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헤어지고. 그래 나야

굼벵이201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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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굼벵아, 나야

니가 나랑 데이트를 할 때 여자인 나보다 시간이 걸리길래 지어준 별명이잖니. 기억나?

 

문득 이별에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아직도 니가 가끔 생각나서 보지도 않던 판을 한번 들어와봤다.

너도 나도 안쓰게 된 이 곳이야말로 진짜 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아닐까

우리는 중2때 처음 만났었다.

안경도 쓰고 이마에 착 달라붙는 앞머리에 치마가 다른 애들보다 한 단이나 길었던,

그 때의 사진을 보여주면 누구나 "용 됐다"고 말하는 내가 너한테는 첫사랑이었지.

 

니가 나에게 그렇게나 순수한 구애를 할땐 나도 다른 첫사랑중이었기에,

그리고 솔직히 그때 내타입 아니었다 너. 아무튼 그런 이유로 널 받아주지 않았었지.

그런데 웬걸 열일곱 둘 사이의 친구 하나 병문안 갔다가 너랑 다시 연락이 닿았어

 

너는 살 빠지고 키 큰 뒤에 귀엽게 잘생겨져서, 여소받기에 한창이고 난 그런 네 연애사엔 아무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신경쓰여 막.

솔직히 나도 못된게 네 얼굴에 반해서 먼저 연락한거 맞아..

맨 첫 연락도 기억나 너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던날 선물사오라고 뜬금없이 카톡한거.

그렇게 계속 연락 이어가는데 니가 나랑 개그코드가 맞았잖아. 장미칼, 공사장같은 단어를 사용한 드립ㅋㅋㅋ그래서 더 끌리더라.

 

관심이 가고 하니 니 마음이 궁금해졌고 내 짝지한테 니 얘기도 많이 했고, 그러다 그 친구가 널 떠보는 상황에서 니가 내 마음을 알아챈 뒤에 고백했지.

나 니 얼굴이 맘에 들었던거 맞아. 니가 외형상으로 바뀐 다음에 널 봤던것도 맞아. 근데 나는 그것 말고도 좋은게 더 많았어. 얼굴+a 이런거라고 생각해줄래

 

근데 있잖아, 역시 우리 많이 싸우더라. 고등학생이란 신분에 연애와 공부를 둘 다 잡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라서 서로가 공부에도 지치고, 그 와중에 연애도 하려니 힘들어했지 당연히.

학생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내 부모님때문에 헤어질 위기도 있었고.

그러다 니가 우리가 사귄지 150이 되어가던 무렵, 하루종일 강제로 붙어있어야만 하는 학원을 하나 등록했어. 날 볼 시간도 없었고, 볼 수 있는 날도 피씨방, 당구장을 네 단짝들과 다니는 너를 보면서 나는 집착하기 시작했고 너를 힘들게 했지

우리는 그 와중에도 한창 싸웠고..지친 니가 결국 그랬잖아 결국, 헤어지자고.

헤어진 뒤에 나랑 친한 여자애와 붙어다니는걸 보고 오해하며 구차하게 화내는 나에게 꺼지라고.

너 보라고 일부러 그 여자애랑 붙어다닌거라고도 했었지.

 

 

 

상처받고 많이 힘들어하고 이제 니가 돌아와도 다신 안받아줄거라고 큰소리치던 내가

익명으로 나한테 말하는 사이트에 헤어진지 5개월만에 글을 남긴걸 보고 단번에 너라는걸 알아챈뒤에 미친듯이 설렜어

결국 보름정도를 그 익명사이트에서 헷갈려하다가 너에게 카톡이 와 그제서야 너인걸 확인하고는

니가 얼마나 나한테 못되게 대했었는지 아는 친구들의 반대를 등진채 다시 니 손을 잡았다.

 

우리는 힘들게 고3까지 마무리 짓고,

내 로망이었던 1월 1일 같은 곳에서 같은 해를 보기도 했어

바다 위에서 본거라 너무 추웠던 기억이 난다. 덜덜 떨면서 바닷바람에 부딪히면서 뜨는 해를 기다리고 서로 꼭 안고 동이트던걸 보던.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졸업하기 전까지 알바를 하던 우리는 얼굴을 못보자 또 틀어졌다.

