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뱃속의 우리 아들 복이 때문에 행복한거죠?

우리2003.12.30
조회374

  전 이제 임신 8개월째 접어드는 맘이예요.

여러분은 태교하세요?

저는 직장 다니고 있는데 시간은 많아도 거의 태교도 안하고 걱정이네요.

근데 남편은 열심히 해요.

자기 전에 꼭 부른 배를 손으로 문지르며

'우리 아들 복이야'

'오늘도 잘 놀았니....' 등등

동화책을 읽어주고 혼자 흥얼흥얼 노래같지않은 노래도 불러주고 엄마는 아빠를 미워한다고 제 흉도 보고 그래요.

출근길에도 제 입술에 뽀뽀하고 난 다음은 꼭 배에다 대고 오늘도 엄마랑 잘 놀고 퇴근하고 와서 아빠랑 놀자 하고 문을 나섭니다. 

밤에 저는 자고있고 뱃속의 복이는 혼자 움직이면서 놀고 그러니까 남편 혼자 제 배 붙들고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다음날 복이 혼자 놀고 있더라면서 저에게 뭐라고 한답니다.

그런 거 보면 저는 엄마 자격도 없다는 생각도 들고...

근데 전 자꾸 아직 뱃속에 있는 애가 뭘 알겠나 싶기도 하고...

화장실에는 태교책을 가져다 놓고 볼일 보면서 보고와서는 이렇다 저렇다 저에게 알려줍니다.

남편은 저에게 나쁜 소리는 절대 하지도 말라고 하고, 싫은 소리 한번 한 적 없는 사람이 상한 것 같은 생크림 케익이 아까워 아주 조금 제가 혀도 핥아보았는데 얼굴을 손으로 밀어버리면서 화를 내는 거예요.

섭섭하기도 했지만 싫지는 않았어요.

나와 아기 생각해서 그러는 거니까...

같이 시장보면 저는 빈손으로 뒤뚱뛰뚱 걷고 남편은 양손에 가득 물건봉지가 주렁주렁이고, 혼자 장보면 이 무거운 것을 혼자 다 들고 오냐고 뭐라고 해요.

한달 용돈 15만원(교통비, 간식비, 핸드폰비 일체 포함)으로 딸랑 쪼그만 귤 8개 천원이나 호떡 2개 천원하는 것을 식을까봐 품에 품고 와요.(심부름하고 거스름돈 가끔 슬쩍하지만 눈 감아줌)

그러면 저는 맛없어도 맛있다고 애써 먹죠.

우리 남편 정말 이쁘죠?

그래도 울신랑 제가 구제해준거죠.

제가 결혼해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아직도 회사사무실 한귀퉁이에서 자고 먹고 하면서 고생좀 했을거예요.

돈도 하나도 못 모으고(친구에게 돈만 빌려주고 못받아서 오히려 빚만 2천3백이 있었는데 결혼자금으로 갚았음)신랑은 결혼전에 그렇게 살았더군요.

잘 난 것도 절대 없는 저인데도 저랑 헤어지면 지나가는 차에 뛰어든다면서 머리를 콘크리트 벽에 막고 그래서 전 결혼안해주면 큰일 나겠다 싶었죠. 순진하게... ㅋㅋ~

결혼당시 32살 동갑이래도 여자는 좀 많은 나이이고 내세울 능력도 외모도 아닌데...

결혼한지 이제 1년 좀 넘었지만, 서울에서 아파트 분양 받을까 아니면 그냥 대출 내서 살 생각도 하고, 아무튼 남편도 알뜰한 편이지만 제가 경제권은 꽉 쥐고 남편월급은 거의 저축해요.

시댁과 친정도 사는 형편이 비슷하게 없는집은 아니라서 그런대로 자식들에게 보태줄려고 하시니까 그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버님이 독자이신데 맏이인 형님네 얼마전에 딸만 둘 낳아서 그 부담이 다 둘째인 제게로 왔는데 아들이라니 아버님은 환호성을 지르시고, 어머님은 소원 풀었다고 하시고... 우리 아들 복이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대학원까지 나온 남편이지만 결혼전에는 시집에서 제일 걱정이라고 하실만큼 남편이 되는 일이 별로 없었어요.

좋은 직장 다니는 형제들보다도 제가 보기에는 울신랑이 제일 낫던데... 보여지는 거 말고 부모님은 제 남편의 진가를 잘 모르시는 것 같더라구요.

155센티 밖에 안되는 나에게 180센티나 되는 남편은 꼼짝도 못해요.

남편 괴롭히고 나서 자는 모습이 애처로와서 남편 머리도 쓸어주고 배도 문질러주고 그러면 저에게 자꾸 파고들고 꼭 큰아들 같기도 해요.

물론 저도 남편 뜻이 타당하다 싶으면 거의 따라줍니다.

남편은 직장일 외에는 신경 안쓰도록 시댁일, 상의는 하지만  잡다한 집안일은 지금 배불러도 모두 제가 처리해요.

울 남편 오늘은 회식이라는데 아마도 차 가지고 데리러 가야할 것 같아요.

임산부라 멀리는 못가고  전철 종착역까지...

남편 퇴근하면 신천역까지 마중도 곧잘 나가곤 했는데 이제는 아기 낳을 때까지는 힘들 것 같아 섭섭해요.

우리 복이가 태어나서 돌쯤 되면 복이 손잡고 남편 마중 나가야죠.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