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구요?-1

그라시아스2013.06.07
조회904

제 이야기는 제가 유심깊게 봤어던 글을 발췌하여 올려 드리는 글 입니다.

 

중복 된 글 이 포함 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 글에 대한 태클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출처 - 다음카페(하드론)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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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오늘도 늦게 갈거야?"


"예. 내일 수업준비도 해야 되고, 자료 좀 만들어야 됩니다."


"그래? 그럼 먼저 퇴근할게. 에어컨 꺼졌나 확인하고 문 단속 잘하고 가."


"예. 들어가십시오. 원장님."


"딸랑 딸랑~~"


학원 현관문에 매달린 방울소리가 원장의 퇴근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조그만 수학과학 전문학원에 근무하는 학원 강사다.


너무나 작은 규모의 학원이라 선생이라고 해봐야 수학을 담당하고 있는 원장,


물리와 화학을 담당하고 있는 나, 그리고 생물을 가르치는 여자 선생 딱 세 명이다.


집에 혼자 사는 나는 학원에 제일 먼저 출근하고, 가장 나중에 퇴근한다.


집에 있으면 마땅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1년 전 나는 이 학원에 이틀만 출근하는 파트선생으로 오게 되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조금씩 늘어서 이제는 5일을 출근한다.


원장의 신임도 얻어서 이젠 작은 경리업무도 내가 맡아하기도 한다.


1년이 넘다보니 이 학원의 생리와 시스템을 모두 알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외에 본의 아니게 알게 된 것들도 있다.


우리 학원은 5층에 위치하는데 5층에는 우리학원을 포함 3개의 업체가 하나의 홀을 공유하고 출입구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하나는 글쓰기 학원이고, 또 하나는 인조치아와 의치, 교정 장치를 만드는 치기공 업체였다.


글쓰기 학원는 항상 쥐죽은 듯이 조용했고, 치기공 업체는 항상 연마기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글쓰기 학원은 초등생을 받는 학원이라 7시면 문이 닫혔고, 치기공 회사는 9시 정도가 넘으면 문이 닫혔다.


자료준비가 거의 끝나가자 새벽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담배 생각이 나게 된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창가에 서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뭔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치기공 회사의 출입문 아래 틈으로 촘촘한 빗살처럼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이다.

'음? 불을 켜놓고 갔나?'

나는 잠깐의 의심을 접고 담배에 불을 붙이기 위해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나는 이내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작은 틈으로 새어나오는 그 빗살같은 불빛을 따라 움직이는 어두운 그림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순간 나는 움찔했고 싸늘한 기운이 척추뼈를 타고 흘러내렸다.

'헉...뭐야? 누가 숙직이라도 하는거야?'

나는 제자리에 서서 침에 젖어가는 담배필터를 입에 문 채 한참 동안 그 출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는데 기분나쁠 정도로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조용히 담배를 챙겨들고 발걸음을 옮겨 학원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는 순간 나는 일부러 학원문을 힘껏 열어제치며, 문에 매달린 방울소리가 크게 울리도록 하였다.


"딸랑 딸랑~~~~~"

방울 소리와 함께 학원문이 닫히자 나는 본능적으로 치기공 회사와 맞대고 있는 벽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작업하는 것도 아니고......숙직하는 것도 아니고.....마누라하고 싸우고 회사 나와서 자는 사람인가?


도둑놈인가? 보안설비도 되어있고, 옆의 학원에 불이 켜져 있는데 도둑이 들어올리가 있나?'

나는 여러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총동원하여 조금 전의 상황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의심과 궁금증만 더해갔다.


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보이지 않는 저 건너편에서 어떠한 인기척도 들리지 않자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교무실로 들어와 내 책상 앞에 조용히 앉았다.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오늘 작업을 내일로 미룰수는 없었다.


나는 잠시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노트북을 두드리며 자료 완성을 마무리 지어갔다.


교무실 문은 가운데 좁고 긴 유리가 있고 내부로 열리는 미닫이 문이며,


문이 열리면 그 문은 내 자리 옆으로 기대며 멈추게 설계되어 있다.