너는 성인이 되자 새벽4시,5시까지  술마시고 담배피는게 일상이 돼버렸고, 낮에 나를 보더라도 밤에 늘 술마시며 노는 네가 걱정되고 또 못마땅하기도 해서 항상 널 달달 볶았어.

다시 사귀던 날 내가 너에게 '너를 또 지치게 할지도 모른다.'라고 했을때 '괜찮아, 후회했으니까 이제 그런짓 안해."라고 답했던걸 까먹은걸까?

너는 또 지치더라.

 

아침 10시 일찍 만나 데이트 하기로한 약속이 있었으면서 아침8시까지 술먹고 집에 들어가 뻗어버린 너를 보며 사랑이 식은건지, 다른게 중요한건지 또 불안해하던 나는 죽어도 못그러면서 모진척 시간을 갖자고 했는데. 그 날부터 보이던 우리의 끝. 너도 나와 같이 느꼈을까

 

니 친구들은 원나잇을 하고 다니는데, 여자친구가 있으면서 섹스파트너가 따로 있는 애들이 주위에 있는데 너도 자연스럽게 그런게 나쁜거라 인지를 못하게될까봐 무서웠고, 걱정됐어.

그 애들의 여자친구를 생각하면 자기 남자친구 그러고다니는걸 못눈치채는게 참 곰같고 바보같은데, 혹시 내가 그 곰일까봐.

 

너는 그래 내가 알던 중학생때부터 거짓말을 참 잘하던 애였다

너를 아는 중학교 동창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네 평판은 이기적이다는둥의 안좋은 쪽이었고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나는 내가 아는 너의 좋은 모습으로 니가 변했다는걸 말해주고 다녔어.

 

그런데 나도 결국 까맣게 속아버렸어

서로 대학이 붙고 각자의 행사로 바빠지던 와중에

수십명의 신입생중 남자가 5명 내외인 학과에 합격한 너는 새내기들이 춤을 추는 자리에

여자6명,남자 1명인 팀에 들어가 입학 전부터 춤 연습을 한다며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와 카톡을 하고, 너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왜 그러냐는 말에

"너도 대학가면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거다"라고 말하며 네 행동을 합리화하던 너.

근데 있잖아, 그런데 왜 나는 널 그 때 못놨을까

 

내 끝없는 집착과 화에 못이긴 네가,

그리고 정신병자처럼 네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신경쓰이고 니 사랑이 의심스럽고 그 연락하던 한명의 여자애가 널 뺏어갈까봐, 니가 떠날까봐 불안해하던 나는

결국 2015년 2월 14일, 초콜릿 주고받으며 행복해하는 커플의 날에 서로 펑펑 울며

우리는 아직 너무 성숙하지 못하다고..좋은 사람이 있으면 서로때문에 놓치지말고 만나보고, 그래도 서로가 좋으면 그 땐 만나자고..그게 20대 후반정도라면 결혼하자고.

 

남들이 보면 유치했을까 이런 우리 행동? 그런데 우리는 정말 진지했잖아.

나는 결혼도 너와 할 줄 알았고, 내 미래에 항상 네가 있었다. 나중에 낳을 내 딸도 널 닮을줄 알았어. 내 뱃살을 보며 '별림이'라고 태명같이 이름붙여 쓰다듬는 장난을 하던 너때문에 나는 웃기지만 정말 네가 내 마지막 사랑일줄 알았다.

 

헤어진지 이틀 후에 중학교 동창회를 했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고 나는 또 시선이 카톡을 하고 있는 네 손으로 갔다 그리고 봤어.

 

그 같은 과에 합격한 여자애 이름 양쪽에 붙어있는 하트. 그리고 그 여자애의 이름앞의 '예쁜'이란 수식어, 그리고 대화중 니가 쓰는 하트.

왜 이렇게 하트를 많이 쓰냐는 그 여자애의 질문에 '나 원래 하트 잘 안써. 너라서 그래' 라고 답했던 고작 2월16일의 너.

이런 쓰레기가 있을까.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니 말을 너무 듣고싶은거야. 헤어지던날 니가 보여준 울음의 의미와 너무 상반되게 해석되는 지금의 니 행동이. 그래서 물었지 3월 중순쯤 연락을 했어.

근데 넌

그 여자애, 그냥 같이 시간표 짜게된 애라고..성격이 더러워서 싫다고. 같이 짠 시간표대로 지낼 한 학기가 걱정된다고 나한테 말했잖아.

