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쓰레기통으로 자란 첫째인데 결혼하고도 그래요

ㅇㅇ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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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 남매 중 첫째예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아빠 흉을 저한테 다 쏟았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네 아빠가 어쩌고 하면서 부부싸움 얘기를 다 들었어요
동생들은 어리다고 안 하고 저한테만 했어요

중학생 때는 엄마가 이혼하고 싶다고 밤마다 울면서 전화했어요
저는 그때 엄마를 달래는 게 제 역할인 줄 알았어요
제 시험 기간에도 엄마 감정을 먼저 챙겼어요

대학 가서도 엄마는 매일 전화해서 두 시간씩 하소연했어요
제가 힘들다고 하면 너는 첫째인데 이 정도도 못 들어주냐고 했어요

결혼하면 좀 나아질 줄 알았어요
근데 결혼하고 나니까 이번엔 시집살이 흉이랑 아빠 흉을 같이 쏟아요
남편이 옆에서 장모님 전화 오면 네 표정이 굳는다고 해요
저도 알아요 근데 안 받으면 엄마가 너까지 나를 버리냐고 문자를 보내요

작년에 아빠 환갑 때는
엄마가 잔치 준비를 하면서 저한테만 전화를 스무 통을 했어요
메뉴 정하는 것부터 친척 자리 배치까지 다 저한테 물어보고
동생들은 당일에 몸만 왔어요
제가 신혼인데 주말마다 친정에 가서 잔치 준비를 도왔어요
남편은 왜 너만 하냐고 했지만 저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제일 힘든 건
저도 모르게 남편한테 똑같이 하고 있다는 거예요
회사에서 안 좋은 일 있으면 남편 얼굴 보자마자 다 쏟아요
남편이 좀 씻고 얘기하자고 하면 서운해서 눈물이 나요
엄마가 저한테 했던 걸 제가 그대로 남편한테 하고 있어요
남편은 착해서 다 들어주는데
그 사람 표정이 점점 지쳐가는 게 보여요
얼마 전엔 남편이 나도 회사 다녀오면 힘들다고 처음으로 말했어요
그 말 듣고 아 내가 엄마랑 똑같구나 싶어서 밤에 혼자 울었어요

친구는 친정엄마랑 여행도 다니고 쇼핑도 하면서 사이가 좋아요
저는 엄마 전화 오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무너지는데
그런 관계가 진심으로 부러워요

제가 엄마한테 이제 그런 얘기 그만하시면 안 되냐고 했더니
너 시집가더니 변했다 남 됐다 이러세요
저는 그냥 딸이고 싶었지 감정 받아주는 사람이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이제 와서 선을 그으려니까 죄책감이 들어요

이번 추석에도 벌써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요
큰집 갈 때 선물이랑 음식 뭐 준비할지 니가 알아서 정하고 사서 챙겨오라고
동생들은 아무 말 없는데 왜 그 결정도 늘 제 몫인지 모르겠어요
시댁 갈 준비도 저 혼자 하는데 친정 명절 준비 총괄까지 제 몫이에요
남편은 처가 일을 왜 네가 다 떠안냐고 답답해하고요

스물다섯인데 벌써 이렇게 지쳐 있는 게 맞나 싶어요
남편한테는 미안하고 엄마한테는 화가 나고
이 나이에 엄마한테서 독립을 못 하는 저 자신이 제일 한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