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같은 아버지 때문에 속상해요.

고2201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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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고등학생 2학년이고 인문계 다니면서 미술을 배우는 학생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 아버지 때문입니다. 평소 아빠라고 하니까 아빠라고 부를게요.
아빠는 저와 제 쌍둥이 언니가 3살일 무렵 이혼을 하시고 고향을 떠나 현재 사는 지방으로 와서 저희를 키우셨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빠는 능력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를 위해 커다란 빚을 내시면서 정말 저와 제 언니를 위해 살아오셨습니다. 어릴 적 부터 집에 빚이 있는 걸 알았고 아빠 힘든 걸 알아서 아빠한테 대든 적도 화낸 적도 없습니다. 친구가 '나 오늘 엄마랑 싸웠어, 아빠랑 싸웠어.'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아빠를 더 이상 마냥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유는 아빠의 성격 탓 입니다. 아빠는 굉장히 강압적이고.. 쉽게 말하면 무섭습니다. 저희를 엄격하게 키우신 것도 있지만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은 기억조차 안 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실제 있었던 이야기들 입니다.
제가 폰으로 정말 웃긴 게시물을 보고 계속 웃고있었습니다. 한 번 웃으면 계속 떠올리며 웃기 때문에 웃는 시간이 마냥 깁니다. 그 때 아빠가 잠시 집에 들어오셨어요. 무언가를 가지고 가시려는지 서랍을 뒤적거리시는데 저는 그 때도 계속 웃고있었습니다. 갑자기 아빠가 험상궂은 표정으로(아빠습관입니다. 말이 나오다 막힐 정도로 무섭습니다.) 조용히 하라고 하셨습니다. 일단 입을 다물긴 했는데 자꾸 웃음이 나오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언니가 방에서 나와서 저를 또 웃기게 했습니다. 저는 아빠눈치를 보다가 결국 빵 터졌습니다. 그 때 아빠가 제게 소릴 질렀습니다.
'그만 웃으라고! 기분 나빠죽겠는데 옆에서 쳐 웃고있어!!'
너무 놀라서 몸이 굳었습니다. 저도 잘못한 건 있지만 그것보다 아빠가 제게 화풀이 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TV보다가 아빠 때문에 채널 돌려지는 건 입 다물고 있어도 아빠취향의 영화들을 보는 것은 너무 힘듭니다. 아빠는 야해서가 아닌 잔인해서 청소년시청불가의 연령급인 영화들을 보십니다. 사람이 다치고 잘리고 죽고 먹히고 갈리고 서로 싸우고.. 진짜 무슨 정신으로 볼 수 있는지 보다보면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언니도 저랑 비슷해서 아빠가 그런 영화를 보고있으면 그냥 방으로 들어가버립니다. 그런데 같이 옆에 안 있어준다고 서운해하십니다. 저도 압니다. 힘들게 집 돌아왔는데 두 딸들이 방으로 휙 가버리면 어떤 기분일지. 하지만 서로 배려해줘야 함께 있고싶죠. 저는 정말 그런 거 못 봅니다. 듣기도 싫어요. 아빠한테 말씀드려도 듣는 둥 마는 둥.. 저도 지쳐요.
아빠의 제일 안 좋은 것 중 하나. 상대 떠보기. 바로 어제 일입니다. 쓰는 시각이 새벽 두 시라 따지고 보면 어제는 아니지만.. 각설하고 사흘 전 밤에 아빠가 무언가 시켜먹자는 겁니다. 저랑 언니는 며칠 전이 생일이었는데 그 때 챙겨준게 없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족발을 시켜먹었습니다. 영화는 그나마 다행히 그냥 산에서 펼쳐지는 돈 때문에 총쏘고 떨어뜨리고 정도였습니다. 그 때 갑자기 아빠가 '돌대가리같은 것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직감했죠. 우리에게 하는 소리구나. 하고요. 그리고 TV는 꺼지고 본격적인 아빠의 말씀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빠ㅡ 너희 한 달만 미술학원 쉴 수 없겠어?
나ㅡ 네? 왜요?
