들 많을텐데 저는 보통 A형 같은 O형 얘길 많이 듣고 그녀는 O형 같은 A형 얘길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저녁 퇴근 후 만남이라 시간이 늦어져서 많은 얘기는 하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채 헤어졌습니다.
이후로도 매일 연락이 계속 되었습니다. 저는 보통 막장 드라마나 특정 연예인(사생활 안 좋은...)이 나오는 드라마는 안 봅니다만 당시 그녀가 즐겨보던 두 편의 드라마를 다운 받아 한꺼번에 보고 그 다음부터는 본방사수하면서 대화를 맞춰나갔었죠. 쇼핑하다가 예뻐서 한참이나 바라보았다는 어느 브랜드 제품사진을 올려놨길래 매의 눈으로 탐색해서 그게 어느 브랜드 어느 제품인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알아보기도 했었고,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가는 그녀에게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하라며 와인을 선물했더니 아버지께서 안부를 전하시더라는... 어느 설문조사에서 남자들이 받기 싫어하는 여자들의 선물 1위를 '손편지'라고 하길래 역으로 남자가 여자에게 손편지를 써주면 좋아하겠다 싶어서 편지지를 당장 사다가 언젠가 꼭 전해주겠다고 했더니 기대하겠다고 하더군요.
어느 날은 주말 낮에 만났는데도 피곤에 쩔은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저녁도 제때 안 주면서 매일 늦게까지 일을 시키는 원감님이라는 사람에게 화가 나기도 했지만 자신에게는 어머니같은 분이라며 절대 그런 얘기는 하지 말라더군요. 그날 역시 내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오래 함께 하지는 못하고 집에 바래다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약속을 잡으려고 했더니 그 주 토요일에 행사가 있어서 계속 준비를 해야 한대서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럼 일요일은 어떻느냐고 했더니 쉬고 싶답니다. 매일매일이 피곤하고 힘든 그 사람에게는 당연한 말일텐데 저는 그날 실수를 했습니다. 나를 지금까지 솔로로 있게한 그 문제의 조급증 때문에. 이제 많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죄송합니다', '주무세요' 라며 말을 한참 높이던 그녀에게
'저한테 빚진거 없어요. 죄송할 일도 아니구요.'
'제가 괜히 혼자 들떠서 부담을 주고 있는거 같아요.'
'잘 자요.'
이런 식의 멘트를 날렸더니,
'말이...좀...네주무세요'
이렇게 답장이 왔습니다. 곧바로 사과는 했지만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후로도 연락이 안되구요. 그 주 주말이 왔고 연락은 계속 안되고. 답답한 마음에 원래 가려고 했던 공원에 가서 혼자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좀 정리해봤습니다.
그 날 잠들기 전,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잘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네요.'
'솔직히 전 계속 만나고 싶지만'
'싫다고 하면'
'더 귀찮게 안할게요'
답은 다음날 새벽에 왔습니다.
'우린 성향이 안맞는거 같애요'
'죄송합니다'
'좋은 인연 만나세요'
저 역시 잘 지내시고 좋은 사람 만나라는 답을 하고 연락처를 지웠습니다. 남겨두면 자꾸 미련이 생겨서 힘들어질거 같아서... 카톡과 페이스북도 차단하고 모든 사진을 지웠습니다. 손편지를 쓰려고 사다놓은 편지지는... 조용히 책꽂이 안쪽 깊숙한 곳에 끼워넣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심장에 스크래치가 나는 느낌을 받아서 신기했습니다. 아직도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사소하지만 몇몇 우연이 겹쳐서 이번에는 인연일까 기대했지만 전 여전히 연애가 서툴고 어렵기만 하네요. 다들 어떻게 연애하고 결혼까지 하시는지 참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차츰 주위 조언도 들어가며 좀더 나은 남자가 되도록 노력하려구요. 언젠가는 제게도 갠춘한 여친, 갠춘한 아내가 생기길 바라구요.
많은 우연이 겹친 인연, 하지만...
안녕하세요. 30대 중반 직장남입니다. 종종 톡톡을 즐겨 보는데 여기에 직접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보통 젊고 어린 분들의 활동이 왕성하던데 제 글이 공감이 될지 모르겠어요.
회사 내 영어수업이 일주일에 두번씩 있는데 원어민 교사분께서 유치원 영어수업도 같이 하시거든요. 그곳 선생님을 소개해줬답니다. 서로 자세한 신상은 알지 못하고 달랑 이름과 전화번호만...
퇴근하고서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더군요. TV 보고 있으니 그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야근 중이래요. 유치원 선생님의 일과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어요. 낮에는 아이들과 수업하고 저녁에는 다음날 준비물 준비하고 각종 일지 쓰고. 연초에는 반이 새로 구성되니까 무슨 생활기록부 같은거 새로 작성하나봐요. 그렇게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야근이라면 좀 자주 많이 하는 편이라 생각했지만 그 정도까지인줄은 몰랐습니다. 약속을 잡으려고 건 전화였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헐, 한시간이 넘도록 통화했더군요.
