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싸움을 지켜보던 백괴 갈마웅이 놀라며 달려가 추괴를 구출하려 했으나 거리가 너무 멀어 소용없었다. 셋째인 소괴(小怪) 마불웅 또한 도와주기 위해 움직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추괴 나찰의 목을 막개의 검이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분노한 소괴(小怪) 마불웅이 소리쳤다.
"이놈!! 형님을 죽이면 네놈도 살아남지 못한다!"
막개는 비웃음을 날리며 소괴 마불웅을 향해 말했다.
"어차피 네놈들은 날 살려 보내지 않을 거잖아!"
"형님을 순순히 놔준다면 고통스럽지 않게 죽여주마!"
소괴 마불웅의 말에 막개는 하늘을 보며 대소했다.
"하하하하. 네놈이 날 죽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냐? 네놈 실력으로?"
사실 막개는 지금 여유를 부리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상처에 약을 바르고 치료는 했지만 그새 좋아 질 수는 없었다. 추괴 나찰과 싸우면서 가슴의 상처가 도져서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상처를 입지 않은 상태에서도 청도삼괴를 각각 상대한다면 자신이 있지만 그들을 모두 맞아 싸운다면 장담 할 수 없었다. 하물며 상처를 입은 지금은 더 이상 생각해 볼 것도 없다.
처음 막개는 그들에게 포위 당할 때 상황이 좋지 못함을 파악하고 삼괴중 가장 성질이 급한 추괴 나찰을 충동질하여 자신과 싸우게 만든 것이다. 추괴 나찰의 무공은 자신에 못 미치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그를 제압한다면 좋은 수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의 계산이 맞아 떨어져 추괴 나찰은 지금 막개의 검 아래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상황을 계속 지켜보던 백괴 갈마웅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후후. 상천제 막개! 지금 네 상황이 큰 소리 칠 때가 아닐 텐데.... 가슴에 남겨진 상처가 절려오지 않는가? 아마 서 있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플 테지? 후후"
백괴 갈마웅은 삼괴의 우두머리답게 막개의 상황을 꾀 뚫어 보고 있었다.
막개의 무공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상처 입은 몸으로는 자신들을 상대하지 못할 것임을 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둘째 추괴가 성급하게 달려들어도 막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추괴가 자신의 성질에 못 이겨 무공을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하고 막개에게 걸려든 것이다.
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천지환(天地煥)만 내 놓는다면 조용히 사라지겠다."
"처음부터 쉽게 내 줄 물건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네 놈들이 갖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뼈를 묻어야 할 것이다! 그 거지새끼하고 말이다. 후후"
언덕 위에서 아래를 계속 지켜보던 치우는 백괴 갈마웅의 말에 깜짝 놀랐다.
'거지새끼 라면? 초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초개는 어디있지...'
치우는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초개를 찾을 수 없었다.
'초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닐까....'
점점 불안한 생각이 가슴속에 스며들자 치우는 고개를 흔들며 아래 상황을 계속 지켜봤다. 어떻게든 막개를 도와주고 싶었으나 자신은 아무런 힘이 없어 답답했다.
치우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아래쪽에서 막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괴 나찰의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군!"
음울하게 내 깔리는 막개의 목소리는 금새라도 추괴의 목에 검을 내리 칠 것 같았다.
"언제부터 상천제 막개가 남의 목숨을 인질로 자신의 생명을 구걸했나? 후후"
비웃음 썩인 목소리로 백괴 갈마웅이 말하자 막개의 얼굴에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
"내 개인의 명예는 중요하지 않다. 나라와 친구의 목숨이 더 중요하지!"
백괴 갈마웅은 계속 비웃으며 말했다.
"나라? 후후 반 동강이 난 나라를 말하는 거냐? 하긴 그 것도 조금 있으면 우리 청의 연합군에 의해 빼앗기겠지만...후후"
"닥쳐라!! 갈마웅 네놈들의 그 비겁한 짓들이 언제까지 계속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우리 대동국을 쉽게 보지 마라!!"
