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차인데 남편 통장은 남편 거래요

ㅇㅇ2026.10.02
조회37,753
스물한 살에 결혼했어요. 남편은 여덟 살 많고요.
일찍 한 거라 주변에서 말이 많았는데 저는 그래도 이 사람이면 괜찮겠다 싶었어요.

결혼할 때 저는 모아둔 돈이 거의 없었어요.
대학 1학년 다니다 휴학하고 알바하던 중이었으니까요.
남편은 회사 7년 다니면서 모은 돈이 꽤 있었고 신혼집 전세금도 남편이 거의 다 냈어요.
그건 저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로요.

문제는 결혼하고 나서도 남편 통장이 따로라는 거예요.
남편 월급은 남편 통장으로 들어가고 거기서 관리비랑 공과금만 빠져요.
저는 지금 카페에서 주 5일 일하는데 제 월급으로 장보고 생필품 사고 남편 회사 점심값 카드까지 제 카드로 나가요.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근데 지난달에 우연히 남편 폰에 증권 앱 알림 뜬 걸 봤는데 계좌에 제가 생각한 것보다 0이 하나 더 있더라고요.
그날 저녁에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우리 돈 같이 관리하면 안 되냐고.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이건 결혼 전에 내가 모은 거니까 내 거지. 너도 니 월급 니가 쓰잖아.

아니 제 월급은 제가 쓰는 게 아니라 우리 집에 쓰는 건데요.
그렇게 말했더니 그럼 생활비를 내가 더 내면 되냐고 하면서 30만원을 이체해주더라고요.
30만원이요.
그걸 받는데 왜 이렇게 비참한지 모르겠어요.

하나 더 있어요.
지난주가 시어머니 생신이었는데 그때 드린 한우세트도 제 카드로 결제했어요.
남편은 엄마 좋아하시겠다고 고맙다고 한마디 하고 끝이었고요.
저희 엄마 생신 때는 남편이 바쁘다고 못 갔고 선물도 제가 혼자 골라서 제 돈으로 보냈거든요.
결국 양가 다 제 월급으로 챙기고 있는 거예요.
그 얘기를 하니까 남편은 그럼 다음부터 시댁 건 자기가 하겠대요. 친정 건 말도 없이요.

친정엄마한테는 말도 못 했어요. 일찍 결혼한다고 반대하셨던 분이라서요.
친구들은 아직 다 대학생이라 이런 얘기 해봤자 이해 못 하고요.

남편 말이 틀린 건 아닌 것 같기도 해요.
결혼 전에 모은 돈까지 제가 달라고 하는 건 아니에요.
근데 결혼하고 나서 버는 돈은 같이 모아야 되는 거 아닌가요?
지금 이대로면 남편은 계속 불어나고 저는 계속 0이에요.
10년 뒤에 남편 통장엔 몇억이 있고 제 통장엔 아무것도 없으면 그땐 제가 뭐가 되는 건지.

어제는 남편이 회식하고 늦게 들어와서 자는데 그 옆에 누워서 가계부 앱만 계속 봤어요.
제 이름으로 된 게 정말 하나도 없더라고요.

제가 나이가 어려서 욕심을 부리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