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장애예요 이것 말고도 눈에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요새 가장 힘든 부분에서만 어디든 털고 싶어서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네이트판은 몇 년 전에 왔던 이후로는 오랜만인 것 같아요
선천적인 전체 색맹이고 흔히 말하는 적녹색맹이랑은 다른 색맹입니다 모든 색을 볼 수가 없어요
이걸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한국인이 모르는 외국어로 적힌 신문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색을 보지 못한다고 제가 답답하지는 않습니다 무언가 쓰여져 있는 건 알겠는데 그냥 저랑 상관없는 부분이라 보이지도 않는 느낌이에요
위험하지는 않아요 전색맹이면 신호등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부터 받고는 하는데 위에가 빨간색 아래가 파란색이라는 기본적인 상식이 있으면 횡단보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색을 먼저 보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파란불"이라고 인식하는 걸 저는 "아래쪽에 있는 불"이라고 인식하는 차이입니다
색맹이라서 힘든 부분은 저런 것들보다 좀 더 사소한 일상들이에요 저는 게임도 좋아하고 꾸미기도 좋아하는 평범한, 이제 막 성인이 된 여학생이에요 게임을 할 때면 같은 팀 상대팀 색깔 구분이 되지 않아서 좋아하는 팀전은 포기해야 해요 아무리 좋아하는 화장품을 모으고 모아도 뭐가 저랑 제일 잘 어울리는 색인지는 평생을 가도 알 수가 없어요 좋아하는 그림에 색을 칠하는 것도 할 수가 없어요
화가나 만화가라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적을 때면 꼭 어떤 화가도 색맹이었다~ 라는 말로 저를 위로하고는 했는데 솔직히 위로라고는 눈꼽만큼도 되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랑 저랑 같은가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으면 그 사람이 색맹이라는 사실이 유명해질 이유가 있었을까요
혼자 하는 옷이나 화장품 쇼핑은 생각하지 못해요 뭘 살 때도 후기 몇십개를 다 읽어 보고 다수가 선택한 쪽으로 무조건 골라요 제 취향이라는 게 없어요 애초에 안 어울려도 상관하지 말고 내가 사고 싶은 걸 사면 되는 거 아니냐! 하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색을 볼 수 있으니 할 수 있는 생각이에요 제가 볼 수 없는 것을 남들이 저한테서 본다는 걸 생각하면 도무지 의식하지 않고 살 수가 없어요
전색맹은 색의 밝기 차이로만 사물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자막 읽는 것도 절반 이상은 볼 수가 없어요 밝은 하늘이나 밝은 바다와 같은 밝은 풍경에 띄워지는 하얀 자막은 저한테는 보이지 않아요 한국 영화보다 외국 영화를 더 좋아하는 저로서는 평생을 가도 영화관에서 제대로 된 외국 영화를 보는 건 생각할 수가 없어요
색맹 교정용 안경이라는 건 약간의 색만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만이 해당하는 얘기예요 색을 구분하는 세포가 전부 없이 태어난 전색맹은 교정 자체가 불가능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전색맹이라는 병은 없다시피 취급하고 마치 제가 꾸며낸 이야기인 것마냥 진지하게 생각해 주지를 않아요 전색맹이라는 얘기를 하면 "어떤 어떤 색을 구분하지 못하냐?"는 질문이 돌아와서 난감해요
저는 구분할 수 있는 색이 아무것도 없어요 색이란 건 저한테 없는 개념이에요 생각할 수 없는 개념을 설명해 줬으면 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버겁고 싫어지기 시작해요
못된 생각이지만 차라리 눈이 아예 보이지 않는 채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무것도 볼 수 없으면 그저 "뭔가 보였으면 좋겠다"라는 단순한 소원 하나로 살아갈 수 있지만
저는 그런 분들에 비해 보이는 게 너무 많고 그렇기 때문에 저라서 볼 수 없는 것들을 앞으로도 보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 절망적이에요 꿈을 꾸는 기분인데 그 꿈을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현실로 당연하게 살고 있어요
