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3번방 그 남자

독서실1번방2013.03.18
조회975
안녕하세요 수능을 앞둔 현역 고3 여학생입니다.
제 이야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ㅋㅋ 독서실에서 만난 그 친구에 대해서 써볼려고 합니다.
폰으로 쓰는거라 약간 어색할지도 모르겠네요ㅎㅎ 여튼 긴말 말고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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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독서실에 다닌지 벌써 6달이나 지났네요. 저희 동네 독서실은 특이하게 모든 방이 1인실로 되어있습니다. 그것도 천장도 다 막혔있는 채로 말이죠. 그냥 정사각형의 밀실 정도라 생각하시면 되겠네요ㅎㅎ
제 방은 독서실 가장~ 앞에있는 방으로 바로 1번방입니다. 그리고 제가 만난 그 친구는 제 옆방인 3번방 입니다 2번방은 저랑 마주보고있기때문에 3번방이 바로 붙어있는거죠ㅋㅋ
독서실 다녀보신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독서실은 구조산 방과 방사이의 벽이 아주 얇다는거..ㅋㅋㅋ
특히나 저희 독서실은 아주.. 정말.... 옆방의 샤프 굴러가는 소리까지 다 들립니다ㅎㅎㅎ..
다시 말해, 옆방끼리는 거의 모든 소리를 공유하고있다는거죠
이제 그 친구 이야기 시작할께요. 소설 식으로 쓰겠습니다:-) (아 이야기는 작년 제 다이어리에서 기반한 것으로 99% 실화입니다)


달력은 11월을 가리키는데도 날씨가 영 이상하다. 추웠다 따듯햇다 딱 감기걸리도 좋은날이다. 수능이 대략 1년 남은 오늘, 날씨 마저도 뒤숭숭하다. 환절기라그런지 괜히 몸도 떨리고 콧물만 쭉쭉 흐른다. 낮에 씨노카를 먹었는데도 멈출기미는 보이질 않고 드럽게 흘러댄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휴지를 여러개 잔뜩 챙긴 나는 후질근한 츄리닝을 입고 독서실로 향했다.
독서실은 우리집에서 약 3분거리. 말 그대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이다. 나는 얇은 후드집업만을 걸치고 독서실로 뛰어갔다. 얼굴은 로션도 안바르고 머리도 떡이진 터라 참으로 지저분한 모습이다. 여기에 다 늘어난 츄리닝까지 걸치니.. 참 가관이다. 독서실 건물 엘레베이터 거울을 보니 왠 거지가 떡하니 있다. 거울을 보다 이런날 아는 남자애라도 만나면 큰일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도 우리 독서실엔 우리학교 학생은 나밖에 없다. 어떻게 아냐고? 독서실 실장 삼촌과 허구언날 떠들어대서 우리 독서실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아는 나다. 독서실 한달 화장지값이 얼마나 나오는지도 아는데 뭐 학생누구있는지도 모를까.
여튼 독서실 문을 열고 비밀번호를 누르며 실장삼촌과 인사를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들어가려는데 나를 부르는 실장님의 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독서실 만기일은 26일인데 무슨일로 날부르시는지 궁금해하다 그냥 사무실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실장님이 바로 얘기를 꺼낸다.
"ㅇㅇ아 너 옆방에 **고 고삼 남자애 하나 들어왔다."
...?남자애?? **고면 우리 구내 유명한 자사고가 아닌가? 남자애가 들어왔다는 소리에 약간 흥분하며 실장이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고에서 꽤 공부로 날리는 애인것 같은데, 남자 자리가 꽉 차서 그냥 너옆에 자리남길래 줬다. 남자라고 안불편하지?"
"아니 뭐 괜찮아요. 있어도 얼굴 보지도 않을 텐데요 뭐ㅋㅋ"
어차피 천장도 막혀있고 문도 제대로 닫혀지니 상관은 없지 않는가. 별 생각 없이 실장님께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며 얘기하니 그런 내가 기특한지 요구르트를 하나 준다. 음 장 활성 요구르트군... 여튼 뭐 나는 다 잘 먹으니 맛있게 먹어야지 하고 인사를 한뒤 내방으로 갔다.
방으로 다가가니 옆방의 불이 켜진게 보인다. 사실 옆방에 누가 앉아있어본 적이 없었기에 약간 느낌이 이상했다. 그러나 곧 개의치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까 실장이 준 요구르트 먹은 뒤부터 몸이약간 이상하다. 콧물은 계속 흐르는데 이상하게 배가 꿈틀꿈틀 거린다. 배에서 누가 장을 뒤틀기라도한듯이 계속해서 꼬르르륵 거린다. 아 배아파 돌아가시겠네 .... 책상에 머릴박고 끙끙 거리는데 갑자기 배 밑쪽이 꽈아악 조인다.
아 실장 이강아지. 날 엿맥일려고 이딴 걸 맥인거야.
배가 너무 아파 나도 모르게 으ㅓ어어 하고 소리를 냈다. 그리고 정말 진짜 나도 모르게

