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THE MASK)-9

바람200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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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개는 적들이 이미 동굴 안까지 들어온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순양기(純陽氣)에 의해 한독공(寒毒功)이 거의 소멸해 가고 있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임맥에 퍼져 있던 음기는 소멸되었고 독맥의 끝자락에
남은 기운만 몰아 낸다면 이 힘겨운 싸움도 끝이었다.


 순양기(純陽氣)를 더욱 끌어올려 초개의 몸 속으로 계속 주입하던 막개는 순간
자신이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양기(純陽氣)에 의해 동화되었다고
생각했던 음기가 다시 강해지며 초개의 명문을 통해 자신 몸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가!


'이건!! 아까 와는 상이한 기운인데...어떻게 된 거지?'


이번 음기는 처음 초개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상이한 기운이었다. 처음 소개에게 기를
주입할 때는 그저 차가운 기운의 음기였지만 지금은 그 차가운 것 보다 강하고
날카로우며 무서웠다. 이것은 그가 처음부터 계산에 넣지 못한 독충들의 독기였다.
원래 이 독기는 적단(赤丹)을 먹으므로 해서 없앨 수 있었는데 초개는 적단의
반쪽만을 복용하여 초반에는 그 기운을 잡을 수 있었으나 한독공(寒毒功)이 마지막에
접어들자 독충의 독기가 강하게 다시 일어난 것이다.
 막개는 끊임없이 흘러 들어오는 독충의 독기를 막으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아...막개야!...막개야!...이렇게 바보 같다니....어찌 독에 대해 소홀히 했더란 말이냐
 이제는 초개를 구하는 것은 둘째치고 나까지 죽겠구나!'


막개는 허탈해지는 심정을 가누며 계속 생각했다.


'이렇게 가다가는.......안된다!'


막개는 자신의 모든 내공을 끌어올려 한독공(寒毒功)의 독기와 맞섰다.

지금은 초개를 치료하는 것은 둘째치고 자신 마저 독기에 밀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

이대로 계속해서 내력을 끌어올린다면 얼마 못 가 독기가 퍼져 죽고 마는 것이다.
막개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져 가기 시작했다. 이미 한독공의 독기가 그의 장심을
통해 들어와 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순양기(純陽氣)를 최대한 끌어올렸지만
독기를 막을 수 없었다.


'큰일이다! 독기가 너무 독해.......나도 감당하기 힘들겠어...'


한독공(寒毒功)은 너무 무서웠다. 막개가 모든 내력을 끌어올려 저항하려 했지만
이미 몸 속 깊이 침투하여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그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는 입술을 깨물며 결심했다.


'미안하구나 초개야...내 너를 치료하려 했지만 능력이 부족하여 너를 죽게 만드는
 구나! 그때 내가 치우를 쫒아 오지만 않았어도....정말 미안하다. 그러나 내 약속하마!
 치우만은 내 꼭 이곳에서 도망칠 수 있도록 하마."


생각을 마친 막개는 초개의 명문에서 손을 때며 눈물을 흘렸다. 계속해서 초개에게
기(氣)를 주입한다면 한독공(寒毒功)에 의해 둘 다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죽음이야 두렵지 않았으나 그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상관 없는 치우를 죽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막개는 초개의 치료를
포기하고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자신으로 인해 초개가 죽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터질 것 같이 아프고 미안했다. 그리고는 모든 것에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아아아아...."


막개는 분노와 슬픔에 괴성을 지르며 일어났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치우를 쫒아 오던 백의인들은 갑자기 동굴이 들썩거릴 정도의 고함소리가 들리자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혹시라도 강한 적이 갑자기 나타난 것인가
생각되어서였다.
 백의인들이 주춤하는 사이 치우는 그들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굴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백의인들이 그를 다시 에워싸서 도망 갈 수
없었다.
 백의인 하나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두지 않고 치우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그의 목을 노리고 다가오는 차가운 기운에 치우는 깜짝 놀랐지만
그에게는 피할 능력이 없었다.


"으아.....악.."


이제는 죽었구나 생각하며 머리를 감싸고 넘어질 때였다.


"컥!"


