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설화(雪化)

sOda200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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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雪化)

 

 

 

가위에 눌리는것보다 더한 압박.

 

결이 있는 공간은 늘 담이가 숨쉬기 버거울 정도로 무겁다.

 

말이 목 끝에 걸려 차마 소리로 나오지를 못한다.

 

결이 뚜벅뚜벅 다가왔다.

 

담은 이부자락만 움켜쥔채 결이 다가오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결은 담이 앞에 털썩 앉았다.

 

그의 움직임에 고여있는 공기가 흩어진다.

 

 

“대체...”

 

 

결이 내뱉은 한마디에 천근같은 한숨이 실려있었다.

 

 

“어찌된거냐.”

 

“...뭐가...말입니까?”

 

“이번엔 무슨 말로 휘를 혹하게 만든거냐?”

 

“...네?”

 

“시치미 떼봤자 소용없다. 휘가 네 말이라면 뭐든 들어 준다는걸 눈치챈거겠지?”

 

“무슨 말씀이신지...”

 

 

갑자기 결이 담이의 목을 움켜쥐었다. 숨이 막혔다.

 

 

“처지를 잊고 분수 넘는 짓을 하면 목숨이 온전할 것 같으냐...!”

 

 

담은 결의 손목 혈을 누른 후 순식간에 비틀었다.

 

담이의 목이 자유로와졌다.

 

 

“밥값은 하고 지낸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게 이러시는 이유가 대체 뭐죠?”

 

“그럼 휘가 너를 데려가게 해달라고 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거지?”

 

“......!”

 

 

결의 손목을 비틀고 있던 담이의 손에 힘이 풀렸다.

 

 

“휘가 너를 데리고 산행을 했다는 일이 알려지자 하인들 사이에 이상한 말들이 오가고

있다. 네 욕심으로 휘를 난처하게 하다니...!”

 

“난... 나는, 욕심 부린 적 없어요...! 휘님께 다른말을 한것도 없어요. 내가 휘님께

부탁한것이라곤... 다른 부족을 오갈 수 있는 일거리를 달라는 것 뿐이었어요... 그래서

내가 한 일들이 계루부게 해로운 일은 아니잖아요! 적어도 난... 목숨을 걸고 한

일이라구요...!”

 

 

결은 머리카락이 설 정도로 이 격렬한 감정이 질투임을 알고있다.

 

하루종일 아무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화만 치밀어 올랐다.

 

목숨을 맡겨도 좋을 지우에게 질투라니...!

 

결은 자신의 유치한 감정을 담이 탓으로 돌리고 싶었다.

 

 

“휘에게서... 떨어져.”

 

“그건 내가 아니라 휘님께 말씀하셔야죠. 저같은 계집이야 높으신 분이 말씀하시면

듣겠지만 휘님은 그렇지 않을테니.”

 

 

결의 주먹이 파르르 떨렸다.

 

담이는 분명 결을 조롱하고 있었다.

 

 

“감히 니가... 날 기만하고 있는거냐?”

 

“노비도 마음만은 제것이에요.” 

 

 

혹시... 담이가 휘를...좋아하게 된걸까?

 

 

“휘가 너에게 특별한 사람이라도 된거냐?”

 

“...적어도 휘님은 저를 사람으로 생각해 주시니까요. 야심한 밤에 처소로 쳐들어오는

일도 없구요.”

 

 

순간 담이는 아차 싶었다.

 

결의 눈빛이 파랗게 빛나고 있다.

 

...차갑다.

 

결은 느리게... 빈틈없는 자세로 담이에게 바짝 다가왔다.

 

 

“휘는... 네 주인이 아니니까...”

 

 

담은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났다.

 

 

“무록이... 관노부사람을 들이지 말라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결은 바위같은 힘으로 담이의 양손을 붙잡고 귀에 입술을 댄채 나지막히 속삭였다.

 

“네가... 나를 부수고있다...”

 

 

결은 문득 귓가에 쉬익~하는 나지막한 소리를 들었다. 섬뜩하고 차가운 소리였다.

 

담이는 두려움으로 파랗게 질려 떨고 있었다.

 

결은 담이의 두려움이 미웠다.

 

내가 네게 두려운 존재냐...

 

어째서 넌...

 

담이의 하얀 어깨가 드러났다.

 

결은 담의 어깨에 입술을 갖다댔다.

 

향긋한 냄새가 난다.

 

 

 

방 안이... 온 세상이... 결이까지도... 복숭아 꽃 향기에 물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