부르륵!!부뢍록롹락ㄱ!!!!푸시푸시!!!!!!!!

아 냄새 개 역해

괄약근에 힘이 안들어갔는지 한 이십년묶은 독가스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발사됐다. 무슨 여자애 방귀가 이따구야 ㅡㅡ 하면서 슬쩍 방문을 열라했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남자 웃음소리
'킄흐흫ㅎ흫...크흫.....흫헣..'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뭐지 .... 뭐지...뭘까...?
분명 이 웃음참는 소리는 옆방이다. 필히 웃음을 있는 힘껏 참고있는 소리이다. 아 슈발 . 머리에서 모든 수학공식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제서야 사태 파악이 된다.
1. 우리 독서실 방음은 거지다
2. 오늘 내 옆방(3번방) 으로 새로운 고3남자애가 들어왔다
3. 그리고 나는 장 활성 요구르트로 인하여 폭풍 독가스 방귀를 뿡뿡 뀌었다 그것도 드럽게 크게
4. 이어지는 3번방의 웃음소리

아 이런 희대의 씨앙같은 상황을 보았나
정말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 너무 창피하다. 처음 옆방에 들어온 남자와 첫 의사소통이 방귀라니. 이게 뭐야 이게무슨ㅈ같은 상황이야!!!!
웃음소리는 삼십초 정도 지속되었으며 나는 그동안 혼자 얼굴만 쌔빨개진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정말 그지같은 상황. 어느덧 남자의 웃음소리는 멎어갔고 상황은 진정되고있었다.

한 열시쯤 됬을까 슬슬 배가 출출해진 나는 먹을께 없나 하고 서랍을 뒤지다 곧 포기하며 휴게실로 향했다. 적어도 휴게실엔 커피믹스가 널려있으니까. 나는 휴게실로 곧장 걸어가 종이컵에 맥심을 부으면서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매 인생의 흑역사로 꼽을만한 일인 것 같다. 처음온 옆방 남자와 인사도 못해보고 방귀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니. 절대로 얼굴 마주치지 말아야지하며 커피를 홀짝였다.
다시 내방으로 들어간 순간, 내 책상 한가운데에 놓여져 있는, 아니 정확히는 방금 새롭게 붙여져있는 노란 포스트잇이 눈에 보였다.
설마.. 하고 포스트잇을 서둘러 읽어보았다.
'아까 너무 웃겼어요. 장이 참 활발하신 것 같네요^^. 앞으로 잘 지내봐요~ㅋㅋ'

ㅅㅂ
ㅈㄴ ㅈㄱㅇ

아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그때의 부끄러움이란... 밖에 나가 죽을만큼 너무 창피했다. 이런 포스트잇에다가 방금 그 일을 쓴 그새끼도 미웠고 요구르트를 준 실장새끼도 미웠다. 정말 모두다 미웠다.
쪽지를 읽고 기분이 확 상한 나는 곧바로 가방을 쌌다. 이상황에 어느 누가 공부할 맛이 나겠는가? 집에가서 빨리 씻고 자고싶단 생각만 들었다. 황급히 가방을 싸고 똥씹은 표정으로 방문을 여는 순간..