짧은 비명소리가 그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어떻게 된 것인가 살짝 눈을 뜨고 바라보니
자신을 향해 칼을 날리던 백의인이 가슴에 칼을 맞고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십 여명의 백의인들 사이를 빠르게 움직이며 싸우는 사람이 보였다.


막개였다. 


 그는 백의인들이 치우를 공격하는 것을 보고 분노하여 검을 베어갔다.
이미 분노에 찬 그의 검은 오직 공격만 있고 방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칠성보(七星步)를 밟으며 현란하게 움직일 때마다 백의인들이 맥을 못 추고
쓰러졌다. 처음부터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 그들이었는데 날카로운 공격만을
퍼붓는 막개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순식간에 동굴은 피 비린내가 진동했다.
분노 할대로 분노한 막개가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무자비하게 살수를 전개하자
백의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갔다. 백의인들의 몸에서 튀어나온 피에 막개의
머리와 옷이 젖어서 마치 한 마리의 야수가 날뛰는 듯 보였다.
 그의 야수 같은 모습을 본 백의인들은 하얗게 질려서 그와 감히 싸울 생각도 못하고
피해 다니기 바빴다.
 막개가 피를 뒤집어쓰고 종횡무진 움직일 때 날카로운 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멍청한 놈들! 모두 물러나라!!"


새로 등장한 인물의 고함소리에 백의인들은 구세주를 만난 듯 순식간에 뒤쪽으로
물러났다. 일사분란하고 빠른 움직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잘 훈련된 정예들임을 알아 볼 수 있었다.


 동굴에는 이미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네명 이었다. 새로 동굴에 들어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검은색 가죽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남자가 셋 여자가 하나였다.
그중 키가 제일 크고 머리가 붉은 남자가 막개를 보며 말했다.


"네가 상천제(上天帝) 막개인가?"


그의 굵고 커다란 목소리가 동굴에 울려 이상한 메아리를 만들어냈다.
 막개는 대답 없이 그들을 모습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돋보였는데 처음 말한 남자는 유난히 키가 컸으며
그 머리가 타오르는 불길처럼 붉었다. 특히, 커다란 눈은 옆으로 찢어져 무척이나
날카롭고 무섭게 보였다. 그리고 두 번째 남자는 덩치가 무척이나 컸다.
얼굴도 보통사람의 두 배는 되어 보였으며 팔과 다리에는 온통 근육으로 뭉쳐져 있어
무척이나 튼튼해 보였다. 세 번째 남자는 황색머리를 길게 기르고 있는 것이 특이해 보였다.

 보통 키에 특별한 느낌이 없는 얼굴이었으나 그의 눈은 회색 빛을
띠고있어 차갑고 냉정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여인이었는데 셋 중 가장 어려 보이는
것이 치우 정도의 나이로 보였다. 그녀도 남자들처럼 특이한 머리색을 하고 있었는데
짙은 푸른색 머리칼을 허리까지 길게 기르고 있었다. 눈이 유달리 맑고 컸는데
눈동자를 계속 이리저리 굴리는 것이 무척 귀여워 보였다.
 막개는 그들의 모습들을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자신의 기억 어디에서도 누구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
결국은 그들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머리 붉은 남자가 대답했는데 그가 무리 중 우두머리인 것 같았다.


"우리는 유웅국(瑜熊國)의 불화문(拂火門)에서 온 호웅사묘(虎熊獅猫)다."


"호웅사묘(虎熊獅猫)?"


막개는 그제서야 어렴풋 그들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동국의 서북쪽으로 가면 남청과 북청 넘어에 유웅국(瑜熊國)이라는 신비한
나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나라는 산세가 수려하고 아름다우며
특히, 많은 맹수와 짐승들이 살고 있는데 사람 숫자보다도 맹수의 숫자가 더
많을 정도라고 전해진다. 또한 유웅국(瑜熊國)에는 불화문(拂火門)이라는 특이한
문파가 있는데 그들의 무공은 무척이나 독특하고 무서웠는데 모두가 맹수들의
모습에서 본뜬 것이라 했다.


"불화문에서 오신 분들이었군요."


막개는 감정없는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흥!"


막개의 인사에 푸른색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소녀가 비웃었다.
그녀는 자신의 수하를 막개가 죽인 것에 대해 기분이 언짢은 표정이었다.
 막개는 신경쓰지 않고 말했다.