"하하하하. 곧 죽어도 말은 잘하지. 얘들아 손 좀 봐줘라!!"
백괴 갈마웅의 외침에 검은 복장을 한 사람들이 막개를 감싸기 시작했다.
소괴(小怪) 마불웅은 막개에게 잡혀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있는 추괴 나찰을 보며 걱정이 되어 말했다.
"형님!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잘 못하면 둘째 형님이 죽습니다."
"걱정할 것 없다. 그는 둘째에게 손도 못 댈 것이다."
"무슨 말씀입니까?"
백괴 갈마웅은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뒤쪽을 가르키며 말했다.
"네 뒤를 봐라!"
"?"
갈마웅의 말에 뒤를 돌아본 소괴 마불웅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뒤쪽에는 수하 두 명이 발부둥치는 꼬마하나를 잡아오고 있었는데 온 몸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거지새끼였다.
"이거놔! 이 나쁜 놈들아!!"
꼬마거지는 계속해서 발부등 쳤지만 빠져날 수 없는지 소리만 계속 질러댔다.
그런 꼬마거지를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사람이 둘이 있었다. 그것은 막개와 치우였다. 그 꼬마거지는 초개였기 때문이었다.
초개의 모습을 보고 놀라며 막개가 소리쳤다.
"초개야!!"
"막개 아저씨!"
초개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막개를 봤다. 그러나 막개 또한 괴한들에게 포위 당하고 있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 상천제 막개 우리 이제는 균형이 맞는가?"
통쾌한 듯이 웃는 백괴 갈마웅을 보며 막개의 얼굴이 굳어졌다. 갈마웅은 막개의 굳은 얼굴표정을 재미있다는 듯 보며 계속 말했다.
"이제는 거래할 준비가 되셨나? 꼬마거지를 네게 넘겨주마. 넌 천지환(天地煥)과 둘째를 넘겨주기만 하면 된다. 어때? 간단하지 않은가?"
"그럴수는 없다!"
"그래? 그러면 꼬마 놈을 죽일 수밖에..."
"초개를 건드리면... 이 놈도 끝장인 줄 알아라!"
막개는 칼을 추괴 나찰의 목에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후후. 상천제 막개가 하류 잡배나 하는 인질극을 벌이다니..."
"아마 나도 청도삼괴와 같은 하류잡배 일 수밖에 없는가보지..."
이번에는 막개의 비아냥거림에 갈마웅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내 입가에 여유있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좋다! 꼬마를 넘겨주마. 둘째를 넘겨라."
갈마웅의 뜻밖의 제안에 막개는 반가움반 불안 반이 썩인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인가? 설마 술수를 쓰려는 것은 아니지?"
"물론! 우리 청도삼괴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지. 둘째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그 상태대로 보내 준다면 우리도 꼬마를 둘째처럼 보내주마!"
"좋다! 그래도 청도삼괴의 이름을 걸고 한 맹세니 지키리라 믿는다. 그럼 동시에 교환하자."
갈마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보고 소리쳤다.
"꼬마를 이리 데리고 와라!"
그의 명령에 검은 복장을 한 수하 둘이 초개를 갈마웅에게 데리고 갔다. 갈마웅은 초개를 잡고 그의 머리를 쓰담으며 말했다.
"꼬마야! 이제 너를 보내 줄 테니 걱정 마라. 너 가만히 보니 꾀 귀엽게 생겼구나"
갈마웅이 초개의 얼굴을 만지며 말하자 초개는 신경질을 냈다.
"더러운 손 치우지 못해!! 이 나쁜 놈아!"
초개가 욕을 하며 소리치자 갈마웅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 녀석 용기 있네....아주...용기있어...하하하하"
그런데 그가 처음 '용기 있네'라고 말 할 때는 말소리는 무척 크게 하더니 뒤에 또 '용기있어'라고 말 할 때는 아주 조용조용히 말하는 것이 상당히 이상스럽게 들렸다.
