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지못하는 편지

아나201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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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를 해줄 기회가 없이 떠나는 날이 오면 정말 많이 후회할 것 같아서 미리 써두기로 했어.
누나와 만나고 난 후 많은 일이 있었어.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 이전보다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마워.
마음에 여유라고는 없던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견뎌왔는지, 무엇을 놓아야 누나를 더 꽉 잡을 수 있을까 싶어 가진거 별로 없던 내가 가진 것 모두 손에 올려놓고 얼마나 버려내야했는지 보고싶지않고, 알고싶지 않은 얘기를 할지도 몰라. 이해해줘.
바라는 사람과 정반대에 가까운 사람. 소중한 동생이자 친구. 그게 누나에게 있어서 내 위치라는 걸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고있었어.
솔직히 미련남아 이랬다면 저랬다면 만약을 생각해왔어. 나이가 비슷하거나 한살이라도 많았다면, 조금 더 키가 크거나 덩치가 있었다면, 조금 더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었다면 나를 바라봐주었을까.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던 그 약속은 나만 기억했던 약속이고, 언젠가 나를 봐주겠지하는 기대는 아니란 걸 알면서 부정하고, 언젠가 익숙해지겠지했던 기다림은 아무리해도 익숙해지지 않고, 언젠가 떠날 누나를 봐야하는 난 언젠가란 단어에 하루에 수 없이 행복과 절망사이를 왔다갔다 했어.
내 소원. 하루만 아니, 한번만 누나의 손을 잡고 걷는 것, 한번만 진심을 다해 안아보는 거였어.
누나의 마음이 향하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아주 잠깐 나를 향했던 그 마음을 좋아하게 됐어. 이유없이 좋았어. 이유가 있었다면, 그런 조건이 있었다면 금방 사라질 감정이였을텐데. 이유없이 좋았던거야.
사랑이라 알게된 건 웃으며 2년전 내게 제일 먼저 말해주고 싶었다고 누군가와 사귀기로 했다고. 행복하게 말해준 날이였어. '행복'이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않던 사람이 행복하다했어. 지켜주고싶었어. 사랑스럽다 생각했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주고 싶었어. 그렇게 누나를 사랑하게 됐어. 누군가를 잊지못하고 새로운 사람에게 하나씩 포기해가는 누나를 옆에서 지켜보며 마음이 아픈만큼 누나가 행복해지는 줄 알았어. 지쳐가는 줄도 모르고 지쳐갔어.
그리고 내가 편하려고 도망쳤어, 비겁하게..
내가 누나를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내 욕심이 누나에게서 나를 잃게 만들었던거야. 내가 소중했을지도 모른다는 걸 늦게 알았어.
후회했어. 너무 미안했고, 너무 슬펐어. 미안해서 더 해주고 싶었고 고마워서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더라. 돌아가면 같은 일을 반복할 것 같아서 쉽게 돌아올 수 없었어. 누나의 소원처럼 내가 행복해지면, 무슨 말을 해도 무슨 말을 들어도 괜찮을 때 돌아가야한다 생각했어. 근데 욕심이 났어.
내가 바라는 일은 이뤄지지않는다해도, 다시 나를 떠나간다해도, 무언가를 이뤄내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와 사랑해가는 모습을 봐야겠었어.
즐거우면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고, 힘든 일이 생겨 주저앉는다면 같이 앉아서 기다렸다가 들어주고선 잠시 쉬었다 일어나라고 손 내밀어줄 수 있는, 행복하다 말하면 그 행복이 조금이라도 더 이어질 수 있게 축하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다짐했어. 좋아하지않으면 된다 다짐했어.
나를 잊었을거라 생각했는데 반가워하고, 면회를 와주었고, 내가 나갈 때 마다 만나주었어. 기뻤어. 말도 안되는 일들의 연속이였어.
근데 내 앞에서 누나가 울었어. 누나의 눈물을 본 순간 온 몸에 힘이 빠졌어. 멍했던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팠어. 아직 누나를 사랑하고 있던거야.
그 눈물이 내가 아닌데, 눈물의 책임도 내 탓이 아닌데, 내 탓이 아닐텐데 바보같이 도망쳤던 내가 지키지못해서 모든게 내 탓인것만 같았어.
그리고 불안하다 말하는 내게 누나가 그랬지? 상처를 많이 준것같아서 미안하다고 불안하지않게 해주겠다며 꼭 내 손을 잡아줬어. 우는 누나를 안았고, 의미는 달랐지만 손을 잡고선 경복궁 앞을 걸었고, 집을 바래다주었어. 내 소원이 이뤄진 날. 세상 다 가진듯 행복했다면 믿을까.
예상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에 쉽게 흔들려 기대했어.
기대하는 만큼 끝날 걸 아니까 두려웠어. 한번은 어려웠을지 몰라도 그 다음은 몇번이고 쉬워지는 법이니까 몇번이고 나를 두고갔던 누나가 다시 나를 두고가지 않을 리 없잖아.
돌아가면서 나 있지. 많이 울었어. 말도안되는 일이 일어났는데, 행복한데. 자꾸 생각나는 건 있잖아. 5년전 나를 두고간 모습과 2년전 나를 안고선 다시보자고 약속했던 목소리만 머릿속에 맴돌아서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괜찮은 일인지, 이렇게 행복하면 무너졌을 때 너무 아플걸 아니까 무서워진거야.
좋아하지않으려해도 자꾸 좋아져서 아니, 사랑하게되는게 무서워서 다시 도망치고 싶었어. 하지만 도망쳐봤던, 후회도 해봤던 나이기에 다 말했던거야. 내가 해야할 일을 다시 다짐하기위해 변함없을 그 대답을 들어야했어.
가버린 시간은 누구나 아쉬워할 수 있어. 그 아쉬움을 그냥 아쉬움으로 남겨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남길지, 아니면 돌아보고싶은 기억으로 남길지는 자기 자신에게 달린거니까 적어도 이 관계는 후회말고 돌아보고싶은 기억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할거야.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었지. 괜찮아. 잘해주지 못했어도 나는 버틸 자신이 있어. 무언가를 바라서 선택하지않았고, 선택하지않을거야.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면 잘해주려 했던 말만으로도 충분해. 지금도, 앞으로도 누나는 내 행복일거야.
울지도 모르고, 아프기도 많이 아프겠지. 하지만 그 만큼 더 많이 행복할거야. 전부 행복하니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나 행복해. 누나를 만났고, 누나를 좋아했고, 누나를 사랑하고 있어.
사실 기다리지않으려해도 기다릴까 겁나. 항상 불안했지만 신기한 건 말이야. 불안한 마음도, 막연한 감정들도 누나를 보면 사라졌어. 좋아하지않으려 해도 숨기려해도 쉽지않겠지. 그래서 전부 해주려 해.
내 전부를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야.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겠지.
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었던 인연에 감사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사랑을 알았고, 기다림을 배웠고, 어느날은 그리움을 알았어.
함께 했던, 함께 할 모든 순간이, 시간들이 내게 행복이 될거야.
그러니까. 나를 보내는 이 마지막이 누나가 행복해지는 길 중 하나가 되었으면 해. 나도 누나를 보낼 수 있게 미리 준비를 해야했어. 이런 마음을 들고 있던 나에게 실망할까?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나라 미안해.
미안하다 생각하지않았으면 좋겠다.
사소한 일들이 나에게는 커서 느끼는게 달랐을 뿐이야.
한가지만 집고 넘어갈게. 내가 선택했어. 지칠대로 지쳤던 내가 그래도 선택한게 도망치지않고 이 끝이 올 때까지 누나 옆을 꿋꿋하게 지키는 일이였던거야.
내가 선택한 일에 책임지는거였어. 누나 탓이 아니야. 차라리 원망하고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도 방법이였지만 소중해서 다시 잃고싶지않은 사람을 난 원망하지못해. 미워히지도 싫어하지도 못해. 단지 될 수 있다면 최대한 오래 같이 있고 싶어.
왜 누나를 이렇게나 좋아하고 사랑했을까하는 생각할테니 말할게. 언젠, 어느순간에 만나도 이유를 찾을 수 없었어. 이유가 없었으니까.
궁금하다. 얼마나 오래 지내왔을까. 나는 누나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어떤 존재가 되어갈까. 난 이 끝을 제대로 마주보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남은 약속이 없다면 좋을텐데, 그러진 않겠지. 아마 많은 약속이 내 손에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조금 많이 슬플 것 같아.
이게 내 마음. 내 전부야. 아무리 잘 잊어도 잊지말아줘. 누나가 행복하길 바랐던 내가 있었어.
내 전부를 줘도 아깝지않을 사람. 그게 누나라는 사람이였어. 난 누나앞에서 많이 무너졌을테지만 자주 들떳고, 가장 좋았고, 너무 행복했을거야. 고마운 것보다 더 많이 고마워.
행복해야 해. 잘지내야 해.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가끔. 아주 가끔은 내가 그리웠으면 좋겠어. 이런 나라서 미안해.




