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아나는 새싹변태를 혼내줬습니다..

Angsthase2009.01.23
조회36,031

 

 안녕하세요. 여기 올라오는 글들 재미있게 읽고 있는 20대초중반 여성입니다.

 오늘 어떤 분 글을 읽다가

(소개팅에서 기가 세보인다는 말 들으신다고, 속상하시다는 어떤 분의 글이었어요)

 문득 생각나는게 있어서... 적어보고 싶어졌어요 :)

 다른 분들처럼 글 재미있게 쓰는 재주도 없고

 사건도 딱히 충격적이거나 웃긴 것도 아니고...

 써놓고 읽어보니 길이도 좀 기네요..미리 사과 드릴게요.

 (소심해서 혹시라도 악플 달리면 자책 심하게 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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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유독 순해보이는 타입이어서

 평소에 세 보이려고 괜히 화난 표정 짓고 다녀보기도 하고

 화장도 무섭게 해보고 하지만 결국에는 다 실패하고 마는..

 그저 얼굴도 동글동글, 성격은 아주 친한 친구들 앞에서 제외하면

 웬만하면 그냥 다 참고 지나가는 편이고요.

 

 꼭 술 취하거나 그 외 정신 없으신 분들..도 꼭 저한테 와서 주정을 부리거나 그러고..

 심지어는 중학생도 안되어 보이는 어린 애들한테 희롱(??)도 당해보고...

 중 고등학교 시절 저만큼 변태 많이 봤다는 사람은 만나본 적도 없고요..

 (변태들의 변태행위 타입, 출몰장소, 연령대 별로 분류도 가능할 것 같은 정도로요)

 휴...

 

 하지만 변태분들,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생긴 사람들도 한 성질 한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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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은... 2007년  장마철이 끝나갈 무렵...

 비가 오다 말다 하는 날씨에,  본격적으로 덥기도 할 즈음이었어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후 3~4시 무렵이어서 날도 한참 밝았고

 저는 왕복 8차선 도로 변에 있는 인도를 걷고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이어폰 귀에 꽂고,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집에 가면 밥은 뭘 먹지'생각하면서..그렇게 걷고 있었더랬죠.

(상당히 경사가 있는 언덕이어서 배고플 때 올라가면 정말 먹을 것 밖에 생각 안나는..그런 곳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뒷쪽에서 뭔가가 치마 속으로 들어와서  다리 사이를 쿡 찌르는 겁니다.

 저는 당연히 소스라치게 놀랐고(대낮에, 대로변에서, 그것도 무려 치마 안으로라니)

 바로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런데 뒤를 돌아 봤을 때 제 눈에 보인건

 대략 중2~3정도 되어 보이는, 키는 저보다 조금 큰(저는 165정도에, 그때는 힐 신고 있었습니다), (학원에 다녀오는지) 커다란 가방을 짊어진 얼빵해보이는 남자애였습니다.

 불과 1~2미터 정도의 거리만을 두고 제게서 떨어져서는

 도망도 안가고 저를 빤히 쳐다보더군요.

 화가 치밀었습니다.

 말도 안되는 그 행동도 행동이지만

 아직 어린애가 그랬다는게 너무 어이 없었습니다.

 이런 애가 나중에 커서는 어떻게 될까 싶기도 했고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저는 뛰기 시작했고

 그 아이는 도망가다가, 뒤돌아서 저를 쳐다봤다가...하면서....

(제가 쫓아올거라고 생각을 안했었는지- 꽤나 당황해하면서

 조금 도망가고, 쫓아오는지 한번 보고. 반복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그 어린 변태와의 추격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여자 분들 아시겠지만, 힐 신고 언덕 올라가기는 상대적으로 편하지만

 언덕 내려가는건 걸어 내려가도 상당히 힘듭니다. 

 더구나 보도블럭에 굽 끼면 대 참사 일어납니다.

 평소에는 굽 있는거 신으면 아무리 급해도 절대 뛰지도 않는데...

 30분을 그렇게 뛰었습니다.

 언덕을 내려갔다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가, 언덕을 다시 올라갔다가 하면서요.

 

 결국 그 녀석은 무거운 가방에 지쳤는지

 언덕 꼭대기의 육교에 올라가서 저를 돌아보고는,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올라가려고 하면 도망갈 기세길래 녀석에게 말했습니다.

 

"야, 너 이리 내려와봐. 잠깐 누나랑 얘기 좀 하자."

녀석이 멍한 표정으로 쳐다봤습니다. 저는 자신감을 좀 얻었죠..

분명 상습범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더 세게 나가기로 했습니다.

 

"한 번 해보고 싶어서 그런거 아니야? 내려와 봐. 내려와서 한 번 더 만져보든지."

녀석이 아니라고, 미안하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몇 번의 대화가 오고 가고, 녀석은 육교 위에서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날 화가 많이나서 그렇게는 보내줄 수가 없더라고요.

 

성추행으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너 그러면 소년원 가야한다고,

하지만 지금 이리로 내려오기만하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물론 거짓말이죠.

그녀석이 도망가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고, 그 정도 일로 소년원 같은거 가지도 않을겁니다. 그렇죠? ) 녀석이 정말 경찰서에 가지 않는거냐는 다짐을 받은 후에 내려왔습니다.

 

먼저 그 녀석 모자랑 가방 내려놓으라고 시키고 (도망갈 것 같아서요..)

이름이 뭔지, 어느 학교 다니는지, 몇학년 몇 반인지 물어보고..

(뭐..거짓말인지는 몰라도 순순히 대답을 다 해줬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뻔합니다.

이 세상에 변태 따로 있는거 아니다, 정신병자들도 아니고

평범한 가정의 아빠고, 너같은 애가 커서 변태되는거다..

너는 재미로 했을지 몰라도 당하는 사람은 얼마나 정신적으로 충격이 큰 줄 아느냐,

이런게 성폭력이라는거다...뭐 이런거요.

그리고 3단 우산을 가지고 있었는데

화가나서 몇 대 때려주고는

다음부터 걸리면 정말 신고한다고 하고 보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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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뒤로 거짓말 안하고 한 두 달 정도는 그 길로 걸어서 간 일이 없습니다.

학교 가면서, 혹은 어디 가면서 꼭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지나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반드시 차를 타고 지나갔고요...휴..

변태는 언제, 어디서 봐도 무서워요...

 

그리고..나중에 생각해보니 더 무섭고 어이없던건

그 어린 변태의 행각보다는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더군요.

근처에 버스 정류장도 있고, 주유소도 있었고

사람도 많이 다녔고, 대학가이기도 했고, 지하철 역도 인접해있고.....

제가 뛰기 시작하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도둑이라고 소리 질렀거든요? 제발 도와달라고...

그런데 다들 못들은 척 하거나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습니다.

대낮에 있는 살인사건에도 아무도 신고하거나 말린 사람이 없어서

충격적이라는 기사를 읽은 일이 있었는데...

저는 운이 좋아서 성추행 정도였지..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남자친구한테 전화해서 그 사건을 이야기했더니

괜찮냐는 말 한마디 묻지 않고는

네가 옷을 그렇게 입고 다니는거라고 저를 구박했고요 ....

(지금은 헤어졌습니다만....)


하여튼...세상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