막개 또한 그가 갑자기 초개에게 이상한 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초개의 얼굴을 살폈으나 별다른 변화가 없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막개는 갈마웅의 하는 짓거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짜증내듯이 말했다.
"언제까지 이러구 있을 참인가? 자네 둘째가 걱정되지 않는가 보지?"
사실 막개의 말처럼 추괴 나찰은 등에 수장을 맞고 심한 타격을 입어 빨리 치료를 해야했다. 시기가 늦으면 죽지는 않는다 해도 잘 못하면 병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막개의 짜증에 갈마웅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천제 막개가 내 둘째를 다 생각하다니...후후...자! 꼬마야 네 아저씨에게 가거라!"
갈마웅이 초개를 놔주자 막개는 초개가 그들의 위협거리에서 벗어나길 기다렸다가 추괴 나찰을 풀어주었다. 추괴 나찰은 자신 혼자서 걸어갈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입어 셋째 소괴 마불웅이 그를 업고 갔다.
막개는 초개가 오자 걱정되어서 물었다.
"괜찮으냐? 어디 다친데는 없구?"
초개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 죄송해요. 아저씨가 숨어있으라고 한 곳을 저놈들에 들켜서 그만..."
"괜찮다. 네 잘못이 아니다. 내 뒤쪽으로 피해 있어라!"
추괴 나찰의 몸을 살피던 갈마웅의 얼굴이 굳어졌다. 상태가 상당히 않좋았다. 이대로 둔다면 목숨은 위태롭지 않더라도 평생 불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는 상황을 집어가며 생각했다.
'둘째를 이대로 둔다면 큰일이다. 그러나 지금 막개를 눈앞에 두고 그를 치료 할 수도 없다. 막개가 상처를 입은 몸이지만 쉽지 않은 놈이다. 이런 상태에서 내가 둘째를 치료하기 위해 힘을 쓴다면 막개를 당해내기 어렵다. 어찌할까...'
셋째 소괴 마불웅이 걱정스런 얼굴로 나찰을 살피는 것이 보였다. 그는 계속 생각했다.
'우선은 활생단(活生丹)을 먹여서 응급 조치를 해 보아야겠구나. 그리고 속전속결 밖에 없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둘째가 위험하다.'
생각을 마친 그는 막개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이제는 천지환(天地煥)을 내 놓지!"
"아까도 말했지만 천..."
막개는 말을 계속 할 수 없었다. 갈마웅이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쳤기 때문이었다.
"그럼 모두 죽는다!! 특히 그 꼬마는 이미 죽어가고 있을 걸....후후후"
갈마웅이 초개를 가르키며 말하자 깜짝 놀란 막개가 뒤돌아 초개를 보니 얼굴이 백지장 처럼 하얗다.
"아니! 초개야!"
"아...아..저씨..추워요..으으으"
막개가 초개의 몸을 만지니 마치 얼음 덩어리처럼 온 몸이 차가웠다. 깜짝 놀란 막개는 혹시 하는 불길한 생각을 하며 초개의 웃옷을 벗겨보고는 분노했다. 초개의 등 쪽에 붉은 손자국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이...나쁜놈!! 네 놈이 나를 속이다니...이름을 걸고 약속하더니..."
막개가 분노하여 소리치는 것을 보며 갈마웅은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난 약속을 지켰다. 아까 분명히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둘째 처럼 보내주겠다고..후후"
갈마웅의 말을 들으며 막개는 자신이 그의 술수에 넘어간 것에 화가 났다.
'아..막개야!...막개야!...어쩌자고 저런 놈을 믿었더란 말이냐!'
