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학생들을 덮친 식중독 사고. 원인을 분명히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대비하는 것이 옳지만, 사전에 식중독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불가능한 영양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식중독 사고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영양사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
< 갑작스런 노로 바이러스 감염, 그리고 자격정지 > 급식을 먹은 아이들 40명이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교무실에 있던 선생들은 모두 영양교사인 은재(가명)를 바라봤다. 순식간에 죄인이 된 은재는 당황한 나머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무엇이 원인이 되었는지 모르니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그날의 메뉴는 닭 꼬치, 파래무침, 배추김치, 계란 국, 현미밥, 멜론이었다. 급식 배식이 끝난 후 언제나처럼 은재는 보건실의 오 선생에게 차 한 잔을 얻어 마시고 있었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오 선생에게 탕평채 요리법을 알 려주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4학년 윤희였다. 장이 선천적으로 안 좋은지 양호실을 자주 들락거려 은재도 얼굴을 알았다. “또 속이 안 좋니?” 오 선생이 능숙하게 윤희의 열을 쟀다. “토할 것 같아요. 배도 아파요.”
“저런….” 오 선생이 윤희를 침대에 눕히는 사이 일곱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보건실로 들어왔다. “선생님, 배가 아파요.” 아이들은 하나같이 배를 움켜쥐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선생님….” 오 선생이 은재를 돌아봤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날 보건실에 찾아온 학생만 15명, 인근 내과와 소아과에서 진료 받은 학생이 20명이었다. 모두 노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식중독이었다. 약을 조제해 준 약사가 보건소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다음날 4명이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40명으로 늘어났다. 조사결과 식재료 공급업체에서 수거한 파래와 바닷물에서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보건복지부는 영양교사인 은재에게 책임을 물어 1개월 자격정지를 내렸다.
< 영양사로서의 자신감을 잃어버린 시간들 > 은재는 그날 아침에 있었던 일을 작은 일도 빠짐없이 수십 번 되짚어 봤다. 학교에 도착해 조리실에 들어갈 때 틀림없이 장화를 신었고 손도 깨끗이 씻었다. 솔을 이용해 손톱 밑까지 깨끗이 씻었다. 조리복도 물론 입었다. 식자재를 실은 냉동차가 도착한 후엔 제일 먼저 마늘의 무게를 재고 비닐포장을 뜯어 조리용 온도계로 온도를 쟀다. 무는 가운데를 잘라보고 세척기로 꼼꼼히 씻었다. 문제가 된 파래도 틀림없이 원산지와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포장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온도도 분명 쟀다. 식자재 확인표에 섭씨 5℃라고 적혀 있었다. 조리과정도 학교급식위생관리지침서에서 정한 대로 전처리, 세척, 절단, 소독의 단계를 철저히 거쳤다. 분명 그렇게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조리 과정에서 감염된 것이 분명히 아니었다. 조사 결과에도 식자재 공급업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되어 있었다.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조리실로 들어왔다면 영양사인 은재가 막을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은재는 어째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실수 때문에 식중독을 일으켰다면 누구보다 은재 자신이 괴로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소재를 가리기보다 서둘러 책임질 사람을 찾는 관례에 희생양이 되는 거라면…. 은재는 고개를저었다. 그날 보건실로 온 아이들의 얼굴이 잊히지 않았다. 몇몇 아이들은 은재를 원망의 눈길로 쳐다봤었다. 그날 이후로 은재는 아이들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영양사로서 계속 일할 자신이 없었다.
< 부당한 책임전가의 굴레를 벗다 >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해보라는 말을 해준 것은 오 선생이었다. “잘못이 없으면 바로잡아야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도와준다는 말을 들었어. 은재 선생 없으니까 하루가 너무 길어. 빨리 돌아와.” 행정심판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은재는 그날의 조리실에 갇혀있는 것만 같았다. 어디서 어떻게 해야 식중독을 막을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차라리 자신의 실수를 발견했으면 하는 심정이 었다. 그랬더라면 깨끗이 사과하고 영양교사를 그만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행정심판 결과가 나왔다. 은재는 몇 번이나 같은 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영양교사가 업무를 소홀히 했거나 잘못했다고 볼 만한 점이 없고, 감염경로를 학교급식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영양교사가 사전에 식중독의 원인을 밝혀 사고를 예방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도 식중독 책임을 영양교사에게 물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면허 정지처분은 위법·부당하다.” 은재의 잘못이 아니었다. 분명 아니었다. “은재 선생, 내 덕 좀 봤지? 아니, 국민권익위원회 덕인가?” 다시 학교에 출근하자 오 선생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제야 은재는 조리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온 기분이 들었다. “어? 선생님 왜 그동안 학교에 안 나오셨어요?” 침대에 누워있던 윤희가 벌떡 일어났다. 오늘도 배가 아픈 모양이었다. “으응, 이제부터 선생님이 맛있는 급식 매일 만들어 줄게.” 윤희의 미소가 상쾌한 공기처럼 은재의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 사례 자세히 보기 >
식중독이 발생한 초등학교에서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급식 파래가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해당 학교 영양교사의 영양사 면허를 1개월간 정지시켰다. 영양교사는 문제가 된 노로 바이러스가 학교에서 수거한 보존식에서 검출된 것이 아니라 학교의 식재료 공급업체에서 수거한 파래와 바닷물에서 검출된 것이어서 면허정지가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해당 영양교사가 업무를 소홀히 했거나 잘못했다고 볼 만한 점이 없고, 보존식에서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그 감염경로를 학교급식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영양교사가 사전에 식중독의 원인을 밝혀 사고를 예방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도 식중독 책임을 영양교사에게 물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면허 정지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날의 책임, 잃어버린 자신감 <영양사면허 정지처분 취소 행정심판>
갑자기 학생들을 덮친 식중독 사고. 원인을 분명히 밝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대비하는 것이 옳지만, 사전에 식중독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불가능한 영양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식중독 사고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영양사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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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런 노로 바이러스 감염, 그리고 자격정지 >
급식을 먹은 아이들 40명이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교무실에 있던 선생들은 모두 영양교사인 은재(가명)를 바라봤다. 순식간에 죄인이 된 은재는 당황한 나머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무엇이 원인이 되었는지 모르니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그날의 메뉴는 닭 꼬치, 파래무침, 배추김치, 계란 국, 현미밥, 멜론이었다. 급식 배식이 끝난 후 언제나처럼 은재는 보건실의 오 선생에게 차 한 잔을 얻어 마시고 있었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오 선생에게 탕평채 요리법을 알 려주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4학년 윤희였다. 장이 선천적으로 안 좋은지 양호실을 자주 들락거려 은재도 얼굴을 알았다.
