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이별 후폭풍..힘드네요

이지현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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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한지 이주정도 된 여자입니다.

 

25살 뒤늦은 나이에 첫연애를 했네요.. 24살 때도 잠깐했었지만 뭐 한달만에 별 얼토당토하지도 않는 이유로 차였기 때문에 없다치고..

 

상대는 7살 연상이었고, 독서모임에서 만났어요. 밝고 긍정적이어 보이는 모습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사람이 먼저 다가와서 가까이 지내다가 사귀게 된 케이스였죠.

 

그런데 이사람의 밝은 이면에는, 밝은 척 할 수 밖에 없던 이사람의 사정이 있었어요.

저랑 만난지 한달만에 파트타임 계약직에서 나와서 구직활동을 7개월간 했어요. 그 동안 이 사람은 점차 우울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었고,  거기다가 만성 비염으로 만날 때 자주 피곤하고 졸려하는 모습이었어요.

이사람은 참 자상한 사람이었지만, 우울함, 피곤함 그런 것들이 겹쳐져 있는 모습이었죠..

 

저도 참 간사하게도, 첫 연애였던만큼, 그리고 상대가 7살 연상이었던 만큼, 리드해주는 남자친구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내가 기대했던 연애가 있었나봐요.

이사람의 우울하고 피곤해하는 모습에, 실망감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독이고, 힘을 북돋아주고자 했지만... 답답함이 더 컸었나봐요. 

 

원래 제가 그렇게 애교가 있다거나, 의존적인 사람이 아니고 좀 독립적인? 어떻게 보면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통화나 연락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처음엔 이사람한테서 통화를 자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주하려고 해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정말 제가 통화를 건거는 손에 꼽네요.. 처음에는 나도 노력하려했지만, 연애에서 오는 답답함, 뭔가 이사람과 통화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더욱 노력을 안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사람은 저를 이해해줬어요. 서운하다고 말하기보다는, 농담으로 돌려서 이야기하고, 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려고 했어요. 저는 어느순간 그걸 이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구나! 라고 잘 못 받아들이고 있었고...

하지만 여전히 이 사람에 대한 불만은 있었죠. 내가 원하는 데이트를 해주지 않았고(저는 좀 활발해서 다양한 데이트를 해보고 싶었지만 이 사람은 좀 집돌이에 정적이었죠) 어딘가를 갔을 때 뭔가 피곤해보이는 이 사람의 모습이 답답했어요. 하지만 제가 조르는 성격도 아니라서, 저는 이 사람에게 요구를 하는 대신 이사람과 하지 못하는 즐거움을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기 시작했어요. 맛집탐방, 음악들으러가는 것, 등산... 남자친구와 하고 싶었던걸 친구들과 더 많이 했네요. 

남자친구는 항상 친구들을 더 만나는 것 같은 저의 모습, 그리고 통화도 자주 하지 않는 내 모습에 지쳐갔나봐요.  

 

남자친구의 취준생활이 길어지자, 남자친구는 정말 많이 우울해했어요. 저딴에는 정말 북돋아주려고 노력을 했어요. 화이팅해주고, 면접 잘할거라고 전화해주고, 불만은 정말 불만대로 컸지만, 헤어지고도 싶었지만, 사람이 힘들때 떠나는 건 아니라고 하니까 꾹 참고 있었죠.

취업만 되면, 상황이 좋아지면, 긍정적이었던 이 사람의 모습이 되돌아오리라.

그리고 취업이 되었어요.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지만, 그래서 본인이 원하는 그런 직장은 아니었지만, 취업이 되었죠. 정말 제가 더 기뻐했던 기억이 나요. 이제, 조금이라도 활기찬 이사람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겠구나.

 

하지만, 그러기는 커녕.. 새로운 회사생활에 적응하느라 남자친구는 더 지쳐버렸죠. 만날 때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고, 모든 대화의 초점은 회사 힘든일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힘든 얼굴을 하면서도 남자친구는 주중에 한번은 꼭 우리 동네로 찾아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어요. 그런 사람을 토닥여줄줄 알았어야했는데, 저는 말로는 힘들었죠? 토닥토닥하면서도, 진심이 더 이상 담겨있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냥.. 무덤덤해졌어요. 이사람의 힘든 모습에. 짜증이 더 났어요. 이 사람은.. 언제까지 힘들까. 난 언제까지 이 사람의 힘든 모습을 봐야하는 걸까?