그가 아무리 가슴을 치고 후회를 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사실 갈마웅은 처음부터 초개를 쉽게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교묘한 언변을 이용하여 막개를 속인 다음 초개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다. 그가 초개를 막개에게 내 주며 '용기있네...용기있어'라고 말하며 건네주었는데 그것은 막개의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린 후 초개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한 것이었다.
갈마웅이 차갑게 말했다.
"꼬마의 등에 한독공(寒毒功)이 적중되었다. 그 녀석은 반 시진 안에 죽는다!
만약 살리고 싶다면 천지환을 내놔라!"
막개는 초개의 몸을 살피고는 암담함을 느꼈다. 한독공(寒毒功)에 의해 이미 한기가 몸 곳곳에 퍼져서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독공은 음한지기(陰寒地氣)를 극도로 익혀서 펼치는 무공으로 그에 맞는 다면 그에 상응하는 무공으로 치료하거나 한독공을 펼친 자 만이 치료 할 수 있는 무서운 음공(陰功)이었다.
막개는 우선 초개의 중요 혈도를 짚어 음기가 빨리 퍼지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이것도 임시방편 일 뿐 치료는 될 수 없었다.
이내 막개는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소리쳤다.
"갈마웅! 천지환을 내 주마! 대신 초개를 치료해라... 그리고 우리를 쫒지 마라."
막개의 말에 갈마웅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 좋다. 천지환을 주면 꼬마를 치료할 방법을 가르쳐 주지 그리고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살려주마 ."
갈마웅은 사실 속으로 무척 초조한 상태였다. 둘째 나찰의 상태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좋지 못하기 때문에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개가 순순히 천지환을 내 놓는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 인가!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럼. 천지환을 이리 던져라."
"우선 이 아이부터 치료해라! 또다시 나를 속인다면 그땐 각오해야 할 것이다."
"후후. 걱정마라. 천지환만 내 놓는다면 꼬마 정도야 기쁜 마음으로 살려주지. 이 붉은 적단(赤丹) 하나면 꼬마는 살수 있다."
탈(THE MASK)-6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던 백괴 갈마웅이 놀라며 달려가 추괴를 구출하려 했으나
거리가 너무 멀어 소용없었다.
셋째인 소괴(小怪) 마불웅 또한 도와주기 위해 움직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추괴 나찰의 목을 막개의 검이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분노한 소괴(小怪) 마불웅이 소리쳤다.
"이놈!! 형님을 죽이면 네놈도 살아남지 못한다!"
막개는 비웃음을 날리며 소괴 마불웅을 향해 말했다.
"어차피 네놈들은 날 살려 보내지 않을 거잖아!"
"형님을 순순히 놔준다면 고통스럽지 않게 죽여주마!"
소괴 마불웅의 말에 막개는 하늘을 보며 대소했다.
"하하하하. 네놈이 날 죽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냐? 네놈 실력으로?"
사실 막개는 지금 여유를 부리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상처에 약을 바르고 치료는 했지만 그새 좋아 질 수는 없었다.
추괴 나찰과 싸우면서 가슴의 상처가 도져서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상처를 입지 않은 상태에서도 청도삼괴를 각각 상대한다면 자신이 있지만
그들을 모두 맞아 싸운다면 장담 할 수 없었다. 하물며 상처를 입은 지금은
더 이상 생각해 볼 것도 없다.
처음 막개는 그들에게 포위 당할 때 상황이 좋지 못함을 파악하고
삼괴중 가장 성질이 급한 추괴 나찰을 충동질하여 자신과 싸우게 만든 것이다.
추괴 나찰의 무공은 자신에 못 미치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그를 제압한다면
좋은 수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의 계산이 맞아 떨어져
추괴 나찰은 지금 막개의 검 아래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상황을 계속 지켜보던 백괴 갈마웅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후후. 상천제 막개! 지금 네 상황이 큰 소리 칠 때가 아닐 텐데.... 가슴에 남겨진
상처가 절려오지 않는가? 아마 서 있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플 테지? 후후"
백괴 갈마웅은 삼괴의 우두머리답게 막개의 상황을 꾀 뚫어 보고 있었다.