"그런데 무슨 볼일로 그 먼 곳에서 이곳까지 오셨소?"


붉은 머리가 말했다.


"네가 가지고 있다는 천지환(天地煥)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그는 계속해서 막개에게 아랫사람 대하듯 말을 했지만 막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막개는 붉은 머리의 남자를 차갑게 쏘아보면서 말했다.


"그것은 이미 나에게 없으니 이곳에서 나가주시오!"


"우리가 네 말 한마디에 여기에서 물러나리라 생각하느냐?"


치우는 옆에서 계속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들을수록 화가 났다.
특히 붉은 머리 남자가 계속해서 막개에게 반말로 말하자 속이 끓어올랐다.


"야! 고추머리 네가 뭔데 막개 아저씨에게 반말이야? 엉?"


치우의 소리를 들은 붉은 머리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러나 자신의 신분으로
어린아이와 말다툼을 할 수는 없었다.
붉은 머리가 아무소리도 하지 않자 더욱 담이 커진 치우가 다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왜 말도 못하냐? 고추머리! 그리고 천지환은 아까 그 괴상한 형제 놈들이 가져갔다.
 정 가지고 싶으면 그 놈들이나 추적할 것이지 왜 여기 와서 무게 깔고 있어?"


치우의 말에 푸른 머리의 소녀가 발끈해서 소리쳤다.


"넌 뭐야? 쬐그만 놈이 어디 어른들 말하는데 끼어 들어? 그리고 첫째 오빠 이름은
 고추머리가 아니야. 호(號)란 말이야!"


푸른머리 소녀가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소리치자 치우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뭐라고 이름이 호(好)라고 이름이 뭐가 그래 호(好) 호(好) 호(好).."


치우는 여인들이 입을 막고 웃는 신융을 하며 웃었는데 소녀가 말한 호(號)를
호(好)로 바꾸어서 말해 놀린 것이다.
소녀가 어찌 그 뜻을 모르겠는가!
소녀는 당장 치우를 죽이려는 듯 칼을 뽑아들고 덤비려했다.
그러나 붉은 머리가 소녀를 말리는 바람에 이루어 질 수 없었다.


"묘(猫)야! 경거망동하지 말아라!"


소녀는 치우를 죽이지 못하는 것이 원통하다는 듯이 날카롭게 쳐다봤다.
치우는 통쾌하다는 듯이 혀를 낼름 내밀어 소녀를 놀리며 또다시 복장 뒤집는 소리를
해 대었다.


"하하하. 묘하다. 묘해!"


소녀 묘(猫)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


"뭐가 묘하다는 거야?"


"하하하. 묘하지 안그래? 하나는 이름이 호호호고 또 하는 이름이 묘하니
 정말 묘하지."


그제서야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놀린 것을 안 묘(猫)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당장이라도 앞으로 나가 치우를 두 동강 내고 싶었으나 첫째 오빠가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어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호웅사묘(虎熊獅猫)라는 별호는 그들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붉은 머리가
호(虎)이고 덩치가 큰 남자가 웅(熊), 황색머리를 길게 기른 남자가 사(獅) 그리고
소녀가 묘(猫)였다. 그들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의 무공은 이름에 쓰인
동물들의 특징을 이용한 것이었다.


 묘(猫)가 약올라하자 치우는 재미있어서 더욱 놀려 주려고 하였다.
그때 갑자기 싸늘한 기운이 자신의 전신을 감싸는 것을 느끼고 앞쪽을 보았다.
황색머리를 길게 기른 셋째 사(獅)가 회색빛 눈동자로 자신을 쏟아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치우는 그의 차가운 회색빛 눈동자를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껴 더 이상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막개는 그들이 혹시라도 치우에게 살수를 펼칠 것을 대비해 경계하며 말했다.


"치우의 말처럼 난 이미 천지환(天地煥)을 청도삼괴(靑島三怪)에게 넘겼다."


묵묵히 있던 웅(熊)이 나서며 말했다.


"긴 말 필요 없다! 두둘겨 패고 가져가면 그만이지!"


곰같이 묵직한 목소리로 말하며 웅(熊)이 무기를 꺼내 들었는데 그의 덩치에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다섯 척(1.5m) 정도 크기의 방망이였는데 끝이 공처럼 둥근 것이 특이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