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커들의 선택

자식을 키울수록 왜 효도를 해야하는지 모르겠음

뽀오2026.06.08
조회14,966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글 쓰다보니
한시간동안 엄마 욕만 써서 다 지우고 다시 씀

너하고 똑같은 자식 낳아서 당해봐라
자식을 낳아보면 엄마를 이해할거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컸는데

자식을 키울수록 엄마한테 화가 난다

지랄맞았던 사춘기를 나도 기억하기에
아들에게 배로 당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나에 비하면 사춘기라고 할 게 없다

방문은 닫아놓고 엄마 집에 오면 싫어하던 나와 달리
아들 방문은 항상 열려있고
내가 집에 오면 반갑게 와서 조잘조잘 얘기한다.

호르몬 때문인지 가끔 이유없이 짜증도 내지만
본인도 아는지 곧 사과한다

난 그저 엄마처럼 안 하려고 노력했을 뿐인데
내 자식은 나 어릴 때와 너무 다르다.

나 기분 안 좋다고 이유없이 자식에게 소리지르지 않고
인격모독 안하고
비아냥 대거나 초치는 소리 안 하고
어릴 때부터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선 넘지 않고 존중해줬을뿐인데.

내가 너 도시락 싸느라 밥 해 먹이느라
얼마나 고생했냐는 엄마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자식 키워보니 그건 당연한거더라

10 힘들 것도 자식한테 하는 건 2-3밖에 안 힘들고
설사 내가 20 힘들게 느꼈더라도
내가 마음대로 낳아놓고
이 빡센 세상에서 앞으로 힘들게 살아갈 아이에게
그런 기본적인 걸로 생색내는건 부모로서 도리가 아닌듯

허구한날 부모한테 잘해라
누구는 이러더라 누구는 저러더라
넌 왜 그렇게 애가 이상하냐
이런 얘기 귀에 딱지 생기도록 하면서
더 자주 전화히고 더 찾아오고
본인한테 더 따뜻하게 해주길 원하는 엄마를 보며

먹고 살기도 너무 힘든데
감정 쓰레기통도
이제는 지쳐서 더이상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얘기해도 바뀌지 않고
계속 부모한테 잘하라는 말에
그럼 엄마는 나한테 잘했냐
나 어릴 때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고 따지면
자기가 언제 그랬냐며
넌 수십년 전 얘기로 늙은 엄마를 이렇게 괴롭히냐고
부모한테 그 따위로 하면 천벌받아서
내가 이렇게 사는거라고 한다.

툭하면 자기가 살 날이 얼마나 남았냐고
부모한테 잘하라해서 입장을 바꿔봤다

백번 천번 생각해봐도
지금도 그렇지만
나이들면 난 더 자식한테 맞춰줄 것 같다

자식이 남 욕하는 거 듣기 싫다고 하면
그럼 누구한테 말하냐며 쏟아내는게 아니라
내가 답답해 죽을 것 같아도 참을 것 같다

난 죽으면 그만인데
내 자식은 나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수십년을 더 살아가야할테니.

자식을 키워보니
자식은 부모를 무조건적으로 좋아한다.
아동학대 당해서 분리당한 애들 조차도.

그랬던 아이가 커서 부모를 피하면
그건 그 애가 나쁜 게 아니라
부모 때문에 상처투성이가 돼서
스스로 지키려고 도망가는거다

자식이 클수록
효도는 의무가 아니라
부모가 자식에게 베푼 인격적 존중과 사랑이 돌아오는
부메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더 먹으면 생각이 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