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 도움 하나 없이 애 둘 키우는 얘기

ㅇㅇ2026.09.09
조회8,564
애 둘 키우면서 양가 도움 하나 없이 사는 얘기 좀 하려고요

친정은 지방이라 일 년에 두세 번 볼까 말까고 엄마도 아직 일하세요
시댁은 차로 삼십 분 거린데 시어머니가 허리가 안 좋으시다고 애는 못 봐주세요
손주 얼굴은 보고 싶어 하시는데 봐주는 건 안 되는 거죠

남편은 아침 일곱시에 나가서 밤 아홉시에 들어와요
그러니까 평일에 애 둘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건 온전히 제 몫이에요
첫째 어린이집 보내고 둘째 낮잠 재우고 그 틈에 밀린 집안일 하고 첫째 하원시키고 저녁 준비하고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몰라요

주말이라고 다르지 않아요
토요일에 남편이 늦잠 자는 동안 저는 애들 아침 차리고 첫째 태권도 데려다주고 둘째 데리고 마트 갔다가 점심 차리고
남편은 오후에 일어나서 피곤하다고 또 누워요
일주일 내내 일했으니 주말엔 쉬어야 한다는데 저는 그럼 언제 쉬냐고 물으면 대답이 없어요

제일 힘든 건 제가 아플 때예요
지난달에 장염이 심하게 왔는데 애 볼 사람이 없어서 링거도 못 맞고 화장실 들락거리면서 애 밥을 챙겼어요
남편한테 반차라도 쓰면 안 되냐고 했더니 지금 회사 상황이 그럴 때가 아니라고 미안하다고만 하더라고요
미안하다는 말로 애 둘이 저절로 크는 것도 아니고요
제 치과 치료도 반년째 미루고 있어요
애 맡길 데가 없어서 예약을 못 잡아요
미용실도 애 둘 데리고 가서 커트만 겨우 하고 나오고요

하루 종일 애들 말고는 어른이랑 대화를 안 해요
남편 오면 얘기 좀 하고 싶은데 남편은 피곤하다고 방에 들어가버려요
낮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녁에 남편한테 얘기하려고 하루 종일 머릿속으로 정리하는데 정작 남편은 듣는 둥 마는 둥 폰만 봐요

친구들 보면 친정엄마가 반찬 해다 주고 급할 때 애 봐주고 하던데
그 얘기 들으면 부럽다 못해 서럽더라고요
나는 왜 이렇게 혼자인가 싶고
다들 어떻게든 도와주는 손이 하나씩은 있는데 저만 온전히 혼자예요

한번은 남편이랑 크게 싸웠어요
제가 너무 힘들다고 하니까 남편이 요즘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냐고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고 하더라고요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는 그 말이 제일 상처였어요
힘든 걸 힘들다고 말하는 것조차 유난 떠는 게 되니까요

어제도 둘째가 밤에 열이 나서 한숨도 못 잤는데 아침에 남편은 잘 못 잤네 하고 출근하고 저는 그 몸으로 또 하루를 시작했어요

독박육아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이제 뼈저리게 알겠어요
누가 대신 키워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이게 얼마나 사람을 갈아 넣는 일인지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오늘도 애들 재우고 이 시간에 혼자 앉아서 이런 글이나 쓰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