가뜩이나 연락 안하던 저였는데, 그 때 쯤 되어서는 더 연락을 게을리 하게 되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어느새 만나도 이 사람의 말에 집중이 안되고... 아마 이사람도 그걸 알고 있었겠죠. 하지만 티를 내지 않았어요.

 

그리고 헤어지기 직전에 이 사람이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저는 그 때서야 이사람의 마음이 날 떠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집들이 선물을 열심히 골라주려고 하는 나의 노력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던 그 사람... 나에게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는 그사람.   

서운함이 밀려왔어요. 이제까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 사람이 이사 간 집에 처음으로 방문한 날, 그날이 마지막 데이트였는데, 그의 집에 내가 초대받은 손님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집에 돌아왔을 때, 서러움에 눈물이 흘렀어요. 더 이상 내 옆에서 걸으려고 하지 않던 그 사람의 모습이 너무 낯설어서..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서운하다고 카톡을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어요.

갈등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하던 사람이었기에(실제로 우리는 그래서 싸움도 1년 가까이 사귀면서 3번? 이정도밖에 안싸웠죠) 더 조심스럽게 말을 했더니, 이사람은 갑자기 이제까지 나한테 서운했던 것들을 전부 토해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나에 대한 그사람의 감정이 변하게 된 계기를 하나하나 말해주기 시작했어요. 나 때문에 이렇게 상처받았다고. 내가 그 사람한테 해주는게 얼마나 있다고 왜 자꾸 자기한테 기대하기만 하냐고 그랬어요. 맞춰주려고 노력을 하고 기대를 했냐.

결국, 이 사람은 저에게 그만하자고 하더군요.

카톡으로 헤어지는 아닌것같아, 만나서 헤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람은 저에게,

1년 가까이 나와 행복했던 기억도 많지만, 그것보다 나의 기대에 못 미친게 더 많았던 것 같아서 그게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자기 일도 힘들어 죽겠고, 심적으로도 너무 힘든 상황에서, 나의 기대에 맞추는건 불가능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나도 카톡으로 헤어지자고 이사람이 말하게 된날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려다가, 이사람의 결정에 더 토를 달지 않고 그렇게 헤어졌어요.

1년간 이사람과 처음 해보는게 너무 많아서.. 첫키스, 첫여행, 첫경험, 모든게 다 처음이라서.... 다 고맙다고 하면서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헤어지고 2주간 정말 복잡한 심경에 힘들었어요. 처음엔 어차피 상황이 너무 힘든 사람이라 더 이어갈 수가 없었다. 잘 헤어졌다. 더 좋은 사람 만나야겠다 하는 생각이 더 컸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내가 잘 못한 것 같아요. 힘들어하는 이 사람을 내가 더 보듬어줬어야했나. 전화, 연락, 성실히 더 했어야 했는데. 내가 이기적이게 굴었던 것일까. 난 이사람을 위해 정말 얼마나 노력했을까..? 난 이 사람을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사랑했을까?

돌이켜보면, 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너무 크게 다가오네요.

예쁘지 않은 외모에, 투박한 성격 때문에 인기라고는 정말 없는 나 였어서, 일단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을 시작해서 그랬는지, 난... 진심을 다해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1년 가까이 한 사람을 만나면서 진심으로 사랑해주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말하지 않았지만 그 사람이 1년간 지쳐가면서 나에 대한 마음을 지워갔을 생각을 하니 정말 너무 .. 슬프네요. 나도 1년간 힘들고 피곤해하는 이 사람을 보면서 힘들었는데.. 하지만 그것은 물리적이고 상황적인 거기 때문에 이 사람을 탓하면 안되는 거였는데... 난 그것을 다 보듬어 주지 못하고 뜻하지 않은 무심함으로 이 사람을 외롭게 만들었어요. 이기적이었어요.

첫연애라서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이 사람을 다시 만날 자신은 없어요. 하지만 후회가 너무 많이 남아서.. 헤어지고 10일 후가 이 사람의 생일날이었는데... 어제였죠.. 이 사람이 생일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고 있어서(심지어 마지막 데이트날 이 사람의 생일날짜를 제가 2일 잘못알고 있다는 걸 이 사람이 알고 말았죠... 왜 착각을 했었는지...ㅠ) 정말 현자타임 너무 심하게 오더라구요ㅠㅠㅠ 내가 나쁜년이었을까.. 이사람에겐.. 이 사람은 이제 날 그냥 스쳐지나간 무심한 인간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까..... ㅠㅠㅠ 이별이란건 정말 힘든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