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애증이 될때..(15)

세상에혼자인나200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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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햇빛이 따사로운 봄이 왔다.

유난히도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겨울을 엄청 싫어한다. 따뜻한 봄이 되면 그와 함께 놀이공원도 인라인도 함께 하리라고 많은 꿈을 꾸곤 했다..

그와 이별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고 그가 내 옆에서 없어져버릴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장미가 만발할땐 장미축제에..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벚꽃축제에.. 선선한 바람이 불면 한강고수부지에도 함께 가고 싶었고 한여름밤 아주 늦은 밤에 옥상에 앉아 삼겹살도 구워먹으며 도란도란 그렇게 지내고 싶었다. 그런 봄이 왔다.

토요일밤에 한숨도 못자고 일요일 아침에서야 겨우 눈을 붙였다. 그것도 잠깐...

조금 있다가 또 일어나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무언가를 찾으러 다니는 사람처럼...

얼마를 달렸는지 모른다. 한없는 공허감에 휩싸여 난 그냥 한번도 가본일이 없는 길을 마구 달렸다.

한참뒤.. 그에게 문자메세지가 왔다. [뭐야 어떻게 된거야?]

생각해보니 내가 어젯밤에 먹었던 술상을 치우지 않고 그냥 몸만 빠져나온것이다.

집은 물론 엉망이었을것이고.. 그는 무슨일이 있는줄 알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무슨일이 있건 말건 신경을 쓰건 말건...

한참을 달리다보니 배가 고팠다. 주머니를 보니 단돈 이천원뿐이다.

최근들어 정말 많이 울었다. 평생 울것을 아마도 내 아이를 보냈을때와 이번두번으로 나눠서 다울어버렸나부다. 많이 울면 눈이 나빠진다고 하는데...

내 눈이 아주 많이 나빠졌다. 병원에서도 안경을 꼭 착용하라고 한다. 잠잘때만 빼고는...

교정시력이 1.0이 채 나오지 않는다.

어제 안경을 맞추느라 주머니가 비어버렸다. 집에 먹을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그와 같이 생활하니 식비가 많이 들어 내 생활비가 엄청 들어간다.. 돼지같은 인간...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다짜고짜 배가 고프다고 했더니만 지네 집 근처로 오라고 한다.

그쪽으로 갔더니만 투덜투덜 대며 친구가 밥을 사준다.

배고프다고 갑자기 찾아가도 밥한끼 사줄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게 정말 고맙다..

그렇게 한끼를 떼우고나니 벌써 어둑어둑 해졌다. 집에 가야겠다.

슬슬 그렇게 집에 도착하고나니 그가 또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물론 내가 열쇠를 돌리는 소리를 듣고 바로 창을 다 닫았겠지만...

바탕화면만 보인다. 뭐가 잘못됐는지 오류메세지만 하나 떠있다.

또 세이에 접속한것 같다. 내 컴퓨터가 세이에 접속하면 항상 그런 화면이 뜬다.

그냥 못본척 했다. 그가 배가고프다며 저녁을 먹어야 겠다고 한다.

밥벌레같은 인간이다.. 그를 증오한다.. 버러지같은 인간이다..

난 또 일어나 국을 끓이고 밥먹을 준비를 했다. 물론 나는 먹지 않는다.

대신 엄마가 담궈준 매실주를 꺼냈다.

양주병 큰병으로 가득 채워놓았기에 꽤 많은 양이다. 옆에 앉아 홀짝 홀짝 마셔댔다.

어느새 한병을 거의다 비워간다. 그때 마침 고향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그 친구와는 토요일 오후부터 계속 다투고 있다. 마음을 열어봐라.. 시간을 달라..

같은 얘기를 서로 반복하며 나는 그친구의 마음을 받아줄수가 없고 그친구는 내 마음속에 들어오고자 한다. 하지만 이젠 더이상 내 맘속에 누군가를 들여놓고 싶지 않다.

또 떠나가버리면 나만 아플것을...

또 똑같은 얘기로 아웅다웅하고 있는것을 그가 심각하게 쳐다본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나는 그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말한마디에 꼬투리를 잡고 시비를 걸고 투정을 부리고 짜증을 부렸다.

그는 왜 갑자기 오늘 이러느냐며 나에게 화를낸다. 그리고는 욕실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그자리에 쓰러져 잠을 청했다. 악몽에 시달렸던것 같다.

어딘가를 무조건 달리는데 분명 길이있던곳이 갑자기 길이 없어져 나는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또 키가 크려나?

난 여자치곤 무척 장신이라 더 커봤자 쓸모도 없는데...

계속 그러기를 반복하며 새벽녁 잠이 깼다.

그도 깬듯 하다.. "잠자는것도 힘드니?"

나를 걱정하는듯 하며 아마도 나때문에 자기가 편하게 잘수 없음을 탓하는것 같다.

내가 잠꼬대를 좀 한것 같다. 소리도 적당히 지른것 같고...

많이 힘들었나보다. 그가 하는말에 대꾸없이 돌아누웠다. 그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 벨소리에 깨보니 아침이다. 그도 일어났다.

그가 뒤에서 날 안으며 잘 잤냐고 묻는다. 잘 잤을턱이 있나...

그가 나를 탐하려 한다.. 나를 자기것으로 만들고 싶단다.

하지만 이젠 그를 본능만 중요시하는 짐승으로밖에 취급할수가 없다.사실이 그러했기에...

내 눈빛이 그걸 말하고 있었던듯 하다.

"내가 짐승같애? 왜 그런 눈빛으로 봐.. 나 짐승같지.. 그지?"

맞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테니...

그와 밀고 당기고의 시간이 꽤 길었던듯 하다. 결국엔 내가 지고 말았으니...

아무말 없이 출근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나를 따라 내 차로 탄다.

전철역까지 데려다 달라는것이다. 이제 그러기도 몇일 남지 않았기에.. 기꺼이 그렇게 해줬다.

출근후 메신저를 보니 그가 대화명을 바꾸었다.

[봄인데.. 마음은 허전하네..]로....

허전할 것이다. 아주 많이...

항상 자기만 바라봐줄것이라고 장담하던 나로부터 냉대를 받으며 아마도 그럴것이다.

그가 말한다. 이제 집에 들어갈 때가 된것 같다고...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려나보다. 그렇지만 그 자존심을 지키기 전에 내가 짓밟아 주리라..

오늘 저녁.. 이사할 집에 간다. 짐이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를 보기 위해서다.

이제 천천히 이사준비를 할것이다. 그가 출근하고 없는 사이.. 난 이사를 해버리면 모든것은 끝이난다.

그가 갈곳이 있건 없건 그가 절망하건 욕을 하건 상관없이 나는 그에게서 이제 완전히 떠나는것이다.

그를 마음에서 버리는것이 이렇게 빨리 끝나버릴줄은 몰랐지만..

그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듯 나도 그를 사랑했던 마음이 없었다 단정짓고 싶다..

이젠 정말 그를 마음에서 버렸다.. 영원히...