아빠ㅡ 아빠가 요즘 힘들어.
솔직히 속상하고 괜한 섭섭했지만 알겠다고 했습니다. 집안사정 아니까 제 고집만 부릴 순 없다고 생각해서요. 근데 제 표정에서 그게 다 드러났습니다
아빠ㅡ 니 표정 왜그래?
나ㅡ 아니.. 그래도 내가 좋아해서 하는 공부인데.. 한달이라도 못하게 되니까 섭섭해서..
아빠ㅡ 아빠가 처음에 한 말 몰라?
나ㅡ 알죠. 집안사정 알고..
아빠ㅡ(말 끊음) 니 기분이 우선이야?
나ㅡ 네? 그게 아니라 제 말은
아빠ㅡ 세상 너 혼자살아?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없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빠ㅡ 그럼 계속 쉬라고 하면 어쩔래?
나, 언니ㅡ 예?(둘 다 미술함)
아빠는 저 질문 후에 돈이 없다, 요즘 힘들다, 미술학원 꼭 가야하나, 왜 미술하냐 등을 말씀하셨고 저는 이건 내 미래랑 연결된다고 생각하여 제 생각을 계속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갑자기
아빠ㅡ 너희들 열심히 하긴 해? 솔직히 늬들한테 들어가는 돈이 아까워
라고 하셨습니다.
진짜... 가슴에 못이 박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는데 왜 질질 짜냐는 소리가 돌아왔습니다.
그 후에 아빠는 돈이 아깝다는 둥. 너희가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둥. 성적이 왜 그러냐는 둥 말씀을 하셨고
결국 폭발한 언니하고 서로 소리치면서 대화하다가 어영부영 끝났습니다. 일방적으로 아빠가 담배물고 방으로 들어가며 자자고 했습니다.
다음 날 일어나보니 문자가 와있었습니다.
일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냥.. 저희를 떠본 것이었습니다. 너무 화가나고 짜증이 납니다. 어떻게 그런 상처주던 말들이 그냥 떠보는 것이었는지..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아빠의 말에 나는 그림그리는 게 좋고 작년에 아빠가 돈 없다고 못 보내준다고 했을 때 아무 말 없이 혼자 책 사가면서 공부했다부터 시작해서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다까지 울면서 얘기하고 또 울었는데 이제와서 보니 떠본거였다고요. 너희에게 들어가는 돈이 아깝다... 진짜 지금도 가슴이 미어집니다. 솔직히 또 울거 같아요. 집안사정 알면서 돈이 많이 들어가는 미술을 하는 이유는 제가 정말 좋아해서 입니다. 중3 무렵 아빠한테 말씀 드렸더니 아빠는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습니다. 비용이 많이 든다라고 조심스레 말씀 드렸지만 아빠는 웃으면서 부모는 자식의 앞길을 막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이 때문에 더 속상하고 원망스러웠습니다.
이런 모습들 말고도 정말 상처란 상처는 다 주신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일기 안 썼다고 가위가 날아왔고.. 중학교 때는 밀린 학원비 달라는 문자를 보여주시면서 저희를 또 울게 했습니다. 식당에서 시끄러운 손님들 내보내려고 일부러 저희에게 소리를 치셨고요. 왜 혼나는지도 모르고... 나중에 일부러 그랬다. 이해해달라 라고 말씀하시고..
아빠가 막 때리는 분은 아닙니다. 그런데 입에서 나오는 것들이 모두 상처를 줍니다. 작은 일에도 분을 못참고 욕 하는 건 그냥 일상이고 이해가 안 되는 훈육들. 그리고 무서운 모습들. 아빠에 대한 신뢰는 오래 전 부터 깨져있었습니다.
이런 아빠에게 대들지 못하고 매일 입다물고 산 것은 '아빠가 우리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하셨다. 때문에 우리도 잘 해야한다.'라는 말을 주변에서 들었고 그 후엔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빠한테 대들면 아빠가 더 힘들어 질테니 아빠한테 거스르지 말자는 생각이 이젠 떨어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 때문에 더 심해졌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젠 저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