선약이 있다고 해서 바로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처음 연락을 하고 일주일이 지난 어느 평일날 저녁으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만나기 전까지 매일 긴 시간을 통화하고 카톡하고 그랬죠. 처음 만난 첫인상은 볼살이 오동통한 귀여운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때껏 통화하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니 서로 대화가 잘 맞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알고보니 많은 우연이 겹쳤었구요. 저의 첫직장 시절 자취하던 조그만 동네가 그녀의 부모님 집이고, 이후 제가 자취를 접고 회사 기숙사로 들어간 동네에서 유치원 근무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원래 고향은 저와 같이 대전이라고 하구요. 혈액형별 성격론 믿으시는 분들 많을텐데 저는 보통 A형 같은 O형 얘길 많이 듣고 그녀는 O형 같은 A형 얘길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저녁 퇴근 후 만남이라 시간이 늦어져서 많은 얘기는 하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채 헤어졌습니다.
이후로도 매일 연락이 계속 되었습니다. 저는 보통 막장 드라마나 특정 연예인(사생활 안 좋은...)이 나오는 드라마는 안 봅니다만 당시 그녀가 즐겨보던 두 편의 드라마를 다운 받아 한꺼번에 보고 그 다음부터는 본방사수하면서 대화를 맞춰나갔었죠. 쇼핑하다가 예뻐서 한참이나 바라보았다는 어느 브랜드 제품사진을 올려놨길래 매의 눈으로 탐색해서 그게 어느 브랜드 어느 제품인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알아보기도 했었고,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가는 그녀에게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하라며 와인을 선물했더니 아버지께서 안부를 전하시더라는... 어느 설문조사에서 남자들이 받기 싫어하는 여자들의 선물 1위를 '손편지'라고 하길래 역으로 남자가 여자에게 손편지를 써주면 좋아하겠다 싶어서 편지지를 당장 사다가 언젠가 꼭 전해주겠다고 했더니 기대하겠다고 하더군요.
어느 날은 주말 낮에 만났는데도 피곤에 쩔은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저녁도 제때 안 주면서 매일 늦게까지 일을 시키는 원감님이라는 사람에게 화가 나기도 했지만 자신에게는 어머니같은 분이라며 절대 그런 얘기는 하지 말라더군요. 그날 역시 내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오래 함께 하지는 못하고 집에 바래다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약속을 잡으려고 했더니 그 주 토요일에 행사가 있어서 계속 준비를 해야 한대서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럼 일요일은 어떻느냐고 했더니 쉬고 싶답니다. 매일매일이 피곤하고 힘든 그 사람에게는 당연한 말일텐데 저는 그날 실수를 했습니다. 나를 지금까지 솔로로 있게한 그 문제의 조급증 때문에. 이제 많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죄송합니다', '주무세요' 라며 말을 한참 높이던 그녀에게
'저한테 빚진거 없어요. 죄송할 일도 아니구요.'
'제가 괜히 혼자 들떠서 부담을 주고 있는거 같아요.'
'잘 자요.'
이런 식의 멘트를 날렸더니,
'말이...좀...네주무세요'
이렇게 답장이 왔습니다. 곧바로 사과는 했지만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후로도 연락이 안되구요. 그 주 주말이 왔고 연락은 계속 안되고. 답답한 마음에 원래 가려고 했던 공원에 가서 혼자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좀 정리해봤습니다.
그 날 잠들기 전,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잘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네요.'
'솔직히 전 계속 만나고 싶지만'
'싫다고 하면'
'더 귀찮게 안할게요'
답은 다음날 새벽에 왔습니다.
'우린 성향이 안맞는거 같애요'
'죄송합니다'
'좋은 인연 만나세요'
저 역시 잘 지내시고 좋은 사람 만나라는 답을 하고 연락처를 지웠습니다. 남겨두면 자꾸 미련이 생겨서 힘들어질거 같아서... 카톡과 페이스북도 차단하고 모든 사진을 지웠습니다. 손편지를 쓰려고 사다놓은 편지지는... 조용히 책꽂이 안쪽 깊숙한 곳에 끼워넣었습니다. 오래간만에 심장에 스크래치가 나는 느낌을 받아서 신기했습니다. 아직도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사소하지만 몇몇 우연이 겹쳐서 이번에는 인연일까 기대했지만 전 여전히 연애가 서툴고 어렵기만 하네요. 다들 어떻게 연애하고 결혼까지 하시는지 참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차츰 주위 조언도 들어가며 좀더 나은 남자가 되도록 노력하려구요. 언젠가는 제게도 갠춘한 여친, 갠춘한 아내가 생기길 바라구요.
연애고수님들의 조언은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안 생겨요 이러지 말고. ㅎㅎㅎ
길고 지루한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복 받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