막개의 무공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상처 입은 몸으로는 자신들을 상대하지
못할 것임을 그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둘째 추괴가 성급하게 달려들어도
막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추괴가 자신의 성질에 못 이겨 무공을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하고 막개에게 걸려든 것이다.
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천지환(天地煥)만 내 놓는다면 조용히 사라지겠다."
"처음부터 쉽게 내 줄 물건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네 놈들이
갖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뼈를 묻어야 할 것이다! 그 거지새끼하고 말이다. 후후"
언덕 위에서 아래를 계속 지켜보던 치우는 백괴 갈마웅의 말에 깜짝 놀랐다.
'거지새끼 라면? 초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초개는 어디있지...'
치우는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초개를 찾을 수 없었다.
'초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닐까....'
점점 불안한 생각이 가슴속에 스며들자 치우는 고개를 흔들며 아래 상황을
계속 지켜봤다. 어떻게든 막개를 도와주고 싶었으나 자신은 아무런 힘이 없어
답답했다.
치우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아래쪽에서 막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괴 나찰의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군!"
음울하게 내 깔리는 막개의 목소리는 금새라도 추괴의 목에 검을 내리 칠 것 같았다.
"언제부터 상천제 막개가 남의 목숨을 인질로 자신의 생명을 구걸했나? 후후"
비웃음 썩인 목소리로 백괴 갈마웅이 말하자 막개의 얼굴에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
"내 개인의 명예는 중요하지 않다. 나라와 친구의 목숨이 더 중요하지!"
백괴 갈마웅은 계속 비웃으며 말했다.
"나라? 후후 반 동강이 난 나라를 말하는 거냐? 하긴 그 것도 조금 있으면
우리 청의 연합군에 의해 빼앗기겠지만...후후"
"닥쳐라!! 갈마웅 네놈들의 그 비겁한 짓들이 언제까지 계속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우리 대동국을 쉽게 보지 마라!!"
"하하하하. 곧 죽어도 말은 잘하지. 얘들아 손 좀 봐줘라!!"
백괴 갈마웅의 외침에 검은 복장을 한 사람들이 막개를 감싸기 시작했다.
소괴(小怪) 마불웅은 막개에게 잡혀서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있는
추괴 나찰을 보며 걱정이 되어 말했다.
"형님!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잘 못하면 둘째 형님이 죽습니다."
"걱정할 것 없다. 그는 둘째에게 손도 못 댈 것이다."
"무슨 말씀입니까?"
백괴 갈마웅은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뒤쪽을 가르키며 말했다.
"네 뒤를 봐라!"
"?"
갈마웅의 말에 뒤를 돌아본 소괴 마불웅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뒤쪽에는 수하 두 명이 발부둥치는 꼬마하나를 잡아오고 있었는데 온 몸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거지새끼였다.
"이거놔! 이 나쁜 놈들아!!"
꼬마거지는 계속해서 발부등 쳤지만 빠져날 수 없는지 소리만 계속 질러댔다.
그런 꼬마거지를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사람이 둘이 있었다.
그것은 막개와 치우였다.
그 꼬마거지는 초개였기 때문이었다.
초개의 모습을 보고 놀라며 막개가 소리쳤다.
"초개야!!"
"막개 아저씨!"
초개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막개를 봤다. 그러나 막개 또한 괴한들에게 포위 당하고
있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 상천제 막개 우리 이제는 균형이 맞는가?"
통쾌한 듯이 웃는 백괴 갈마웅을 보며 막개의 얼굴이 굳어졌다.
갈마웅은 막개의 굳은 얼굴표정을 재미있다는 듯 보며 계속 말했다.
"이제는 거래할 준비가 되셨나? 꼬마거지를 네게 넘겨주마. 넌 천지환(天地煥)과
둘째를 넘겨주기만 하면 된다. 어때? 간단하지 않은가?"