여기까지가 내가 마지막에 누나에게 주려했던 편지야.
우리 마지막은 우리가 약속했던 일이 아니였어..
제대로 마주보고 이야기해주겠다던 것도 남아버린 약속들도 전부 지켜지지않았고 나에게 남아버렸어
내가 소중하지만 그 사람이 더 소중해서 나를 버리는 일을 후회하지않을거고 이젠 다신 연락안하겠다던 그 잔인한 말..
유일하게 믿을 수 없는 말은 내가 소중하다는 거야.
소중했다면 나를 이해시켰어야해. 소중했다면 그렇게 나를 버릴 수 없었어. 소중했다면 제대로 나를 마주봐주며 이야기했어야지.
난 몇번이고 물러설 수 있었어
그러려고 내 마음을 전부 버렸어
내 욕심에 멀어져 후회하고 싶지않았어
이제는 후회하고 싶지않아 돌아갔던 나를 내 스스로가 이해할 수 없고 나를 또 다시 버려버린 누나가 밉고, 같이 지내온 시간들이 싫어지고 원망스럽다
그 시간들이 있어서 난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시간들이 있었어서 내 마음은 매일 죽어간다.
아무것도 아니였던 난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어 웃기지.
좋은 꿈이되길 바랐는데 악몽이 되어버렸어.

다신 돌아오지마. 나도 돌아가지않아.
행복할 거라고 후회하지않을 거란 말 지켜줘.
내 마음 이렇게 죽여놨으니까 행복해져 꼭..
그러지않으면 수지에 맞지않으니까.
그러지않으면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
이렇게나 누나가 원망스러운데 싫은데 미운데
참 이상하지?
누구보다 행복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