저는 색상을 통해 음식의 맛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어요 당연한 사실일 텐데 그걸 태어난 지 2n년이 지나고서야 깨달은 게 창피하고 부러워요 사람들은 음식을 두 번이나 먹는 셈이잖아요 대체 얼마나 배부른 느낌일까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해요
제가 보는 모든 게 틀린 세상 같아요
제가 색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상관이 없는데 색을 보는 사람들이랑 앞으로를 소통하고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귀찮고 버겁고 힘들어요 차라리 엄청나게 힘들고 엄청나게 위험한 이유가 받쳐 준다면 창피하지나 않을 텐데 제 생각들이 너무 철없기만 해서 쪽팔려요
사람들은 방향을 가리키거나 무언가를 설명할 때 당연히 시각적인 부분을 먼저 말해요 저는 "저 파란 지붕"이나 "그 파란모자 쓴 사람"이라는 표현은 평생을 가도 알아들을 수 없어요 그렇지만 제가 색맹인 걸 주변사람에게 제대로 알리는 건 죽기보다도 싫어요 어떻게든 그 사람들이랑 섞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 같아요 깨달을 때마다 창피해요
게임에서 팀전 하나 못 하는 게 뭐 대수라고 어디에 얘기하기도 창피해요
전색맹이 보는 세상은 흑백이라고 말해요 근데 저는 거기서 말하는 흑과 백도 무슨 색인지 말할 수가 없어요 전색맹은 볼 수 없는 흑백 세상을 전색맹이 보는 세상이라 정의하는 이론이 너무 미워요
사소한 일상에서 제가 색맹인 걸 느낄 때마다 제가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한때는 전색맹이 보는 세상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책을 쓰고자 생각했던 때도 있었는데 솔직히 그렇게 한다고 제가 보는 걸 누가 공감해 주는 것도 아니고 외로워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떠안고 살면 무뎌지는 부분일 테지만 당장이 너무 힘들어요 이렇게 쓰고 있으면서도 어차피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알아줄 일 없을 테고 저도 말할 일 없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외로운 것 같아요
저는 전색맹입니다 들어 주세요
선천적인 장애예요 이것 말고도 눈에는 여러 문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요새 가장 힘든 부분에서만 어디든 털고 싶어서 찾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네이트판은 몇 년 전에 왔던 이후로는 오랜만인 것 같아요
선천적인 전체 색맹이고 흔히 말하는 적녹색맹이랑은 다른 색맹입니다 모든 색을 볼 수가 없어요
이걸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한국인이 모르는 외국어로 적힌 신문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색을 보지 못한다고 제가 답답하지는 않습니다 무언가 쓰여져 있는 건 알겠는데 그냥 저랑 상관없는 부분이라 보이지도 않는 느낌이에요
위험하지는 않아요 전색맹이면 신호등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부터 받고는 하는데 위에가 빨간색 아래가 파란색이라는 기본적인 상식이 있으면 횡단보도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색을 먼저 보기 때문에 당연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파란불"이라고 인식하는 걸 저는 "아래쪽에 있는 불"이라고 인식하는 차이입니다
색맹이라서 힘든 부분은 저런 것들보다 좀 더 사소한 일상들이에요 저는 게임도 좋아하고 꾸미기도 좋아하는 평범한, 이제 막 성인이 된 여학생이에요 게임을 할 때면 같은 팀 상대팀 색깔 구분이 되지 않아서 좋아하는 팀전은 포기해야 해요 아무리 좋아하는 화장품을 모으고 모아도 뭐가 저랑 제일 잘 어울리는 색인지는 평생을 가도 알 수가 없어요 좋아하는 그림에 색을 칠하는 것도 할 수가 없어요
화가나 만화가라는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적을 때면 꼭 어떤 화가도 색맹이었다~ 라는 말로 저를 위로하고는 했는데 솔직히 위로라고는 눈꼽만큼도 되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랑 저랑 같은가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으면 그 사람이 색맹이라는 사실이 유명해질 이유가 있었을까요