그 여자앤 지금 네 여자친구지만.

 

 

또 너 술먹은 날마다 새벽엔 보고싶다고 날 불러냈어. 그리고 안았고 키스하고 사랑한다고 말했어

보고싶었다고 말하고 또 사랑한다고 했어. 그런데 나는 또 니가 페이스북에서 그 애와 연인처럼 하트 주고받으며 댓글놀이하는걸 봐버렸고, 결국 오만 정이 다 떨어져버려 길게 그만하자고 했다.

우리 미래에 보고말고 이런거 없이 완전히 끝내자고.

(그걸 넌 술먹고 제대로 읽지도 않은채 삭제했다는걸 나중에 니가 친구로 지내자고 연락을 다시했을 때야 알아챘지.)

 

근데 있지, 며칠전에 너랑 친하기도 한 내 친구에게 들었다.

너와 니 여자친구 기념일이 2월 20일이라고.

머리를 한 대 크게 맞은 기분이더라.

헤어지고 너랑 만난날을 다 체크해놨었어.

동창회했던 2월 16일

서로 보고싶어 못참겠다며 만난 2월 18일

그리고 3월 15일..

너는 나를 볼때마다 늘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지금 니 여자친구를 왜 니가 불쌍하게 만들까. 나는 헤어지고 너를 깨끗하게 정리 못한 내가 너무 더럽게 느껴졌어. 마치 내가 불륜을 저지른것 같더라. 그런데 그냥, 너는 나를 사랑한게 아니었어.

 

함께 기억에 남을만한 어딘가를 간 적은 없었지만 우리가 함께했던 총 1년 남짓한 연애는 항상 뜨거웠고 그래서 나한텐 이 타버린 재마저 소중한가봐.

니가 나를 사랑한 순간이 없었다고는 말 못해. 왜냐면 나는 정말 너에게 사랑을 받았었거든. 내가 느꼈으니 그건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스스로가 편안하기 위해, 너를 생각했을때 적어도 너를 미친듯이 혐오하지 않기 위해 내린 결론은 '나랑 사귈때만큼은 나를 사랑했다' 고 생각하는거야.

헤어지고 일주일도 안되어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겼더라도, 새로운 여자친구가 있으면서 나에게 전화하고, 사랑한다 보고싶다는 말을 했던 너라도

그건 그저 우리가 헤어진 2월 14일 후의 일이니까. 혹여 그 전에 네가 내 눈을 가리고 한 일이 있더라도 굳이 의심하고 찾아내려고 안간힘 안쓰기로 했어.

 

 

서로에게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있는 지금 이제와서 너에게 미련이 남고 네가 돌아와줬으면 좋겠다는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내 남자친구를 너를 사랑했던 때와는 또 다르게 사랑하고 있어.

그냥

너도 빨리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 나에게 네가 하는 '진짜 사랑'이

내가 너를 다 털어낼 열쇠인것 같아.

 

우리가 했던 일도 탈도 설렘도 화도, 불안도. 싸움도..그리고 사랑도 있었던 연애를

나는 아마 평생가도록 잊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이제 네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그저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으로 남는것만으로도 만족해.

정말 많이 사랑했어. 너를 지치게 했을 내 못난 행동들 3개월지난 지금에야 사과한다. 미안해.

부디 지금 니 여자친구를 많이 사랑해주길 바라.

 

며칠전에 타로점을 봤는데

과거는 어두운 터널길을 걷는다면 현재 만나는 사람은 나에게 선물같은 사람이라더라.

나 진짜 사랑받고 있어. 그래서 행복해

너와 했던 연애를 알고 있는 애가 그래

너한테 받은 상처를 지금 만나는 오빠를 통해 내가 치료받고 있는것 같대. 그게 보여서 자기도 행복하대.

밤에 술을 마셔도, 여자 후배를 만나 밥 한 끼를 같이 먹더라도 안불안하게 해주는 사람을 만났어.

니가 안떠났으면 못만났을 이 사람. 그래서 너에게 또 다시 고맙다.

 

 

그냥

땀이 유난히 많아서 여름엔 그저 에어컨 밑에 꼼짝않고 있는걸 제일 좋아하는 네가

이 더운 여름날 생각나 한번 적어봤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와줬어서 고마워. 나는 정말 이제야 너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