이 때 내 자리에서 교무실 문의 가운데 박혀있는 좁고 긴 유리를 쳐다보면


반투명지로 코팅된 학원 현관문이 반사되어 보인다.


평소에는 허락없이 외출하는 학원생들을 감시하는 감시창 역할을 하는 문이며,


누가 출입하고 있는지 업무를 보면서도 알 수가 있다.

밤이라 그런지 반투명한 학원의 현관문이 지나칠 정도로 선명하게 반사되어 눈에 들어왔다.


신경이 좀 쓰이기는 했지만 나는 무시한 채 작업에 열중했다.


그러나 이내 자료완성에 열중하던 나는 잠시 작업을 멈추어야만 했다.

노트북 화면과 함께 반투명지로 코팅된 학원문 밖으로


천천히 지나가는 사람의 그림자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내 등뒤에서 쏟아지는 에어컨 바람이 무색할 정도로 온 몸에 싸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나는 교무실 문에 반사되어 보이는 학원 현관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도대체 뭐야? 건물 관리인인가?'

내가 알기론 건물 관리인은 지하주차장이 텅비는 밤 10시 이후에 퇴근한다.

'옆방에 진짜 사람이 있나?'

이 생각이 들자마자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서 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옆의 회사문은 번호키라서 열고 닫을 때 문소리 뿐만 아니라 비프음이 같이 들린다.


그런데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내 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내가 그 소리를 못 들을리가 없다.


게다가 주변이 시끄러운 것도 아니고 너무나도 무서운 적막감이 감도는 새벽시간이 아닌가?


뼛속부터 퍼져나오는 싸늘한 기운에 나는 리모콘을 들어 교무실 에어컨을 껐다.


"원장님. 접니다."

나는 두려운 마음 반, 궁긍한 마음 반으로 원장에게 전화를 했다.

"궁금해서 그런데 옆의 치기공 회사... 새벽까지 야근하나요?"


"뭐? 야근? 글쎄...그런거 본 적 없는데..."


"누가 있는 것 같애서요. 문틈으로 불빛이 보이고,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누가 있나보지. 그것 때문에 전화한거야?


"아...예. 전에는 불켜져 있는 걸 본 적이 없어서..."


"별걸 다 신경쓰는군. 그런데 아직도 자료작업 중이야?"


"예"


"대단한 열성이군. 너무 늦게까지 있지 말고 빨리 들어가 쉬어."


"예. 원장님."

전화를 내려놓는 순간에도 여간 개운치가 않았다.


잠시 주위를 둘러본 나는 바로 노트북을 종료시키고, 가방에 우겨넣듯이 집어넣었다.


그리고 서둘러 가방을 둘러매고 교무실을 나서려는데 에어컨을 보고 나오라는 원장의 당부가 생각났다.

"젠장!"

텅 빈 네개의 강의실을 둘러보려고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네개의 강의실 모두 불이 꺼진 채 칠흑같은 어둠속에 묻혀있는 것이다.


게다가 나를 더욱 짜증나게 만드는 것이 하나 더 있었는데, 우리 학원은 강의실 전원이


모두 학원 현관문쪽에 있다.


때문에 현관까지 가서 전원 스위치를 켜고 강의실을 둘러봐야 했다.


나는 잠시 현관쪽을 한 번 쳐다본 후 지옥으로 이어지는 통로같은 어둠속의 복도를 바라보았다.

'아이..귀찮아. 그냥 꺼져있나 확인만 하고 가자.'

그냥 복도를 지나면서 소리만 들어도 에어컨이 작동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강의실 불을 켜는 걸 포기한 채 그대로 어둠속의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뚜벅 뚜벅...


내 발걸음 소리 이외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원하던대로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1강의실.....OK 2강의실.....OK 3강의실.....OK....'

너무나 어두운 나머지 나는 좁은 복도벽을 손으로 만져가며


한걸음 한걸음 마지막 4강의실을 향해 전진했다.

'4강의실...............'

바로 그 때 내 등에서 들리는 낯익은 소리.....

"딸랑 딸랑~~~~~~"

심장이 멎는다면 이럴 때 멎는걸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