"그럴수는 없다!"
"그래? 그러면 꼬마 놈을 죽일 수밖에..."
"초개를 건드리면... 이 놈도 끝장인 줄 알아라!"
막개는 칼을 추괴 나찰의 목에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후후. 상천제 막개가 하류 잡배나 하는 인질극을 벌이다니..."
"아마 나도 청도삼괴와 같은 하류잡배 일 수밖에 없는가보지..."
이번에는 막개의 비아냥거림에 갈마웅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내 입가에 여유있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좋다! 꼬마를 넘겨주마. 둘째를 넘겨라."
갈마웅의 뜻밖의 제안에 막개는 반가움반 불안 반이 썩인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인가? 설마 술수를 쓰려는 것은 아니지?"
"물론! 우리 청도삼괴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지. 둘째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그 상태대로 보내 준다면 우리도 꼬마를 둘째처럼 보내주마!"
"좋다! 그래도 청도삼괴의 이름을 걸고 한 맹세니 지키리라 믿는다. 그럼 동시에
교환하자."
갈마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보고 소리쳤다.
"꼬마를 이리 데리고 와라!"
그의 명령에 검은 복장을 한 수하 둘이 초개를 갈마웅에게 데리고 갔다.
갈마웅은 초개를 잡고 그의 머리를 쓰담으며 말했다.
"꼬마야! 이제 너를 보내 줄 테니 걱정 마라. 너 가만히 보니 꾀 귀엽게 생겼구나"
갈마웅이 초개의 얼굴을 만지며 말하자 초개는 신경질을 냈다.
"더러운 손 치우지 못해!! 이 나쁜 놈아!"
초개가 욕을 하며 소리치자 갈마웅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 녀석 용기 있네....아주...용기있어...하하하하"
그런데 그가 처음 '용기 있네'라고 말 할 때는 말소리는 무척 크게 하더니 뒤에
또 '용기있어'라고 말 할 때는 아주 조용조용히 말하는 것이 상당히 이상스럽게
들렸다.
막개 또한 그가 갑자기 초개에게 이상한 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초개의 얼굴을
살폈으나 별다른 변화가 없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막개는 갈마웅의 하는 짓거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짜증내듯이 말했다.
"언제까지 이러구 있을 참인가? 자네 둘째가 걱정되지 않는가 보지?"
사실 막개의 말처럼 추괴 나찰은 등에 수장을 맞고 심한 타격을 입어 빨리
치료를 해야했다. 시기가 늦으면 죽지는 않는다 해도 잘 못하면 병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막개의 짜증에 갈마웅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천제 막개가 내 둘째를 다 생각하다니...후후...자! 꼬마야 네 아저씨에게 가거라!"
갈마웅이 초개를 놔주자 막개는 초개가 그들의 위협거리에서 벗어나길 기다렸다가
추괴 나찰을 풀어주었다. 추괴 나찰은 자신 혼자서 걸어갈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입어 셋째 소괴 마불웅이 그를 업고 갔다.
막개는 초개가 오자 걱정되어서 물었다.
"괜찮으냐? 어디 다친데는 없구?"
초개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 죄송해요. 아저씨가 숨어있으라고 한 곳을 저놈들에 들켜서 그만..."
"괜찮다. 네 잘못이 아니다. 내 뒤쪽으로 피해 있어라!"
추괴 나찰의 몸을 살피던 갈마웅의 얼굴이 굳어졌다. 상태가 상당히
않좋았다. 이대로 둔다면 목숨은 위태롭지 않더라도 평생 불구가 될 수도 있었다.
그는 상황을 집어가며 생각했다.
'둘째를 이대로 둔다면 큰일이다. 그러나 지금 막개를 눈앞에 두고 그를 치료
할 수도 없다. 막개가 상처를 입은 몸이지만 쉽지 않은 놈이다. 이런 상태에서
내가 둘째를 치료하기 위해 힘을 쓴다면 막개를 당해내기 어렵다. 어찌할까...'
