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술취하신 아저씨 이야기...

지하철에서2008.10.04
조회1,201

어제 일이었다.

지인들과 저녁과 간단히 맥주를 마시고,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갈 때였다.

청량리행 지하철을 타고가는데, 신설동에선가 술취한 아저씨가

타셨다. 술이 좀 많이 되신듯 하여, 옆 승객에게 말을 붙이시는데

노골적으로 싫은티를 내시며 무시하시는 승객분.

 

뭐~ 누군들 내키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환승을위해 청량리에서 내렸다. 그러자 그 아저씨께서 이젠 나와

말동무를 하고 싶으셨나 부다.

 

아저씨께선 대뜸...

"젊은이~~다음 기차가...양주가는거 맞죠??"

 

나는 좀 놀랐지만..

"네~ 양주행이네요~"

 

다시 아저씨께선..

"내가 술이 많이 취해도... 어딜가는 기찬지는 알아요~."

 

......... 많이 취하셨다..;;

 

나도 좀 내키지 않는 상황이라 자리를 피할까 생각을 했었지만,

아버지 연령대라서 그런지몰라도, 집에게신 아버지가 생각이 나더라...

'우리 아빠도..술취하시면...길가는 젊으니 붙잡는거 아냐??' 하는 생각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웃으며 아저씨의 말을 받아주니깐, 아저씨께선 신이 나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다가 (횡설수설에 가까웠지만 ^^;;)

아저씨께서 대뜸...

 

"자넨 군대 갔다왔나??"

라고 물으시기에...

 

"물론이죠~" 라고 답했다...

 

"아들놈이....군대를 갔는데...지금 이병이야~."

 

"어우~ 한참 남았네요~~!! ^^;;"

 

"그렇지~ 근데....대학을 않갔어~ 젊으니 생각엔 어떻게 생각해??

이놈이 대학을 가야된다고 생각해 아니라고 생각해??"

 

......한번에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평소에 냉정한 말로 타인에게 상처를 많이 주고 살아와서, 쉽게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반문했다.

 

"아드님 생각은 어떤 것 같으세요??"

 

"그놈은 안갈려고 하지~"

 

대충보아하니 아저씨께서는 아들걱정에 어떻게든 대학을 보내려고하시는데,

그 녀석은 대학엔 생각이 없는 듯 하다.

게다가 평소에 속을 많이 썩였는지..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신거다.

 

그래서 나는...

 

"그건..아드님께서 안가려고 하면, 어쩔 수 없는거죠." 라고,

아저씨가 듣고 싶어하는 모범답안을 제시하진 않았다.

 

그러자 아저씨는 낙담한 듯..

 

"그래~ 그렇지??" ㅡㅡ;;

하시는 거다..;;

 

주위에서 자신의 의지와 부모의 의지가 달라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내가 내린 결론은 '성인이라면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지고 나아가야 한다.' 라는

주의이기 때문에, 그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물론...다 컷다고 생각하는 모든 자녀들 (나 포함)의 생각은 완벽한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세월이 지나면...'부모님 말 잘들을 걸...' 이란 결론을 얻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열어야 하는것이 맞기 때문에,

또한 그 상황에는 그것을 본인 자신이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아저씨께서

아들녀석을 강하게 이끌지 못할거라면... 가정분위기만 더 나빠질듯하여....

그렇게...쉽게 말해 버린듯 하다...;;

 

그러자, 아저씨는..화제를 돌려

"근데..이놈이..면회를 와달래...내가 가야할까?? 말아야 할까??"

 

이번에 나는

"물론 가셔야지요!! 아드님이 많이 좋아하실꺼예요~"

라고 이야기 해드렸다.

 

"그래?? 역시...가야겠지?!?!" 라며 크게 웃으시는 아저씨.

 

아저씨께서는... 자신의 행동조차 명확히 하시지 못할정도로,

자제분과의 문제가 심각한듯 했다.

하지만, 자식면회...자식 만날 생각에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이 땅의 부모님들의 마음이 다 저렇지 않을까?? 

아무리 속을 썩여도, 언제나 자식을 생각해 주며, 항상 뒷편에

든든히 서 계셔주며, 자식이 조금이나마 더 좋은 인생을 살게 하고자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시고, 항상 사랑을 주시는 것.

그 마음을...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저씨는 강원도 인제에 있는 아들을 만나러가신다고 하셨다.

먼 길이지만, 아저씨에게는 한걸음에 달려 갈 수 있는 거리일 것이다.

 

헤어질때 다시보자는 말과 함께 악수를 하였는데,

그 손이....참 정겹고도...따스하였다.

 

주말엔....아버지께 가서...손 한번 잡아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