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난 후로 나는 도둑이 되었다.

BoH2016.08.11
조회284
안녕? 나야.
요새 날씨 너무너무 무덥고 지치는데 잘 지내고 있어?
몸에 워낙 열도 많고, 체력도 바닥 같던 나는
매일 같이 더위에 숨죽이며 기력 없이 땀으로 지내.
미안해. 나는 너와 여름을 보내지 못 했다는 핑계로
네가 더위를 얼마나 타는지를 몰라.
알든지 말든지 너는 관심이 없을 테니 미안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함께 보낸 계절은 한 계절이 전부구나.
그것마저 온전하게 모두 보낸 것은 아니니.. 우리 만남은 짧고 깊었네.
한 사람과 사계절을 보낸다는 것이 소박하지만 큰 꿈이래.
..우리는 이루지 못 했지.
며칠 전까지도 내 문자에 툭, (어쩌면 마지막 작은 걱정을 담아) 답을 해주던 너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웬 여자 사진이 올라왔을 땐, 나보다 내 친구가 더 놀랐어.
일과 중에 이야기를 접했고, 퇴근 후에 차근히 생각하며 바라본 그 사진은
정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고, 마음이 많이 아리더라.
약한 내 심장이 참 빨리 뛰었어. 홀로 앉아있으니 눈물이 주축이더라.
누굴까. 이 사람은 누군데 이렇게도 빠르게 네 마음에 물들었을까.
정말 누구일까. 원래 알던 사람인가. 소개받았나.
많이 좋아졌나...?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이제는 내가 너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미안해질 일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내리지 못하던 페이스북 타임라인 배경을 바꾸고..
정말 이젠 너를 잊으려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왔나 싶었어.
그런데도 마음은 생각을 따라주질 못 해서
그 후로도 여전히, 오히려 더 자주 네 카카오톡 프로필을 훔쳐보면서
홀로 가슴앓이를 하고, 너를 떠올리고, 너의 여자를 떠올리고
그렇게 하루를..종일을 보내곤 했어.
그래도 헤어짐으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났다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조금 웃고, 밝게 지내려고 애써 노력했고
밝은 척, 즐거운 척도 해봤어.
그게 통하는 것 같았는데 의도치 않게 드러나는 어둠은 어쩔 수가 없더라.
예전의 밝은 웃음을 보여달라는 친구들의 간곡한 이야기에도,
네 생각을 접을 수 없는 나는 그 이야기를 들어줄 수가 없었어.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 점차 흐려지고 마음이 돌아서게 될 거라는 글들.
너와 헤어지고 정말 열심히 읽었어.
공감하고 가슴 절절하게 아파하고 눈물 흘리면서도 꾸준히도 읽었다.
헤어진 후에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기록한 글들을 읽어내려가고
머리에, 마음에 담으면서도 끝까지 미련을 접지 못한 나.
사람마다 다르게 도달할 것이라던
'담담해질 그 시간'은 정말 사람마다 다르더라.
어떻게 너는 시간이 지날수록 뿌리를 깊게 내리니.
내 곁에 스쳐가는 모습조차도 나타내지 않는 네가
그 비어있는 무형의 모습으로 내게 더 깊게 뿌리 내리며
형체없던 네 안이 우리의 추억으로 채워지는 것인지.
우리의 추억과 나의 기억으로 똘똘 뭉친 너는
그렇게 내 심장을 흔들고 머릿속을 헤집고
세 달이 흘렀음에도
나는 오늘도 아프다.

너와 헤어진 후로 나는 도둑이 되었다.
내가 차단된 네 카카오톡을 수없이 훔쳐보고
친구가 아닌 네 페이스북을 수없이 훔쳐보고
그 누구의 생활도 이토록 궁금한 적이 없었다.
내가 아닌 것 같은 확신이 들면 아파하고
혹시라도 내 생각이 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모두 소용없는 일이고, 내 마음만 멍드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매일 그것만이라도 훔치게 되는 이유는,
아무리 훔쳐보고 엿보고 살펴보아도
네 마음까지는 다신 훔칠 수 없기에.


보고 싶다.
이미 보고 싶을 수 없는 너인데
그립다.
이미 끝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