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배신.. 복잡한 감정

ㅇㅇ2020.12.30
조회28,106
마음이 답답해서 써봅니다. 방탈죄송…

40대 중반 여자사람입니다.
20대때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집에 빚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빚뿐이라 그걸 지키느라 거진 20년간을 오로지 빚갚는데만 전념했습니다.
이제 끼니 걱정은 안하게되었지만, 오빠 이름으로 된 그 건물을 지키느라 저는 신용불량자에 회사에서 부장직책을 달고 10년 넘게 일해왔지만 수중에 있는 돈은 천만원이 안됩니다.

그동안 오빠는 유학을 갔다왔고 결혼했고 외국대학에서 교수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고요.

저는 결혼도 못하고 연애도 못했습니다. 니 외모탓 아니냐 하실까봐 말씀드리면 구애를 받은적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연애를 할래도 입고 나갈 옷도 마땅치 않고,(회사는 복장 프리라 티셔츠 입고 다녀도 노상관이고 옷 거지같이 입는다고 대놓고 뭐라 얘기 들은적도 있지만 무시해왔습니다.) 결혼을 할래도 수중에 백만원도 없는 여자랑,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월급을 집에다가 전부 줘야하는 처지의 여자를 누가 좋아할까 싶어 전부 거절했습니다.

엄마가 불쌍해서 그동안 헌신했지만, 늘 돌아오는 건 니가 한게 뭐가 있냐. 그까짓거 얼마나 벌어왔다고 그러느냐. 당장 줄테니 나가라…
하면서 마치 제가 건물을 노리는 사람처럼 취급했죠.

몇번이고 집을 나가고 인연을 끊으려고 했습니다만 말로만 떠들어대고 때마다 오만원 십만원 용돈주는 게 끝인 오빠뿐인 엄마.
제가 당장 월급을 내놓지 않으면 당장 한달도 버티기 어려운 집안사정 때문에 참고 또 참았습니다.
제가 엄마를 버린다면 엄마는 당장 아무데도 의지할 수가 없어서요.

더군다나 조카가 태어나고는 너무너무 이쁘고 귀여워서 더욱더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솔직히 아름다운가게에서 오천원짜리 옷 사입습니다.
그런데 조카에게는 아이패드도 사주고 했고, 회사일이 아무리 바빠도 한국에 있는 기간동안엔 최대한 시간내서 놀아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오빠가 저에게 별거아닌 일에 이년저년 욕을 하길래(원래 어렸을때부터 그랬습니다) 싸움이 됐는데,

말하다보니 엄마랑 뒤에서 짝짜꿍 되서 제욕을 해왔더군요. 돈에 환장병 들린 정신병자라면서요.
그러면서 몇십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랑 싸운 얘길 하면서 저보고 패륜아라느니, 시집 못간건 니가 못난 탓인걸 누구 때문이냐느니.
너같은 년이 자기 딸을 만지는 것도 싫다면서(그동안에 저한테는 늘 고맙다고 하면서 조카가 뭘 갖고싶어한다면서 사달라고 그러고 늘 저에게 애를 맡겨놓고 놀았으면서요) 온갖 막말을 해댔고,
엄마는 그 옆에서 동조하면서 지금 200만원 정도 있으니 그걸 줄테니 나가라고 하더군요.

당장 갈곳이 없어서 고시원방을 잡고 한달을 살다가, 결국 어찌어찌 흐지부지되서 들어왔는데, 엄마도 사과한마디 없이 어쩌라는 거냐 지난 얘기 왜 꺼내냐면서 오히려 화를 내기 일쑤였습니다.

이미 그때부턴 저도 가족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냥 저도 돈 떄문에 목을 매고 싶을정도로 힘들었던 적이 있어서
할 수 있는데까진 도와주자… 이렇게 생각하고 또 일년을 버텼습니다.

얼마전에는 집 근처에 길고양이 밥주는 문제로 싸우게 됐는데, 엄마가 너는 니 애미보다 고양이가 중요하냐고 하길래.
당연하지. 나한테 그딴 취급해놓고 이제와서 가족행세냐. 어디서 우리 딸. 이렇게 말하는 거 구역질나 죽겠다고 해버렸죠.
그러면서 또 되풀이. 니까짓게 뭘했다고 그러냐 니가 벌어온거 돌려줄테니 나가라. 엄마 수중엔 10만원도 없습니다.
이런 싸움이 끝나고 눈물이 나더군요. 그런데 가족이 너무하다고 해서 나오는 눈물은 아니었어요.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단지 밥 챙격주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던 제 자신이 불쌍해서 울었어요.

엄마한테 얘기했습니다. 나는 더이상 당신들 가족이 아니다. 불쌍해서 도와주는 것뿐이니까, 그래서 최대한 참고 있으니까 나를 건들지 말라고요.

그렇게 지내고 있는데, 어느날 집에 가보니 엄마가 저한테 뭔가 할 얘기가 있는 듯 머뭇거리더니, 그러더라구요.
아버지가 당뇨병력이 있으셨어요. 할아버지, 작은아버지들도 전부 있었으니 가족력이죠. 저는 그래서 매일 퇴근 후에 2시간 걷기를 할정도로 신경을 쓰는데,
오빠가 당뇨인 것 같다구요. 더군다나 아버지는 50대가 되서 발병하셨는데, 오빠는 40대 중반이예요.

당뇨를 안겪어본 사람은 몰라요. 무서운 병이예요. 정말…

세상이 무너진 듯한 엄마 표정을 보고 참…. 기분이 그랬어요.

나한테 그렇게 재산 빼앗길까봐… 코웃음이 나죠. 빚뿐인 재산. 그렇게 있는말 없는 말 다 지어내서 덮어씌우면서 악다구니를 치더니
결국 결과는 이건가…

오빠는 늘 저를 질투해왔어요. 한살 차인데, 아버지를 닮아 못생긴 자기와 엄마를 닮아 늘 이쁘다는 말을 들었던 저.
아버지를 닮아 키가 작은 자신과 엄마를 닮아 키가 큰 저.
열심히 공부해서 반에서 1등을 했던 자신과 늘 놀기만 하고 반에서 5등 안에 들었던 저.
교수까지 되었지만, 돈을 많이 벌지 못해 집에 아무 도움도 안되는 자기와 많이 벌진 못해도 집에서 가장 노릇을 해왔던 저.

이제 비슷한 나이이고 같은 부모 아래 태어난 사이래도 건강한 저와 비교 하면서 질투를 하게 될까요….

남한테 나쁘게 해놓고 저는 잘살줄 아나…라고 생각하면서 꼬숩다고 생각해야할까요.
그래도 가족인데 안타까워해야할까요…
아니면 산다는 게 덧없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당뇨가 당장 죽는 병은 아니지만, 어떤 분은 읽으면서 그래도 교수인 오빠와 너의 처지는 천지차이다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씁쓸합니다. 복잡하네요.. 이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