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후방전략(?)과 종북 마녀사냥

민권연대201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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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후방전략(?)과 종북 마녀사냥
 
주한미군이 가족 대피훈련을 진행하고 서울 시내에 패트리어트 미사일까지 실전배치 되고 있는 현상은 현재의 전쟁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CNN 등 해외주요 방송들이 한반도 전쟁위기와 관련된 소식을 매일 실시간 속보로 내보내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종군기자들이 속속 한반도에 입국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은 미군의 ‘자동개입’과 북한 ‘동상타격’ 계획을 주요한 작전으로 담고 있다. 이 계획은 북한이 국지도발을 할 경우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마련한 공동계획이지만 북한의 지도자 동상이 북한 전역에 수만개에 이르고 있어 이 계획은 휴전선일대가 아니라 북한의 전 지역의 주요 도시와 민간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 후방을 공격하는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북한 후방 공격 계획과 더불어 군 당국은 한국 사회 전역의 후방의 종북세력을 제압한다는 명목으로 우리 사회 내부에 광범위한 종북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종북세력은 국군의 적’이라는 규정까지 구체화하기 이르렀다.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종북논란은 초보적인 민주주의마저 위협하고 있는 마녀사냥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종북 마녀사냥이 현재의 전쟁위기 국면과 직결되어 있어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클라우제비츠가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고 했듯이 전쟁위기는 항상 정치이념 공세를 동반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제 1차 세계 대전패배 후 독일에서 일어난다. 막대한 전후 보상금을 지불해야 했던 독일은 유태인과 사회주의자의 음모로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히틀러와 나치 고위층의 이념공세를 불러일으킨다. 당시 나치 고위층은 제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후방을 교란하는 유태인과 사회주의자들의 철저한 격리를 주장했다. 결국 유태인과 사회주의자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는 나치의 집권과 2차 세계대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히틀러 집권 80년이 된 2013년, 독일 메르켈 총리는 "독재자가 다양성 파괴에 걸린 시간은 불과 6개월"이었다며 나치 범죄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위기에 맞닥뜨린 한국 사회의 ‘종북’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쟁위기 속의 ‘종북’ 논란 양상
 
논란이 되고 있는 종북(從北)이라는 단어는 한마디로 북한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주관도 없이 어느 일방의 주장을 따라간다고 하는 것으로 사실 그 자체가 굉장히 상대방을 무시하고 배척하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자신의 정책에 비판적인 대상을 모두 ‘종북’으로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작년 18대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면서 민주통합당을 ‘종북’으로 규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에 대해 “종북 세력들이 점령군 완장을 찼다”라고 말한 윤창중이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된 사실은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이념공세에 매달릴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새누리당은 4월 5일 국제 해커조직인 '어나니머스'가 북한의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해킹해 회원 9천1명의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 "종북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보수성향의 일간베스트 회원들은 공개된 계정 명의자들을 상대로 이른바 '신상털기'를 하고서는 제목에 '죄수번호'라는 단어를 붙여 신원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그 회원 명단은 신빙성이 없는 조작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경찰 조차 처벌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다.
 
‘종북’ 이라는 낙인은 진보 세력에게 더욱 깊이 새겨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관 의심받는 사람, 의원돼선 안 된다'며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 필요성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3월 22일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공동 발의했다. 양 당은 자격심사안 발의 요건인 30명의 서명을 각각 15명씩 나눠 맡았으며 양 당 원내대표도 여기에 서명했다. 민주통합당은 자신도 ‘종북’ 공세를 받고 있으면서 통합진보당에 ‘종북’ 낙인을 찍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내 대표적인 대북특수통인 채동욱 검찰총장을 임명했다. 채 총장은 4월 11일 대공수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하며 '종북' 척결의 의지를 과시했다. 검찰총장의 지시 아래 대한민국의 공권력을 총 동원하여 ‘종북’ 세력을 소탕하겠다는 것이다.
 
팟캐스르 진행자들에 대한 연이은 공안탄압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 패널로 활동했던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4월 5일 검찰에 소환되었다. 라디오 반민특위 팟캐스트 진행자 황선 주권방송 이사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빌미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대학가나 청년단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대학 캠퍼스 초청강연이 무산되고 있다. 이달 들어 세 번째다. 전북대, 한양대, 덕성여대는 이 대표의 강연을 불순한 정치적 행사라며 불허하였다. 일부 학생은 조직적 반대 시위에 동원되어 '종북 OUT'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하였다.

