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감자 주워가세요"…풍년의 역설에 한숨 짓는 농민

ㅇㅇ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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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 경로 막히고 썩어가는 감자…"버릴 바엔 나눠줍니다"

 

 

 

풍년의 역설이 강원도 감자 농가를 덮쳤다.

13일 오후 춘천시 우두동 길가에 감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어림잡아도 족히 1t은 넘어 보이는 양이었다.

씨감자를 말리는 철은 지났는데 감자를 널어놓은 이유가 궁금해 가까이 가보니 주민들이 봉투를 들고 감자를 고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군데군데 썩거나 상한 감자들이 많았다.

주민들은 감자 더미 사이로 실한 녀석들을 골라 담고 있었다.

일어서면서 값을 치르지는 않았다.

농가가 처리 곤란한 저장감자를 주민들에게 공짜로 나눠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원지역 감자 농가는 대풍을 맞았다.

태풍 피해나 병충해 없이 잘 자란 감자는 양이 너무 많아 헐값이 됐다.

저장감자는 저온 창고 꼭대기까지 쌓여 오래 묵게 됐다.

창고를 오래 돌릴수록 농가 적자는 쌓여갔다.

 

이에 강원도는 강원감자 특판행사를 벌여 농가 어려움을 덜었다.

최문순 도지사는 '문순C'로 변신해 완판남 반열에 올랐고, '포켓팅'(포테이토+티켓팅)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는 뜨거웠다.

2주 새 도내 감자 재고 2천여t이 소진됐지만 모든 농가가 혜택을 받지는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할수록 감자 수요는 줄었다.

게다가 학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학교 납품 물량은 갈 길을 잃어버리게 됐다.

저장감자가 창고 안에서 시들어가는 사이 어느덧 남쪽에서 햇감자가 나올 철이 됐다.

농민은 자식처럼 키운 감자를 땅에 쏟을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도 안타까워했다.

감자를 줍던 한 주부는 "농민들 수고를 거저 거둬가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잔뜩 쌓인 감자 더미 너머로 감자밭이 펼쳐져 있다.

이랑 위로 씌워진 비닐마다 송송 구멍이 뚫려 있다.

올해 감자는 제값을 치를 수 있을까, 농민의 소망은 시름만큼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