아?

이게 뭔 ㅈ같은 상황 쓰리 콤보인가
때마침 정말 우연하게도 3번방의 남자도 가방을 싸서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닌가.
정화히 문을 닫는 나와 문을 열고 나오는 그 남자와 아이컨택을 한 뒤
울어버렸다.

정말 주저 앉아서 울어버렸다.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가는 사람 길목 막고 앉아서 엉엉 울었다. 3번방 남자의 얼굴은 제대로 보지도 않은채 고개를 푹숙이고 울어댔다. 덕분에 우리 방 라인의 모든 사람들이 문을 열고 우릴 쳐다보았고, 독서실 실장이 곧바로 뛰어왔다.
남자는 뭔가 할 말이 있는듯 나한테 손을 뻗을라 했으며, 나는 그냥 계속해서 울기만했다. 실장이 나를 사무실로 데려가려는 순간 그가 손을 걷으며 말했다.
"아 미안해요. 그냥 귀여워서 좀 장난을 칠라 그런건데.. 진짜 미안해요.."
그때 처음으로 얼굴을 올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슬림한 청바지에 검은색 후드 집업을 입고 머리는 약간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흘러내리는 스타일.
그리고 얼굴은..... 많이는 아니지만 꽤나 잘생긴 얼굴.
솔직하게 얘기하면 내가 좋아 죽어라하는 안경낀 키큰 훈남 스타일.
그 얼굴을 딱 본 순간 부끄러운것도 잊고 옆에 날데려가려고 서있는 실장의 존재도 잊고 정말 3초 동안 쳐다봤다.
그는 뭐 말할거 있냐는 표정으로 날 보았고 난 다시 고개를 내렸다. 다른 의미에서 부끄러운 날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어제의 일은 다 까먹고 어김없이 독서실로 향했다. 독서실 방문을 열자 이번엔 핑크색 키티 포스트잇이 떡하니 붙어져있다. 그것도 옆에 몽쉘과 딸기우유를 둔채로 말이다.
이게 뭐지? 하며 생각하는 짧은 시간에 어제의 일이 떠올랐고 곧바로 포스트잇을 읽어보았다.
대충내용은
어제 너무 미안했다 그냥 내가 너무 귀여워서 친해지고 싶었다 내가 울었을때 너무 미안해서 어제 밤에 하루종일 내 생각만했다 앞으로 안놀릴테니 친해지자 진짜 미안하다
이정도?

아 정말 이거 받고 너무 설렜다. 이런 귀여운 남자같으니라고... 몽쉘과 딸기우유 라니.. 이렇게 달달한 선물은 내평생 처음인 것같았다.
귀여운 간식 선물을 받은채 나는 입이 찢어질듯 웃었고 이번에는 내가 웃음을 찾느라 혼났었다

그렇게 우리는 포스트잇으로 간간히 소식을 주고받았고 서로 공부하는데 의지해주는 그런 존재가되주었다. 그렇게 독서실에서 만나면 자연스레 인사를 하고 장난을 치는 사이가 되었으며, 얼마뒤 크리스마스이브에 그친구는 나에게 일년뒤 자신과 사귀어 달라고 고백했다. 물론 나는 OK를 크게 외쳤다ㅎㅎ

몇달이 지난 오늘까지도 우리는 휴게실에서 종종 밥도 같이먹고 장난도 치며 모의고사 오답도 같이하며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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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3번방의 남자와의 첫만남입니다. 아까 밤에도 집에 바래다 주았는데요ㅎㅎ
어떤가요? 괜찮...나요?ㅎㅎ 정말 이 친구 만나고 여러 사건이 있었는데 본선 나가면 나중에라도 판에 꼭 올릴께요

학창시절에 한번쯤은 있을만한 로맨스이기에 써서 올려봅니다. 그 친구와 나눴던 포스트잇으뉴어따뒀는지 참... 다시 찾아봐야겠네요ㅜㅠ


그럼이만 저는 물러가겠어요


여태까지
독서실 3번방 그남자 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