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친구로 지내다가 전역 후 본격적으로 연애를 하게 되었습니다. 연애한 지 얼마 되지않아 이별통보를 받았죠. [너를 남자로 사랑하는 건지, 한 사람으로서, 친구로서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 미안해]
그 이후 몇 년간 각자의 삶을 살다가, 그녀의 연락을 받고 다시 재회했습니다. [내가 경솔했어, 다른 사람을 만나봐도 네가 잊혀지지 않아. 정말 미안하다고, 내가 바보같았다고 말하고 싶어서 연락했어]
진심어린 눈물에 마음이 흔들렸고, 중요한 시험을 준비한다는 압박감에도 그녀와 다시 사귀게 되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서 예상치 못하게 받은 이별의 상처는 저에게 트라우마가 되었었고, 그래서 쉽게 마음을 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변하려 하는 모습, 2년간 성숙해진 듯한 느낌에, 그녀를 다시 사랑하게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순탄했고, 행복했습니다. 서로 바쁜 터라 시간내서 1주일에 한 번 만나는게 전부에 경제적으로도 넉넉치 않아 특별한 데이트를 하지 못했어도 같이 있는것만으로 즐겁고 편안했습니다.
'스킨쉽'만을 제외하면요.
남자라는 젠더로 저를 일반화하고 싶진 않지만, 저도 남자고 남부럽지않은 성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남녀간의 사랑을 가장 육감적이고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섹스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여자친구도 연애에 육체적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2년전 함께했던 침대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2년은 우리에게 너무 큰 균열이었던 걸까요. 서로 나름대로의 경험을 쌓아온 저희는 왜인지 잘 맞지 않았습니다. 제 욕심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그날은 그냥 함께 누워있는 것만으로 만족했죠. 이후 성관계의 빈도는 한 달에 한 번 꼴이었고, 4번째 시도만에 첫 쾌감을 느꼈을 만큼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 함께 여행도 다녀오고, 많은 추억을 쌓고, 겉보기엔 굉장히 행복해 보였지만, 서로간의 관계에 조금씩 균열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연락도 툭툭 끊기고, 주고받는 텀도 길어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을) 무관심함도 숱하게 느꼈습니다. 제가 쏟는 관심과 배려가 마치 블랙홀에 빠져들어가 버린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저로서는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지만, 여자친구의 바쁜 회사생활, 체력, 심리상태 등을 고려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26살, 아무것도 이룬것 없이 불확실한 목표를 향해 공부를 하고있는 남자의 자존감은 아마 바닷 속 저 깊은 곳까지 추락해 있는 상태일 겁니다. 배려와 이해심이 제 최고의 장점이라고 지금껏 생각해왔지만 자존감이 저 끝까지 떨어져버린 상황에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쉽게 실패해버렸고, 여자친구의 사랑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날 사랑하는게 맞나?'
2년전의 트라우마도 되살아나버렸고...
그리고 어제, 술기운에 서로 진솔한 대화를 했습니다. 여자친구는 [너 말대로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라고 하더군요. 헤어지면 '남'이라고 제가 누차 얘기했던 터라 저라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되었습니다.
연인이기에 앞서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중요한 존재니까요.
[너하고 스킨쉽을 하고 싶단 생각이 안 들어... 내가 원래 혼후관계주의라면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겠지만, 나도 성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선 이런 적이 없어서 나도 당황스러워]
자존심이 매우 상했습니다. 그녀의 만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섹스를 떠나서 키스하는 거, 뽀뽀, 손 잡는 것까지... 내가 먼저 하고 싶단 마음이 들지 않아]
이 말을 들으니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내가 하고 있던 것이 연애가 맞는건지, 나도 모르게 강간, 데이트 폭력을 해온건지. 속궁합은 노력하면 맞춰갈 수 있다고, 여러번 하다보면 나아질 거라고 어르고 달래왔던 지금까지의 말들을 이날엔 다시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녀에겐 피하고 싶은, 고통 뿐인 행위였고 여러번 시도해보는 것 자체가 그녀의 아픔을 담보로 한 것인데 그렇다면 그게... 그게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이야기 했습니다. 육체적 관계 없이는 연애에 유통기한이 생겨버릴 거라고. 그래서 너를 끝까지 지켜주면서 사랑할게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하물며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더 잘해도 그녀가 나를 사랑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글이 쓸데없이 길었네요. 그냥 푸념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믿었던 것의 몰락, 진심이라고 생각했던 상대방의 본심을 알았을 때의 충격. 그 모든게 지금 저에게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평소처럼 공부하려고 독서실에 왔는데 공부가 잘 되지 않네요.
근데 왜 그녀를 놓아주기가 싫은 걸까요.