창원지방검찰청은 경남지역 청년단체 ‘푸름’ 대표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G메일을 사용하는 것을 이적단체 활동근거라고 주장하는 마구잡이식 공안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권의 좌익 척결
 
이러한 무차별적인 이념공세와 탄압은 과거 한국전쟁 당시도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권영진의 ‘6.25 살상 다시본다’에 따르면 이승만은 자신의 취약한 정치적 기반을 상쇄하기 위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무조건 좌익으로 몰아 처단했다. 이승만은 48년 12월 국가보안법을 만들어 한국 전쟁 발발 1년 전인 49년 한 해 동안 무려 11만8621명을 이 법에 의해 체포하거나 처형했다.
 
49년 10월에는 좌익세력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민보도연맹을 만들어 전국에 30만 명을 여기에 가입시킨다. 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이승만 정부와 국군은 서울을 제외한 남한전역에서 보도연맹원을 집단학살하기 시작한다. 좌익혐의로 구속 수감된 정치범 대부분이 북한군으로 입대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이승만은 후퇴하는 길에서 수감 중인 모든 좌익혐의자들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실제 ‘뉴욕타임스’ 2008년 5월 18일자 보도와 ‘에이피(AP)통신’ 2008년 7월 5일자 보도는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의 ‘보도연맹원’을 처형하라는 명령에 따라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양민학살이 이루어졌다고 발표하였다.
 
양민 학살은 7, 8월을 거쳐 9월 하순 집단학살 금지령이 내려질 때까지 계속됐다. 1950년 10월 19일자 미군 G-3(작전참모부)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기록돼 있다. '한국 정부가 정치범을 대량 학살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과 어린 아이들까지 학살되고 있다. 이는 한국을 위해 싸우고 있는 유엔군 전체에 불신을 줄 수 있다.'

위험한 후방전략
이러한 역사적 전례를 가지고 있는 현 정부의 ‘종북’ 공세가 단순한 정치 공세를 넘어서는 몇 가지 위험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국방부는 `종북세력은 국군의 적'이라고 규정하는 내용의 ‘종북’ 실체 표준교안을 전 군에 하달하였다. 2012년 10월 10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진성준 의원실에 제출한 `사상전의 승리자가 되자!'라는 제목의 종북실체 표준 교안에 따르면 군 당국은 ‘종북’ 세력을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전략 노선을 맹종하는 이적세력으로 분명한 우리 국군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재향군인회는 2011년부터 민주진보진영을 종북 좌파라고 매도한 책자로 회원들을 교육시켜왔다.

 국방부가 ‘종북’을 빌미로 민주진보진영을 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한반도 전시상황에서 언제든지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사건을 연상하게 한다. 국제법상 전시라도 민간인은 적으로 규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이런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방부는 4월 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14년 1월1일 개원을 목표로 국방정신교육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1998년 폐지한 국방정신교육원을 16년 만에 부활시켜 군 장병들의 정신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국방정신교육원은 유신 시절인 1977년 국군정신전력학교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국방정신교육원 재 설립은 장병들의 ‘사상교육’을 위한 군 정훈장교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군인들에게 보수편향적인 이념을 주입시켜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민들을 적으로 돌리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시도이다.
 
육군대학 군사평론 제331호 부록에 따르면 후방을 차단하게 되면 통상 그 부대는 퇴로가 차단되어 보급지원이 두절됨으로써 자멸하거나 아니면 고립되어 섬멸당하기 쉽다고 한다. 혹시 이러한 인식에 따라 국방부가 한국전쟁 당시처럼 국민 중 일부를 적으로 보고 전시 후방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종북 매카시즘을 멈춰야
 
매카시즘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은 2차 대전 직후 미소냉전을 형성하면서 공산주의자 축출을 단행했다. 당시 대부분의 진보적 인사들과 시민들은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이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최근 한국사회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가중되는 전쟁위기에서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목소리는 ‘종북’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사회활동을 향해 ‘종북’ 논리를 앞세워 억압하는 것은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을 막는 일이고 시대를 60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일이다. ‘종북’ 논란이 가중될수록 상대방에 대한 맹목적 증오는 더욱 커지게 되고, 남북 간의 대립과 전쟁위기는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반공을 시작으로 용공, 친북을 거쳐 ‘종북’으로 진화한 한국 사회 매카시즘은 이제 그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리고 진보적 인사들을 후방의 적이라고 규정하는 군 당국의 시각은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로 비유하자면 북한의 국보급 문화재인 동상을 타격하겠다는 한미 군사당국 작전은 북한 후방의 민간인들도 조준사격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반도 전역의 민간인들을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할 수도 있다는 개념을 군사작전에 도입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전범행위와 같다.

제재를 멈추고 민간인도 공격대상으로 하는 군사훈련과 계획 모두 중단하는 책임적 조치와 더불어 특사파견과 같은 결단이 절실히 요구되는 오늘이다.
 
2013년 4월 15일
 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민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