“또 속이 안 좋니?”
오 선생이 능숙하게 윤희의 열을 쟀다.
“토할 것 같아요. 배도 아파요.”
“저런….”
오 선생이 윤희를 침대에 눕히는 사이 일곱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보건실로 들어왔다.
“선생님, 배가 아파요.”
아이들은 하나같이 배를 움켜쥐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선생님….”
오 선생이 은재를 돌아봤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날 보건실에 찾아온 학생만 15명, 인근 내과와 소아과에서 진료 받은 학생이 20명이었다. 모두 노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식중독이었다. 약을 조제해 준 약사가 보건소장에게 이를 보고했다. 다음날 4명이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40명으로 늘어났다. 조사결과 식재료 공급업체에서 수거한 파래와 바닷물에서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보건복지부는 영양교사인 은재에게 책임을 물어 1개월 자격정지를 내렸다.
< 영양사로서의 자신감을 잃어버린 시간들 >
은재는 그날 아침에 있었던 일을 작은 일도 빠짐없이 수십 번 되짚어 봤다. 학교에 도착해 조리실에 들어갈 때 틀림없이 장화를 신었고 손도 깨끗이 씻었다. 솔을 이용해 손톱 밑까지 깨끗이 씻었다. 조리복도 물론 입었다. 식자재를 실은 냉동차가 도착한 후엔 제일 먼저 마늘의 무게를 재고 비닐포장을 뜯어 조리용 온도계로 온도를 쟀다. 무는 가운데를 잘라보고 세척기로 꼼꼼히 씻었다. 문제가 된 파래도 틀림없이 원산지와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포장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온도도 분명 쟀다. 식자재 확인표에 섭씨 5℃라고 적혀 있었다. 조리과정도 학교급식위생관리지침서에서 정한 대로 전처리, 세척, 절단, 소독의 단계를 철저히 거쳤다. 분명 그렇게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조리 과정에서 감염된 것이 분명히 아니었다. 조사 결과에도 식자재 공급업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되어 있었다.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조리실로 들어왔다면 영양사인 은재가 막을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은재는 어째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실수 때문에 식중독을 일으켰다면 누구보다 은재 자신이 괴로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소재를 가리기보다 서둘러 책임질 사람을 찾는 관례에 희생양이 되는 거라면…. 은재는 고개를저었다. 그날 보건실로 온 아이들의 얼굴이 잊히지 않았다. 몇몇 아이들은 은재를 원망의 눈길로 쳐다봤었다. 그날 이후로 은재는 아이들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영양사로서 계속 일할 자신이 없었다.
< 부당한 책임전가의 굴레를 벗다 >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해보라는 말을 해준 것은 오 선생이었다.
“잘못이 없으면 바로잡아야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도와준다는 말을 들었어. 은재 선생 없으니까 하루가 너무 길어. 빨리 돌아와.”
행정심판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은재는 그날의 조리실에 갇혀있는 것만 같았다. 어디서 어떻게 해야 식중독을 막을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차라리 자신의 실수를 발견했으면 하는 심정이 었다. 그랬더라면 깨끗이 사과하고 영양교사를 그만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행정심판 결과가 나왔다. 은재는 몇 번이나 같은 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영양교사가 업무를 소홀히 했거나 잘못했다고 볼 만한 점이 없고, 감염경로를 학교급식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영양교사가 사전에 식중독의 원인을 밝혀 사고를 예방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도 식중독 책임을 영양교사에게 물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면허 정지처분은 위법·부당하다.”
은재의 잘못이 아니었다. 분명 아니었다.
“은재 선생, 내 덕 좀 봤지? 아니, 국민권익위원회 덕인가?”
다시 학교에 출근하자 오 선생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제야 은재는 조리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온 기분이 들었다.
“어? 선생님 왜 그동안 학교에 안 나오셨어요?”
침대에 누워있던 윤희가 벌떡 일어났다. 오늘도 배가 아픈 모양이었다.
“으응, 이제부터 선생님이 맛있는 급식 매일 만들어 줄게.”
윤희의 미소가 상쾌한 공기처럼 은재의 가슴 속을 파고들었다.
< 사례 자세히 보기 >
식중독이 발생한 초등학교에서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급식 파래가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오자, 보건복지부는 해당 학교 영양교사의 영양사 면허를 1개월간 정지시켰다. 영양교사는 문제가 된 노로 바이러스가 학교에서 수거한 보존식에서 검출된 것이 아니라 학교의 식재료 공급업체에서 수거한 파래와 바닷물에서 검출된 것이어서 면허정지가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해당 영양교사가 업무를 소홀히 했거나 잘못했다고 볼 만한 점이 없고, 보존식에서 노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그 감염경로를 학교급식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영양교사가 사전에 식중독의 원인을 밝혀 사고를 예방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도 식중독 책임을 영양교사에게 물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면허 정지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