스킨쉽은 싫고 나를 사랑하는건지도 스스로 잘 모르겠지만 헤어지긴 싫다는 여자친구.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요.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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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6살 남자고, 고시생입니다. 여자친구는 동갑이고 직장에 다니고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친구로 지내다가 전역 후 본격적으로 연애를 하게 되었습니다. 연애한 지 얼마 되지않아 이별통보를 받았죠. [너를 남자로 사랑하는 건지, 한 사람으로서, 친구로서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 미안해]
그 이후 몇 년간 각자의 삶을 살다가, 그녀의 연락을 받고 다시 재회했습니다. [내가 경솔했어, 다른 사람을 만나봐도 네가 잊혀지지 않아. 정말 미안하다고, 내가 바보같았다고 말하고 싶어서 연락했어]
진심어린 눈물에 마음이 흔들렸고, 중요한 시험을 준비한다는 압박감에도 그녀와 다시 사귀게 되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게서 예상치 못하게 받은 이별의 상처는 저에게 트라우마가 되었었고, 그래서 쉽게 마음을 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변하려 하는 모습, 2년간 성숙해진 듯한 느낌에, 그녀를 다시 사랑하게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순탄했고, 행복했습니다. 서로 바쁜 터라 시간내서 1주일에 한 번 만나는게 전부에 경제적으로도 넉넉치 않아 특별한 데이트를 하지 못했어도 같이 있는것만으로 즐겁고 편안했습니다.
'스킨쉽'만을 제외하면요.
남자라는 젠더로 저를 일반화하고 싶진 않지만, 저도 남자고 남부럽지않은 성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남녀간의 사랑을 가장 육감적이고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섹스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여자친구도 연애에 육체적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2년전 함께했던 침대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2년은 우리에게 너무 큰 균열이었던 걸까요. 서로 나름대로의 경험을 쌓아온 저희는 왜인지 잘 맞지 않았습니다. 제 욕심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그날은 그냥 함께 누워있는 것만으로 만족했죠. 이후 성관계의 빈도는 한 달에 한 번 꼴이었고, 4번째 시도만에 첫 쾌감을 느꼈을 만큼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 함께 여행도 다녀오고, 많은 추억을 쌓고, 겉보기엔 굉장히 행복해 보였지만, 서로간의 관계에 조금씩 균열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연락도 툭툭 끊기고, 주고받는 텀도 길어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을) 무관심함도 숱하게 느꼈습니다. 제가 쏟는 관심과 배려가 마치 블랙홀에 빠져들어가 버린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저로서는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지만, 여자친구의 바쁜 회사생활, 체력, 심리상태 등을 고려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26살, 아무것도 이룬것 없이 불확실한 목표를 향해 공부를 하고있는 남자의 자존감은 아마 바닷 속 저 깊은 곳까지 추락해 있는 상태일 겁니다. 배려와 이해심이 제 최고의 장점이라고 지금껏 생각해왔지만 자존감이 저 끝까지 떨어져버린 상황에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쉽게 실패해버렸고, 여자친구의 사랑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날 사랑하는게 맞나?'
2년전의 트라우마도 되살아나버렸고...
그리고 어제, 술기운에 서로 진솔한 대화를 했습니다. 여자친구는 [너 말대로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라고 하더군요. 헤어지면 '남'이라고 제가 누차 얘기했던 터라 저라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되었습니다.
연인이기에 앞서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중요한 존재니까요.
[너하고 스킨쉽을 하고 싶단 생각이 안 들어... 내가 원래 혼후관계주의라면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겠지만, 나도 성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선 이런 적이 없어서 나도 당황스러워]
자존심이 매우 상했습니다. 그녀의 만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섹스를 떠나서 키스하는 거, 뽀뽀, 손 잡는 것까지... 내가 먼저 하고 싶단 마음이 들지 않아]
이 말을 들으니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내가 하고 있던 것이 연애가 맞는건지, 나도 모르게 강간, 데이트 폭력을 해온건지. 속궁합은 노력하면 맞춰갈 수 있다고, 여러번 하다보면 나아질 거라고 어르고 달래왔던 지금까지의 말들을 이날엔 다시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녀에겐 피하고 싶은, 고통 뿐인 행위였고 여러번 시도해보는 것 자체가 그녀의 아픔을 담보로 한 것인데 그렇다면 그게... 그게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이야기 했습니다. 육체적 관계 없이는 연애에 유통기한이 생겨버릴 거라고. 그래서 너를 끝까지 지켜주면서 사랑할게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하물며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더 잘해도 그녀가 나를 사랑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글이 쓸데없이 길었네요. 그냥 푸념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믿었던 것의 몰락, 진심이라고 생각했던 상대방의 본심을 알았을 때의 충격. 그 모든게 지금 저에게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평소처럼 공부하려고 독서실에 왔는데 공부가 잘 되지 않네요.
근데 왜 그녀를 놓아주기가 싫은 걸까요.
스킨쉽은 싫고 나를 사랑하는건지도 스스로 잘 모르겠지만 헤어지긴 싫다는 여자친구.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