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학교 문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방의 무게만큼이나 짜증이 어깨에 묵직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며 사소한 일로 엄마에게 또 한 번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냈다. 철없는 투정과 날 선 감정들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도, 엄마는 그저 말없이 상냥한 미소로 나를 감싸 안아주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당연하게 있을 줄 알았던, 내 신경질을 다 받아주던 비가림막 같은 존재였다.
어느 날이었다. 평소라면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나를 맞이했을 엄마가 거실에 보이지 않았다. 집안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주방으로 걸어가 보니 식탁 위에는 이미 하얗게 식어버린 밥과 몇 가지 반찬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릇 옆에 붙은 노란색 포스트잇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 장 보고 올게. 얼른 밥 먹어, 딸."
마침 배도 고프지 않았고, 만사가 귀찮았던 나는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금방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한 시간, 두 시간, 창밖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도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불길한 정적이 집안을 채우기 시작했고,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그 순간,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징 하고 진동했다. 엄마의 문자였다.
"딸, 미안해. 엄마 못 갈 것 같아.
네가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 사서 같이 맛있게 먹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됐네.
정말 미안해. 엄마는 너를 평생 사랑할 거야. 사랑해, 우리 딸."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마치 마지막을 예감한 듯한 문장들.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쓰려던 찰나, 거실의 TV 화면에서 다급한 속보가 흘러나왔다.
"오늘 오후, 시내 중심가 지하철역에서 대형 화재 발생… 현재 진화 및 구조 작업 중…"
지하철역. 엄마가 늘 가던 마트가 있는, 바로 그 역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숨이 턱 막혀왔다. 식탁 위에 놓인 식어버린 밥상과 엄마의 마지막 문자가 겹쳐 보였다. 왜 오늘도 짜증만 냈을까. 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을까. 왜 엄마가 차려놓은 밥을 먹지 않았을까.
밀려오는 후회와 미안함, 그리고 무서운 현실이 가슴을 사정없이 짓눌렀다. 툭,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이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나는 휴대폰을 가슴에 꼭 쥔 채, 텅 빈 거실 한복판에서 목을 놓아 펑펑 울기 시작했다. 엄마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서늘한 방 안의 메아리뿐이었다.
눈물 콧물 다 빼는 내 소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학교 문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방의 무게만큼이나 짜증이 어깨에 묵직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며 사소한 일로 엄마에게 또 한 번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냈다. 철없는 투정과 날 선 감정들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도, 엄마는 그저 말없이 상냥한 미소로 나를 감싸 안아주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당연하게 있을 줄 알았던, 내 신경질을 다 받아주던 비가림막 같은 존재였다.
어느 날이었다. 평소라면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나를 맞이했을 엄마가 거실에 보이지 않았다. 집안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주방으로 걸어가 보니 식탁 위에는 이미 하얗게 식어버린 밥과 몇 가지 반찬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릇 옆에 붙은 노란색 포스트잇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 장 보고 올게. 얼른 밥 먹어, 딸."
마침 배도 고프지 않았고, 만사가 귀찮았던 나는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금방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한 시간, 두 시간, 창밖이 어둑어둑해질 때까지도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불길한 정적이 집안을 채우기 시작했고,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그 순간,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징 하고 진동했다. 엄마의 문자였다.
"딸, 미안해. 엄마 못 갈 것 같아. 네가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 사서 같이 맛있게 먹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됐네. 정말 미안해. 엄마는 너를 평생 사랑할 거야. 사랑해, 우리 딸."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마치 마지막을 예감한 듯한 문장들. 떨리는 손으로 답장을 쓰려던 찰나, 거실의 TV 화면에서 다급한 속보가 흘러나왔다.
"오늘 오후, 시내 중심가 지하철역에서 대형 화재 발생… 현재 진화 및 구조 작업 중…"
지하철역. 엄마가 늘 가던 마트가 있는, 바로 그 역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숨이 턱 막혀왔다. 식탁 위에 놓인 식어버린 밥상과 엄마의 마지막 문자가 겹쳐 보였다. 왜 오늘도 짜증만 냈을까. 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을까. 왜 엄마가 차려놓은 밥을 먹지 않았을까.
밀려오는 후회와 미안함, 그리고 무서운 현실이 가슴을 사정없이 짓눌렀다. 툭,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이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나는 휴대폰을 가슴에 꼭 쥔 채, 텅 빈 거실 한복판에서 목을 놓아 펑펑 울기 시작했다. 엄마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서늘한 방 안의 메아리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