셋째 소괴 마불웅이 걱정스런 얼굴로 나찰을 살피는 것이 보였다.
그는 계속 생각했다.
'우선은 활생단(活生丹)을 먹여서 응급 조치를 해 보아야겠구나. 그리고 속전속결 밖에
없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둘째가 위험하다.'
생각을 마친 그는 막개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이제는 천지환(天地煥)을 내 놓지!"
"아까도 말했지만 천..."
막개는 말을 계속 할 수 없었다. 갈마웅이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쳤기 때문이었다.
"그럼 모두 죽는다!! 특히 그 꼬마는 이미 죽어가고 있을 걸....후후후"
갈마웅이 초개를 가르키며 말하자 깜짝 놀란 막개가 뒤돌아 초개를 보니 얼굴이
백지장 처럼 하얗다.
"아니! 초개야!"
"아...아..저씨..추워요..으으으"
막개가 초개의 몸을 만지니 마치 얼음 덩어리처럼 온 몸이 차가웠다.
깜짝 놀란 막개는 혹시 하는 불길한 생각을 하며 초개의 웃옷을 벗겨보고는 분노했다.
초개의 등 쪽에 붉은 손자국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이...나쁜놈!! 네 놈이 나를 속이다니...이름을 걸고 약속하더니..."
막개가 분노하여 소리치는 것을 보며 갈마웅은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난 약속을 지켰다. 아까 분명히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둘째 처럼 보내주겠다고..후후"
갈마웅의 말을 들으며 막개는 자신이 그의 술수에 넘어간 것에 화가 났다.
'아..막개야!...막개야!...어쩌자고 저런 놈을 믿었더란 말이냐!'
그가 아무리 가슴을 치고 후회를 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사실 갈마웅은 처음부터 초개를 쉽게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교묘한 언변을
이용하여 막개를 속인 다음 초개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다.
그가 초개를 막개에게 내 주며 '용기있네...용기있어'라고 말하며 건네주었는데
그것은 막개의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린 후 초개에게 상처를 입히기 위한 것이었다.
갈마웅이 차갑게 말했다.
"꼬마의 등에 한독공(寒毒功)이 적중되었다. 그 녀석은 반 시진 안에 죽는다!
만약 살리고 싶다면 천지환을 내놔라!"
막개는 초개의 몸을 살피고는 암담함을 느꼈다. 한독공(寒毒功)에 의해 이미 한기가
몸 곳곳에 퍼져서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독공은 음한지기(陰寒地氣)를
극도로 익혀서 펼치는 무공으로 그에 맞는 다면 그에 상응하는 무공으로 치료하거나
한독공을 펼친 자 만이 치료 할 수 있는 무서운 음공(陰功)이었다.
막개는 우선 초개의 중요 혈도를 짚어 음기가 빨리 퍼지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이것도 임시방편 일 뿐 치료는 될 수 없었다.
이내 막개는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소리쳤다.
"갈마웅! 천지환을 내 주마! 대신 초개를 치료해라... 그리고 우리를 쫒지 마라."
막개의 말에 갈마웅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 좋다. 천지환을 주면 꼬마를 치료할 방법을 가르쳐 주지
그리고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살려주마 ."
갈마웅은 사실 속으로 무척 초조한 상태였다. 둘째 나찰의 상태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좋지 못하기 때문에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개가
순순히 천지환을 내 놓는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 인가!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럼. 천지환을 이리 던져라."
"우선 이 아이부터 치료해라! 또다시 나를 속인다면 그땐 각오해야 할 것이다."
"후후. 걱정마라. 천지환만 내 놓는다면 꼬마 정도야 기쁜 마음으로 살려주지.
이 붉은 적단(赤丹) 하나면 꼬마는 살수 있다."
갈마웅은 손에 피처럼 붉은 단약 하나를 들고서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