혼자 하는 옷이나 화장품 쇼핑은 생각하지 못해요 뭘 살 때도 후기 몇십개를 다 읽어 보고 다수가 선택한 쪽으로 무조건 골라요 제 취향이라는 게 없어요 애초에 안 어울려도 상관하지 말고 내가 사고 싶은 걸 사면 되는 거 아니냐! 하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색을 볼 수 있으니 할 수 있는 생각이에요 제가 볼 수 없는 것을 남들이 저한테서 본다는 걸 생각하면 도무지 의식하지 않고 살 수가 없어요
전색맹은 색의 밝기 차이로만 사물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자막 읽는 것도 절반 이상은 볼 수가 없어요 밝은 하늘이나 밝은 바다와 같은 밝은 풍경에 띄워지는 하얀 자막은 저한테는 보이지 않아요 한국 영화보다 외국 영화를 더 좋아하는 저로서는 평생을 가도 영화관에서 제대로 된 외국 영화를 보는 건 생각할 수가 없어요
색맹 교정용 안경이라는 건 약간의 색만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만이 해당하는 얘기예요 색을 구분하는 세포가 전부 없이 태어난 전색맹은 교정 자체가 불가능해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전색맹이라는 병은 없다시피 취급하고 마치 제가 꾸며낸 이야기인 것마냥 진지하게 생각해 주지를 않아요 전색맹이라는 얘기를 하면 "어떤 어떤 색을 구분하지 못하냐?"는 질문이 돌아와서 난감해요
저는 구분할 수 있는 색이 아무것도 없어요 색이란 건 저한테 없는 개념이에요 생각할 수 없는 개념을 설명해 줬으면 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버겁고 싫어지기 시작해요
못된 생각이지만 차라리 눈이 아예 보이지 않는 채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무것도 볼 수 없으면 그저 "뭔가 보였으면 좋겠다"라는 단순한 소원 하나로 살아갈 수 있지만
저는 그런 분들에 비해 보이는 게 너무 많고 그렇기 때문에 저라서 볼 수 없는 것들을 앞으로도 보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 절망적이에요 꿈을 꾸는 기분인데 그 꿈을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현실로 당연하게 살고 있어요
저는 색상을 통해 음식의 맛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어요 당연한 사실일 텐데 그걸 태어난 지 2n년이 지나고서야 깨달은 게 창피하고 부러워요 사람들은 음식을 두 번이나 먹는 셈이잖아요 대체 얼마나 배부른 느낌일까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해요
제가 보는 모든 게 틀린 세상 같아요
제가 색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상관이 없는데 색을 보는 사람들이랑 앞으로를 소통하고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귀찮고 버겁고 힘들어요 차라리 엄청나게 힘들고 엄청나게 위험한 이유가 받쳐 준다면 창피하지나 않을 텐데 제 생각들이 너무 철없기만 해서 쪽팔려요
사람들은 방향을 가리키거나 무언가를 설명할 때 당연히 시각적인 부분을 먼저 말해요 저는 "저 파란 지붕"이나 "그 파란모자 쓴 사람"이라는 표현은 평생을 가도 알아들을 수 없어요 그렇지만 제가 색맹인 걸 주변사람에게 제대로 알리는 건 죽기보다도 싫어요 어떻게든 그 사람들이랑 섞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 같아요 깨달을 때마다 창피해요
게임에서 팀전 하나 못 하는 게 뭐 대수라고 어디에 얘기하기도 창피해요
전색맹이 보는 세상은 흑백이라고 말해요 근데 저는 거기서 말하는 흑과 백도 무슨 색인지 말할 수가 없어요 전색맹은 볼 수 없는 흑백 세상을 전색맹이 보는 세상이라 정의하는 이론이 너무 미워요
사소한 일상에서 제가 색맹인 걸 느낄 때마다 제가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한때는 전색맹이 보는 세상을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책을 쓰고자 생각했던 때도 있었는데 솔직히 그렇게 한다고 제가 보는 걸 누가 공감해 주는 것도 아니고 외로워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떠안고 살면 무뎌지는 부분일 테지만 당장이 너무 힘들어요 이렇게 쓰고 있으면서도 어차피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알아줄 일 없을 테고 저도 말할 일 없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외로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